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19화 과거의 내가 아니다 (2)

다음날, 미아국민학교의 음악실.

수행평가를 앞둔 학생들이 막바지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삑- 삑- 삑- 삐비비비빅 삐-----

하지만 정작 나오는 소리는 엉망진창.

자꾸만 삑사리가 나는 리코더와 호흡이 딸리는 멜로디언.

악기를 다루는 아이도 그 소리를 듣는 아이들도 모두다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나이 대 애들이 다룰 줄 아는 악기라곤 보통 그뿐, 싸구려 리코더와 멜로디언이라도 연주하지 않는다면 히스테릭한 음악선생에게 야단을 맞을 것이 분명했다.

한편.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며 손을 풀고 있는 학생들, 제법 부티가 흐르는 옷차림을 하고 있는 녀석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흐르고 있었다.

바이엘 1권부터 체르니 30까지.

그들은 리코더와 멜로디언 같은 양산형 악기와는 태생이 다른, 현악기의 왕이라 불리는 피아노를 학원에서 정식으로 배운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네 학원, 국제 콩쿨은커녕 그저 국내 대학 음악과를 나온 동네 원장의 실력이긴 했지만.

그게 어딘가.

생전 피아노엔 손가락 하나 대 보지 못한 달동네 아이들에 비하면 그것 또한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배움이란 본디 본디 그런 법이니까.

한데?

10살 아이들 틈에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악기를 다루기 위해 노력하지도, 서툰 악기를 다루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지도 않은 아이.

김준영.

3학년 1반의 성적 1등이자 전교 1등. 달동네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이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존재.

"······."

김준영의 모습을 본 부촌 아이들의 얼굴이 비웃음이 걸렸다.

평소 김준영의 집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는 만큼, 가정 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악기를 배우지 못 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김준영. 꼴좋다. 그렇게 나대더니 결국 이번 수행평가는 빵점 맞겠네?"

"그러게 뭐 공부 좀 잘하면 뭐해. 피아노 하나 제대로 못 치는데."

"개나 소나 부는 게 리코더인데. 하하 이러다가 전교 1등 놓치는 거 아니야?"

다들 김준영의 모습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

김준영을 비웃던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 다들 준비 됐지? 지난 번 시험 성적 꼴등부터 나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떼마냥 학생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나가 조야한 연주를 하고 난 뒤, 준영의 차례가 됐을 때 그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선생님."

"어?"

"이 기타 좀 써도 될까요?"

순간, 음악 교사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준영이 가리킨 것은 음악실 한쪽 다른 악기들과 함께 전시 되어 있는 어쿠스틱 기타.

자신 또한 지인에게 선물 받은 뒤 간단한 관리만 해 온 악기였다.

"뭐 기타? 준영이 너 이거 칠 줄 알아?"

음악 교사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평소 개인 레슨은커녕 리코더 하나 제대로 살 수 없을 만큼 준영의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준영의 말이 정말 의외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네, 뭐 조금 칠 줄 알아요."

김준영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

"네. 아는 분한테 배웠거든요."

준영 대답을 들은 교사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마음만 같아선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학생들의 성적을 위해 준영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미 다른 아이들 또한 음악실 안에 있는 피아노를 사용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제와 준영에게 기타를 써선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뭐 설마 진짜 치겠어? 치는 시늉이나 대충 하겠지.'

결국 음악교사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10살짜리 국민학생이 기타를 쳐봐야 얼마나 치겠냐는 생각이 표정에 드러났다.

"그래 한번 쳐 봐. 대신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평가할 거야. 익숙하지 않은 악기라고 봐주고 뭐 그런 거 없단 말이야. 알았지?"

그러나.

교사의 예상은 시작하자마자 빗나가 버렸다.

"네. 그럼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교사의 엄포에 준영이 겁에 질리기는커녕 살짝 웃는 얼굴로 순식간에 튜닝을 끝내 버리더니, 이내 능숙한 모습으로 코드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띠리링-

준영의 손가락이 움직임에 따라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기타의 선율.

그리고.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준영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목소리.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 특유의 미성이 김광석이 불렀던 불후의 명곡을 재해석해 낸다.

