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256화 미래를 잡다 (4)
청와대에서 나온 뒤 나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저씨.”
“어, 준영아.”
정보화 시대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선 먼저 그 물고기를 낚을 낚시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준비 끝났어요?”
“정보통신사 인수 건 말이야?”
물론 처음부터 내 손으로 그 낚시대를 만들어 키워나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이 시기, 이때를 놓치면 앞으로 100년은 족히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네. 물론이죠. 속도가 생명이에요.”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업체들을 면밀히 조사, 우리가 이용할만한 회사. 앞으로 우리의 첨병으로 움직일 수 있는 회사를 찾았다.
“이미 조사는 다 끝내 놨어.”
“그래요?”
그리고 그 결과, 나는 마땅한 낚싯대, 나의 먹잇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회사는 바로….
‘한일 텔레콤’
1997년 정부가 시내전화를 경쟁체제로 전환하면서 데이콤, 한국전력공사, 삼성전자 등 357개 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제2시내전화사업자, 우리나라 시내 전화 사업의 차석이었다.
“일단은 한일 텔레콤을 인수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야. 어차피 업계 1위인 한국통신이야 공기관이니 건드리고 싶어도 건드릴 수 없으니까. 뭐 3위인 두루넷은 규모가 너무 작고.”
“그런가요?”
“그래. 그동안 회사 사람들이 조사한 결과야. 해당 자료는 올졌昰릿歐? 한번 보고.”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이 쉽게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한국통신이 우리나라 통신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고 하더라도 업계 2위라는 덩치는 작지 않았다.
말마따나 밟으면 꿈틀할 수 있는 덩치는 된다는 말이었다.
‘한일 텔레콤의 자산 가치는 평소라면 2조, 지금 이 상황에 떨어졌다고 해도 1조는 된다. 그런만큼 방심은 금물이야.’
하지만.
“어떻게 됐어요?”
“뭐가?”
“한일 텔레콤이요. 지분 방어한다고 날뛰고 있을 텐데?”
뭐 이런 일을 한두 번 해 봤어야지.
이미 여러 번 나의 지시에 따라 해당 기업들을 인수 합병해 봤던 사람들이 나에게 있는 만큼 빠르고 은밀하게 한일 텔레콤의 속살을 먹어치울 수 있었다.
“아, 그거… 뭐 별거 없던데?”
“별거 없다고요?”
“어, 뭐 자기들도 살아 있다고 지분 방어한다 어쩐다 하긴 하는데 뭐 별거 없더라고. 이미 지분 비율 15% 손에 쥐었어.”
“아니 그렇게 빨리요? 정말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그들은 357개의 크고 작은 업체들의 자금으로 만들어낸 오합지졸들이었으니까.
“그렇다니까? 뭐 평소라면 어떻게 해서든 지분을 꽉 쥐고 안 놨겠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니까. 애초에 개미들 지분 비율이 50%를 넘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빠르게 한일 텔레콤을 먹은 우리, 우리는 곧바로 사명을 오라클 텔레콤으로 바꾼 뒤, 곧바로 초고속 인터넷망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1998년. 아직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말 자체가 낯선 시기였지만 이미 기술력 자체는 마련되어 있었다.
초고속 인터넷을 가능케할 기술 자체는 1990년대 초중반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 오라클 텔레콤의 제1목표는 바로 대한민국 1위의 초고속인터넷망 사업자입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우리는 오늘부터 총력전으로 나갑니다. 다들 아시겠습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도 기술의 상용화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지만.
“하지만 회장님. 기술력 자체는 준비되어 있다손 치더라도 그 기술을 상용화 하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과 인력, 자본이 필요할 겁니다.”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힘들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닦달하신다 하더라도 기술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포기해선 안 됐다.
지금 이 시기, 이때의 한 달, 하루가 곧 미래의 일 년 십 년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려움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한계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지금 이때 흘리는 땀이 나중에 더 큰 결실이 되어 돌아올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때문에 나는 오라클 텔레콤의 개발진들에게 한 가지 탐스러운 당근을 내밀었다.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씀을 하실 지. 하지만 대신 여러분께 약속하죠. 만약 올해 안에 상용화 준비를 끝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기간을 줄일 수 있다면….”
“…줄일 수 있다면?”
“여러분이 그 기간을 한 달 줄일 때마다 1,000%씩 연봉을 더해드리겠습니다.”
“네에?”
뭐 돈이라는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는 법이었으니까.
“아니, 저, 정말입니까?”
“물론 입니다. 거기에 더해 하루를 줄일 때마다 10%씩 연봉을 가산해 드리죠.”
“다, 당장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9월 말.
엔씨소프트가 온라인 RPG 게임 ‘리니지’ 정식서비스를 개시하고 통일부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승인, 미국 MLB 사무국이 박찬호 선수를 내셔널리그 7월 투수부문 최우수선수로 선정하던 그때.
“회, 회장님!”
나는 이뤄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죠?”
