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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화 거절할 수 없는 제안 (4)

2002년.

그 해는 꽤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 해였다.

일단 가장 먼저 2001년, 9.11 테러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장기화되었다.

그리고 그를 틈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을 침공, 팔레스타인이 그에 저항하면서 중동의 분위기가 한층 격화되었다.

미국 ‘LA 타임스’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7개국의 핵무기 사용 계획을 담은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가 공개되면서 일대 파문을 일으켰고, 전달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잇따른 망언으로 도마에 올랐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또다시 교과서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전환기의 모습.

기존의 세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한가운데. 세계라는 바다가 풍랑에 휩싸였을 때 그 한가운데 떠 있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배였던 것이다.

덕분에 2002년 3월, 대한민국 국민들은 명확하지 않은 혼란 속을 거닐고 있었다.

분명 지난 몇 년간 IMF라는 거대한 수렁을 지나쳐 곧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축제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그것이 곧 사회, 정치, 문화적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 가지 흥미로운 소식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귀에 당도했다.

차기 대선 후보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가회동 가족빌라 물의’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평가등급을 A3에서 Baa1 하향 조정하는 와중에 당도한 소식.

그것은 바로… 오라클(Oracle).

대한민국의 거대 기업이자 시가총액 2위의 거대 기업.

대한민국의 통신 전자 산업의 최전선에 자리한 기업, 오라클이 무려 5억 톤 규모의 유전을 개발, 그 성과를 가지고 대한민국으로 도래한다는 소식이었다.

[김준영 회장, 오라클이 가진 2억 5천만 톤에 달하는 원유 물량, 빠른 시일 내로 국내에 들여올 것! - 매X경제. 2002. 03. 25]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인천 앞바다. 거대한 메가 크레인들과 물류들이 하역되고 있는 거대한 부두.

우리나라 서해의 최북단에 속한 거대 항구이자 수도권 물류의 심장.

엷은 해무가 뿌옇게 가라앉아 있는 그곳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왜냐하면 오늘 이곳, 인천항에 그들이 기다리는 남자. 대한민국 최초로 매머드급 유전을 찾아 낸 남자, 김준영이 도래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진득하게 기다려 봐. 이제 겨우 9시구만, 뭘 그렇게 딱딱거려.”

“빌어먹을 난 8시부터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러지!”

사실 그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오라클.

국내 기업 순위 2위. 대한민국의 통신, 전자기기 산업의 최선두에 서 있는 기업. 그 기업의 장이 오랜만에 국내로 들어오는 장면, 그리고 운이 좋아 인터뷰를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그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현재 국내에서 김준영의 위상은 높았으니까.

하지만.

“이거, 와야 말이지.”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이 기대하는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전에 파악한 바로는 오전 9시. 이곳에 김준영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가 온다는 소식도 그가 탔다는 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곤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분주히 움직이는 정크선들의 모습뿐이었다.

“그러게. 이거 데스크에 한 번 더 물어봐야 하나?”

“왜 데스크는 뭐 다른 수가 있고?”

“혹시 알아? 오라클 본사에 물어볼 수 있을지?”

“퍽이나. 아마 지금쯤 통화 불가만 뜨겠지. 우리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데.”

때문에 그들이 한숨을 내쉬며 언제 올지 모르는 김준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을 벗어났을 때 김준영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거 왜 인천항으로 온다고 한 거야? 아니 비행기 타고 오는 거 아니었어?”

“몰라. 아무래도 황금평에서 금방 온다는 거 같은데. 뭐 크루즈라도 타고 오는 거 아니겠어?”

“크루즈?”

“그래. 돈이야 터질 정도로 있으니 호화 여객선 정도는 타고 오겠지.”

그런데 그때.

“어, 저거. 저거 뭐야?”

이변이 벌어졌다.

“뭔데?”

“저기 저거 말이야!”

그때까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바닷가 쪽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난 것이다.

“아니 뭘 보고 말하는 거야?”

