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316 /   315화 왕좌를 쥔 자 (2)

“자 어떻게 하겠나. 이대로 내가 주는 물건을 받고 빚을 거둘 텐가? 아니면… 여기서 좀 더 가 보려는가?”

눈이 마주친다.

그 눈은 굉장히 깊고 또 어두웠으며 심유했다.

오랜 세월 벼려진,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보아 온 자의 눈동자. 그 늙은 눈은 내게 묻고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이냐고.

손에 쥔 것에 만족함을 알고 걸음을 멈출 것이냐? 아니면 칼날이 도사릴지도 모르는 언덕 위를 오를 것이냐?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당연히 가야죠.”

말을 마친 순간, 몸이 찌르르 울렸다.

몸 안에 갇혔던 열기가 피어오르고 흔들렸던 머리는 맑아진다.

그러자 내 대답을 기다리던 정영주의 얼굴이 슬쩍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당연히 가야 한다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하지만 흔들리는 얼굴.

처음 보았을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작아진 그의 모습이 보였다.

“네. 기아차 묻고 더블로 갑니다. 기왕 쓰신 거 현대차까지 더 쓰시죠.”

“뭐?”

“그 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 견적이 맞는다는 이야깁니다. 제가 드린 정보는 그렇게 싸구려가 아니니까요.”

나는 약간 목소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잠시간의 정적, 그 이후 정영주가 나를 마주 대했다.

“기아차가 싸구려라. 올해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어이없는 이야기군.”

“회장님의 생각, 그리고 후계구도, 흔들리는 현대그룹, 그것들을 모두 다 막아 주었는데도 말입니까?”

“어차피 이뤄지지 않았을 일이야. 몽근이 놈의 시도 정도는 언제든지 막을 수 있었단 말이지. 어차피 그놈이 믿고 있는 것들은 뻔했으니까.”

그가 쿵- 지팡이를 내려치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의 말에 대한 믿음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겠죠. 분명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습했겠죠. 아마 정몽근 회장은 끽해 봐야 현대차 하나 정도를 건졌을 겁니다.”

“그도 많아.”

“많죠. 하지만 그로 인해 현대는 쪼개지고 망가졌을 겁니다.”

“뭐라?”

나는 일그러지는 정영주의 얼굴, 그것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현대를 물어뜯을 테니까. 당신의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 버릴 테니까. 그렇게 되면 끝이죠. 그 동안 멈춰 놨던 시간이 한순간 현대를 엄습할 겁니다.”

내가 기억하기로 2000년 왕자의 난으로 현대가는 분열된다. 정몽근 회장과 정몽진 회장의 싸움은 일차적으로 정몽근 회장의 잠식을 방어한 정몽진 회장의 판정승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그것을 일시, 곧 또 다른 폭풍들이 몰려온다.

형제들의 욕심 그리고 이제 더 이상 현대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 현대가의 창업주 정영주가 완벽히 현대가를 지배할 수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 억눌러 왔던 사건들이 표면화되고, 현대그룹은 압박을 받게 된다.

일단 1998년 이래 2000년까지 현대그룹 계열사를 통해 북한에 투입된 자금이 문제가 되어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의 경영권은 채권단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문제는 그치지 않고 영역을 넓혀 전자와 상선, 석유화학 등으로 번진다.

그러자 압박에 견디지 못한 현대의 후계자 정몽진 회장은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석 장의 흰 봉투를 남기는 것으로.

그런 만큼 나의 정보, 왕자의 난을 막은 나의 정보는 가치가 있었다.

수십조 원의 가치가.

“회장님. 당신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대도.”

“자네… 욕심이 과하군.”

“욕심이란 그 무엇보다 더 좋은 원동력이라 말씀하신 분은 회장님이셨습니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분명히요. 제가 어렸을 적, 정보 상인이 되었을 때였죠.”

그렇게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정영주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선택은 제가 아닌 회장님이 하셔야 할 겁니다.”

“내가?”

“네.”

그렇게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정 회장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현대의 명운을 가릴 테니까요.”

“……!”

“그러니 회장님, 묻겠습니다. 제가 평범한 정보 상인, 손녀분의 평범한 약혼자가 되길 바라십니까? 아니면….”

나는 말을 맺었다.

“…그 이상이 되길 바라십니까?”

정영주 회장 그의 눈이 깊어졌다.

*

잠시 뒤.

“가지.”

정영주 회장을 태운 차가 서둘러 오라클을 떠났다.

“알겠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정몽근 회장의 일이 모두 다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일단은 계동으로 가지. 인원들은 다 모였다던가?”

“그렇습니다. 회사의 주요 임원들 일체 모이라고 지시해 뒀습니다.”

“몽근이 놈은?”

“집으로 향한 뒤, 감감무소식입니다.”

“빌어먹을 놈. 아비를 이렇게 고생시키다니. 정 회장. 똑똑히 감시해. 몰린 놈이니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이미 사람들을 붙여 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시를 내린 정영주 회장, 그가 지친 몸을 카시트에 뉘였다.

오라클을 나온 그 순간, 그간의 피로가 그를 습격한 것이다.

“후우….”