“드디어 성공했다고 합니다!”
“성공이요? 설마…?”
“네! ADSL 상용화 기술 개발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모든 준비를.
정말이지 믿기지 않을 속도였다.
“하하……회사원들은 성과급만 주면 달도 딴다더니….”
내가 간만에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결과를 알리러 온 직원은 능글맞게 웃었다.
“달 따면 또 성과급 주시나요?”
“아뇨, 핫하…….”
나는 가볍게 웃으며 피식 웃엇다.
1998년. 마침내 초고속 인터넷 망 상용화에 준비를 마친 것이다.
내가 기억하던 과거보다 무려 1년 빠르게 말이다.
*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
일반 전화선을 사용하여 고속으로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기술인 중의 하나이자 대한민국에 초고속 인터넷을 전국적으로 보급한 역사적 기술. 대한민국을 정보화 강국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기술이 바로 이 기술이다.
그런 만큼 내가 살던 시대, 내 나이대의 사람들치고 이 기술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이 기술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세대. 이 기술의 혜택을 받고 커 간 세대이기 때문이었다.
‘뭐 나야 집에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었지만 가끔 가끔 갔던 친구들 집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있었으니까.’
그만큼 ADSL. 그 기술이 우리나라의 역사, 경제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기존의 주류 인터넷인 모뎀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
최대 8Mbps의 속도로 기존 모뎀의 최고 속도인 56kbps에 무려 146배.
1999년 당시 한국통신이 밀고 있었던 ISDN방식의 무려 128배의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망이 바로 이 기술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아마 PC방이 전국적으로 생긴 것도 이 기술이 활성화된 이후였지.’
때문에 나는 이 기술의 상용화 기술이 개발, 그 준비를 마쳤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때부터 회사에 붙어 있었다.
“드디어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기술이 생김으로 인해 기존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 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모두 상용화 준비에 몰두해 주세요. 그에 필요한 모든 사항들은 다 제가 처리할 테니까.”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자금이면 자금, 장소면 장소, 기구면 기구 모든 것들을 전부 다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막론하고 전부 다 구해다 드리죠. 원한다면 위성에 들어가는 부품이라도 뭐든지 다.”
“그,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하하 농담입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정부가 우리의 사업에 지원 의사를 내보이며 연락을 취해 올 때쯤, 나는 목도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시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우리집, 평창동 저택에 들어온 우리나라 최초의 ADSL인터넷을.
“어때요? 됩니까?”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풍경, 그것은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 기대 어린 표정으로 방에 놓인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앞에서 인터넷을 연결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제 곧 신호가 연결될 겁니다.”
“흐음, 그래요?”
“네. 잠시만 기다….”
그리고 그 순간.
“아 됐습니다! 됐어요!”
인터넷을 연결하던 직원 하나가 불현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순간, 집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람과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연결된 겁니까?”
내가 묻자 잠시 머쓱한 표정을 보이던 직원이 눈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혹시 원하는 사이트가 있으십니까?”
“야후(Yahoo)로 들어가 보죠.”
그러자 바로 옆에서 연결을 맡고 있던 직원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자 잠시 웹브라우저 창이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야후의 홈페이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분명 내가 기억하던 과거의 인터넷 속도보다는 느린 속도였지만 동시에 기존의 모뎀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속도였다.
“속도는? 속도는 얼마나 됩니까?”
“그게… 8, 7, 아, 평균적으로 8Mbps정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닐 암스트롱이 말했던가. ‘지금 첫걸음은 한 인간에게 있어서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게 있어서 커다란 첫 도약입니다’ 라고?
나 또한 그때의 그가 느낀 소회를 어느 정도나마 알 것 같았다.
분명 지금은 단 한 곳, 대한민국에서 단 한 곳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순간 이후로 대한민국은. 아니 나아가 전세계는 완전히 변하게 될 거다. 사람들의 사이는 더 좁아지고 세계는 더 빨라지겠지.’
나는 소리를 치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눌렀다.
그리고는 짙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들며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 일은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모두 다 회장님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입니다. 회장님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아마 빨라도 내년에나 가능했을 겁니다.”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올해 안에 이렇게 성공하기는 어려웠겠죠. 약속한 대로 여러분 모두에게 그에 맞는 보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그 순간, 직원들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웃음이 맺혔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저, 저도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하하, 됐어! 우리가 해냈어!”
지난 시간, 밤을 새워 땀을 흘려 가며 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한 그들의 노력이 보상받는 순간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舊嗤?.
‘고맙긴 내가 ? 고맙지.’
磁였募? 말을 構? 싶은 건 사실 た눼?.
이번 일, 이번 사건을 통해 내가 벌어들일 자금은 정말 어마어마할 테니까.
‘100억 달러? 그건 푼돈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천금의 가치를 지닌 것이 바로 이것이니까.’
나는 서로의 손을 감싸 쥐고 방방 뛰고 있는 직원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직원들.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그러쥐었다.
좋아.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천하(天下).
이 기술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