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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치유 (1)

며칠 뒤, 김귀란의 평창동 저택.

“저번 분기 한성전자의 미주(美洲) 실적. 이거 제대로 된 거야?”

“네. 그렇습니다.”

“이게 제대로 된 거다? 저번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3%포인트나 하락한 이 지표가 말이지?”

“그건…….”

“김 사장한테 전해. 지금 당장 지난 분기 지표에 대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 그거 만들어 오라고. 확실하게 못하겠으면 옷 벗으라고. 알아들어?”

“아, 알겠습니다.”

평소처럼 평창동 사저에서 업무, 그러니까 한성그룹 사람들을 달달달 볶아 내던 김귀란은 얼마 뒤, 조금 특이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 집 옆으로 이사를 온다고? 네 녀석이?”

그것은 바로 그녀의 집.

한성가 사람들 사이에서 아방궁이라 불리는 거대한 저택.

평창동 사저, 그 옆에 있는 오랫동안 비어 있던 저택으로 그녀의 손자, 김준영이 이사를 온다는 소식이었다.

“네. 정확하게 옆집은 아니죠. 옆옆에 있는 집이니까. 그리고 어머니도 함께 올 거고요.”

그러자 김귀란이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년, 김준영을 바라보았다.

“아니 뭐?”

그녀가 알기로 그녀의 집이 있는 평창동, 그곳은 성북동, 한남동과 더불어 대한민국 최대 부촌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돈푼 꽤나 모은 졸부들이 모이는 곳이 아닌, 대한민국 0.1% 진짜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곳에 이 녀석이 이사를 온다고?

불과 15살짜리 꼬맹이가?

자신의 살고 있는 평창동 저택의 가격을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김준영, 그녀의 손자가 일반적인 15살보다 조금 더 특별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평범한 15살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전격적으로 그러한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거참 어이없는 녀석이로구나. 한국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집을 사. 집을 사길.”

때문에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약간의 질책이 서려 있었다.

비록 그가 돈을 번 곳을 알고 있긴 하지만 정확한 액수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했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하하, 쇠뿔도 단 김에 빼라는 말이 있잖아요. 후딱 해치워 버렸죠.”

당사자인 김준영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잠시 한숨을 내쉰 김귀란,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알기로 그 저택. 아마 제법 비쌌을 텐데?”

“글쎄요. 별로 안 비싸던데요?”

“그럴 리가. 비록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곳이긴 하지만 그곳 대지가 넓어서 제법 가격이 나갔을 것을 내 알고 있거늘.”

“뭐 할머니 말대로 대지가 넓기는 한데 생각보다 그리 안 비쌌어요. 한 20억 정도?”

순간, 김귀란의 눈이 움찔거렸다.

20억 원이라는 돈, 현재 가치로 웬만한 아파트 20채는 살 수 있는 돈, 그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김준영의 모습이 일순 생경했던 것이다.

물론 그녀 또한 대기업 한성의 총수인 만큼 20억 원 정도는 쉽게 동원 가능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기준으로 봤을 때 이야기.

사회적인 인식에서 봤을 때 불과 15살의 나이에 20억을 이야기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 녀석아 아파트 20채 가격이 비싸지 않단 말이냐?”

그러자 잠시 김귀란을 바라보던 김준영, 그가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어차피 나중에 더 올라갈 만한 집이니까 상관없죠. 아무튼 잘 부탁 드려요. 이제 이웃사촌이네요. 할머니.”

그리고 말을 마친 김준영이 당돌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김귀란의 표정이 어이가 없다는 듯, 약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살짝 찌푸려졌다.

원래대로라면 그녀의 집에 머물게 하면서 차근차근 한성 그룹에 대해 교육하려던 자신의 계획이 이 순간, 조금 빗나갔기 때문이었다.

“맹랑한 녀석. 네 녀석이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맹목적으로 투자를 하다간 언젠가 큰일 날 거다. 원 녀석, 돈 무서운 줄 모르고.”

“글쎄요? 제가 보기엔 좋은 투자 같은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김준영의 갑작스러운 이사가 그녀에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비록 과거 김준영이 그녀의 집에 살 때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난 2년간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듯, 이사를 마친 그가 매일 같이 그녀의 집, 평창동 저택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 왔어요. 할머니.”

“…왔구나.”

“오늘 아침은 메뉴가 뭐에요?”

“이 녀석. 우리 집에 밥 맡겨 놨느냐?”

“하하, 여기서 먹으려고 안 먹고 왔죠.”

“너희 엄마는 어쩌고?”

“엄마는 일 때문에 출국하셨어요.”

물론 아무론 조건이 없는 만남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만족했다.

비록 김준영, 그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 저렇듯 살가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 조가 기꺼운 일, 그녀에게는 그 모든 것이 후계자, 앞날이 창창한 후계자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 생각되었으니까.

“집사. 사람들한테 일러서 앞으로 저 녀석 자리 하나 더 만들어 놓게.”

“알겠습니다 회장님. 방도 하나 마련해 놓을까요?”

“됐어. 내 집이 싫다고 나가 기어이 옆에다 제 집까지 사 놓은 놈이 뭐가 이쁘다고. 그냥 수저나 한 벌 가져다 놔. 그 정도면 괜찮겠지.”

그렇게 그녀는 처음엔 약간 낯설었던 김준영과의 일상, 그것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뭐 문제가 있다면 단 한 가지.

