372화 폭풍이 불어오다 (3)
허리케인이 북상한다.
북상한 허리케인과 도시가 마주치고 도시는 허리케인을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제방. 배수 시스템. 그리고 인간들.
인간의 모든 것들이 재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괴물, 최대직경 1350km, 최저기압 882a, 최대풍속 82m/의 거체 앞에서는 무용지물. 바퀴에 깔리는 사마귀처럼 패배한다.
도시와 자연을 분리하고 있던 제방이 무너지면서 수해가 도시를 닥치는 것이다.
그렇게 도시, 인구 50만의 도시 뉴올리언스는 물속에 잠겨 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그만.”
목소리가 들려오며 영상이 정지한다.
그리고 불이 켜지며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이게 정말 방송되었단 말입니까?”
당황과 불쾌.
두 가지 감정이 짙게 묻어 있는 목소리. 그것은 이 나라의 대표이자 얼굴 조지 부시 대통령의 목소리다. 5주간의 휴가 중 생긴 일이라선지 그의 목소리는 바짝 날이 서 있었다.
그러자 그의 말에 그의 각료들이 조심스레 반응한다.
“그렇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전국에서 방영된 영상입니다.”
“아니 이런 영상이 만들어지고 방송될 때까지 아무도 모른 겁니까?”
“죄송합니다. 오라클,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일순 부시 대통령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변명은 죄악입니다. 그렇다면 면죄를 받기 위해 움직여야 할 것 아닙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리를 했었어야죠.”
“하지만 미스터 프레지던트, 저희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일순 사람들의 시선이 국토부 장관을 향한다.
“표현의 자유?”
평소에도 말랑말랑한 성격을 지니고 있던 사람, 그런 만큼 사람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에릭. 지금 상황 파악을 못 했나 본데, 이건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다. 테러의 전조지.”
“테러….”
“이런 정보들, 이런 방종들이 모여 국가가 흔들리는 겁니다. 우리의 적들이 우리를 향하는 칼을 갈 타이밍을 주는 일이란 말입니다.”
그렇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국토부 장관을 두드린 부시 대통령, 그가 고요히 말을 아끼고 있는 자신의 심복을 바라보았다.
“도널드.”
도널드 럼스펠드.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들 중 가장 경력이 오래된, 네이콘의 수장이다.
“네. 미스터 프레지던트.”
“현재 적들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예상하시는 바대롭니다. 정보를 입수한 자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모든 적들에게서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도널드 럼스펠드 그가 고요한 안색으로 말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부시 대통령 그가 깊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단호히 대응하세요. 우리의 적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부의 적을 정리하도록 하죠.”
부시 대통령, 그의 시선이 한쪽 구석에 자리한 국토부 장관을 향했다.
“에릭.”
그러자 그가 살짝 긴장한 낯으로 고개를 들었다.
“네. 미스터 프레지던트.”
“이것, 가능성은 있는 시나리옵니까?”
순간, 약간의 고요가 찾아든다.
가능성, 그것에 사람들의 관심을 가진 것이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있다고요?”
“네. 오라클이 시뮬레이션에 반영한 변수들을 저희 쪽 시뮬레이터에 반영한 결과 유사한 결과값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너진다는 말입니까? 뉴올리언스가?”
일그러진 이마. 부시 대통령의 말에 국토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다만 가능성일 뿐입니다. 재해라는 건 워낙 변수가 많은 사항이라….”
“그렇다면 아닐 확률도 높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됐습니다.”
부시 대통령, 그가 손을 들어 말을 멈춘 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선언했다.
“뉴올리언스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됩니다. 그리고.”
쿵- 그가 테이블을 두드렸다.
“오라클을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나면 오라클은 해체될 겁니다.”
진중한 말, 그 말에 사람들이 조금 놀란 모습을 보였다.
“진심이십니까?”
“그럼. 지금 사태를 이렇게 만든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라는 말입니까?”
“하지만 오라클이 요구한 건 뉴올리언스의 재해대책을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하겠다는 것뿐….”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가 단호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미국인은 미국인에게. 우리의 땅에 다른 이의 손길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러자 사람들이 말을 아꼈다.
대통령의 의중, 그것이 확고한 만큼 다른 말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때.
짝짝-
“영명하신 판단이십니다.”
“도널드?”
도널드 럼스펠드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뉴올리언스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주 방위군 아니 나아가 정규군을 동원해서라도 막아 보이겠습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
“믿으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는 위대한 국가 아닙니까.”
일순 부시 대통령 그와 럼스펠드 사이에 눈빛이 오갔다.
옆에 있는 몇은 불안한 듯 그 모습을 지켜봤지만 그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나라, 이 국가 행정부의 의중은 오직 몇 사람의 의해 컨트롤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믿도록 하죠.”
“영광입니다.”
“자 그럼 움직입시다. 어느 정도 수해가 나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시뮬레이션 오라클의 생각대로는 절대로 되어선 안 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세요. 못하겠으면,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서라도.”
“명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우리 식사라도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요?”
그리고 그렇게 부시 대통령의 휴가지에서 진행된 각료 회의가 끝났다.
어쩌면 뉴올리언스의 침몰을 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시간, 그 황금 같은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나저나 미스터 프레지던트.”
“왜 그러죠, 도널드?”
