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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0화   고래사냥 (3)

잠시 뒤.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태평로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성. 재계 서열 2위 삼성그룹의 본진. 삼성그룹 태평로 본관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모습, 그것은 1984년 준공된 지하 5층 지상 25층의 붉은 타일로 마감을 마친 외관의 거대한 건물이었다.

이곳이 바로 삼성.

1997년 기준 계열사 수 80개. 자산총액 51조. 10만 명이 넘는 직원 수를 지닌 재계서열 2위의 거대 기업.

훗날 왕자의 난으로 현대가 몰락한 뒤 재계서열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자, 과거 내 기억 속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삼성공화국이라는 단어를 일반화시킨 기업의 현모습이었다.

‘이곳이….’

그 모습을 바라보자 절로 주먹이 꽈악- 쥐어졌다.

과거 나의 기억 속 삼성의 모습, 그 모습은 공고한 성.

나 같은 서민은 절대로 다다를 수 없는 하늘, 오르고 싶지만 절대로 오를 수 없는 천상계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말마따나 과거 삼성은 현대라는 숙적의 패착을 딛고 일어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지배자들이었으니까.

‘절대강자 그것이 바로 과거의 삼성이었지.’

하지만 이젠 다르다.

이제 나는 과거 삼성의 높은 성을 바라보며 그 안에 있는 세계를 꿈꾸던 사람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 전혀 다른 위치, 전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의 거성(巨城) 넘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법이었으니까.

‘뭐 내 나이 이제 15살,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지.’

좋아 그렇다면.

나는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어 과거의 마지막 잔상, 내 기억 속 삼성의 모습을 씻어낸 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좋아요 레이첼. 약속장소는 어디죠?”

시간이란 본디 지나간 후 잡을 수 없는 것, 최대한 빨리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일단은 만남은 삼성 본관 24층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협의가 됐습니다.”

“이재영 상무가 나온다는 연락은 왔나요?”

“네. 정식 연락이 당도했습니다. 아마 위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좋아요. 그럼 이제 올라 가 보도록 하죠. 이미 그쪽에서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한동안 바쁘게 걸음을 옮긴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 삼성 본관의 상층에 도착, 곧 우리가 만나려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라클 인베스트먼트의 김준영이라고 합니다.”

“…이재영이라고 합니다.”

미래의 제왕과의 마주침이었다.

*

이재영.

재계서열 2위의 대기업 삼성.

1997년 현재 80개가 넘는 계열사와 51조 원이 넘는 자산총액을 자랑하는, 하지만 몇 년 뒤 현대라는 절대자가 쓰러진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절대자로 등극하는 인물.

그와의 만남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김석원이 그 양반이 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 이 말입니까?”

삼성 본관으로 올라와 그를 만나 나는 곧바로 그에게 김석원의 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흘린 것이다.

“네. 물론입니다. 정확하게는 간을 보고 있다고 하는 게 맞겠죠.”

그러자 그 순간 이재영, 그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그 사실을 캐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 같았다.

“허, 참 믿어지지 않는 말이군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나는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뭐 그가 믿던 믿지 않던 내가 한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믿을 수밖에 없게 되겠지.’

사실 처음 삼성 측과 약속을 잡았을 때 이재영을 볼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쌓아 올린 오라클의 이름이 있는 만큼 제법 힘 있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후계자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말마따나 그는 현재 삼성가의 왕자, 다음 세대 삼성을 이끌어 갈 이인 만큼 삼성 내에서도 애지중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황태자. 삼성의 다음 세대로 낙점된 남자. 그 사람이 바로 그다.’

하지만 얼마 전 이어진에게 그의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재영, 분명 미래의 그는 철면이라 불리는 사람.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조차 초월하고, 국가 전체의 압박조차 수월하게 넘기는 제왕이었지만, 현재의 그는 아직 발톱이 채 무르익지 않은 존재, 아버지의 왕국에 머문 채 성장을 기다리는 새끼 사자였기 때문이었다.

‘이거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겠는데?’

물론 삼성이 호락호락한 기업도 아니고 또 이재영 그 또한 나름의 제왕교육을 받았을 테지만, 문제는 그 경험이었다.

경험이라는 것은 본디 시간과 마주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뭐 처음 나를 보고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기본은 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면 가볍게 간을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그가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 과연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도 가볍게 알아볼 필요는 있을 테니까.

“어떻습니까?”

때문에 내가 묻자 그가 슬쩍 나를 바라보았다.

“…방금 한 말에 대해서 묻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솔직히 믿기지는 않는 일입니다. 설마 김석원이 그 양반이 우리에게 물을 먹이려 했었다니. 흐음… 그러고 보니 왜 우리는 알지 못했지?”

그러더니 슬쩍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시선으로 그의 수행원들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런 그를 보자 그가 젊은 시절의 이재영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과거, 그러니까 이제 다시 오지 않을 미래의 이재영, 내 기억 속의 그였다면 여기서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을 테니까.

