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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화 사람의 기억 (2)

길은 멀었다.

길은 사람들을 잇되 그 사이의 간극은 꽤나 주관적이었다.

평소에는 가깝게 느껴지던 길이 오늘 따라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비가 오는 새벽.

나를 태운 차는 거북이처럼 달려가고 사방을 채우는 빗소리는 꽤나 슬픈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길.

현대 아산 병원.

과거 영화나 드라마의 세트장으로 많이 등장했던 병원. 그곳으로 나는 들어갔다.

그러자 병원 내부와 복도를 매운 수많은 사람들.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미는 기자들과 검은 정장을 입은 채 나를 안내하는 수행원들. 그들을 지나쳐 한 공간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나는 볼 수 있었다.

“왔나?”

나를 향해 짙은 웃음을 보이고 있는 남자.

어울리지 않는 환자복을 입은 채 나를 바라보는 남자.

정영주 회장을.

*

“깜짝 놀랐습니다.”

병원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그러자 정영주, 그가 피식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랬나?”

“네. 쓰러지셨다는 말만 들어서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하하, 녀석들 매번 그런다니까. 아니 뭔 일만 나면 침소봉대해요.”

휘휘 젓는 손길, 그 손길에 사람들이 빠르게 자리를 비우고 제법 고급스러운 병실 안엔 나와 정영주 단둘만 남았다.

“그나저나 자네 사업은?”

“……오자마자 하시는 말이 그겁니까?”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원래 늙은이가 병원에 오는 일은 일상적인 일이니까.”

그가 짙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거칠게 올라온 하얀 수염, 그것을 보자 그의 현재가 여실히 느껴졌다.

“…일은 다 처리하고 오는 길입니다. 사실 오늘 여행을 가기로 했었거든요.”

“여행?”

“네. 어머니와….”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쳤군.”

그의 시선에 약간 미안한 기운이 실렸다.

“아시면 일어나시면 됩니다.”

“허허,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인가?”

“매번 말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100세까지 사신다고. 그러시더니 이게 뭡니까.”

나는 약간 타박하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100세까지 사는 건 당연하네. 그런데 그 와중에 병원 한 번 오지 않는다는 말은 없었지.”

……이 양반 한 말도 안 지려고 하네.

정영주 그가 약간은 아이 같은 표정, 짙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뭐 약간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그나마 내가 예상했던 최악의 사태는 아닌 것 같아서.

“의사는 뭐랍니까?”

“의사 놈들이 뭐 안다던가 맨날 앓는 소리나 하지. 뭐 한동안 자중해야 한다는데 내가 보기엔 아니거든. 이런 데 누워있다간 건강한 사람들도 병이 들 걸세.”

그가 휘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의 시선에는 병원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이 병원 회장님이 지으신 것 아닙니까?”

“지었지. 그런데 병원 밥까지 맛있는 건 아니거든.”

그렇게 너털웃음을 터뜨린 정영주, 그가 천천히 수액라인이 잡혀 있는 팔을 들어 물을 찾았다. 내가 물을 건네주자 그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뭐 영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나 쓰러졌다니 이렇게 부리나케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이거 영 헛 산 건 아닌가 보구만.”

“이렇게 건강하신 줄 알았으면 그냥 여행이나 갈 걸 그랬습니다.”

“하하 우리 손녀 사위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군.”

그가 물컵을 건네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때?”

“뭐가요?”

“이건주 그 어린 놈도 병원에 들어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거… 자네 솜씨지?”

…이 양반 이거 위험한 소리를, 나는 슬쩍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집 둘째가 추워하는 것 같아 불이 있는 곳을 알려 줬을 뿐입니다.”

“원래 딸려가는 자는 자기가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법이지.”

그가 하회탈 같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요즘 꽤나 재미가 꽤 좋은 모양이구만.”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하하, 그 기분 알지 하는 일마다 척척 잘 풀려나가는 그 기분, 내가 움직이는 만큼 내 회사가 이 나라가 바뀌어 가는 그 기분. 그리고….”

그가 씨익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바뀌어 나가는 그 기분.”

그의 눈은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글쎄요. 딱히 전 바뀐 것이 없는 것 같은데요?”

“원래 자신이 바뀐 것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 자기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뭐 원래 사람이란 앞만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고.”

“…거울이 필요하겠군요.”

“언제나 그렇지. 하지만 이쁜 얼굴을 보이고 싶다면 거울을 잘 골라야 할 걸세. 가끔 이상한 것들이 끼어 있거든.”

그가 슬쩍 눈을 들어 창밖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이번 사건, 정영주 회장의 입원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취재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아마 그들에게는 제법 괜찮은 소재일 것이다. 거인의 입원, 그리고 그곳을 찾아온 나의 존재. 아마 지금쯤 소설들을 써재끼고 있지 않을까?

“…저런 것들에게 치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하긴, 자네는 말하지 않아도 잘 하는 사람이었지. 이상할 정도로 잘.”

그의 시선이 먼 곳을 향했다.

“벌써 10년이군.”

“그렇게 됐나요?”

“그렇지. 벌써 그렇게 됐군. 제법 길지만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었어.”

그렇게 잠시 가벼운 웃음을 보이던 정영주, 그가 불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작은 선생.”

“네. 회장님.”

“긴장을 늦추지 말게.”

그리고는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머리 위에 항상 칼이 달려 있는 것처럼 살아. 앞에서 웃는 것들에게는 웃음을 보여 주고 우는 자에게는 설탕을 주게. 하지만 옷은 두꺼운 옷을 입을수록 좋은 법이지.”