“저거! 저거 안 보여?”

안개를 헤치며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그림자. 그것은 바로….

“어… 저거….”

빠앙-

거대한 규모의 대형 선박.

10만 톤급은 족히 넘어 보이는 거대한 규모의 유조선과 그 거대한 배 위에 서 있는 남자, 김준영의 모습이었다.

“미친, 저걸 타고 왔다고?”

사람들의 크게 입이 벌어졌다.

*

[파격! 유조선 위에 선 김준영 회장 ‘첫 물량은 직접 가져오고 싶었다’ 밝혀… - 한X일보. 2002. 03. 27]

지난 초 중국 내륙지방에서 약 5억 톤(40억 배럴) 가량의 거대 유전을 발견한 오라클의 김준영 회장이 오늘 아침 인천 앞바다를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자신을 기다리는 수백 명의 시민들과 취재진들을 발견한 김준영 회장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첫 번째로 채굴한 물량은 제 손으로 직접 국내에 들여오고 싶었다’는 말을 꺼내며….

“파하하하하 자네도 참 자네구만. 아니 그래서 유조선을 타고 들어왔다고? 인천 앞바다에?”

파안대소를 내뱉는 정영주.

그거 검버섯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 나는 명부(冥府)에 가까워져 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죠.”

“아니 얼마나 가져온 건가?”

“10만 톤. 70만 배럴을 조금 넘는 양입니다.”

그러자 그가 듣자마자 씨익- 짙은 웃음을 보인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나이에 비해 참 천진한 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허 참 대단하구만. 아니 그런데 벌써 그런 물량이 뽑히나?”

“아뇨. 빌려왔죠. 배도 기름도 모두 다.”

“뭐어?”

“그리고 배도 중간에 헬기로 옮겨 탔습니다.”

“아니 왜?”

“물이 들어왔으니 저어야죠. 민심과 이미지라는 노를.”

그러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정영주, 그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싫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그 또한 파격적인 행보로 뭇 사람들에게 전설이 된 사람이니까.

“하하 이 사람 이거 사기꾼 다 됐구만. 아니 그래서 아예 없는 걸 있다고 해? 나중에 들키면 어쩌려고.”

“누가 알겠습니까. 그리고 누가 말하겠습니까. 이미 자기들 입으로 사실을 만들어 놨는데.”

“이 사람 못 본 사이에 늙어서 왔군.”

“성숙해진 거죠. 이제 저도 성인 아닙니까.”

나는 슬쩍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나의 나이 이제 20살. 법적으로 성인이 된 만큼 이제 내 앞을 막을 건 없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정영주, 그가 천천히 웃음을 가라앉히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하 이 사람. 못 당하겠군. 그래 중국에선 제법 많은 것을 거둔 것 같구만.”

그리고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내게 물었다.

“그래. 어떻던가 요즘 중국은? 나도 예전에 가 보긴 했지만 요즘엔 영 힘이 들어서….”

그 모습은 손자의 자랑을 듣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하지만 꽤나 깊은 눈을 가지고 있는 존재의 모습이었다.

“아직은 혼란스럽지만 그만큼 격동적입니다. 기회가 있는 땅이죠.”

“그래? 요즘 들어 개나 소나 다 들어간다고 해 진흙밭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구만.”

“뭐 진흙밭은 맞습니다. 돈이 고이는 곳이니 만큼 이상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죠.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혼탁할수록 고기가 많은 법이라는 걸.”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내가 한 말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었다.

“하긴 너무 맑은 강에선 주을 게 없지. 이미 오가던 놈들이 죄다 가져갔거든.”

“네. 덕분에 제법 많이 긁어 왔습니다. 아직도 긁을 게 많구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족대질을 할 생각입니다.”

“거참. 족대 한 번 담가 보지 않은 사람이 참 어찌 그리 잘 아누.”

“다 아는 수가 있죠.”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이미 근 십 년을 봐 온 사이인 만큼, 같은 직종, 같은 일에 종사했던 사이인 만큼 많은 말이 필요하진 않았다.

