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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   310화 왕좌를 향하여 (4)

2000년.

20세기와 제2천 년기의 마지막 해.

세기말 분위기로 사이비 종교들이 판을 치고 전 세계가 공포에 떠는 것은 물론 Y2K라는 전 세계적인 해프닝에 사람들이 낚인 해.

그 해에는 꽤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일단 가장 먼저 1990년대 초 IT기술에 대한 기대로 촉발된 나스닥 버블의 거품이 붕괴됐으며, 이로 인해 한국 경제 성장의 새 원동력으로 기대되었던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우수수 낙엽 떨어지듯 쓰러졌다.

그리고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의혹과 매향리 미군사격장 피해 사실이 불거지면서 ‘반미’가 이슈로 불거지기 시작했고, 1945년 남북분단 이래 사상 최초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 남북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변화의 시대. 2000년 밀레니엄은 노도와 같은 변화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일어난 사건들 중에서도 대한민국 경제계에 꽤나 큰 충격, 대한민국 경제인들에게 꽤나 큰 교훈을 준 이벤트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왕자의 난’. 현대 그룹이라는 거대한 제국. 그 제국의 왕좌를 두고 벌어진 형제들 간의 피 튀기는 전쟁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게도 대한민국 경제계의 거인이라 칭해지던 정영주 회장의 아들들이 아버지의 세자 선정에 불만을 품고 자신들의 능력을 뽐내며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재벌가 형제의 잔혹사, 재계서열 1위 기업 현대의 분열 - 국X일보. 2000. 10. 22]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던 ‘형제의 강’ 그리고 1위의 꿈 ? 한X일보. 2000. 11. 30]

[현대 왕자의 난과 갈라진 운명,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 ? 매X경제. 2010. 10. 11]

서진 팔왕의 난.

후백제 신검의 정변.

조선 초 왕자의 난처럼.

그리고 그를 통해 현대그룹, 재계서열 1위의 거대기업이자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경제를, 정치를, 문화를 아우르던 거대기업은 쪼개진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그리고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어 버린 현대까지. 한때 대한민국을 아우르던 거대 집단이 잘게 잘려 버리는 것이다.

뭐 제국의 몰락이란 항상 비슷한 법이니까.

그리고 그 왕자의 난이라는 거대한 이벤트, 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

한때 정영주 회장의 총애를 받아 현대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했으나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남자, 정몽진이었다.

*

내가 말을 마치자 잠시 나를 바라보는 정몽진. 그의 눈이 파랗게 나를 찔렀다.

“후우….”

아마 할 수만 있다면 버럭 화를 낼 것만 같은 표정.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간신히 참아 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긴 그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그의 입장에??? 갑자기 나타난 새파랗게 어린놈이 뜬금없는 말을 던진 것일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참아 내리는 모습. 빠르게 표정을 수습해 나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모습을 보니 그의 그릇이 느껴졌다.

‘한성가 혈육들보다는 훨씬 낫다. 만약 그들이었다면 저런 자세를 보이지 못할 테니까.’

그때.

“……현대를 손에 쥔다라.”

정몽진, 그의 입이 열렸다.

아까와는 달리 착 가라앉은 어조. 그의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무게감과 약간의 불신 그리고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렇습니다. 관심이 있으십니까?”

“관심이라… 글쎄, 그걸 자네가 말할 자격이 있나?”

“글쎄요. 저도 일단은 한쪽 다리를 걸치고 있지 않습니까.”

“하, 그런가? 하긴 아버지의 총애를 보면 그럴 만도 하지. 그런데….”

잠시 말을 멈춘 그,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 관심, 그걸 꼭 가지고 있어야만 하나?”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냉정했다.

이 사람 이런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

그의 시선은 나의 말, 그것의 의도를 파악하겠다는 듯 예리한 빛을 띠고 있었다.

“현대그룹의 왕좌. 그 정도면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이름 아닙니까?”

“그건 자격 없는 자들이 하는 흔한 망상일 뿐이지. 본래 잡을 수 없는 것일수록 쉽게 말하는 법이거든.”

“……그 말은 현대를 쥐는 것에 관심이 없으시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잠시 나를 바라본 정몽진, 그가 내게 말했다.

“어차피 이미 내 손엔 현대가 잡혀 있으니까.”

순간, 나는 멈춰 섰다.

현대를 이미 쥐고 있다.

일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무슨?”

때문에 내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이내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 아직 모르는 모양이로군.”

“모르는 이야기요?”

“그래.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아직까진 대외적으로 알려지진 않은 이야기니까.”

그가 짐짓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허리를 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15일. 그룹 차원에서 발표가 있을 걸세.”

“발표라면…?”

“회장 취임. 정확하게는 나와 몽근 형님의 공동회장 취임이지.”

뭐?

일순 나는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정몽진과 정몽근의 공동 회장 취임. 그 말인 즉슨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이 시작된다는 말, 곧 이 기업이 찢어진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입니까?”