“가능하다면 오라클의 처리 건을 저에게 맡겨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들의 욕망은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라클의 처리를 도널드에게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이익이 좀 더 극대화할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극대화 한다?”
“안 그래도 오라클의 기술력,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의 근원이 어디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서 말입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그 모든 것을 온전히 가져오는 게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오라클의 모든 것을 온전히 쥔다라.”
“찢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온전히?”
“온전히.”
이익이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였으니까.
“…좋습니다. 그럼 도널드에게 그 일을 일임하도록 하죠. 그쪽이… 국익에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러나 그들의 미소. 그들이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들이 그렇게 골든 타임을 넘겨 버린 후 다른 사건들에 집중하고 있던 그때 충격적인 소식이 그들에게 당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바그다드의….”
“미스터 프레지턴트. 큰일 났습니다.”
“큰일?”
그것은 바로 그들이 피하고 싶었던 뉴스. 그들이 외면하고 싶었던 미래.
뉴올리언스의 침몰이었다.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일순 사람들, 각료들의 시선이 두 사람, 조지 부시와 럼스펠드를 향했다.
아니 벌써?
*
뉴올리언스가 침몰했다!
몰아치는 폭풍과 그로 인해 붕괴된 제방, 수 미터 깊이로 가라앉아 버린 도시 뉴올리언스. 그 도시의 사진을 담은 뉴스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충격! 뉴올리언스 침몰 ‘오라클의 정보’ 사실로 밝혀져… - 워X턴포스트. 2005. 08. 28]
[물 밑으로 떨어지다! 뉴올리언스 수 미터 깊이로 물에 잠식 - 데X리뉴스. 2005. 08. 28]
[뉴올리언스에 나타난 상어에 도시 내 시민들 ‘공포’ - 루X스 포스트. 2005. 08. 29]
그러자 사람들, 미국 전역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뉴올리언스의 소식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코요테123 : 이게 뭔 일이야? 이게 진짜 미국이야?]
[Y2K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공간의 절대적 거리가 사라지고 모든 정보들이 수평적으로 생성, 소통되기 시작하면서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코요테123 : 미친… 아니 이게 지금 미국이라고? 미국이 허리케인 하나 못 막아서 이렇게 됐단 말이야?]
[Y2K : 뭐 요즘 들어 미국 경제가 좀 안 좋기는 했었으니까. 뭐 요번에 오라클의 경고도 있었고. 거기다 이번 허리케인이 만만치 않았다니까.
[코요테123 : 아니 그렇다고 해도 이건…]
그러자 곧 수많은 정보들, 수많은 구호 요청들이 인터넷 상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는 뉴올리언스 파인스 빌리지에 사는 32살 조나단 메케인입니다. 현재 바빌로 스트리트부터 데인 스트리트까지 20블럭에 달하는 곳이 온통 물바다로 변해 있는 상황이며 주변지역에 사는 수십 명이 구호를…]
빗발치는 전화로 인해 도시의 모든 행정망이 올 스탑된 현재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구호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뉴올리언스 웨스트 파크도 마찬가지임. 모두 다 물에 잠긴 상태고 전기도 끊겼음. 지금 밖에선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음. 식량이 이틀 치밖에 없는데 이거 어떻게 하지…]
[뉴올리언스뿐만 아니라 배턴루지도 난리인 상태입니다. 지금 폭풍 위험 반경 내에 배턴루지가 들어가면서 모든 전기가 끊겨 버렸어요. 현재 시내엔 소방차들도 다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그들의 요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니 이뤄질 수 없었다.
현 시각 루이지애나 주, 아니 미 행정부를 잠식하고 있는 그들, 그들에게는 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아니 의지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뉴올리언스에 연방 비상 사태가 발령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한 위험성이 사라지지 않은 바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안전한 실내에서 정부의 구호를 기다려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번…]
그저 뉴스를 통해 방송을 통해 안전을 위해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는 방송만 반복될 뿐이었다.
[…이젠 전기도 끊겠습니다. 현재 사방에서 미친 듯한 악취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날씨도 더워 죽겠는데 에어컨도 움직이지 않고 정말이지 미칠 지경이에요.]
[모두들 조심하세요! 시티 파크 쪽에서 대형 악어 출몰했답니다. 아무래도 팀켄 야생동물 보호지역에서 넘어온 것 같은데 잘못하면 큰일 나요!]
[식량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의약품도 모두 다 부족합니다. 동네 마트는 이미 털렸고 먼 곳은 갈 수가 없어요. 오늘도 콩 통조림 하나로 버텼습니다… 부디…]
그러자 피해의 당사자들, 미국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재해를 막지 못한, 아니 재해 상황을 명확히 컨트롤하지 못하는 미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가뜩이나 오랫동안 지속된 전쟁과 그로 인한 피로로 인해 사회적 불만이 고조된 상황, 오라클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현 상황을 무능에 학을 떼면서.
[Klein 12 : 빌어쳐먹을! 세금을 그렇게 떼가면서 이 정도 재해도 컨트롤 못한다고?]
[BenHur_51 : 쪽팔린다 우리 미국이 초강대국 맞아?]
[72_Sherman : 초강대국은 무슨? 지금도 봐 아니 일주일이 지났는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잖아!]
그리고 그 와중에 움직이기 시작한 기업과 사람이 있었다.
“아저씨.”
“그래. 준비 끝났어.”
오라클.
그리고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