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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격변의 대한민국 (3)

그 후의 일은 정말 폭풍 같았다.

정 회장의 뒤를 이어 차에서 내린 김귀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자식들의 모습에 일갈, 텃밭에 들어온 두더쥐를 솎아내듯 자식들을 쫓아내 버린 것이다.

“지금 뭣들 하는 짓이야! 첫째, 넌 장남이라는 놈이 이런 유치한 짓을 하고 있어?! 이럴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 회사를 더 키울까 고민을 하고 움직이란 말이야!”

“아니 어머니 그게 아니라···.”

“어머니는 무슨! 그리고 둘째! 넌 미국에서 왜 들어왔어! 내가 베스트 바이 쪽이랑 도장 찍기 전까진 긴장하고 있으라고 했잖아! 당장 돌아가!”

그러자 멍한 표정으로 정 회장의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 모두 어맛 뜨거라 허둥지둥 평창동을 떠나 버렸다.

괜히 미적미적 평창동에 궁둥이를 비비적거리고 있다간 김귀란의 눈에 들기는커녕 그녀의 눈 밖에 나리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죄송할 짓을 하지 마!”

그렇게 순식간에 평창동에 찾아왔던 불청객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 나와 김귀란, 정 회장 이렇게 세 명은 평창동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후우··· 정 회장. 그럼 들어가지.”

“허허 김 회장. 김 회장도 고생이 많구만. 우리 집만 저런 줄 알았는데. 김 회장네 집도 신경쓸 게 많겠어.”

“빌어먹을··· 하여간 저것들은 언제쯤 철이 들런지···.”

그런데 저택으로 들어와 가볍게 식사를 한 뒤 정 회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나는 한 가지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여론을 움직이신 게 회장님이시라고요?”

이번에 김일성 조문에 대한 여론 만들어 낸 것이 바로 그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그래. 그렇지.”

진하게 우린 쌍화차를 마시며 나를 바라보는 정 회장, 그의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게 온화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아니 어떻게···?”

내가 묻자 정 회장이 재미있다는 듯 슬쩍 웃으며 내 질문에 대답했다.

“뭐 작은 선생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 바닥에 자리를 튼 것만 벌써 70년이야. 그러니 그만큰 손에 닿는 곳이 많지. 어차피 여론이야 펜 든 놈들 손에서 나오는 거니까.”

“아······.”

담담히 이야기 하는 정 회장,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정영주, 그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대부, 회장들의 회장, 왕회장이라 불리기 시작한지도 벌써 수십 년이 지났다.

그러니 여론을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정도는 그에게 손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SNS를 통해 직접적으로 여론을 만들어 내던 2020년과는 달리 1994년 현재의 여론이란, TV뉴스 그리고 신문을 통해 만들어지고 표면화되는 것이었으니까.

‘시간만 충분하다면 국회의원 한둘 갈아치우는 건 일도 아닌 양반이니 뭘 해도 이상하지 않긴 하지.’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일성의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건, 그 사건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그 또한 여론을 이끌어 간다거나 할 수 없었을 것이지만, 내가 사전에 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그런 장애물은 사라진 것이나 진배없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정 회장이 우리나라의 사회, 정치, 문화, 경제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김일성 조문 허가’ 같은 민감한 문제의 총 책임자는 바로 대통령. 그것도 대북문제에 있어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김영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대통령의 의중을 바꿔 비록 ‘예외’라고는 하지만 조문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던 걸까?

···설마?

“···혹시 청와대에도 친한 분들이 있는 건가요?”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자 그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가벼운 미소를 입에 물었다.

“벌써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건가? 이거··· 정말 탐이 나는구만.”

그리고는 천천히 김귀란을 바라보며 손녀 어쩌구 하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는 것 같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면서 현대 쪽과 관련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힘들겠지.

현대가가 가진 자금력과 인맥, 그것들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내가 알기로 김영삼과 정 회장의 사이는 좋지 않다.

