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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화 헤게모니 (5)

“…웃음 속에 칼을 간다. 당신의 목표는… 재벌 개혁 아닙니까?”

내가 말을 마친 순간, 내 앞에 있는 남자 신세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 무슨….”

일순 당황한 듯 흔들리는 그의 눈, 그 눈을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재벌 개혁. 그것이 당신의 궁극적인 목표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잠시 시선을 돌린 신세현, 그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마 제 공약들 때문에 그러십니까? 하하, 참 김 회장님께서도 순진한 구석이 있으시군요.”

그리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가 고개를 젓는다.

그의 시선은 어느새 차갑게 내리 굳어 있었다.

“아니라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글쎄요. 각하께서 ‘5공 비리특위청문회’에서 보여 주신 모습을 보면 그리 생각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예전에 일, 그러니까 과거 헌정 사상 최초로 열린 국회 청문회, 이른바 ‘5공 비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초선의원 신세현이 정영주 회장이라는 경제계 거인과 결투를 벌였던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자 잠시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던 신세현, 그가 이내 ‘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뭔가 했더니… 아무래도 그때 이야기를 하시는거군요.”

“그렇습니다 88년, 그때 정영주 회장님과의 대결에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것을 걱정 안 하는 세상, 권력을 두려워하고 부조리에 눈물 흘릴 필요가 없는 세상. 그런 세상입니다!’라고 말이죠.”

“……88년이라면 회장님이 한창 어릴 때인데….”

“하도 인상적인 장면이라서 말입니다.”

그러자 일순, 나를 바라보며 웃는 남자. 신세현의 표정은 왠지 모를 후회에 잠겨 있었다.

“그땐… 제가 참 어렸죠. 멋모르고 천방지축 날뛸 때였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하지만 이제는 알죠. 세상이란 건… 그러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말입니다.”

그가 허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말을 마친 그의 눈은 담담한 빛을 띄고 있었다.

“김 회장님. 저의 공약. 그건… 그냥 포지셔닝일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약이란 단순한 프랜차이즈에 불과해요. 우리나라 정치에 매니패스토(manifesto 이행이 가능한 선거 공약)는 먼 세계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매니패스토라. 그것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바로 각하 아니십니까?”

“그것 또한 현실입니다. 지금껏 제가 말해 왔던 것들처럼.”

아무래도 그는 내가 말한 화제를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요?”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공약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초기 정치적 스탠스는 유지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계속되지는 않겠죠. 제가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경제주체들과의 협력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고 있으니까요.”

그의 말은 위장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그렇다면 이 자료들은 다 거짓말이겠군요.”

내가 기억하는 과거가 그리고 현재가 그것을 의미하고 있었으니까.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이어진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이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건?”

의아한 듯 이어진이 내민 서류를 바라보던 신세현, 그를 향해 나는 입을 열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보증 금지,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제, 금융회사 계열분리 및 청구제 도입, 종업원 지주제와 성과배분제 정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정책.”

“……!”

“아마 낯이 익은 자료들일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일순 벼랑에서 떨어지는 표정을 짓는 신세현, 그의 눈이 흔들렸다.

“이, 이건….”

“아마 낯이 익을 겁니다. 각하께서 준비 중인 정책들일 테니까요.”

그것은 나의 기억을 기본으로 오라클, 현대가 인원들이 현실화시킨 자료들이었다.

“…….”

“어떻습니까. 이래도 제 착각에 불과한 생각입니까?”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던 신세현, 그의 시선에서 많은 감정이 스쳐지 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짧지만 깊은 시간이 지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이거… 꼬리를 물렸군요.”

허탈하게 고개를 흔드는 그, 그의 시선은 무거웠다.

아무래도 빼박 자료까지 나온 이상 회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보안이 허술하시더군요.”

“하, 나름 보안을 꾀한다고 했건만….”

“회장님의 사람들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죠. 하지만… 전문적이지는 않더군요.”

그러자 그렇게 잠시 쓴웃음을 짓던 신세현, 그가 천천히 하지만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김 회장.”

“네. 각하.”

“……묵인해 줄 순 없겠습니까?”

“묵인이라… 제게 칼을 꼽겠다는 분의 계획을 말입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 회장에겐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물론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대한 영향이 없게 힘써 보겠습니다. 그러니….”

마차 말을 잇지 못하던 그, 그가 천천히 숨을 몰아 내쉬었다.

“…믿어 주십시오. 그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니까.”

그의 말은 무거웠다.

“나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우습군요.”

“…뭐가 말이죠?”

“각하의 나라에는 의자가 따로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자 그 순간, 신세현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불현 쿵- 테이블을 내려쳤다.

“자산 총액 5조.”