‘삼성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그의 감정 컨트롤에는 혀를 내둘렀었지.’

하지만 나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그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곧 내가 사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아무래도 시일이 그리 지나지 않았을 테니 캐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김석원 그 사람도 경력이 있는 만큼 작정하고 숨기려 했을 테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뭐 하긴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냄새조차 맡지 못하다니. 아무래도 회사 내에 단도리를 한번 쳐야 할 것 같군요.”

이것 봐라. 지금도 외부인인 내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가.

순간, 나와 이어진의 시선이 마주쳤다.

슬쩍 웃는 모습이 그 또한 견적을 짠 것 같았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아직 협상 초반이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겁니다.”

“…이거 죄송하군요. 원래대로라면 이렇지 않을 텐데 예상외의 사태에 저도 모르게 내 화가 나서.”

“아닙니다. 저 같은 상황이어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나는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보던 그가 이내, 잔 미소를 물며 말했다.

“거참, 분명 제 조카 나이도 안 되어 보이는데 분인데… 정말 의젓하시군요. 아 이런 말을 하는 건 혹시 실례가 되려나요?”

당연히 실례지 이 양반아.

나름 재벌가 인물치곤 수더분한 성격이긴 했지만 그 또한 재벌가 특유의 마이페이스를 버리지는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 속내와 달리 입에서 나오는 말은 부드러웠다.

“아닙니다. 솔직히 제가 어린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그때.

가볍게 웃고 있던 이재영, 그의 얼굴에서 불현 웃음이 사라졌다.

그러자 과거, 텔레비전 속에서 보았던 이재영, 철면의 모습이 슬쩍 드러났다.

“그런데… 솔직히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진지한 표정 나는 내 몫으로 나온 차를 마시며 그에게 물었다.

“그게 뭐죠?”

“별건 아니고 오라클이 오늘 이곳에 온 이유가 궁금해서 말입니다.”

“이유요?”

내가 묻자 이재영이 진지한 낯으로 입을 열었다.

“네. 솔직히 말해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곳 아닙니까. 쌍호와 오라클은.”

순간, 나는 보았다.

그의 얼굴 속에 감춰져 있는 왕의 상을. 그의 눈 속에 깃든 의혹을.

역시 아무리 어려도 사자는 사자, 그의 모습에선 제왕의 피가 묻어났다.

하지만.

“아니요, 연관이 있습니다.”

뭐 그뿐이다. 어차피 그 정도는 예상했으니까.

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이재영, 그가 이채를 띈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연관이 있다고요?”

“네. 상무님께서도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신 것 아닙니까?”

“제가 예상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이재영, 그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설마.”

나는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재영,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 이 상무님의 생각이 맞을 겁니다.”

그런 뒤 천천히 이재영의 눈을 직시라며 말을 맺었다.

“우리 오라클은 쌍호자동차. 그 회사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잠시 회의실 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

커밍아웃.

우리 또한 너희와 같은 것을 노리고 있다는 솔직한 대답에 일순 말문이 막힌 모습이었다.

“설마 저희 회사에 투자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런 거라면 일단 실무진과…”

“아뇨.”

“네?”

“뭔가 오해가 있으셨나보군요. 저희가 원하는 건 단순한 투자가 아닙니다.”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다시 한번 확실히 입을 열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쌍호차의 입찰입니다. 귀측과 같이.”

그리고 잠시 뒤, 이재영,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설마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직접 들으니 새롭군. 하지만 재미있진 않아.”

그의 말에서 온기가 사라졌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요. 그래도 흥미롭긴 한 모양이니까요.”

“거참, 정말 15살 맞나? 아까 듣긴 했지만 믿기지 않아서.”

나는 슬쩍 몸을 빼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법적으로 완벽한 15살입니다. 아직 민증이 나오지 않아 확인시켜드릴 방법은 없지만요.”

“허, 참 도대체가….”

그렇게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이재영, 그가 슬쩍 말을 맺었다. 그리고는 표정을 수습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좋아. 오라클의 자금력에 대해서는 내 들어 알고 있지. 외환보유고가 심상치 않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사실이었나 보구만.”

“아무래도 외국에서 사업을 진행해서 말입니다. 그러니 당연 외환이 주일 수밖에 없더군요.”

“부럽구만. 요즘 돈 좀 모았겠어.”

“그렇긴 하죠. 하지만 저로서는… 시가총액 51조의 삼성그룹이 더 부럽군요.”

내 말에 이재영이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 51조라… 나도 잘 모르는 우리 회사의 시가총액을 잘 알고 있구만 그래.”

잠시 말을 마친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야. 문제는 자네가 왜 이곳에 왔느냐 하는 거지.”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아니, 그건 자네의 목적이지 이유는 아니지. 자네는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그가 서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해 보게. 자네는 왜 이곳에 온 거지?”

나는 그의 시선을 직시했다.

“간단합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씹어 내렸다.

“삼성과 오라클.”

앞으로의 일을 위해.

“잠시 힘을 합치는 것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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