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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선물 (2)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한달 간 해외지사 순방에 나가있었던 김귀란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분명 귀국하기로 한 날짜는 일주일 뒤일 텐데?

얼마 전 있었던 부동산 투자도, 또 이번에 있었던 인사동 나들이도 모두 다 김귀란의 해외 순행 스케줄에 맞춰 진행한 것이라 약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동요해? 안 된다.’

김귀란이 나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 내가 이곳에 있음으로서 얻을 이익을 생각하며 나는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내가 모자란 모습을 보일수록 그녀의 나에 대한 믿음 또한 점점 더 엷어질 것이 분명했다.

‘침착하자.’

나는 천천히 표정을 관리하며 김귀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셨어요?"

그러자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는 맹수의 시선처럼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래. 그런데 내가 없는 동안 내 집이 조금 바뀐 거 같구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살짝 찌し?? 눈가.

아무래도 현재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방 안 풍경이 마음에 溶? 않는 것 같다.

하긴 한두 개면 몰라도 대충 봐도 수십 개가 넘는 그림들. 그것들을 보고 아무렇지 않을 사람? 그? 많지 않겠지.

하지만 굳이 변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림을 좀 샀어요."

당연하다는 듯. 이유가 있다는 듯 이야기를 꺼낼 뿐이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는 김귀란. 그녀가 나를 바라보더니 슬쩍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환쟁이라도 될 셈이냐?"

웃고 있는 입가와는 별개로 그녀의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언뜻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이 금방이라도 나를 향할 것 같았다.

환쟁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는 부정적.

나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현 상황, 내가 그림에 대해 관심을 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그렇다면······.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제어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뇨. 그럴 리가. 말씀드렸잖아요. 전 돈이 좋다고."

"흐음··· 그래?"

"네. 물론이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그녀가 잠시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갑자기 내가 있는 쪽으로 뚜벅뚜벅 다가와 침대가에 있던 그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순간.

부욱- 하는 소리와 함께 김귀란이 그림을 싸고 있던 종이 포장을 찢어 버렸다.

"······!"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에 일순 몸이 움찔 거렸다.

하지만.

고요히 가라앉은 김귀란의 눈동자.

나는 가만히 인내하며 그녀가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슬쩍 나를 향해 시선을 던지더니, 이내 그림을 휙- 침대 위로 던져 버렸다.

"비싼 그림인가 싶어 봤더니 영 싸구려구만. 쯧 그래. 그림 상태를 보아하니 돈 될 만한 그림은 아닌 것 같고··· 도대체 이런 그림들을 왜 산 것이냐?"

나는 고개를 들어 김귀란의 눈을 바라보았다.

파격적인 행보.

하지만 단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사냥감이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몸을 웅크리지 않는 것이 사냥꾼의 미덕이다.

나는 오히려 가벼운 미소를 입에 물었다. 그리곤 천천히 김귀란의 질문에 대답했다.

"투자요."

"투자?"

"네. 그림만큼 좋은 투자 수단도 또 없잖아요."

사실대로 말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대답을 하지마자 김귀란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런 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이까짓 그림 따위 천만 개를 산다고 해도 불쏘시개로도 못 쓸 것들이야."

역시.

아무리 봐도 내가 한 이야기를 믿지 않는 표정이다.

하긴 그녀가 미래를 알고 있지 않는 한 내가 한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지.

저것들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 지는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상황이니까.

‘저 그림들이 얼만 줄 알면 놀라 나자빠질걸?’

하지만 지금으로선 말할 수 없는 비밀.

나는 할머니의 야단에 의기소침한 어린 아이의 모습을 흉내 내며 김귀란의 주의를 돌렸다.

"그런···."

그러자 김귀란이 혀를 차며 나를 바라보았다.

"쯧, 뭐 됐다. 그래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마음에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림을 사는 건 여기까지만 하거라."

성공.

어차피 이제 한동안 그림을 안 살 생각이라 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받아들이면 이상하니···.

"네?"

나는 슬쩍 놀란 척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에 김귀란이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따금 한두 점씩 취미로 그림을 사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아무래도 내가 그림을 사는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대체 왜?

그림이 돈이 안 되어 보여서?

그럴 리가.

그녀 또한 재벌. 우리 사회의 상위 포식자인 만큼 비싼 그림이 돈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슬쩍 웃음을 숨기며 당돌한 아이의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천천히 그녀의 의사에 불복하는 모습을 위장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요?"

그러자 그녀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네."

"흐음··· 그렇게 된다면···."

잠시 말을 멈춘 김귀란이 이내 슬쩍 차가운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후회하게 되겠지."

"···후회요?"

"그래. 후회하겠지. 네 셋째 큰아비처럼."

아.

셋째 큰아비라면 김귀란의 3남. 나의 큰아버지들 중 한 명인 김명준을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따로 알아 본 바에 따르면 현재 김명준은 이 집 안에서 거의 반거충이 금치산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사람. 김귀란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

영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김귀란의 총애를 받던 아들이었지만, 영국에서 뮤지컬에 심취, 곧 무명 배우 출신이었던 현재의 셋째 숙모를 만나면서 완전히 김귀란의 눈밖에 나 버렸다.

말하자면 나의 아버지와 비슷한 상황. 그나마 내 아버지의 일로 심경에 변화가 왔는지 집안에서 내쫓진 않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김귀란에게서 주식 한 장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김명준과 같을 것이라···.

아무래도 내 아버지에 이어 김명준까지 두 자식 모두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자 그 충격이 제법 컸던 것 같다.

‘비록 티는 내지 않으려 하지만 말이야.’

