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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   311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1)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은 당신에 관심이 있다(You may not be interested in war, but war is interested in you).

- 레프 다비도비치 트로츠키(Лев Дави?дович Тро?цкий).

*

권력이란 마물이다.

권력이란 믿음을 좀먹고, 사람을 헤집고, 애정을 자르며 인간을 잃게 만든다.

권력은 사람들 사이에 피를 만들고 울음을 만들고, 고통을 만들고, 또 그것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사람은, 인간은 그것을 외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무엇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우리들의 눈에 비친 서로의 모습 또한 그러했다.

“빼앗는다? 내가 나의 손으로 나의 가족들의 것을?”

정몽진, 그가 세찬 언어로 자신의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내가 한 말, 그 말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를 향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물론입니다. 빼앗는 것까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움직여야만 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책임질 수 있나?”

“책임져야만 합니까?”

나는 그의 눈을 마주보며 강하게 말했다.

“만약 일이 벌어지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제가 아닐 텐데?”

그러자 그의 입이 딱 벌어지며 말이 멎는다.

“그런….”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을 헤아린 것 같았다.

눈이 마주치고 두 사람의 눈동자에 서로의 상이 맺혔다.

“장인어른, 저는 장인어른을 도와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이것은 순수한 호의죠.”

“호의?”

“네. 그러니까 움직이십시오. 대비하시고 그런 다음 잘라 내십시오.”

“무엇을?”

“당신의 것을 빼앗으려는 자를.”

일순, 여러 번 바뀌는 그의 얼굴, 그가 묵묵히 테이블을 두드린다.

빼앗으려는 자.

그의 형제자매들.

장남 정몽우.

차남 정몽근.

삼남 정몽선.

사남 정몽현.

육남 정몽철.

칠남 정몽호.

팔남 정몽군.

장녀 정정혜.

차녀 정정연.

타겟이 명확한 만큼이나 그의 얼굴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테이블을 60번쯤 두드렸을 때, 그의 고개가 바로 돌아왔다.

“…… 좋네. 분명 믿기지는 않는 일이지만 그래 자네가 말했듯 공격이 들어온다면 받아쳐야만 하겠지. 나 또한 앉은 자리에서 맞는 취미는 없으니까.”

그 모습은 드디어 결정을 내린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

그의 시선이 묵묵히 나를 향했다.

“자네, 도대체 내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가?”

“이유요?”

“그래. 이유. 이곳에 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 그것이 알고 싶네.”

그가 고요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에선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고집이 느껴졌다.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중요해. 그 무엇보다 더.”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알아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살짝 굳어 있는 그의 모습, 그 모습은 정영주 회장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모든 것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말입니까?”

“그러니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거겠지. 아직은 내가 움직이기 전이니까.”

이윽고 그의 얼굴에 맺혀 있던 혼란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 남은 것은 의문이라는 감정이었다.

“말해 보게 사위, 자네가 원하는 게 도대체 뭔가? 뭐 때문에 이러는 거지?”

“정말 알고 싶으십니까?”

“그래. 자네가 나의 적인지 아닌지 확실히 하고 싶군.”

그의 눈에서는 임전무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하긴 그의 입장도 알 것 같긴 했다. 지금 방금 당신의 가족이 당신의 목을 노릴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만큼 확실히 해 두고 싶은 거겠지.

그렇다면?

“뭐 이렇게까지 하시니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슬쩍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어차피 내가 그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니까.

“제가 회장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제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네. 그래, 그게 뭐지?”

“주실 겁니까?”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주실 수 있겠군요.”

나는 나를 향해 의아한 표정을 보이는 정몽진,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그건 바로….”

나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당신입니다.”

“뭐?”

정확하게는 현대그룹의 회장이 된 당신이겠지만.

순간, 정몽진 그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

잠시 뒤.

딸랑-

카페 문을 열고 송승우가 들어왔다.

“어떻게 됐죠?”

내가 묻자 슬쩍 내 앞으로 다가온 송승우 그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회사로 들어가시는 걸 보고 왔습니다.”

그는 방금 전 내 앞에 있던 남자, 정몽진을 배웅하고 온 참이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현대건설 직원인 척 몰래 따라갔다 온 것이니 아마 확실할 겁니다.”

그가 슬쩍 내 앞에 앉으며 말했다.

살짝 솟아오른 땀. 나는 그의 몫의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며 입을 열었다.

“들키진 않았겠죠?”

“물론입니다.”

“확실하게 해야만 해요.”

“……제 경력을 걸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말에는 자신의 대한 확신이 있었다.

“좋아요. 보시기에 장인어른의 상태는 어떻던가요?”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까?”

“말씀하신 대로 송 팀장님의 경력과 실력을 믿는 거죠.”

그러자 입가에 가벼운 웃음을 만든 송승우, 그가 입을 열었다.

“약간 혼란스러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만 그렇다고 그것에 매몰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혼란스러워하긴 하지만 티가 나지 않는다는 건가요?”