“이거 왜 이러십니까. 곧 멀리 갈 사람처럼.”

“자네 할머니가 있었다면 해 줬을 말이야. 없으니 내가 하는 것뿐이고.”

그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몸을 드는 그의 몸이 제법 작아 보였다.

“그나저나 이 사람은 도대체 어디가 있는 건가? 아니 오라비가 누웠다는데 어디 갔기에 코빼기도 안 비춰?”

약간은 서운하다는 듯한 그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평소에 닿아있었다.

“아마 지금쯤 뉴욕에 계실 겁니다. 요즘 월가에 꽤나 재미를 붙이신 것 같으시거든요.”

“그래?”

“네. 보아하니 요즘엔 석유 쪽에 꽤나 많은 투자를 하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그 말에 정영주 그가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였다.

“부럽군. 맘 놓고 맡길 손자가 있으니 아주 인생을 즐겨.”

“하하, 회장님께서도 가능하실 겁니다. 제 품은 아주 넓거든요.”

나는 슬쩍 그의 의중을 떠보았다.

그러자 그가 피식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걱정 말게 내 곧 자리에서 일어날 테니까. 뭐 좋은 사업 아이템도 하나 남아 있고.”

“그렇습니까?”

“물론이야. 내 일생일대의 딜이지. 아마 기대해도 좋아.”

그가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은 짙은 기대, 그리고 욕심이 담긴 눈이었다.

*

결국 휴가는 취소되었다.

“결국 또 못가는구나….”

“어쩌겠어요.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나요?”

정영주 회장의 일로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하루 이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결국 움직일 수 있는 시기가 지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작년에 그냥 다녀올걸… 아니 남들은 돈 있으면 타히티다 아이슬란드다 어디다 다 가는데 왜 난 못 가….”

“그래도 해외는 자주 나가지 않아요? 왜 중국이나 러시나 미국은 자주 가잖아요.”

본래 인생이란 가만히 있으면 뒤로 가는 법. 금세 우리가 제법 바쁘게 움직일 만한 일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거야 출장이니까 그렇지!”

“하하 남들은 그것도 다 못가고 늙는다고요. 안 그래요?”

“하나도 위로가 안 돼!”

때문에 나는 움직였다.

아니 뛰고 달렸다.

내가 멈춰서 있는 이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기 위해.

현실에 만족한 채 뒤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나의 뒤에 있는 후발 주자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치고 나간 것이다.

“나중에 더 좋은 데로 가죠. 나중에 아무도 못 가본 데로, 그런 데로 가 보는 거예요.”

“어디로?”

“글쎄요… 심해는 한 번 가 봤으니까. 우주로?”

“……하아….”

뭐 인생은 단 한 번뿐이었으니까.

“농담이에요. 농담. 설마 제가 정말 그런 생각이겠어요?”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서 그래.”

“하하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일단 가장 먼저 나는 현재 내가 손을 대고 있는 사업들을 확인했다.

“자 그럼 농담은 이쯤 하고 이제 시작하죠. 일단 뉴딜 사업은 어때요?”

“현재 진행 중, 5개 부문 300개 사업들 중 50개 사업 정도가 공정 50%를 넘어섰어.”

“그래요?”

“그래. 2주에 한 번씩 정부 측 인사들이랑 기업측 대표들이랑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아무래도 이번 일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실패는 용납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오라클, 나의 본진, 나의 집. 오라클 그룹의 미래 사업에 대한 구상을 현실화시키기 시작했다.

“오라클의 상황은?”

“황금평 쪽 공정은 끝났고 동북성의 유통 네트워크 구축도 마무리 단계야. 본토 쪽 유통망은 마윈의 망을 이용하기로 했고 석유 수입선도 구축 완료된 상태고.”

“한국 쪽은요?”

“전자, 유통, 자동차, 석유, 모두 다 양호. 물론 작년에 있었던 50% 프로젝트 때문에 석유 쪽이 약간 삐끗하긴 했지만 지금은 모두 다 정상화 됐어. 매출도 주가도 상승 중이야.”

“상반기 매출은?”

“글쎄 아무리 적게 잡아도 작년의 5배 정도?”

“그렇게나요?”

“이번에 나온 신제품들이 반응이 좋아.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이제 곧 다가올 미래, 그 전까지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 그것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를 마쳐나간 것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만든 거야? 그 디자인 그거 유명 디자이너들도 혀를 내두르던데?”

“뭐가요? 휴대폰 디자인이요?”

“그래 그 디자인 전면 액정에 심플한 홈버튼, 다들 그것 때문에 난리야. 노키아든 모토로라든 우리 제품 때문에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라던데.”

뭐 내게는 일반인들이 생각지 못할 무기들이 제법 많았으니까.

“그뿐만 아닐걸요?”

“뭐?”

“휴대폰 디자인만이 끝이 아니라고요.”

“…너 설마?”

“네. 앞으로 모든 사업, 모든 제품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들이 될 거에요. 제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일들만 계속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2004년 3월, 이제 막 겨울의 추위가 가시려 하던 그때.

“가죠.”

“…그래.”

나는 내가 오고 싶지 않았던 곳, 내가 원하지 않았던 곳, 혹시나 싶었던 곳, 그곳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어나신다더니… 거짓말을 하셨네요.”

그곳은 바로 현대 아산 병원, 정영주 회장의 빈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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