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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예상외의 손님 (2)

김정운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1955년. 전쟁의 포화로 고향을 잃은 그는 동갑내기 아내와 다섯 자식들을 데리고 서울로 피난, 피난지인 서울 종로에 ‘한성광업’이라는 작은 회사를 설립한 뒤, 당시로선 사업성이 없다 판단된 광산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개인이 광산을 산다니, 뭐 요즘 같아서야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당시 전후복구에 혈안이 되어 있던 정부의 정책과, 공무원 두세 달치 월급 정도였던 폐광 가격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그가 사들인 광산 대부분이 쓸모없는 폐광이라 광산에서 아무런 수익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뭐 광산? 허허 미친 놈. 아니 요즘 같은 시기에 무슨 광산을 그냥 고리대나 할 것이지.’

‘그러게 말이여. 아니 그것도 폐광을 붙잡고 뭐하는 짓이야.’

‘허허 냅둬 저러다 망하면 정신 차리것지.’

그러나 1970년대 초.

미국이 자국 내의 몰리브덴 생산을 중단하고, 그사이 광업기술이 발달하면서 그의 선택은 그야말로 대박이 나 버렸다.

원화 50억 원!

2019년 현재의 화폐가치로 따지면 1,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의 돈.

한 달 내내 돈을 세어도 한참이나 남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돈이 그의 수중에 들어온 것이다.

‘아니... 김 사장 그러지 말고 나 500만원만 좀 빌려주게.’

‘에헤이 저리 꺼져! 김 사장 그러지 말고 나랑 사업하나 같이 하지?’

‘김 사장. 내가 옛날에 김 사장 어려울 때 술 한 잔 사준 거 기억하지? 왜 그때 우리 좋았잖아. 안 그래?’

그러나 행운의 여신이 그를 시기했기 때문인지, 그는 자신이 잡은 행운을 만끽할 수 없었다.

[22층 大然閣(대연각) 호텔 火災(화재)! 死傷者(사상자) 다수!]

대연각 호텔 화재사고.

1971년, 사망자 163명 부상자 63명을 불러온 어마어마한 참사가 그를 집어삼킨 것이다.

[事業家(사업가) 金鼎運(김정운), 大然閣(대연각) 호텔 火災(화재)로 死亡(사망)!]

결국, 김정운이 광산업으로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과 회사는 당시 서른 살이었던 아내, 김귀란에게 귀속되었다.

[漢城鑛業(한성광업)! 젊은 未亡人(미망인)이 承繼(승계)!]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금도 여자가 사장이라고 하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이니까.

때문에 사람들은 한성광업의 비약적인 성공이 곧 막을 내릴 것이라 생각했다.

‘한성 광업도 곧 망하겠군. 그러게 내 알아봤지.’

‘허허 암탉이 울어봐야 새벽이 오나. 그냥 다 은행에나 맡겨두지 괜히... 쯧쯧.’

‘그러게 말이야. 허허 망조야 망조.’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성광업’은 김귀란의 손에 의해 비로소 비상하게 된다.

몰리브덴을 판매한 돈을 기초로 식품 유통 사업 및 건설, 에너지 사업에 공격으로 투자.

이후 1970년대 경제성장 및 수출호조와 1980년대 중동 붐.

그리고 5공 정권의 부실기업 정리 및 부실 국영기업의 불하를 적극 활용하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1993년 현재의 한성그룹이다.

‘한성그룹.’

한때 자산 총액 8조, 연 매출 4조, 영업이익만 1512억 원에 달했던, 1997년 기준 재계서열 12위에 해당하던 거대 그룹.

그룹의 근본이 되는 광업 이외에 유통, 화학, 생명, 호텔, 패션, 식품, 금융 등 총 23개의 달하는 계열사를 지닌 거대 그룹이 바로 한성이었다.

물론 한성그룹의 최전성기, 자산 총액 8조 원이라는 금액이 지금 보면 굉장히 적어 보이는 규모이긴 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 보면 자산총액 54조 원의 대현중공업이나 36조 원의 신세기 그룹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룹이 바로 한성그룹이니 그 이름은 가볍다 볼 수 없다.

