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착하게 살자 (3)
와우리로 향하는 소형버스 안.
험상궃은 사내들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막내! 오늘 준비 다 끝났어?"
"아 예 형님! 준비 다 끝내놨습니다!"
"그래?"
"예, 오늘 쓰실 서류는 저쪽 가방 안에 정리해 뒀고 이쪽엔 어르신들 드릴 과자랑 음료수 같은 것들 포장해 뒀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오늘 있을 마지막 작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오늘 작업이 마무리되면 뭘 하고 싶은지 같은 잡담 같은 것들이었다.
"새끼, 어르신들은 무슨 그냥 호구새끼들이지. 그래 뭘로 준비 했는데?"
"아. 그게 마지막 날이고 해서 오늘은 화과자랑 양과자 같은 걸로···."
"에라이 인마 그 노인네들 어차피 막 입이라 고급과자 줘도 모른다니까. 그냥 한 가지만 하자 뭐가 더 비싸?"
"아··· 화과자가 좀 더 비쌉니다."
"그래? 그럼 양과자만 조금 넣어. 어차피 초코파이를 줘도 좋아할 노인네들이니까."
그들은 대부분 양아치들.
번지르르한 정장을 입고 포마드를 바르고 있긴 했지만 그들의 태생은 배운 것 하나 없는 사채업자 따까리들로 김희팔을 따라 사기를 치고 다니는 치들이었다.
"아 그리고 막내!"
"아. 예 형님 말씀하십시오."
"넌 돈 생기면 뭐 할 거냐"
"네? 아 저는 돈 생기면 차부터 살 겁니다."
"차?"
"네. 차부터 사서 일단 해운대로 갈 겁니다. 들어보니까 부산 여자들이 표준어 쓰는 남자들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서 깔치 하나 꼬셔서 밤새도록 놀 겁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욕망은 거칠고 솔직한 편이었다.
"지랄. 야. 니 면상을 봐라. 여자들이 좋아하기는커녕 오다가도 도망가지."
"맞다 이 새끼야. 부산 아들은 표준어 쓰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잘생긴 표준어 쓰는 남자를 좋아하는 거다."
"아 진짜 형님들! 너무하십니다!"
"너무하기는 인마 니 면상이 너무 한 거지. 야 키 190에 몸무게 100키로 넘어 가는 놈을. 그것도 고릴라랑 불곰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놈을 누가 좋아해. 그러니까 그냥 형이랑 미아리나 가자 응?"
"아 형님들! 진짜!"
그리고 그들을 이곳에 데려온 남자.
김희팔.
몇 년 뒤 희대의 사기꾼이 될 남자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야야 그러지 마라 오늘 같이 좋은 날에. 막내 꿈이 그럴 수도 있지. 막내야. 오늘 일만 잘 풀리면 형이 차 한 대가 뭐냐. 정장까지 하나 쫙 빼 줄게."
자신이 데려온 이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며 같이 빌려온 이들의 재롱이 즐거웠던 것이다.
"큰 형님. 진짭니까? 진짜 저 차 사 주실 겁니까?"
"그래애 인마. 이번에 니가 고생 쫌 했잖냐. 그러니까 형이 에스페로 한 대 뽑아 줄게. 됐지?"
이제 지난 몇 달간 공들여 온 작전이 성공을 기다리고 있는 타이밍.
밥이 다 되어 뜸까지 마무리 이제 입 안에 넣기만 하는 시점.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오늘 일이 끝나면 돈이 들어온다는 것을, 그리고 김희팔의 씀씀이가 커진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형님! 저희는, 저희는 뭐 없습니까?"
"맞습니다! 맨날 막내만 이뻐하시고 이거 서운합니다."
"저희도 차랑 여자 좋아한단 말입니다!"
산만한 덩치들의 성화에 김희팔이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새끼들. 알았어. 알았어. 내가 이번 일만 잘 되면 니들 차고 지랄이고 내가 확실하게 쏜다! 막내 부산 갈 생각 하지 마. 형이랑 이태원 한번 가자. 이 형님이 책임지고 신세계를 보여 주마."
쓸 때는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와해된다는 것을 밑바닥 출신인 김희팔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와우리 작전에 끌어들은 호구의 수는 총 28명.
그들이 가진 땅의 크기만 약 3만 평.
그들에게 평당 3만 원 정도로 땅값을 주겠다고 했으니 수수료 30퍼센트, 총 2억 7천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온다.
그러니 이 정도의 씀씀이는 커버 가능 안이었다.
"하하 역시 형님! 충성충성충성! 견마의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지랄 징그럽다 인마. 하지 마!"
"에이 왜 그러십니까. 저의 이 불타는 충정이 느껴지시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그들이 막 김희팔에 말에 왁자지껄 행복한 꿈을 꾸고 있던 그때.
"형님 이럴 줄 알았으면··· 3만 원이 아니라 5만 원 정도 준다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습니까?"
넘버2가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른 식구들도 맞는 이야기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기왕 이렇게 된 거 땅값으로 3만원이 아니라 5만원을 불렀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이 났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긴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어차피 수수료를 통해 돈을 버는 사기인 만큼 땅값을 높게 부르면 부를수록 그들에게 떨어지는 돈 또한 많고, 또 솔깃해 할 호구들 또한 많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시세의 5배라는 땅값을 거절할 사람은 흔치 않을 테니까.