지친 목소리. 그가 천천히 몸을 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차창 밖으로 방금 전 그가 떠나온 자리, 위압적인 모양새를 띄고 있는 63빌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건방진 녀석.”

사실, 그는 오늘 담판을 지으러 왔었다.

그동안 김준영 그의 능력을 높게 보고 있었지만 오늘 일을 기점으로 그는 경각심을 느꼈다.

그조차 몰랐던 사건, 그조차 생각지 않았던 일.

자신의 아들 정몽근의 속내를 외부자인 김준영이 알고 있었다는 것에 소름이 돋는 것은 물론 이대로 간다면 자신의 기업, 현대 또한 안전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정몽진, 그의 후계자 또한 제법 뛰어난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일어선 괴물에게는 비할 수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능하다면 쉽게 일을 끝내고 싶었지.’

하지만 그 시도, 기아차를 미끼로 김준영이 가진 명분을 없애 버리려던 정영주의 시도는 그러나 처참히 끝나 버렸다.

적어도 고민을 해 볼 것이라, 적어도 어느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이 무색하게 김준영 그가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공격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선택을 하라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아니 자신의 반의반도 살아오지 못한 핏덩어리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식 계좌 하나에 목을 매고 있던 어린 꼬맹이 녀석이 어느새 커서 자신에게 선택을 종용하고 있다니.

그것도 자신의 회사, 자신의 온 세월을 갈아 넣은 회사 현대를 가지고.

분명 예전 같으면, 단박에 그런 말을 꺼낸 자를 요절내 버릴 만한 일이었다.

그에게 현대란, 그가 만들어 낸 기업이란, 때론 부모보다 더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군.’

그는 자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늙은 심장, 이미 수백, 수천 번의 사건들로 무뎌진 그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분명 올라왔어야 할 분노, 그것은 정처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가벼운 기대가 대신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한계, 인간의 수명이라는 한계를 목도했을 때 자신이 하고자 한 타협, 어쩌면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서 나온 감정이었다.

그라면, 바닥에서 하나하나 피를 흘리며 솟아 나온 그라면 자신의 것을 보다 크게, 영원불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든 것이다.

시간이란, 김준영이 가진 시간이란 천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지.’

결국,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정영주, 그가 결론을 내렸다.

“정 회장.”

“네 아버님.”

“차 돌려.”

“네? 넷?”

선택을 해야 한다면 빠르게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드디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잠시 뒤, 고개를 돌린 정영주의 눈동자 안에는 검푸른 하늘 아래 홀로 찬란히 빛나고 있는 건물의 모습, 좀 전과는 조금 다른 색을 띄고 있는 오라클 본사의 모습이 자리해 있었다.

*

2000년,

대한민국의 상황.

찻잔 속 경제라 일컬어질 정도로 유동적인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아니 단순히 ‘좋지 않다’ 정도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상황은 암울했다.

코스닥 지수는 50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속속 나오고 있었고 이에 따라 코스피 또한 하락 일변도, 한때 또다시 IMF와 같은 파도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사람들을 뒤흔들기도 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시장에 돈이 말라붙고 기업들의 움직임 또한 움츠러들었다.

2000년 1, 2분기 수출실적이 전년도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쪼그라들고, 가뜩이나 겁을 먹은 투자자들은 돈을 끌어당기며, 은행들은 담장을 높였다.

원래 큰 병을 치른 후엔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 닷컴버블이라는 사태가 또 다른 IMF 사태로 진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재들만이 계속된 것은 아니었다.

닷컴 버블에 의한 경제 불안이 계속되는 와중, 그 사건들을 덮을 만한 중요한 사건들이 대한민국의 2000년을 수놓았다.

일단 가장 먼저 오라클, 재계서열 3위의 거대기업 오라클과 한성그룹의 합병이 완료되었다.

그러자 그동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됐던 재계 1, 2, 3위의 위상이 일순 변동, 하루아침에 권력의 향방이 변화했다.

삼성.

그 기업의 위치기 흔들리면서 그동안 깨어지지 않는 벽이라 생각됐던 2위의 벽이 드디어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뒤를 이어 현대그룹, 현대그룹의 권력 구조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그동안 현대그룹의 사실상 장남으로 활동하던 정몽근 회장이 돌연 현대 자동차 회장직에서 몰리듯 쫓겨나더니, 이내 정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마치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이쯤 되자 사람들은 생각했다.

2000년, 올해는 정말 정신없는 해라고, 이젠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도 않겠다고.

연초부터 계속된 큼직한 사건들.

닷컴버블의 붕괴, 남북 정상회담, 오라클과 한성의 합병, 정몽근 회장의 퇴진 등 끊임없는 사건들의 향연에 학을 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은 단순히 앞으로를 준비하기 위한 워밍업에 불과했음을. 왜냐하면.

[충격, 논란 속의 현대 공동 회장 ‘오라클’의 김준영 회장으로 밝혀져! ? 한X일보. 2000. 11. 20]

현실은 언제나 그들의 상상보다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놀랍게 변화하기 때문이었다.

“뭐어?”

“이런 미친!”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 그 소리를 배경으로…

“이제야. 준비가 끝났네요.”

미래가 바뀌었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315화
[316 / 총381]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315화

연재 총 3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