그러니 나로선 잭팟이 터진 상황.

혹시나 하고 배팅을 했는데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터진 상태였다.

말마따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 내게 벌어진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 거대한 공룡의 수명이 5년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 참.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알기로 한성그룹은 5년 뒤에 있을 딥임팩트, 그래 소위 IMF라 불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해체된다.

그것도 국내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 한보그룹의 뒤를 이어 빠르게.

모두다 한성의 지배자, 소위 측천무후라 불리던 김귀란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그 이후 회장직을 승계한 김홍래 회장이 무리한 M&A를 통해 덩치를 불리는 데만 치중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반인들 머릿속에선 이미 잊혀진 사건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전생에 일하던 기업이 과거 한성그룹 산하의 계열 하청 중 한곳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내 팔을 먹어치운 회사.

치료비도 안 되는 적은 돈으로 내 입을 막으려 했던 회사를 이기기 위해 나는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었다.

뭐 결국은 이기지 못했지만 말이다.

나는 어색한 감각을 느끼며 주먹을 굳게 쥐었다.

꽈악-

도대체 몇 년 만에 제대로 주먹을 쥐어 보이는 건지.

손톱들이 정도를 모르고 내 손바닥 안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 선명한 아픔과, 전생의 기억 덕분에 나는 빠르게 내 처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곧 침몰할 배 위에 올라가기 위해 바둥거리고 있는 현실을.

나는 쓰게 웃으며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운전사와 한규선.

두 사람 모두 대기업 한성에서 일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들이다.

그래 아마 이들의 머릿속에는 한성이, 그리고 대한민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어 있지 않겠지.

1993년 이때는 비정규직이라는 명칭조차 생소한 시절,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통용되던 시대니까.

휴,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몇 가지로 한정된다.

첫째, 이대로 한성과의 인연을 끊고 미래의 지식을 통해 앞날을 정한다.

둘째, 아직 4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 안에 한성에서 빼먹을 수 있는 것을 모두 빼먹고 익절 한다.

셋째, 김귀란 회장을 통해서든 아니면 내가 직접 움직여서든 1997년 외환위기를 이겨낸다.

이 세 가지가 현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었다.

이중에서 제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첫 번째.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이 두 번째.

거의 불가능한 것이 세 번째다.

물론 이성적으로 본다면 두 번째, 그게 안 될 것 같으면 첫 번째 방법을 택하는 게 타당했지만, 이상하게 계속 세 번째 방법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그 길은 제일 위험한 방법.

아직 김귀란의 손자로 인정받지도 못한 10살 남짓한 어린 아이가 시도하기에는 불가능한 길이었다.

‘...어린 몸뚱아리의 치기인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차라리 한성보다 재계서열이 낮더라도 튼튼한 회사, 아니면 그냥 견실한 중견기업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마음 편하게 천천히 재벌가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내 몫을 받는 것에 만족했겠지.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한 번쯤 큰 고기를 노려 볼 필요가 있었다.

물론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위기는 곧 기회.

한성이라는 준마가 휘청거린다는 말은 곧 다른 사람에게도 기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나에겐 남들이 모르는, 남들은 가질 수 없는 아주 날카로운 무기가 있지 않은가.

‘그래. 미래를 아는 건 오직 나뿐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엄청난 무기였다.

어차피 경제 상황이라는 것이 현재의 나 같은 개미의 움직임에 개변하는 것이 아니니만큼, 앞으로의 한동안은 답지를 보고 시험을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힘을 가질수록 점점 달라지겠지만······.’

게다가 회귀 후, 어렸을 때의 몸으로 돌아온 덕분인지 이상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아졌다. 과거였다면 한참동안 생각하다 결국 떠올리길 포기했을 기억도 요즘엔 그냥 생각을 하자마자 그에 대한 기억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 선물을 주기라도 한 듯이.