그가 나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자산 5조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과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기업집단을 대기업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봤을 때 우리나라에 있는 대기업들의 수는 겨우 90여 개에 불과하죠. 하지만 그들이 가진 부의 규모는 거대합니다. 최대 50%. 100개도 채 안 되는 기업들이 우리나라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죠.”

그가 나를 직시했다.

“이게 정상이라 보십니까?”

익히 알고 있는 사실, 그것은 중앙집중적 경제성장을 도모한 우리나라 경제가 지닌 맹점들 중 하나였다.

“…설마 현실을 부정하시는 겁니까?”

“아뇨.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바꾸자는 겁니다. 부정적인 면들을 긍정적으로. 비합리적인 부분을 합리적으로.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렇게 조금은 세찬 어조로 말을 맺은 신세현, 그가 고개를 들었다.

“김 회장님.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뿐입니다. 당신의 말마따나 재벌 개혁.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이 나라를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 아이들에게 희망을 물려줄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로 우리나라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럴 수만 있다면….”

그의 눈이 찌를 듯 나를 향했다.

“…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을 마친 그가 나를 직시했다.

역시. 겉껍질을 벗어던진 그는 내가 기억하는 그 열정적인 모습을 담고 있었다.

물론 그가 지금 나에게도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눈빛은 과거 기억 속 그의 모습만큼 형형했던 것이다.

그는 탄탄대로. 차기 검사장의 자리를 박차고 수라장으로 들어온 자였으니까.

뭐 문제가 있다면….

“……지금 제가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지금 그가 제안을 던지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거지.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신세현,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금 처연한 미소를 보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또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움직일 수밖에 없겠죠. 왜냐하면 지금이 아니면 영영 불가능해질 테니까.”

그리고 잠시 우리 둘 사이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정적.

침묵.

짧지만 무거운 그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입을 열었다.

“각하.”

“네. 김 회장님.”

“솔직히 각하의 의도는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이해도 합니다. 저도 각하와 같은 곳에 있었으니까요.”

나는 과거 살던 달동네를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벗어날 순 없습니다. 이대로는 각하의 생각, 의도 그것은 모두 다 실패할 겁니다. 굳이 제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말이죠.”

일순, 나의 말을 들은 신세현, 그의 얼굴이 불쾌한 빛으로 굳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실패한다고요? 하 그건 너무 광오한 것 아닙니까? 김 회장이 보시기엔 어설퍼 보이실지 모르지만 이미 준비는 끝나 있습니다.”

“아뇨. 실패합니다. 그것도 철저하게. 그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당신의 계획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겁니다.”

“도대체 왜?!”

“그거야….”

나는 단단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신이 그런 말랑말랑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요?”

나는 나를 바라보며 표정을 일그러뜨린 신세현,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각하. 인간의 욕망이 똑같습니다. 그리고 권력이란 공백을 좋아하지 않죠. 빈공간이 있으면 채워지기 마련이란 말입니다.”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주전자를 들었다.

그리고는 찻잔에 가득 채워 버렸다.

“마치 이 물처럼 말이죠.”

분명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신세현, 그는 재벌 개혁을 시작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보증 금지,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제, 금융회사 계열분리 및 청구제 도입 등의 정책을 통해 고식화된 국내 경제체계에 일대 변혁을 주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도, 그의 열정적이었던 개혁에 대한 꿈, 그것은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만다.

가열차게 움직였던 임기 초반의 기세와 달리 임기 중반으로 접어들며 개혁의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신 대통령 재벌개혁 한다더니 결국 말로만…‘빛 좋은 개살구’ - 조X일보. 2005. 10. 11]

[신세현 정부의 경제정책 아이디어 출처…‘삼성연구소’ - 한X일보. 2006. 05. 12]

[청렴 이미지 흠집, ‘신세현 죽이기’의 고단했던 끝 - 동X일보. 2007. 01. 10]

그런 만큼 지금 그가 입에 담는 말은 환상일 뿐이다.

무엇보다 달콤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그런….”

“그런 말랑말랑한 감성으로는 개혁의 시작도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곧 그것과 똑같은 일이 생기고 말 테니까요.”

나는 찻잔에 따른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자 신세현 그가 세찬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냥 두고 보라는 말입니까?”

“아니요. 방법이 틀렸다는 말입니다.”

“방법이 틀렸다고?”

“네. 각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희는, 그리고 그들은 지난 70년을 이 땅에서 버텨 온 자들입니다. 그러니 만약 각하께서 살아 각하가 바라는 땅을 원하신다면….”

나는 씨익 짙은 웃음을 보였다.

“…길들일 생각을 해야죠.”

신세현,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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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3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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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3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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