“할머니.”

“이 녀석아 밥상머리에선 밥만 먹는 거다.”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

“…뭐냐 그게.”

...녀석이 정말 집요할 정도로 자신에게 병원에 가자는 말을 계속한다는 것 정도였다.

“저랑 진짜 병원 한번 같이 안 가실래요?”

순간, 표정을 굳히는 김귀란, 그녀가 약간은 굳은 표정으로 김준영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물론 손자이자 후계자로 점찍어 놓은 녀석이 그녀의 건강에 관심을 가져 준다는 것은 그녀에게 평생 느껴 보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그의 말에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 자신의 건강에 자신이 있기도 했고 또 자신의 주치의들 또한 자신의 건강을 자신했었기 때문이었다.

“안 간다. 이놈아. 고얀 놈. 누굴 병자로 아는 것이냐.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래요? 하하, 저도 그냥 한번 말해 봤어요. 그건 그렇고 그 이야기 들으셨어요? 이번에 황태자 김현철 비디오가….”

하지만 그도 잠시뿐,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녀의 생각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 한 두 번 쯤 하고 말 거라 생각했던 김준영의 제안이 지난 며칠간 계속 되었던 것이다.

“할머니. 오늘은 어떠세요? 내일 건강검진을….”

“…안 간다.”

“할머니. 요즘에는 일 년에 두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 게 유행….”

“…안 간다니까.”

“할머니. 이번 주에 저랑 같이 건강 검진을….”

“아 글쎄 안 간대도!”

이쯤 되자 한평생 자신의 생각, 자신의 의지만을 믿어 왔던 그녀로서도 약간 의심이 되었다.

지난 며칠간 계속되는 김준영의 말, 그리고 그동안 정말 용할 정도로 잘 맞아떨어지던 김준영의 예측이 그녀를 뒤흔든 것이다.

‘이 녀석이 정말 뭔 갈 아는 겐가? 설마?’

하지만.

그렇다고 준영의 말을 따라 그녀가 한가롭게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준영에게 지분을 넘겨주기로 한 이상, 이 기회에 회사의 지분구조를 확인 누수가 생긴 부분을 보수할 생각을 하고 있던 김귀란이었기에 한가하게 병원에 다서 하루 이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건강하십니다.’

‘그래? 흐음 좋아 그럼 내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의사 선생. 선생이 보기에 내가 얼마나 더 살 것 같아?’

‘솔직히 의사로서 확언은 금물이지만, 회장님 같은 경우엔. 네. 20년은 족히 문제없으실 거라고 자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신체가 강건하셔서.’

그 동안 자신의 건강을 케어해준 사람들.

국내 최고 대학교라는 한국대학교 출신의 주치의가 자신의 건강을 보증해 주고 있는 만큼 그녀의 의심은 의심으로 그쳐버렸다.

‘그래 별 일 없겠지.’

준영의 닦달에 일순 흔들리긴 했지만, 일단은 시급한 일을 처리하려 한 것이다.

‘일단 지분구조 정리가 우선이다. 건강이니 뭐니 하는 건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아.’

그런데 얼마 뒤.

1997년 4월 17일.

대한민국 대법원이 대한민국 헌법 역사상 최초로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각각 무기형과 17년형을 각각 선고하던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뭐? 무기 징역? 그 양반이?”

“예. 그렇습니다. 전두환이 무기징역, 노태우 전대통령이 17년형입니다.”

“그럴 리가. 아니 분명 무기까진 안 나올 것 같다는 예측이 많았잖아?”

“아무래도 김영삼이 그 양반의 묘수를 던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레임덕이다 뭐다 해서 시끄럽지 않습니까. 게다가 요즘엔….”

평창동 심처에서 벌어진 한성그룹 실무자 회의. 그 자리에서 이번에 벌어진 사건과 그에 대한 대응방법을 강구하던 도중. 회의의 주최자. 김귀란이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으윽...”

갑자기 심장을 옥죄는 느낌에 자신의 가슴을 쿵쿵 두드리는 김귀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게 식은땀을 흘리며, 눈에 띄게 안 좋아진 얼굴로 숨을 몰아 내쉬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에 그녀에게 쏠렸다.

“후우… 후우… 후우….”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당황한 낯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평소 건강에 대한 문제, 그런 문제는 단 한 번도 없었던 만큼, 갑작스런 사건에 다들 당황한 것 같았다.

“다들 빨리 병원에 연락해! 빨리!”

순간, 그녀는 알아차렸다.

‘이건...’

자신의 몸에 문제가 생겼음을.

지난 세월 강건하게 자신을 뒷받침해준 자신의 몸이 지금 이 순간 고장이 나 버렸음을.

곧 참을 수 없는 고통, 숨이 턱턱 막히고 심장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그녀를 찾아왔다.

하지만.

“조용.”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고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그녀는 한성그룹의 총수. 아픈 것조차 컨트롤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주가 떨어진다. 언론에는 절대 알리지 마.”

그러자 걱정으로 물들어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일순 당황이 감돌고, 이내 그 순간.

핑-

갑자기 그녀의 세상, 수십 년간 보아 왔던 그녀의 세상이 뒤집혔다.

‘빌어먹을….’

그리고 그렇게 쓰러진 그녀의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것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김준영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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