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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208화   고래사냥 (1)

다음날.

“어떻게 됐어요?”

내가 말을 건 순간, 이어진이 엄지를 척 올리며 외쳤다.

“떴어! 쌍호가 한국은행에 긴급면담을 시작했대! 경제부총리가 어떻게든 살리라고 지시를 내렸다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그동안 뿌려 놓은 게 워낙 많으니까!”

순간, 나는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지난 며칠간 숨죽이며 기다려왔던 일, 날카롭게 칼을 갈며 기다렸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는 것을 이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보트까지 받긴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은 금물이었다.

본디 싸움에 들어가기 전 약간의 흥분은 몸을 푸는 보약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머릿속은 언제나 냉정해야만 했다.

숫자 놀음.

사람 놀음.

휘몰아치는 그 흐름에 흥분한 채 뛰어들면 결국 남는 것은 얼마 안 되는 사금파리뿐일 테니까 말이다.

“확실해요?”

“확실해. 두 번 세 번 확인한 자료니까.”

때문에 나는 엷은 흥분에 휩싸이기 시작한 오라클, 그 안에 사람들을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짝-

“좋아요. 그러면 지금까지 하던 일 모두 스탑! 일단 정리하고 갑니다!”

그러자 사람들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네? 아니 왜? 빨리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

“흥분은 금물이에요. 그러니까 다들 머리 좀 식히고 가죠.”

“아…”

내 말에 사람들이 멋쩍은 표정들을 지었다.

그때서야 다들 자신들이 흥분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다들 가서 커피들 좀 가져오세요. 머리를 차갑게 해야 하니 아이스로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잠시 뒤, 우리는 커피 하나씩을 손에 든 채 자리에 모였다.

“좋아요. 현재 우리가 가진 총알은요?”

그러자 내 앞에 앉은 이어진이 사람들을 대표해 말을 이었다.

“달러로는 현재까지 65억 달러. 현금은 5천억 원 정도 있어.”

“한성가에 들어간 자금인가요?”

“아직은 5억 달러만, 2차 자금은 아직이야. 그리고 그동안 투자를 진행하면서 소모한 자금도 있고.”

그래?

“분명 한성가 쪽에서 2차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왔을 텐데요?”

“그렇긴 한데. 킵해놨어. 아직 그쪽에서 받을 게 있잖아.”

이어진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받을 것, 그러니까 주식이 올 때까지는 절대 내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잘하셨어요. 받을 건 확실하게 받아야죠.”

“당연하지.”

“그럼 그건 그렇게 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투자한 것들은 어떻게 됐죠?”

내가 묻자, 이어진이 가볍게 말을 이었다.

“일단 외환 시장에 투자했던 자금들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옵션 상품들도 성과를 거두고 있어. 그리고 그 중에서도 선물이 제일 재미가 좋아. 저번 달까지만 해도 다들 IMF상황까지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으니까.”

하긴 그랬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다들 위기는 위기이되 깊은 위기는 아니라 생각했었다.

때문에 우리가 만든 옵션이 불티나게 팔리고 선물 개입 또한 순조로웠다.

“…하락장은 언제나 우리를 배신하지 않죠.”

“그렇지.”

나는 이어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주식시장은요?”

내 말에 이어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장판이야.”

“난장판이기만 해요?”

“아니 난장판이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노다지기도 하지.”

말을 마친 이어진이 손가락을 딱- 부딪쳤다. 그리고는 자신의 비서에게 말해 자료 하나를 가져와 내게 내밀었다.

“…이건?”

“알짜배기들을 추린 리스트야. 아마 이 위기를 벗어나면 날아오를 기업들이지. 원래 산불이 난 뒤엔 새 나무들이 솟아오르는 법이니까.”

제법인데?

나는 그가 넘긴 자료들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동원산업, 오리온, 웅진코웨이, 금호석유, 고려아연, 태광, 영원무역 등 이름을 대면 알 법한 기업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이름들이 몇 있네요.”

“뭐 그렇지. 하지만 주관은 최대한 배제했어. 객관적 자료니까 믿어도 될 거야.”

이미 믿고 있었다.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과거 내 기억과 일맥상통하는 자료였으니까.

“좋아요. 하지만 현재 부도 상태에 처한 기업들 중에서도 괜찮은 기업이 있으면 한번 추가해 보세요.”