‘······과연 누가 이런 능력을 줄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마음껏 써 주도록 하지.’

그때, 한규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습니다."

나는 빠르게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건물.

부지면적 20,000평, 건축면적 4,000평.

350개의 객실.

지상 23층 지하 5층을 자랑하는.

소곡동 롯데호텔, 장충동 신라호텔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특급호텔로 일컬어지는 호텔.

한성호텔이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네. 여기가 바로 한성 호텔입니다."

내 물음에 한규선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이곳이 바로 현재의 한성.

아니 한성이라는 거대한 성의 일각이다.

"내리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홀린 듯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그 순간.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오십을 헤아리는 수의 사람들이 주르륵 일렬로 서서 김귀란을 맞이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군주를 영접하는 신하들처럼, 그리고 신하들을 내려다보는 군주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침이 꿀꺽 목울대를 지나 넘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첫 번째니 두 번째니 하는 방법들은 모두 머릿속에서 깨끗이 잊혀졌다.

저 권력, 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싶게 되어 버렸으니까.

.

.

.

차에서 내린 나는 곧바로 호텔의 최상층 라운지로 안내되었다.

눈 아래로 보이는 서울의 모습.

저 멀리 한강과 남산, 신라 호텔의 붉은 윤곽이 보이고 그 아래, 한강변 도로를 따라 오고가는 차량의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장난감 같아 보이는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곳에 오는 이들은 이런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구나. 이런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구나.

땅에 붙박혀 사는 사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각. 상상하나 이해할 수 없는 시야. 그런 차이가 이런 사소한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구나.

창백한 유리창 너머 개미처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발아래 깔려 언제든 밟아 버릴 수 있을 거 같은 이들의 모습을 보자, 전생에 재벌들이 왜 이해가 안 되는 짓들을 하는지, 왜 대중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사회적 지탄을 감수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남과는 다르다는 고양감. 하늘에 붕 떠서 마치 신이 된 것 같은 시야로 이 모든 것을 바라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괴물이 되겠지.

이곳에 서면 사람이라는 것이, 하계의 삶이라는 것이 하찮게 보일 테니까.

‘후...’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대리석 바닥.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일 것이 분명한 조각과 그림들.

손을 대는 것이 겁이 날 정도의 아름다운 가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내가 보아 왔던 것들, 내가 가치 있다 느꼈던 것들은 도대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닌 것들이었을까?

내가 평생 동안 번 돈으로 이곳에 있는 아주 사소한 가구 하나라도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35년 평생의 기억이 마치 볼품없는 꿈같이 느껴졌다.

지난 생, 발버둥쳐 왔던 내 삶의 가치란 이곳에 있는 평범한 의자 하나의 값어치도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나는 다르다.

이제 나는 전생의 무력한 병신, 다리 인대가 박살나고 후각세포 사멸, 결국엔 손까지 헌납한 패배자가 아니다.

나는 이곳에 설 것이다.

그리고 그 열쇠가 바로 내 앞에 자리해 있었다.

김귀란 회장.

한성이라는 거대한 그룹을 일궈낸 장본인.

거대 기업의 회장들과 사장들, 정치인들에게 누님이라 불리며 한국정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람.

외환위기 직전 그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한성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존재.

그리고... 나의 생물학적 할머니.

김귀란에게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나아가 후계자로 자리매김할 수만 있다면 이 거대한 제국을 내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 삶도, 35년 평생 잃어 오기만 했던 내 삶도 달라지겠지.

‘내 어머니의 삶도.’

그렇게 내가 스스로 다짐을 하고 있던 그때.

"그래 이름이 준영이라고 했던가?"

김귀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김귀란 이외에 아무도 없는 라운지라 그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김준영이에요."

"그래. 준영아. 일단 너한테 한 가지 말해 둘 게 있다."

말을 마친 그녀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뭘까?

무슨 말이기에 식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선전포고를 하듯 말하는 것일까?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당황을 지운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더라도 대응할 준비를 하면서.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말이었다.

"간단히 말해. 넌 내 손자가 아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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