“허허 참 자네 말을 들으니 나도 가슴이 뛰는구만.”

“그렇습니까?”

“그래. 기회만 닿으면 가고 싶군. 특히나… 그 자네가 만들었다는 거기 황금평. 거기가 참 궁금해. 중국과 북한 사이에 땅이라니. 하 참 겁도 없어.”

그가 대견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원하신다면 모시겠습니다. 할머니랑 같이 한번 오시죠.”

“하하 말만이라도 고맙네. 하지만 이젠 알아.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왜긴 이젠 이 몸뚱아리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으니까.”

그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어느새 앙상해진 팔을 들어 주변을 가리켰다.

“여길 보게. 이젠 이 집, 이 큰 집에 찾아오는 이도 하나 없어. 다들 아는 거지. 이 집의 주인이 이제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올해 초 그는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지분을 나의 예비 장인인 정몽진에게 넘겼다.

덕분에 현대가의 권력구조는 어느 때보다 단단해져 있는 상태였다.

뭐 그로서는 약간의 회한을 막을 수 없는 것 같았지만.

“그런데 자네는 왔군. 그래. 자네. 이 늙은이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겐가?”

“꼭 바라는 것이 있어 왔겠습니까? 저흰 곧 혈육이 될 사람들 아닙니까?”

“혈육이라.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간지럽구만. 하지만 이젠 알지. 자네가 그런 것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란 걸.”

그가 맑은 눈, 정영주 특유의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이가 먹어 기력이 쇠했지만 여전히 그는 깊고 큰 사람이었다.

“말해 보게 자네 같은 사람이 이곳에 온 이유. 그게 있을 거 아닌가.”

“회장님.”

“그래. 작은 선생.”

“회장님께서 일궈 놓으신 것들 중 하나, 그걸 얻고 싶습니다.”

“내가 일궈 놓은 것?”

“네.”

“글쎄, 그거 참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든 데?”

“가장 가벼우면서도 가장 무거운 것, 가장 만들기 쉬우면서도 가장 만들기 어려운 것. 그것을 컨트롤할 힘을 가지고 싶습니다.”

일순 정영주 그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는 지팡이의 머리 부분을 쓰다듬던 그가 고갤 들어 나를 직시했다.

“늙은이의 골수까지 빼먹고 싶은가 보구만.”

내가 원한 것은 그가 가진 권력의 핵심들 중 하나.

그가 한때 이 나라를 움켜쥘 수 있게 만들었던 근원.

바로 정보망이었다.

“필요한 것입니다. 주시겠습니까?”

“주고 싶지. 하지만 이미 다 넘긴 상태야. 그러니 그런 것이 있다면 내가 아닌 자네 장인에게 물어야지.”

“구 비서실의 인원들, 실질적인 실무 인력들 모두 회장님의 컨트롤 안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눈이 있었나?”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저희는 한 가족이 될 사람들이라고.”

나는 씨익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허공에서 마주치는 눈빛. 그 종국엔 그의 웃음이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하지.”

그렇게 잠시 웃던 그, 그가 뚝 웃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물었다.

“좋아. 장사치가 장사치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 그럴 수 있어. 하지만 합당한 값어치를 제시해야 할 거야. 이제 나는… 해 보지 않은 것보다 해 본 것이 더 많은 사람이니까.”

그의 눈이 번뜩였다.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죽음을 앞둔 쇠락한 사자가 아닌, 한창 때의 위세를 뿜어대는 백수의 왕이었다.

쿵-

단장으로 바닥을 내려친 정영주, 그가 냉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묻지. 자네가 내게 줄 수 있는 것, 자네가 내게 대가로 보일 것, 그게 뭐지?”

그의 눈이 깊고 깊은 눈을 바라보며 나는 짧게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나는 손을 그러쥐었다.

“이 국가.”

그리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대한민국의 핏줄과 몸뚱아리를 쥐어 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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