“흑자도산한 기업들을 말하는 거야?”

“능력이 있지만 운이 좋지 않아서, 상황에 따라 안타깝게 헐값에 팔려 가는 기업들, 외국인들의 산에 찢길 사람들을 우리가 줍자는 거죠.”

내가 말을 마치자 이어진이 슬쩍 자료를 받으며 대답했다.

“힘들 텐데. 이미 주식거래가 정지된 것들이 태반일 거야.”

“뭐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회생이 가능한 기업은 가능하면 살리고 싶어요. 정리매매하는 제도가 있으니까요.”

“알았어. 그럼 그쪽으로 자료를 추가해서 알려 줄게.”

“네. 아저씨만 믿을게요. 혹시 알아요? 자료만 좋으면 제가 보트도 돌려드릴지?”

내 말에 이어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보트가 아까운 것 같다.

나는 그런 그를 일별하며 슬쩍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좋아요. 그럼 이제 다들 열도 식은 것 같고 본격적인 대화를 나눠 볼까요?”

그들의 눈이 반짝인다.

이제 오늘의 본격적인 주인공이 등장할 테니까.

“현재 우리가 파악한 쌍호의 부채는 얼마나 되죠?”

내가 묻자 이어진의 옆, 레이첼이 내게 자료를 건네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3조 4천억 원 정도예요.”

나는 천천히 레이첼이 건넨 차트를 살폈다.

3조 4천억 원.

요즘 들어 제법 무뎌지긴 했지만 거대한 자금이다.

현 시각 재계 하위 그룹의 시총이 5조가 채 안 되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3조 5천억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데요?”

때문에 내가 묻자 레이첼이 파란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네.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적자가 꽤나 많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얼마 동안 쌓인 거죠?”

“1992년부터 지금까지요.”

“거참 짧은 시기에 많이도 해먹었네요. 지금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좀 넘었죠?”

“네. 정확히 1450원이에요. 달러로 치환해도 만만찮은 금액이죠. 아무래도 그동안 투자를 확대하면서 들어간 돈들이 몰린 것 같아요.”

하긴, 이 시기 우리나라의 위기를 불러온 것에는 무분별한 설비 투자 또한 영향을 미쳤다.

본디 자동차 산업이란 거대한 규모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겠죠… 그런데 쌍호 측에서는 어떻게 한대요? 아직 안고만 있는 거예요? 이 폭탄을? 한국은행에 연락을 한 걸 보니 급하다는 건 아는 모양인데?”

그에 대한 대답은 다른 사람에게서 나왔다.

레이첼이 슬쩍 시선을 돌리자 그 시선을 확인한 이어진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아직은. 김석원이 그 양반, 아마 숨이 꼴깍 넘어가지 전까지 안고 있을 거야. 사실 그 사람 차에 미친 양반이거든”

김석원이라면 현 쌍호기업의 회장이다.

물론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요?”

“어, 들리는 말에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옆에서 누가 뭐라하든 꾸역꾸역 쌍호에 돈을 처넣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 다른 계열사 사업이 흑자를 내는 상태에서도 그 상황이지.”

아, 그 이야기라면 들은 적이 있었다.

그가 과거 하동관자동차, 그러니까 현재 쌍호자동차를 인수했을 때부터 그 회사에 들인 공이 크다는 말을.

2020년으로 치면 자동차 오타쿠. 그것이 바로 현 쌍호의 회장 김석원인 것이다.

“욕심이라는 게 원래 그렇겠죠. 곧 죽을 것 같아도 손에 못 놓는 게 사람 욕심이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일 거예요.”

“하긴 그럴 거야. 아무리 그래도 욕심이 많을 뿐 깊은 사람은 아니니까요. 3조라는 폭탄을 안고 있다간 무슨 일이 터질지 알고 있기도 할 테고.”

“그렇죠. 그러니까 아저씨. 준비하세요.”

“응? 준비?”

“네. 이젠 아저씨가 키포인트니까요.”

“내가?”

나는 의문으로 물든 이어진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제가 그동안 친분을 쌓으라고 했던 사람들 있죠?”

순간, 이어진의 눈이 떨리고 그의 고개를 끄덕여졌다.

“그 사람들이 왜…? 너 설마?”

나는 짙은 미소를 입에 물었다.

“네. 이제 그 사람들이 필요할 거예요.”

*

쌍호그룹에 닥친 위기.

