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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 283화 지름길 (2)

집으로 들어간 나의 눈에 보이는 풍경,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습이었다.

“왔느냐?”

“준영아 왔어?”

내가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나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네는 두 사람.

어머니 최선영과 나의 할머니 김귀란, 두 사람이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그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까지 같이 있었단 말이야?

그것도 웃음을 지으면서?

그동안 어머니와 할머니인 김귀란의 사이가 어떻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분명 그간의 일들로 둘 사이가 그 전처럼 살벌한 기색을 띄고 있지 않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없는 자리에서 담소를 나눌 정도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담소는커녕 서로 말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다행이지.’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내 생각이 어떻든 두 사람은 지금 이곳에 있었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자 그러려니 하는 표정을 하고 있는 사용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으로 미뤄보아 내가 오기 한참 전부터 두 사람의 대화가 계속됐던 것이 확실해 보였다.

‘이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실을 입에 올릴 정도는 아닌 바, 나는 천천히 어머니, 그리고 김귀란에게 인사를 건네며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오셨어요?”

그러자 두 사람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을 하다가 온 것이냐?”

먼저 말을 건넨 사람은 김귀란, 그녀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나서요.”

“그래? 들어보니 요즘 통 집에 오지 못했다던데. 그렇게 일이 바쁜 것이냐?”

“뭐 그렇긴 하죠. 요즘 제품 수요도 그렇고 찾는 사람들도 제법 있어서요.”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자고로 사람이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지. 피곤한 것은 나중에 풀 수 있어도 기회는 그때가 지나면 끝인 법이니까.”

뭐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할머니, 김귀란의 말이었다.

그녀라면 그렇게 대답하리라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다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駭?.

“…하지만 혼자 있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저녁만은 같이 하도록 하거라. 정 못하다면 내 회사에 말해 놓을 테니 가볍게 외식을 해도 좋고.”

……뭐?

아니 지금 나온 말이 김귀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아?

내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김귀란을 바라보자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천천히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여는 그녀였다.

“아가. 뺐? 말을 해 놓을 테니 언제든지 사용하도록 해라. 우리 호텔 체인이야 나름 평이 괜찮으니 입에 맞을 게야.”

그 모습은 마치 정다운 고부(姑婦). 제법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온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에 닿아있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어머니, 우리 어머니, 이날 이때껏 정당한 며느리의 대우를 받지 못해 왔던 어머니께서 약간은 어색한, 하지만 고요한 안색으로 그 말을 받아들인다는 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어, 어머님.”

…….

이쯤 되니 내가 없었던 지난 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CCTV라도 설치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게 충격적인 대면이 끝난 뒤, 우리의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그럼 어머님 식사 먼저 하실까요?”

“그래. 그러자꾸나. 준영이도 왔고. 시간도 늦었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은 놀랍게도 여느 집의 저녁 풍경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부터였을 거예요. 그날부터 갑자기 준영이가 어리광도 안 부리고 아침에도 잘 일어나고 성적도 맨날 100점을 맞아 오더라고요.”

“그날부터라. 그럼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이로구나?”

“그렇죠. 그 전에는 그냥 또래 아이들처럼… 음 그러니까 지금처럼 어른스럽지는 않았거든요. 뭐 좋게 말하면 활발하고 나쁘게 말하면 개구쟁이였죠.”

“하, 그것 참 놀랍구나. 저 애늙은이 녀석이 또래 아이 같은 모습이라. 그래 그리고 또?”

저녁 식사 시간 내내 가볍게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 그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신기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하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

‘이 양반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그것은 김귀란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우리 집에 온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우리 집에 와서 저렇듯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나의 상식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요즘 들어 좀 유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지. 저 양반은 자신의 아들들조차 필요에 의해 버린 사람이니까.’

하지만 뭐 조급해 할 것은 없었다.

어차피 그녀에게 꿍꿍이가 있다면 어차피 곧 밝혀질 테니까.

*

잠시 뒤, 식사를 마친 우리는 후식으로 나온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맛있게 드셨나요?”

“그래. 정갈한 게 입맛에 맞구나.”

대화의 주제는 주로 나에 대한 이야기, 아까 식사 때 나오던 이야기의 연장이었다.

“…그러니까 그땐 준영이 보겠다고 온 여학생들이 한 가득이었죠.”

“허허, 그럴 만도 하지 사실 저 녀석 애비도 비슷했거든.”

그런데 그때.

따르르릉-

전화가 걸려왔다.

걸려온 전화는 어머니를 부르고 있었다.

“아, 어머님 죄송해요. 갑자기 연락이….”

“괜찮다. 나는 신경쓰지 말고 일 보거라. 원래 일이라는 게 예고 없이 터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어머니가 밖으로 나간 순간, 나는 김귀란, 그녀에게 물었다.