음악실 내에 있는 사람들의 귀와 입이 크게 벌어졌음은 물론이다.

***

음악실을 빠져나오자마자 박아영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준영아 너 기타 잘 쳐?"

"응?"

"아니 방금! 방금! 기타 친 거!"

잔뜩 상기된 얼굴을 보니 내가 기타를 친 것 자체가 신기한 것 같았다.

"너 분명 저번 주까지만 해도 리코더도 제대로 못 불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박아영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표정들이다.

하긴 이제 막 10살 남짓한 어린아이들, 그런 그들이 언제 기타 연주를 들어보았겠는가.

기껏해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나 들어보았겠지.

사실 과거에 나는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었다.

어머니 혼자 벌이로는 다른 아이들처럼 태권도를 다니거나 피아노 학원을 다닐 만한 여유가 없기에 학창 시절 내내 다뤄본 악기라고는 리코더나 멜로디언을 다였다.

때문에 음악 실습시간이면 매일매일 긴장의 연속, 가뜩이나 나를 안 좋아하는 음악 교사의 등쌀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다.

‘다들 잘 들어. 오늘까지 노래 다 못 외운 사람들은 종아리 5대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안에 노래 다 외워! 알았지?’

‘김준영! 똑바로 못 해! 그래 가지고 오늘 안에 노래 다 외우겠어? 쯧쯧 저기 자영이랑 규선이 봐라 얼마나 잘하니. 너도 좀 저렇게 열심히 좀 해!’

‘너네 엄마한테 뭐 악기학원이라도 하나 보내달라고 좀 그래라. 거, 원비 얼마나 한다고. 으이구 진짜, 학교 수준······ 빨리 전근을 가든가 해야지.’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 후 군대에서 후임이 인디밴드 기타리스트 출신이라는 걸 알자마자 그에게 부탁해 기타를 배웠다.

기타를 배움으로써 어릴 때의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뭐 나중에 그 후임이 텔레비전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봤을 땐 제법 놀랐었지만.’

어쨌든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나쁘지 않은 무대였던 것 같다.

그래 이 정도면 아무리 나를 싫어하는 음악교사라도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며칠 뒤.

기대했던 대로 좋은 결과가 나를 찾아왔다.

종례 때 교실에 들어온 담임교사가 상기된 얼굴로 내가 전교 1등을 했음을 알려 온 것이다.

"여윽시 이번에도 준영이가 전교 1등을 했다. 다들 준영이한테 박수!"

은행에서 3억 원 대출을 받은 뒤 나름 걱정을 해 왔던 터라 추가 1만 평의 땅이 내심 반가웠다.

"하하 요즘 너희들 덕분에 선생님도 기분이 좋다. 그럼 다들 오늘 하루 공부 열심히 하고! 준영아 정말 수고 많았어! 어휴 정말 우리 반에 이런 보물이 또 없······."

요즘 부쩍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담임의 칭찬 세례가 이어진다.

하지만 뭐, 열 살 수준의 성과로 칭찬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중요한 것은 차트, 나의 주머니를 풍족하게 바꿔 줄 숫자들이다.

[성우타이어 20,800 → 81,500. 상승률 4배]

[페이퍼컴퍼니 26,700 → 91,700. 상승률 3.4배]

[유리스제작소 8,500 → 82,000. 상승률 9.8배]

[우세포리머 5,800 → 51,800. 상승률 9배]

[동광제약 10,600 → 80,000. 상승률 6.8배]

현재 내 수중에 들어와 있는 총알은 약 3억 원. 판교에 있는 땅을 담보로 대출 받은 돈으로, 현재 이 돈들은 내가 가진 증권사 계좌 속에서 출격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물론 진즉부터 3억 원을 동원해 투자를 했었다면 얼마간의 수익을 거둘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섣불리 총알을 쏟아냈다가 다른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주가상승이라는 파도를 허무하게 넘겨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뭐 그것만으로도 일반적인 투자자보다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성공을 거두는 것이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해일. 우리나라 금융계의 생태계를 뒤바꿔 놓을 딥임팩트를 생각해 보면 어떻게든 이번 페이즈에서 내가 가진 총알의 갯수를 불려 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제 준비는 거의 끝났으니까.’

