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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오라클 (2)

MP3.

1993년 독일의 호퍼 프라운 사가 개발한 오디오 코덱의 한 종류로, 압축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음원을 기준 용량의 1/10 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로 인해 종래의 워크맨으로 대표되던 카세트 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는 단숨에 구식 소리를 듣게 되었고, 소니에서 자신들의 독자 규격을 세계화 시키고자 만들어 밀어붙인 MD플레이어 같은 이종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소리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음악플레이어 시장의 대격변.

철기가 청동기를 밀어내고 항공모함이 전함의 시대를 끝내 버렸듯, MP3라는 새로운 기준이 종래의 기준을 완전히 멸절시켜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기술.

기존의 음악 플레이어들을 단숨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만들어 버린 이 기술을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들인 기기. MP3플레이어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주) 캐스닉디지털]

대기업 한일미디어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힘을 합쳐 만든 작은 회사, 하지만 1995년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의 실용 양산화에 성공한 회사로, 1996년 독일 하노비에서 열린 세빗(CeBIT) 박람회에서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인 [레인맨 F10]로 하드웨어 부분 우수상을 수상한 기업이자, 우리가 알고 있는 MP3의 원형을 제시한 회사다.

때문에 과거 이어진이 정리해 준 기업 목록에서 캐스닉디지털이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건··· 대박이다.’

캐스닉디지털의 이름을 본 그 순간, 회귀 전 인터넷 서핑 중 보았던 MP3에 관련된 자료의 내용이 새록새록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명된 발명품들 TOP7.JPG][좋아요 826][싫어요 190][댓글 92]

1. 치느님으로 추앙받는, 팰리커니아의 양념치킨.

2. 세계 최초의 방탄복, 구한말 면제배갑.

3.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서동식품의 커피믹스.

4. 현대인의 필수품, 캐스닉디지털의 MP3플레이어.

.

.

다이아몬드를 품고 있는 원광(原鑛).

킴벌라이트(kimberlite).

그것이 바로 캐스닉디지털인 것이다.

때문에 나는 내 회사. 벤처투자 회사 오라클의 첫 투자 대상으로 캐스닉디지털을 낙점했다.

투자에 성공만 한다면, 그래서 지속적인 제품개발과 특허 개발을 지속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MP3의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저희 첫 투자처는 캐스닉디지털이에요.”

“캐스닉디지털?”

“네. 저희한테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다 줄 회사거든요.”

하지만 처음엔 제법 반대가 많았다.

그것은 MP3 플레이어라는 기기 자체에 대한 의문과 그 시장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MP3 플레이어? 그게 뭐야? 뭐 워크맨 같은 건가?”

“워크맨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편의성을 가진 기기에요.”

“그래? 흐음, 뭐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 건지 감은 안 잡히는데···. 그런데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굳이 우리 투자를 받으려고 할까? 이미 다른 데서 투자를 받고 있는 거 아니야?”

의문이 깃든 이어진의 말. 나는 그의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캐스닉디지털의 MP3 개발에 빼 놓을 수 없는 업체가 한군데 있었다.

[한일미디어]

국내 굴지의 전자기업. 한때 재계서열 27위까지 올라가는 거대한 기업들 중 한곳으로 캐스닉디지털의 창업자들이 엔지니어로 활동했던 곳이자, 캐스닉디지털이 MP3를 개발하는데 개발자금을 지원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캐스닉디지털에서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 레인맨을 개발한 이후 그 전까지 사업 파트너, 아니 정확하게는 개발비 지원과 마케팅, 판매 역할을 하던 한일미디어에서 캐스닉디지털 측에 특허 무효 소송을 거는 것과 동시에 레인맨과 유사한 제품 출시해 버렸다.

카피 갑질.

대기업이 대기업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 2020년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저열한 악습이 어쩌면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 중소기업 신화를 짓밟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캐스닉디지털 측은 자신들의 특허권을 미국의 특허권 관련 회사 ‘멀티미디어 다이아몬드’에 매각하게 되고, 이후 이 회사에서 나온 MP3플레이어 ‘Mio’가 대박을 치게 되면서 전 세계는 MP3플레이어 열풍에 휩싸이게 된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된 MP3 기술 적용기기 수만 최소 13억 대!

대당 기술료를 2달러로 계산하면 같은 기간 로열티 액수만 약 3조 1500억 원!

3천만 원짜리 중형차 105,000대, 3억 5천만 원짜리 아파트 9,000채.

1조 원짜리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을 사고도 F35 전투기 한 대를 더 살 수 있는 금액.

3조 15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한 대기업의 욕심 때문에 외국으로 영영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캐스닉디지털에 대한 나의 투자는 가능할 것이다.

아니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애초에 특허권 분쟁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계약에 한일 미디어 쪽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는 이야기인 만큼, 캐스닉디지털 쪽 사람들도 이제 슬슬 그 위험성을 눈치 챘을 테니까.

‘그러니 우리 전화를 그렇게 반색을 하며 받았겠지.’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캐스닉 디지털 측과 연락, 약속을 잡고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뒤 캐스닉 디지털 쪽으로 찾아갔다.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전 캐스닉 디지털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투자를 위해 캐스닉 디지털에 도착했을 때, 송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캐스닉디지털의 부사장에게서 나는 아니 우리는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대표님이 안 계신다고요?”

“그··· 그게··· 네 그렇습니다.”

우리와 만나기로 했던 캐스닉디지털의 대표.

세계최초의 MP3플레이어 [레인맨]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선구자, 오협재가 아직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

“아니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회사 주식을 넘기란 말이야?”

