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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271화 블랙홀 (1)

“회장님, 회장님의 가격은 얼마입니까?”

순간,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 말도 아무런 소리도 김우중의 귓속으로 들려오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들은 말, 그가 마주한 말의 무게 때문이었다.

“……나의…가격?”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의 가격.”

“……아니 도대체 그게 왜 궁금한 거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예전에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김준영, 그가 천천히 김우중을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값을 알아야 살 테니까요.”

그러자 그 순간, 김우중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변했다. 그리고는 이내 쾅- 그의 손이 테이블을 세게 두드렸다.

“이런 시건방진! 자네 할머니도 내게 그런 말은 하진 못해!”

아무래도 방금 전 들은 말에 몹시 분노한 것 같았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그가 한창 일을 시작하고 대우라는 제국을 이를 시절, 그 시절에도 김준영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었다.

아니 존재하지 않는 것을 넘어 그의 어머니 그의 아버지도 아직 코흘리개 시절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와 김준영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 세월이라는 벽이 존재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뭐 그렇긴 하죠.”

그 분노, 그 생각은 그러나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

“뭐라고?”

왜냐하면, 그의 앞에 있는 남자, 그의 분노를 받을 당사자에게 그 분노가 너무도 가볍게 다가갔기 때문이었다.

“분명 할머니는 할 수 없으셨겠죠. 하지만 저는 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이 여기 와 계신 게 그 증거죠.”

“하, 그래서, 지금 나의 값어치를 책정해 보시겠다? 이 나를?”

“네. 자본주의 사회잖습니까? 그렇다면 그런 것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죠. 왜 그런 거 좋아하시잖습니까?”

김준영, 그의 말이 김우중을 찔렀다.

과거 김우중, 그가 했던 자본주의 예찬, 그것이 김우중, 그에게 돌아왔다.

그때.

“그만.”

김우중, 그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불만 어린 표정을 짓은 채, 그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 말을 듣고 있다보면 언제나 이런 식이 되어 버리는군.”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말을 길게 늘리고 싶지 않구만.”

그가 고요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슬쩍 자신의 앞의 찻잔을 치우며 말을 이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내 용건은 단 하나일세. 5조 원. 그것에 계열사 하나, 그것뿐이야.”

“정말 그것으로 만족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만족이라는 글자는 필요없네. 내게 중요한 건 그것이 가능한가 아닌가 하는 것뿐이니까.”

그가 강고한 얼굴로 김준영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내 묻지.”

그의 말이 김준영을 향했다.

“5조 원, 가능한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김준영, 그가 단호히 입을 열었다.

“아뇨.”

왜냐하면 그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기업, 대우가 아니었으니까.

“뭐?”

“사양하겠습니다. 대우뿐이라면 바겐세일 기간이 남아 있을 테니까요.”

“바겐세일?”

“네. 대우가 무너진 다음 사도 충분하다는 말씀입니다.”

순간, 김우중, 그의 시선이 멈췄다.

그리고는 천천히, 마치 로봇처럼 천천히 돌아 김준영을 노려보았다.

뜨겁게 새어나오는 숨, 그 숨은 명확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자네 끝까지 나를 화나게 하는군.”

“회장님, 현실을 직시하셔야 할 겁니다. 아니, 솔직히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엇을 안다는 거지?”

“이대로라면 대우가 해체되리란 것을요.”

그러자 김우중, 그가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에서 김준영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다.

“또 그 이야긴가? 그건 자네의 망상에 불과해. 아무리 그래도 대우는 무너지지 않아.”

“아뇨. 무너집니다. 아마 계열사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뭐 자동차나 전자 같은 경우 규모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대우란 이름, 그 이름은 분명히 사라지고 말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회장님의 자리도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거죠.”

김준영, 그가 선언하듯 말했다.

아니 예언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 부분 사실에 닿아 있었다.

그러자 잠시 묵묵히 김준영의 말을 듣고 있던 김우중, 그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내 자리가 사라진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김준영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25조 원 가량의 분식회계, 뜻하지 않게 찾아온 외환위기, 어때요 딱 그림이 맞아떨어지지 않습니까?”

순간, 김우중,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또한 30년이 넘게 기업을 이끌어 온 존재, 김준영의 말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설마 외환위기가 나 때문에 왔다. 그 따위 말이 떠돌 거란 말인가?”

“높은 확률로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 굳이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김우중의 말을 끊은 김준영,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이유가 됩니다. 정부는 이 기회에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싶어 하고 있거든요.”

“그런…….”

“네. 그러니 아무도 당신을 돕지 않을 겁니다. 기회도 주지 않을 겁니다. 일벌백계는 언제나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김준영, 그가 천천히 김우중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나중에는 모두가 당신을 손가락질하게 될 겁니다. 노욕 때문에 나라를 망친 사람이라고.”