“갑자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주 단도직입岵막?.

만약 어머니에게 뭔가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사전에 차단할 요량이었다.

그러자 잠시 뜻 모를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가 피식 웃음을 보였다.

“녀석.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온 거 같은 반응이구나?”

약간은 서운하다는 듯 혀를 차는 그녀,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녀와 우리 모자 사이에 믿음이 부족했으니까.

“못 올 곳은 아닌데… 그동안 안 오셨던 곳이라 그렇죠.”

“뭐 오랜만에 고부(姑婦)간의 이야기를 좀 나누러 왔다. 제법 이야기가 통하더구나.”

“고부요?”

“그래. 시어미와 며느리니 고부가 아니면 뭐겠느냐.”

그녀가 담담한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것은 진의를 숨긴 날카로운 칼에 닿아 있었다.

“회장님.”

“할머니.”

나의 말에 살짝 호칭을 정정하는 김귀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후, 그래요. 할머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신 거예요.”

“고얀 녀석. 할머니한테 그 말이 뭐냐 꿍꿍이라니.”

“그만큼 갑작스러우니까 그렇죠. 생전 안 하시던 일이잖아요.”

그러자 잠시 말을 멈춘 그녀, 그녀가 탁탁- 테이블을 두드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분명 안 하던 일이지. 하지만… 이제는 하려고 한다.”

“네?”

“할미 노릇, 시어미 노릇 하려 한다는 말이다.”

그녀의 눈이 나를 직시했다.

“네 녀석이 그렇게 만들었지.”

그 말, 그녀의 말은 꽤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말이었다.

내가 당신을 변화시켰다. 그 말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결과였으니까.

이때만은 나도 입이 잘 벌어지지 않았다.

분명 그녀의 말은 짧고 어조는 낮았으나 무게는 무거웠다.

“…….”

그리고 그렇게 잠시 시계 초침이 째깍 소리를 내며 시계의 절반을 돌았을 즈음, 천천히 김귀란의 입이 열렸다.

“준영아.”

“네. 할머니.”

“넌 어디까지 가려 하느냐?”

“…어디까지 가려 하냐고요?”

나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재계서열 3위, 아니, 이젠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아무튼 너는 이제 위로 올라섰다.  내가 고개를 들어야 할 정도에 있지. 그런데… 그런데도 여기서 더 올라가고 싶은 것이냐?”

그녀가 묵직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 처음 내가 그녀를 보고 나의 가치를 어필할 때 나를 바라보던 시선, 그 시선은 그것에 닮아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물론… 이라고?”

“네. 제가 갈 수 있는 곳, 그곳까지는 가고 싶어요.”

“……왜지?”

“지금이라면… 그럴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분명 현재의 나는 제법 높은 곳에 올라와 있었다.

대한민국 재계서열 3위. 아니 어쩌면 그녀의 말대로 2위, 그 위치에 설 수도 있었다.

그런 만큼 만족함을 알고 이쯤에서 멈춰 설 수도 있었다.

이미 번 돈만으로도 과거의 나의 삶을 몇 번이나, 몇 백, 몇 천 번이나 더 바꿀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저는 그 끝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일로 바꿀 거예요.”

아직은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또한 많았지만 할 수 없는 일들 또한 많았다.

그런 만큼 나는 멈춰 설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움직여야만 했다.

그것이 이제는 본능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욕심이 많구나.”

“욕심은 능력이 없을 때 하는 말이죠. 이건 그러니까 야망이에요.”

“야망이라….”

일순, 김귀란 그녀가 시선을 바꿨다.

그리고는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좋다. 그렇다면 내가 그 야망 도와주마.”

그녀가 탁- 테이블을 쳤다.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나는 의아한 낯을 보였다.

“돕는다구요?”

“그래.”

그리고는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인 그녀가 목소리를 낮춰 입을 열었다.

“지름길이 있다. 네 녀석의 야망을 향한.”

현재의 맥락상 그녀의 말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 위로 향하는 길에 대한 지름길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했다.

“……지름길이요?”

“그래. 사실 이건 너도 알고 있는 길이지. 하지만… 네가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은.”

그러자 그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저번 청와대에서 들었던 정영주 회장의 말.

김귀란과 정영주의 친분.

갑자기 나온 그녀의 발언.

그 모든 사항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예상되는 결론, 설득력이 높은 결론은 한가지였다.

“할머니 설마 그 길이….”

내가 가만히 입을 열자, 김귀란 그녀의 눈이 구부러졌다.

“눈치 빠른 녀석.”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그래. 아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을 거다.”

그렇게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준영아.”

그리고 그 끝에는 그녀의 야망이 담겨 있었다.

“우리 현대 한번 먹어 보지 않으련?”

그녀의 눈치 파랗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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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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