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김준영. 37살. 무직.
불과 일주일 전까지 일하던 공장에서 손을 잃었다.
돌아가는 기계. 아마 한 달 내내 계속되던 철야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장은 병실에 누워 있는 내게 치료를 약속했지만··· 돌아온 것은 조악한 의수와 얼마간의 퇴직금,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손가락질뿐이었다.
나는 공장 앞에서 100일을 버텼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돈이란 것은 무엇인가. 왜 나를 힘들고 고통스럽고 모욕적이게 만드는가.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아직 내게는 어머니가 남아 있었으니까.
그래 괜찮다.
아직 나는 죽지 않았다.
그러니 남은 팔로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드려야지.
그러나 오늘.
나는 어머니마저 잃었다.
병명은 급성폐결핵.
부족한 영양과 가혹한 노동,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평생 동안 몸을 혹사시킨 어머니의 관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빈소에 앉아 생각했다.
‘...빌어먹을 인생.’
이 상황에도 잠은 오는가?
삼 일을 내리 뜨고 있었던 눈꺼풀을 아주 잠시 닫았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준영아! 일어나 이 녀석아! 학교 가야지!"
나는 눈을 떴다.
27년 전, 10살의 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