순간, 김우중, 그의 눈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아무 말도 그의 입에선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미래를 생각한 것이다. 과연 김준영, 그가 말한 미래가 맞는가 해서.

덕분에 제법 넓은 응접실, 그 안에는 뜻하지 않은 침묵이 잠식했다.

응접실 안에 자리한 두 사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시계 초침은 차츰차츰 움직였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 김준영, 그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기회?”

“네. 다행스럽게도 한 사람이 아직 그 기회를 쥐고 있거든요.”

김우중, 그의 시선이 천천히 김준영을 향했다.

“……그게 바로 자네라는 거군.”

“네. 맞습니다.”

그렇게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싱긋, 가벼운 웃음을 보인 김준영, 그가 천천히 시선을 낮췄다. 그리고는 잠시 김우중과 눈을 마주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회장님 말씀해 보십시오.”

“……무엇을?”

“당신의 가치를,”

김준영, 그의 눈빛이 김우중을 꿰뚫었다.

“그렇다면 제가 당신의 시간, 당신의 세월을 사도록 하죠.”

*

잠시 뒤.

“가지.”

“네. 알겠습니다. 모시겠습니다. 회장님.”

김우중 그는 평창동을 떠나는 차 안에 있었다.

룸미러로 바라본 차의 뒤편 그곳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 중앙에 크게 손을 흔들고 있는 김준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 모습, 차츰 멀어지는 김준영의 모습과 평창동 저택의 모습을 일별하며 천천히 차 시트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는 후우- 긴 한숨, 무척이나 깊은 숨을 내쉬었다.

“후우…….”

사실, 처음부터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5조 원.

어마어마한 자금.

그 자금을 융통하는 일이 그리 쉬울 리 없다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처음 평창동에 오기로 마음먹었을 때 자신의 자존심을 모두 다 내던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 자존심을 모두 다 내려놓으면, 순간의 모멸만 견딘다면 어떻게든 이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빌어먹을 청와대, 그곳이 자신의 뒤통수를 치기로 한 이상, 살아날 길은 그것뿐이었으니까.

‘바짝 엎드리면 어떻게든 이 상황,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실제 평창동에서의 경험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겹고 또 놀라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를 사겠다니. 건방진 녀석.”

김준영 그에게서 정말 뜻하지 않은 제안 받았으니까.

“후우…….”

그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제는 한 점으로 멀어진, 평창동 저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니 방금 전 보았던 얼굴, 김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곧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제가 당신의 시간, 당신의 세월을 사도록 하죠.’

‘…나의 세월?’

‘네. 당신의 세월, 당신의 과거와 당신의 남은 세월, 그것을 사겠습니다. 흐음… 넉넉잡고 20년 정도 되겠군요’

새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아니 자신의 삶, 자신의 인생을 사겠다니, 그것도 자신의 인생의 반도 안 살아온 핏덩이가.

평소라면 듣자마자 불같이 화내며 단박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말이었다.

그리고는 아마 그 말에 맞는 대응을 해 주었겠지.

하지만.

‘이상하군. 정말 이상해….’

그가 탁- 탁- 팔걸이를 두드리며 생각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분명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분명 자신의 삶을 사겠다는 소리를 했을 때 어이없음과 황당함, 모멸감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이 분노에 닿아 있진 않았다.

그저 의아함과 호기심, 그 감정들이 불쑥 머리를 치켜들 뿐이었다.

그동안, 평생을 살며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하 20년이라니 이 녀석, 건방지기가 이루어 말할 데가 없구만.’

그때.

불현 차창 위로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스라한 서울의 야경을 뒤로 한 채 차창 위로 떠오른 사람의 인영, 그것은 피곤에 지쳐 있는 사람의 얼굴, 사각의 뿔테 안경을 쓴 채 자글자글한 주름을 안고 있는 늙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이게 누구지?’

곧 김우중 그는 차창에 손을 내밀어 보았다.

그러자.

탁-

차가운 유리창이 그의 손을 가로막았다.

일순 창 안의 남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늙은 남자가 자신과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

그러자 그 순간, 달아올랐던 그의 머리, 그의 몸이 차갑게 식어 버렸다.

‘이건…….’

창문을 본 그때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너무나 많이 늙어 버렸다는 것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시대가 완전히 바뀌어 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늙었군.’

그러자 그 순간, 쑤욱-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모든 감정, 모든 긴장들, 모든 분노들이 마치  망령처럼 사라져 버리더니 이내 차창 밖의 남자가 또한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간 거지?’

그리고 그 너머로 찬란히 빛나고 있는 도시 서울의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저 멀리 오라클 본사, 63빌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 이런 날이 또 오는군.’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남은 세월이라…….’

그 얼굴은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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