“그래. 나는 건설과 전자를 그리고 형님은 자동차를 이끌며 그룹을 이끄는 것으로. 뭐, 자네의 예상과는 달리 꽤나 평화로운 결과지.”

“설마 그게 가능하다 생각하시는 겁니까?”

“왜 안 될 것 같은가?”

안 될 것 같다.

고래(古來)로 권력을 나눈 자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을 본 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바라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아무렴 내가, 아니 우리가 그런 생각도 안 해 봤을라고.”

그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모습에선 현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뭐 그의 입장에서라면 그런 생각을 가질 만하긴 했다.

왕 회장이라 불리는 정영주 회장의 총애, 그리고 정 회장의 측근 세력의 충성 맹세. 그동안 쌓아 올린 형제들 간의 우애와 이번에 있었던 협상 결과 등이 그런 생각을 가져왔겠지.

하지만.

“큰일이군요.”

그것은 그저 장밋빛 미래일 뿐이었다.

그것도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그러자 일순 정몽진, 그의 얼굴이 굳어 내렸다.

“뭐라고?”

아무래도 나의 말이 그의 심기를 거스른 것 같았다.

“장인어른.”

“……그래 사위.”

“아까 저한테 실수를 했다고 말씀하셨죠?”

“그랬지.”

“이번엔 장인어른께서 큰 실수를 하신 것 같습니다.”

“뭐?”

“함정에 걸리셨다는 말입니다.”

일순, 정몽진 그의 얼굴이 굳었다.

함정이라는 말, 그 말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 그것이 그의 얼굴을 습격했다.

“……함정이라고?”

“네. 함정. 그것도 한번 걸리면 쉬이 헤어 나올 수 없는 지독한 함정에 말입니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다시 한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내가 기억하는 미래를 떠올렸다.

앞으로 얼마 뒤, 그러니까 정몽진이 현대전자의 수출 사업을 위해 해외 출장을 간 사이 정몽근 회장은 현대그룹을 손에 쥐기 위한 기습 작전을 시작한다.

정몽진 회장이 방심한 틈을 타 그의 최측근인 손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로 전속보직시킨 뒤, 자신의 측근인 현대캐피탈 노정익 부사장을 현대증권의 회장으로 올리며 현대증권을 손에 넣는 한편, 최윤규 현대상선 사장, 김현수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의 현대경영자협의회의 사람들 끌어들여 현대금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현대 그룹의 권력구조 변동? 손익치 현대증권 회장 고려산업개발 전보, 빈자리는 노정수 현대캐피탈 부사장으로 내정 ? 한X경제. 2000. 10. 15]

물론 정몽진 그 또한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법,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귀국한 그는 측근인 손익치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 사람들을 규합, 손익치 회장의 인사 발령을 무효화하고 정몽근 회장의 그룹 공동회장직을 박탈하여 현대그룹의 경영 주도권을 쥐려 한다.

선기를 빼앗긴 만큼 역습을 가하려 한 것이다.

[정몽진 회장 측 정몽근 회장의 갑작스러운 인사이동 ‘야음을 틈탄 쿠데타’라고 격렬히 비난 ? 매X경제. 2000. 10. 20]

하지만 그의 공격, 그의 역습은 처참한 실패로 끝나 버린다.

다른 형제들과 사장들, 기업의 회장들, 그들의 아버지인 정영주 회장까지 전쟁에 끼어든 이후 간신히 ‘현대그룹’이라는 이름만은 지킬 수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미래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런 만큼 현재의 상황은 급박했다.

이대로 있는다면 정몽진 그에게 남은 것은 과거와 같은 패배뿐일 테니까.

“이제 곧 저쪽에서 공격이 들어올 겁니다. 아마 그 공격은 장인어른이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통해 들어오겠죠. 그러니 움직이셔야 합니다. 이젠 생존이 문제니까요.”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정몽진, 그가 약간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 설마 지금 내 손으로 내 형제의 목을 치라는 말인가?”

“아닙니다.”

“그럼?”

“생존을 도모하라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미래는 뻔할 테니까요.”

일순 그의 눈이 깊어졌다.

그의 눈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현재의 상황을 파악, 내가 한 말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자네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그가 곧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나에 대한 불신을 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몽근 형님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그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래. 자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 그렇게 호락호락한 회사는 아니야. 몽근 형님 혼자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이지.”

확신에 찬 어조. 그의 말은 일정 부분 사실에 닿아 있었다.

분명 정몽근 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어떨 거 같습니까?”

“뭐?”

“만약 다른 가족들이 장인어른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가족에 대한 생각보다 욕심이 더 크다면 그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것은 이론상의 한계일 뿐이었다.

상황을 맞이한 이들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은 먹잇감의 안위 따윈 상관하지 않고 물어뜯는 법이었으니까.

그러자 그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러고는 파랗게 질린다.

“설마….”

그 또한 머리가 있는 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쟁은 일어납니다. 그러니 선택하셔야 합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기업의 핵심, 알짜배기들을 모두 다 빼앗길 것인지. 아니면….”

그리고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말을 맺었다.

“빼앗을지.”

그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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