“분명 티는 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눈에 걸리지는 않을 정돕니다.”

“예를 들면?”

“발걸음에 여유가 있더군요.”

“여유요?”

“네. 이쪽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저 사람이 얼마나 몸을 쓰고 있는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사람의 상태라는 건 생각보다 더 쉽게 외부로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카페를 떠나던 정몽진의 걸음에선 어색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 얼굴이야 긴장한 듯 딱딱했지만.

“정몽진 회장님의 긴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인가요?”

“긴장이 클지 안 클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정도는 된다는 겁니다. 뭐 그것이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건지 아니면 정말 여유가 있어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긴장해서 일을 그르칠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었으니까.

“그럼 적어도 긴장해서 실수를 하는 그런 경우는 없을 것 같군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주변 동태는요?”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평소 외부활동이 잦으신 분인지라 특별히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눈에 띄는 사람들은 없다는 말입니까?”

“적어도 동선상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좋아요. 그럼 움직이기로 하죠.”

“……이대로 바로 떠나시는 겁니까?”

“그렇죠. 일단 오늘의 밀회는 끝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괜찮아요.”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십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어 자리에 내려 두었다.

“이미 미끼는 던져 놨으니까요.”

그것도 거절할 수 없는 미끼로 말이다.

*

그 시각, 김준영과의 만남을 끝낸 현대건설의 회장, 이제 얼마 뒤 현대그룹의 공동 회장으로 취임하게 될 남자, 정몽진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

“후우….”

그것은 방금 전 그가 들은 이야기, 이제 얼마 뒤 정몽근이 자신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 것이라는 김준영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형님이 내 뒤통수를 칠 것이라….”

그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까 있었던 만남을 생각하자 가슴이, 심장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빌어먹을.”

사실 어렴풋이 걱정을 하고 있긴 했었다.

권력(權力).

그것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것.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목숨을 나눈 친우. 그 모든 것들이 권력의 향방 앞에서 허울 없이 무너져 버리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과 교육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믿고 있었다.

‘설마 우리 가족까지 그럴라고?’

물론 가족들 중에도 욕심이 있는 사람은 있는 법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그가 아는 정몽근, 현대그룹의 차남이자 현대 자동차의 회장, 그는 그런 면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현대그룹이라는 거대한 기업, 자신들의 가업에 대한 애정만은 투철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아무렴 그렇지 않았다면 아버지 대신 총대를 매고 옥살이까지 했을까.

[정몽근 사장,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으로 인해 검찰에 구속! - 세X일보. 1977. 11. 20]

[현대 정몽근 사장,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책임 시인 검찰 측 강도 높은 조사 할 것! - 한X일보. 1977. 11. 21]

그렇기에 그는 정몽근 측에서 먼저 공동 회장 자리를 제의했을 때 내심 안도할 수 있었다.

이것이라면, 이 방법이라면 가족이라는 틀을 깨지 않고서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공동 경영이라… 그래 그룹을 위해 그 정도는 괜찮지.’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일 수 있다니.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을 빼앗기 위한 함정일 수 있다니. 순간, 그의 심장이 꿈틀거렸다.

그제야 그 함정에 도사린 독니의 날카로움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을까 의아할 정도로군. 빌어먹을 가족이라는 이름에 너무 얽매였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맹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정몽근의 기습적인 공격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또 그럴 이유 또한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먼저 정몽근을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그가 먼저 움직였다가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그룹을 흔들어 버린 자, 제 형제의 목을 치려 했던 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었으니까.

‘몽근 형님은 공격할 수 있다. 어차피 후계자가 아니었던 상황. 그의 입장에서는 한번 시도해 봄 직한 일이니까. 하지만 나로서는 무리다. 만약 내가 먼저 선공을 취하면 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신들 또한 흔들릴 테니까.’

때문에 그렇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정몽진, 그는 결정을 내렸다.

“어쩔 수 없겠군.”

직접 확인해 보기로.

이 모든 일들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현대 건설의 주인, 정영주 회장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이인 만큼 그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분명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최대한 빠르게 정리한다. 간단하게 몽근 형님의 측근들의 이동이랑 자금 동향만 확인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겠지.’

그리고 얼마 뒤, 그는 확인할 수 있었다.

“회장님.”

“그래 어때? 사실이야?”

자신을 노리고 있는 독니의 실체를.

자신의 숨통을 노리기 위해 드리워진 칼날을 말이다.

“사실입니다.”

“……정말로?”

“네. 요즘 들어 정몽근 회장 측 사람들의 비밀 회합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정익 부사장, 최윤규 현대상선 사장, 김현수 본부장 모두 해 지기 전에 정몽근 회장 댁으로 향한 뒤 늦은 저녁에나 떠난다고 합니다. 벌써 삼 주째 말입니다.”

정몽진 그의 눈이 흔들렸다.

“하….”

애써 아니었으면 하던 사건.

전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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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3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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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3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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