그런데 내가 가방을 챙긴 뒤 이어진을 만나러 가려하고 있을 때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평소 나를 본척만척하던 김자영이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준영아. 학교 끝나고 뭐해?

나에게 전교 1등자리를 빼앗긴 것 때문에 잔뜩 분해 있을 거라 생각했던 터라 그녀가 말을 걸어온 것이 약간 의외였다.

"응. 왜?"

하지만 정작 더 의외였던 것은 그녀의 말이었다.

"그게··· 음··· 괜찮으면 나랑 같이 공부하지 않을래?"

뭐? 김자영의 말에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김자영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조심스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그, 그러니까 저기 학교 앞에 한샘 독서실 있잖아. 거기서 같이 공부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엄마도 알겠다고 했어. 그리고··· 내가 다니는 보습학원 선생님도 너랑 한번 같이 오라고···."

아무래도 내가 2번 연속 올백으로 1등을 차지하자 방법을 바꾼 것 같았다.

하지만.

"미안. 바빠서 안 될 것 같아."

나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열 살 아이였다면 학원과 독서실을 공짜로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아했겠지만.

‘서른일곱에게는 학원이랑 독서실의 부동산에 더 관심이 있지.’

뭐 아무튼.

조심스런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던 김자영이 세상 다시없을 만큼 빨갛게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뭔가 말을 건넬 시간도 없이 호다닥- 몸을 돌려 교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앙-

교실 뒤편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뭐야?’

갑작스런 소음에 슬쩍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국민학교 6학년은 되어 보이는 체구의 남학생 하나가 숨을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미아국민학교 3학년 1반의 골목대장 신세현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것은 前 전교 1등이자 3학년 1반의 반장인 김자영과 사귀는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같은 학원에 다니고,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하고, 같이 준비물 챙기고, 방학 때 같은 교회 수련회에 가는 것.

그리고 나중에는 더 나아가 결국엔 결혼까지 해 나는 아빠, 너는 엄마······.

‘자영아···.’

하지만 그녀는 절벽 위의 꽃.

얼굴도 예뻐, 집도 부자야, 성적도 전교 1등, 거기에 반장까지.

열 살 아이지만 ‘스펙’이란 개념은 이미 마음속에 박혀 있다.

같은 교실에 있지만 ‘급’이 다른 여자.

그래서 신세현은 김자영을 향한 마음을 보이지 않게 숨겨두고 있었다.

"자영아, 나 너를 좋아···."

"미안, 나 이런 거 관심 없어."

다른 반에서 꽤 잘 나가는 친구, 혹은 상급생 선배들도 줄줄이 까이는 마당이라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요즘,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모든 남자들의 대쉬를 철벽으로 방어해 오던 그녀가 요즘 들어 자꾸 김준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수업 시간에 늘 칠판, 점심시간에는 책, 운동장에서도 책, 하교 시간에는 부리나케 학원으로 달려가던 그녀가 언제부터인가 김준영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김자영을 늘 주시하고 있는 신세현은 그런 변화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뭐지? 설마···?’

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신세현은 그것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김준영에게 전교 1등자리를 빼앗겨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영이가 많이 힘들었나 보네.’

그러나 오늘 그는 보았다.

김자영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김자영의 제안을 김준영이 거절한 순간 김자영이 눈물을 흘리며 교실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것을.

순간, 신세현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김준영 저 자식!’

하지만 그렇다고 제 성질대로 김준영을 후려칠 수는 없었다.

물론 키로 보나 몸무게로 보나 허우대만 멀쩡한 김준영에게 자신이 질 것 같진 않았지만, 요즘 들어 선생님들의 총애 듬뿍 받고 있는 김준영을 괴롭힐 도?? 바보는 아니었다.

‘아오 枰? 저놈, 공부만 못했어도.’

때문에 그? 티 ? 나게 김준영의 콧대를 뭉개 버릴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티 안 나게 저놈을······.’

그리고 그 결과, 그는 김준영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 줄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 축구가 있었지?’

체육실기.

축구 시합에서 김준영을 박살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19화
[20 / 총381]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19화

연재 총 3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