슬쩍 고개를 돌려 김귀란을 바라보았다. 그렂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할 것이냐. 계속 그림을 모을 것이냐?"

보아하니 여기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하면 곧바로 짐 싸서 나가라는 말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그렇다면 원하는 대답을 듣게 해 주어야지.

"···아니요."

내가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김귀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그리곤 천천히 사용인들에게 커피와 우유를 주문하며 방 한쪽에 놓여 있는 티 테이블을 무단으로 점유했다.

마치 자신의 방인 것처럼.

"자 여기 앉거라."

나는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천천히 그녀의 앞에 앉았다.

그러자 잠시 차를 마시던 그녀가 천천히 내 방에 찾아온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내가 없는 동안 꽤나 빨빨 거리고 돌아다닌 모양이더구나."

아무래도 그녀가 없는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 인 것 같았다.

나 또한 한 달 내내 완벽히 그녀의 눈, 한성가의 정보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에 선선히 대답했다.

"네. 과외 공부하고 남는 시간 동안 조금 돌아다니긴 했어요."

"그래···? 흙장난을 치면서 말이지?"

···내 예상보다 더 내게 붙은 눈이 더 많았던 것 같았다.

이거 앞으로 좀 더 조심해야겠는데?

내가 잠시 말을 멈춘 채 김귀란을 바라보자, 그녀가 피식 엷은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야단치려는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칭찬하려는 거지."

칭찬?

흐음, 김귀란과 잘 안 어울리는 말이었다.

"···칭찬이요?"

내가 반문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림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땅은 좋다. 땅이란 건 언제나 배반하지 않지. 사 놓으면 언젠간 오르는 게 땅이거든."

과연 광산업과 부동산으로 현재의 한성그룹을 키워낸 사람다운 말이었다.

하긴 우리나라 재벌치고 땅으로 돈을 벌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오죽했으면 재벌의 힘은 곧 얼마만큼의 땅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겠는가.

가만히 김귀란을 바라보자 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더니 이내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니 네가 어디에서 돈이 낫고 또 얼마나 땅을 샀는지는 굳이 묻지 않겠다. 뭐 대놓고 돈을 좋아하다는 말을 하는 놈이니 이곳저곳 구멍을 뚫어 놨겠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기억하거라."

"···그게 뭐죠?"

"땅을 가지는 건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땅에 너무 매달려서는 안 돼."

그것은 방금 전 그녀가 했던 말과 전혀 상반된 말이었다.

"···방금 전에 땅은 배반을 하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내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김귀란을 바라보며 묻자 그녀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랬지. 땅은 언제나, 그리고 항상 옳다."

"그런데 왜···?"

"하지만 너무 거기만 매달려도 큰 걸 못 보는 법이야. 땅은 모든 것의 근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중요한 건 그 땅에 무엇을 심느냐거든."

그녀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이제서야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분명 땅은 부의 근본, 고래로 진정한 부자들은 땅을 소유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하에서 땅이 가지는 한계 또한 명확했는데, 그것은 과거와 달리 땅이 가치가 물질적인 것에 국한, 실제적인 힘으로 치환하기 어렵다는 것 때문이다.

사람과 땅의 분리.

과거와 달리 땅을 소유한 자가 동시에 사람을, 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현대 자본주의 하에서 진정한 힘을 갖추기 위해선 많은 돈과 일정한 규모와 체계를 지닌 조직이 필요하다.

물론 돈만 있다면 사람 또한 살 수 있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 그리고 노하우다.

진정한 힘이란 많은 돈과 체계와 규모를 동시에 갖춘 조직에서 나타나는 것이니까.

‘그래서 내가 한성이라는 조직을 꿀꺽하려는 것이기도 하고.’

예전이었다면 몰랐겠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신문을 보고 사건들의 인과를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식의 틀이 넓어졌다.

‘생각은 할수록 볼수록 느는 법이니까.’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가 땅을 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혹시나 내가 땅 투기 그 자체에만 골몰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허허 참.

‘쓸데없는 걱정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귀란이 눈가에 이채를 띄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겠느냐?"

혹시나 하는 눈빛.

물론 일반적인 11살짜리 꼬마라면 이해할 리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림으로 인해 약간이나마 벌어진 틈. 이 기회에 그것을 막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네. 알 것 같아요."

"···그래?"

"네. 회장님 말씀은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이잖아요."

순간. 김귀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 내가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의도를 파악했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하하. 그래 그렇지. 맞다. 용케 알아챘구나."

그녀의 입가가 파르르 떨리고 이내 눈가가 휘어졌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표정.

마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는 표정이었다.

"좋다 알고 있다면 되었다. 더 이상은 노파심만 될 뿐이지."

그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듯 몸을 돌렸다.

평소와 달리 살짝 격앙된 반응. 기분 좋은 떨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한 가지 선물을 더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회장님."

나는 침대 위에 올려놓았던 <귀화(鬼火)>를 집어든 채 김귀란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막 내 방 밖으로 나가려던 김귀란이 슬쩍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드릴 것이 있어서요."

나는 의아해 하는 김귀란에게 미리 포장해 놓은 <귀화(鬼火)>를 내밀었다.

그러자 김귀란이 기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지?"

"선물이에요."

"선물?"

김귀란이 마치 이양선을 처음 본 조선사람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선물을 받는 것 자체가 낯선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그림을 사러 갔는데. 이 그림을 보니까 딱 회장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

"네. 사업상 중요한 곳에 걸어 놓으시면 복이 들어오는 그림이래요."

어쩌면 그녀의 목숨 줄을 이어 줄 물건인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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