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쌍호자동차의 거대한 규모의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치솟아 올랐다.

[쌍호그룹, 쌍호자동차의 막대한 재정적자 해결할 길 보이지 않아… ? 1997. 11. 30]

그러자 쌍호그룹을 이루고 있는 계열사들.

쌍호양회, 쌍호레미콘, 쌍호기초소재, 한국기초소재, 쌍호로지스틱스, 대한시멘트 등의 쌍호그룹 주요 계열사의 상황 또한 급격하게 혼란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쌍호가 무너진다!’

라는 유언비어.

아니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소문에 채권자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 기업의 총수. 김석원. 현재의 쌍호사태를 만들어 낸 장본인.

그의 상황 또한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자신의 힘으로 국내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를 만들어 내겠다는 욕심. 그 욕심이 만들어 낸 불길이 이제 자신의 집을 몽땅 태우게 생긴 판이었기 때문이었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주주들의 면담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 연장을 거절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갚으라고 야단들입니다!”

“사내 준비금이 바닥입니다. 이대로라면 하청사들의 연쇄도산이 일어날 겁니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사는 법, 그는 현 상황에 좌절하지 않았다.

아니 이 상황에 오히려 기회를 엿봤다.

역전의 기회를.

아니 돈이 없다면, 적자가 쌓였다면 그 적자를 만든 쌍호자동차를 정리해 현대자동차, 국내 1위의 막강한 기업의 아성을 넘보는 두 마리 호랑이, 삼성과 대우에 자신의 회사를 넘기면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와중에 3조 5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를 어느 정도, 아니 사실 많이 잘라내야 할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어차피 현 상황, 모두가 대한민국에서 도망치고 또 무너지고 있는 이 상황에 정부에서 쌍호가 무너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책임은 개돼지들이 진다. 유한책임의 좋은 점이지.’

군부독재 시절, 군부의 최고 책임자와의 친분을 통해 지금의 부를 쌓은 자다운 생각이었다.

“회장님. 어떻게 대응을 할까요?”

“다들 닥치라고 해. 내가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줄 테니까. 어마어마한 돈을 말이야.”

그러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일단 한국은행장을 만나 어려움을 읍소한 그는, 그동안 뿌려 놓은 돈의 뒤쫓아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쌍호가 자동차를 매각한다.’

라는 소문이 삼성과 대우의 귀에까지 들어가도록.

기아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상, 현대가 기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이상 그 두 회사들 또한 쌍호차에 관심을 표명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먹히기 싫다면 알아서 돈을 싸짊어지고 오겠지.’

그 결과, 그의 예상대로 삼성과 대우, 두 자동차 메이커가 관심을 표해왔다.

“회장님! 삼성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우 측에서도 연락 왔습니다. 지금 당장 오겠답니다!”

2위와 3위, 두 회사 모두 1위 현대의 제위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순간, 김석원, 그는 쾌재를 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눌렀다.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었다.

“하하. 봤지? 다들 봤지? 내가 이런 사람이야!”

그리고 서로에게 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계약을 진행해 나갔다.

아무리 자신이 자동차를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욕심은 그대로. 자신의 손에 최대한 많은 돈을 남기기 위해 두 회사 모두와 동시에 매각 절차를 진행해 자신의 손에 돈을 쥐기 위해서였다.

“회장님. 그럼 어느 쪽과 매각 절차를 진행하실 겁니까?”

“응? 어느 쪽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삼성과 대우 측 모두 자신들을 최우선 매각대상자로 한다는 조건을….”

“됐어. 둘 다 진행해.”

“네? 아니 그러면….”

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 그리고 쌍호차의 규모. 자신이 가진 쌍호차의 지분. 세 가지 모두를 생각해 봤을 때 떨어지는 콩고물이 꽤나 달콤할 테니까.

“어차피 당사자들만 모르면 되는 거 아니야. 거 하는 거 높은 쪽으로 해야지.”

…문제는 그의 계획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

“아저씨. 김석원이 대우랑 삼성 사람들 만나는 거 다 찍어 놨죠?”

“물론이지.”

“대우랑 삼성사람들이랑 약속은 잡았고요?”

“어, 내일 오전이랑 오후 하나씩 잡아 놨어.”

“좋아요. 그럼 이제 움직여 볼까요?”

김석원 그는 쌍호차에서 단 1원도 건지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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