그러나.
"쓰읍. 또 그 이야기야? 안 돼."
김희팔은 단호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니 왜요? 보아하니까 다들 멍청해서 대충 5만 원 준다고 하면 들고 뛰고 날뛸 것 같은데?"
물론 그것은 김희팔 그도 알고 있었다.
가격을 올리면 솔깃한 호구들도 많아지고 그들이 갈취할 수수료 또한 많아진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최대한 판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판을 크게 벌이면 들어오는 돈이야 많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커진다.
지금 벌이는 사업들을 나중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는 김희팔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야 인마 촌것들이 얼마나 의심이 많은데. 땅뙈기 하나 집어 먹으려면 이것저것 가리는 것도 많고 재는 것도 많고. 만약에 우리가 5만 원 불렀으면 내가 같은 마을 사람이던 뭐던 의심부터 하고 신고했을걸?"
"그래도······."
"그래도는 인마. 딱 3배가 마지노선이야. 그 정도가 되야. 아 이놈이 현실성이 있구나. 마냥 사기꾼은 아니구나 하고 혹한단 말이야. 마음만 같아서는 2배만 하고 싶은데 그러면 돈이 너무 안 나오니까 어쩔 수 없고."
하긴 지금까지 사기를 쳐 오면서 김희팔의 이야기가 틀린 적은 없었다.
아직까지 실패한 적 없는 우두머리. 그의 의견을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형님 말이 맞겠죠."
잠시 고민하던 넘버2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이들 입을 다물었다.
윗선에서 이야기가 잘 끝났으니 굳이 분란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김희팔이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슬쩍 웃어보였다.
"괜찮아 인마. 뭐 네 이야기도 있고 하니까. 다음엔 한 3.5배 정도로 해 보자. 어때?"
"하하 그럼 저야 좋죠. 감사합니다 형님.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됐어 인마. 오늘 일 잘 마무리 하자고. 알았지? 어차피 이제 오늘로 마지막이니까."
"넵!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그들은 황금빛 미래를 꿈꾸며 와우리로 들어섰다.
그러자 예상했던 대로 촌로들이 자신들을 환영. 곧바로 호구들과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이고 어르신 잘 주무셨어요? 인감도장이랑 말씀드린 수수료는 가져오셨죠?"
"그러엄. 여기 천만 원이니께. 잘 좀 팔아 줘. 꼭이야. 꼭."
"하하. 걱정 마세요. 저번에 이장님네 땅 아주 자알 팔린 거 보셨잖아요. 제가 책임지고 꼭 팔아드릴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시고 계세요."
"어이구 그럼. 내 부탁 좀 함세."
"자 여기 됐습니다. 이제 며칠만 기다리시면 될 거에요. 대신...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저희 마을 사람들만 알아야 시세가 좋으니까 누구한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당연하지 내 자석들한테도 이야기 안 할텐게 걱정하덜말어."
"하하 그럼 다행이구요."
빠르게 쌓여 가는 돈. 사전에 수수료로 현금과 땅을 받겠다는 이야기를 해놨기에 금세 현금 가방이 가득 찼다.
'이거 토지만 해도 제법 되겠는데? 정리하면 그래도 좀 쏠쏠하겠어. 역시 땅만 쥔 병신들이 작업치긴 최고라니까?'
그때.
그의 신경을 슬슬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와우리에 올 때마다 그의 신경을 살살 건드렸던 할망구. 자신이 과거 반쯤 작살 내 놓은 자식의 어머니가 오늘은 웬일인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할망구 오늘은 왜 안 나왔지?'
그러고 보면 이상했다.
그 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이쯤 되었을 때 꼭 난장을 부리는 치 하나쯤은 나타나 줘야 정상이었다.
괜히 관공서에 연락한다 아는 경찰을 부른다. 뭐한다 하는 치들이 하나쯤은 나올 타이밍인 것이다.
'그쪽이야 적당히 물질은 해 놨으니 다행이지만.'
그런데 오늘은 그런 장애물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흔치 않은 일이었다.
'뭔가 쌔한데...'
김희팔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둘째야. 지금까지 얼마나 나왔냐?"
"넵. 형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어디보자··· 아. 지금까지 한 2억 정도 나온 것 같습니다. 한 1천에서 2천정도 더 들어오면 끝날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이쯤에서 빨리 접자."
왠지 불길한 느낌. 그 불길함을 무시하지 않은 것이 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비결이었다.
"네? 아니 왜요? 아직 올 사람들도 더 남았을 텐데?"
"왠지 촉이 안 좋아. 이쯤에서 끝내자고."
잠시 의아한 듯 김희팔을 바라보던 넘버2. 하지만 곧 김희팔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확인한 넘버2가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런 애들한테 정리하라고 불러오겠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은 빠르게 장사를 접기 시작했다.
"저 어르신 오늘은 이쯤하고 내일 오겠습니다."
"응? 아니 왜? 내 꺼는? 내 꺼는 안 팔아줘?"