캐스닉디지털의 사장, 오협재가 이를 악문 채 말했다.

그러자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 과거 오협재가 한일 미디어에 있을 때 그의 부하 직원이었던 남자, 하지만 이제는 캐스닉디지털의 후원사인 한일 미디어 측의 대리인이 된 남자, 최현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솔직히 제품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양산에서부터 마케팅까지 어느 것 하나 준비된 것이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그냥 이쯤에서 저희한테 지분 넘기시고 쉬시죠. 가격은 저희 쪽에서 섭섭지 않게 챙겨 드릴 테니까요.”

오협재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아니 아침부터 집으로 찾아왔기에 무슨 말인가 했더니 뭐 지분을 내놓으라고?

이건 칼만 안 들었지 뭐 거의 강도에 가까웠다.

그러니 자연 최현철을 바라보는 오협재의 표정이 딱딱해질 수밖에

“후우··· 현철아. 지금 그 이야기를 하려고 아침부터 집으로 쳐들어 온 거야? 회사를 니들 손에 넘기라고?”

허탈한 듯, 어이가 없다는 듯 이야기 하는 오협재. 그런 오협재의 말에 최현철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이런 이야기 회사에서 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선장이 배를 버리는 모습을 굳이 선원들이 볼 필요는 없으니까요.”

“누가 버린데. 누구 마음대로. 내 회사야. 내가 만든 회사라고. 그런 회사를 내가 왜 버려.”

“오 과장님.”

“왜!”

“그냥 이쯤에서 포기 하세요. 솔직히 과장님 회사에서 만든 제품. MP3 플레이어. 그거 제품 자체는 꽤나 혁신적이긴 한데 솔직히 시장성은 별로 없는 작품이에요. 잘 아시잖아요. 어차피 첫 작으로는 손익 넘기기 힘들다는 거. 그러니 뭐 아무래도 다음 제품에서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캐스닉디지털의 체력으로는 어렵지 않겠어요?”

차가운 말이었다. 하지만 자금 때문에 한일미디어 측에 손을 벌린 전적이 있는 오협재의 입장에서는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은 충분해 한일미디어 아니더라도 할 데는 많아.”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자신이 만든 회사, 자신이 만든 제품이었다. 그런 제품이 아직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늘도 투자하겠다는 회사 한 곳과 미팅을 하기로 하지 않았나.

뭐 오라클 벤처 투자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회사이긴 했지만, 어쨌든 투자에 대한 의견이 들어온다는 건, 그들의 제품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잠시 오협재를 바라보던 최현철. 그의 입가에 짙은 비웃음이 매달렸다.

“과장. 아니, 오 사장님. 왜 이렇게 멍청해지셨어요.”

“뭐?”

“다른 데도 다 똑같아요. 솔직히 우리나 되니까 이렇게 신사적으로다가 이야기하지 다른 데였으면 아마 제품 나오는 거 기다렸다가 사장님 제품 가져갔을 겁니다. 거참 예전엔 똑똑하던 분이 왜 그러신담?”

오협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과거 자신의 부하직원이었던 이에게서 이런 대우를 받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너······.”

하지만 그러다고 뭐라 화를 낼 수도 없었다.

현재 자신과 최현철의 관계, 그 중에서 더 우위에 있는 것은 최현철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반말하시는데 상당히 듣기 좀 거북하네요? 아시잖아요. 이제 사장님은 제 과장님이 아니라는 거.”

“그······.”

“왜요. 예전 부하 직원이라 하기 힘드세요?”

가벼운 말. 하지만 그 말을 오협재는 무시할 수 없었다.

칼만 안 든 강도. 하지만 한일 쪽에서 지금까지 상당한 액수의 개발비를 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런··· 후··· 미안, 미안합니다.”

오협재의 입에서 정말 어렵게 말이 튀어 나왔다.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인 최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요. 뭐 예정 정도 있으니까 이번만 넘어가 드릴게요. 아무튼 빨리 결정해 주세요. 어떻게 하실래요? 이대로 저희 측에 주식을 넘기실래요? 아니면 그냥 다른 데처럼 할까요?”

오협재가 울분이 가득한 눈으로 최현철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이러려고 투자한 겁니까? 이렇게 갑자기 회사를 빼앗아 가려고?”

“뭐 저야 명령을 받는 입장이니 그런 건 모르죠. 제가 알고 있는 건 단 한가집니다.”

최현철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여기서 거절하면 사장님만 힘들어질 거라는 거죠.”

최현철의 말을 들은 오협재의 얼굴에 짙은 모멸이 스쳤다. 하지만 최현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협재를 향해 선택을 종용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결정하세요. 어떻게 하실래요? 이대로 저희 측에 주식을 넘기시면 되도록 저희 측에서 가격을 잘 책정해 드릴 테고, 또 운이 좋으면 계열사에 자리를 만들어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그러나 오협재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최현철이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약 거절하신다면··· 아마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물론 계약 사항이야 철저하게 지켜드릴 테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저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

최현철이 서늘한 눈으로 오협재를 바라보았다.

순간, 오협재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눈앞에 있는 놈에게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어떤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을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미친 짓이었다. 세계 최초의 MP3.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눈 뜨고 빼앗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갈등하고 있을 때.

띵동-

복잡해진 오협재의 머리를 맑게 하는 소리. 그의 집에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불만스레 굳어지는 최현철의 얼굴. 그 모습을 본 오협재가 서둘러 자신의 집 현관으로 다가가 물었다.

“누구세요?”

그러자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

[좋은 말씀 전하러 나누러 왔습니다.]

바로 나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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