"저기... 하하 죄송합니다. 대신 내일 올 테니까..."
그러나.
오늘은 김희팔의 촉이 너무나도 늦게 발현된 감이 있었다.
"야 정리 다 했어?"
"네. 형님 이제 나가시면..."
그들이 막 돈 가방을 가지고 마을회관 밖으로 나온 그 순간.
끼이이익-
아아- 정지정지- 앞에 있는 분들 정지 하십시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마을 회관 앞으로 다섯 대가 넘는 경찰차들이 달려와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혀... 형님!"
"X발 X됐다. 야 다들 튀어!"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김희팔과 그 떨거지들이 이곳저곳으로 달려 나가고 그들을 잡기 위해 경찰들이 사방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워매... 저게 뭔 일이다냐..."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멍하게 풀어졌다.
***
잠시 뒤.
김희팔을 위시한 조직원들이 경찰들의 손에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 나왔다.
"아! 아아! 아파요 경사님 조금만 살살..."
"닥쳐 이 새끼들아. 아니 할 게 없어서 고향 어르신들이 벗겨먹으려고 해! 에라이 튀겨죽일 새끼들아."
처음부터 이럴 줄 알고 마을 회관을 포위한 덕분이었다.
"아, 무슨. 증거 있어요? 증거? 왜 애먼 사람을 잡으려고 들어!"
"증거는 이 새끼가. 일단 서로 가자. 내가 아주 요절을 내줄라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 서야 그들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깨달은 마을 사람들이 흉신악살 같은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이... 이... 희팔이 이 개같은 노무 새끼! 내 땅 내 땅!"
뒤늦게나마 그들에 대한 분노가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아. 아재요. 욕은 좀... 내가 진짜 팔아줄려고 했다니까. 이게 다 뭔가 착오가..."
뭐 김희팔은 김희팔대로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려 하긴 했지만.
‘사기꾼은 사기꾼이네. 참 나 저런 상황에서도...’
어쨌든 이로서 나름 간단하게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나는 옆에 있는 노인. 그러니까 어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 주던 노인을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려... 저 튀겨 죽일 노무 새끼를 내 손으로 요절을 내고 싶었는디... 허...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김희팔을 단죄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쯤 되면 만족한 것 같았다.
‘그동안 아무도 자신의 말을 안 들어줬을 테니...’
어제 노인에게 김희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김희팔에 대한 대응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이대로 가만히 김희팔을 내버려 두었다간 와우리 땅을 사기는커녕 김희팔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이 빵빵하게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을 바라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 사람 때문에 피눈물을 흘린 사람들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 없지.’
하지만 내가 김희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그가 나중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기를 저지른다는 것, 그리고 그가 젊었을 때부터 자잘자잘한 범죄를 저질러 왔던 놈이라는 것뿐이었다.
‘이걸로는 애매한데...’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사건을 간단하게 보기로 했다.
1. 나는 와우리의 땅을 사야만 한다.
2. 하지만 김희팔이 사기를 치고 떠나면 한동안 와우리 땅을 살 수 없다.
3. 그러니 김희팔의 사기가 이뤄지기 전에 막아야만 한다.
4. 그리고 사기는 범죄다.
범죄는?
‘경찰에게 신고한다.’
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물론 그가 아무런 혐의도 없는 완전무결한 사람이었다면 엉덩이 무거운 경찰이 우리의 말을 들었을 리 만무했겠지만.
‘어 이거 이분들 말이 맞는 것 같은데요?’
‘어? 왜? 경력 좀 나와?’
‘네. 이놈 아주 악질이에요. 15살 때부터 폭행에 추행에 절도, 공갈. 뭐 지금까지 안 한 게 없어요.’
내가 알고 있던 데로 김희팔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잘자잘한 범죄들을 저질러온 존재.
우리의 말에 김희팔의 범죄경력을 알아본 경찰들마저 놀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네. 죄다 서울에서 저지른 일인데다가 어떻게 죄다 형은 적게 살아서 그럭저럭 나와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이것만 봐선 100프로에요.’
뭐 지역경찰의 특성상 개인적으로 김희팔을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32년간의 군부정치가 끝나고 김영삼 정부가 들어 선지 이제 2년째.
아직 정권초의 개혁기조가 남아있는데다가, 우루과이 라운드 체결로 불타오르는 농심(農心)에 불을 붙일 만한 사건이 자신의 관할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인지 그것을 티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뭐 내가 슬쩍 한성의 이름을 던져 주긴 했지만.’
그리고 그 결과, 내 눈에 보이다시피 김희팔을 위시한 사기꾼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닭장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난 3개월간 그들이 들인 공에 비해선 허탈한 말로였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때.
"생각보다 간단하게 마무리됐네?"
이어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어제 경찰서에 찾아가면서부터 오늘 다시 이곳에 내려올 때까지 내내 불안한 표정이더니 이제야 좀 안심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안 끝났는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냐하면 이 결말이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어진.
그를 바라보며 나는 슬쩍 손을 들어 마을회관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곳에는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 이장을 향해 불만을 성토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기 저렇게 우릴 기다리고 있는 땅이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