아니 단순히 좋지 않다라고 말하기엔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좋지 않다.

그런데 그런 정 회장의 의도대로 김영삼이 움직였다고?

“···회장님은 지금 대통령님이랑 안 친하시잖아요.”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정 회장을 바라보며 묻자 김귀란과 대화를 나누던 그가 차게 웃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허허 물론 안 친하지. 아니 사실 안 친하다기보단 일방적으로 그쪽에서 날 탐탁지 않게 여긴다 말하는 게 옳겠지만.”

“아니 그런데 어떻게···?”

내 말에 정 회장이 짙은 미소를 입에 물었다.

“그거야 대통령이라는 게 결정을 하는 자리지 만들어 내는 자리는 아니니까. 그러니 대통령이 선택할 선택지를 만드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뭐 굳이 대통령까지 끌어들이지 않아도 대통령의 의중을 움직일 수 있지. 자네도 알다시피 이번 일은 명분도 있는데다가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거든.”

그리고는 씨익, 악동 같은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명분과 타이밍이라······.

아마도 남북정상회담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하긴 김일성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사망했기에 그나마 조문 허가가 가능했지 만약 다른 때 같았으면 제한된 조문도 불가능했을 것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 회장이 흐뭇한 미소를 입에 띠웠다.

“아무튼 작은 선생, 작은 선생 덕분에 죽기 전에 북한 땅도 밟아 보고··· 정말 고마워.”

그리곤 꽈악 내 손을 잡으며 흔들었다. 살짝 붉어진 그의 눈을 보니 그가 정말로 내게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첫사랑 분은 만나신 건가요?”

“아니. 그러진 못했지. 아무래도 분위기가 분위기기다 보니까. 하지만··· 그래도 북측에 이야기 해서 생사 정도는 파악했네. 선생이 말한 대로 청진에 살아 있더구만.”

그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쉬우셨겠네요.”

“아쉽지. 아쉽고 말고. 하지만 괜찮아. 살아 있는 걸 확인했으니 내 다시 올라가야지. 올라가서 데려오면 되는 거니까.”

말을 마친 정 회장이 번뜩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굳은 얼굴을 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자신의 이뤄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는 십대 시절의 정영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글쎄 과연 그게 가능할까?”

김귀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자 김귀란 고개를 저으며 정 회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 아니 갑자기 왜?

김귀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살짝 당황한 채 정 회장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싸늘하게 식어 내린 정 회장의 얼굴이 보였다.

“···김 회장. 그게 무슨 소리야? 가능하겠냐니.”

아무래도 김귀란의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오금이 저릴 만한 상황. 하지만 김귀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 몫의 커피 잔을 내려놓을 뿐이었다.

달칵-

커피 잔을 내려놓은 김귀란이 천천히 정 회장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다시 올라가는 게 가능하겠냐는 말이야.”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그럴 자신도 있고.”

“허허 정 회장. 아까 김영삼이 얼굴 못 봤구만.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보니.”

“김영삼의 표정?”

정 회장의 질문에 잠시 말을 아끼던 김귀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 양반 북쪽이랑 손 안 잡을 거야.”

순간, 정 회장의 얼굴이 일변했다.

“···뭐? 아니 그럴 리가. 애초에 남북정상회담까지 하려던 양반이 굳이?”

“확실해. 그 양반 김일성이랑은 만나도 김정일이랑은 절대 안 만날 거야. 잘못하다간 2대 세습을 옹호하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으니까.”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던 정 회장, 그의 얼굴이 곧 딱딱하게 굳었다.

그 또한 김귀란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빌어먹을. 드디어 길을 찾았다 생각했더니 아니 어째 대통령이란 인물이 배포가 메루치만 해서···.”

하긴 불과 몇 달 전 김일성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과 북은 ‘불바다’를 운운하며 서로를 경계하던 사이였다.

그러니 김영삼으로서도 최대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안전한 길, 현상유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남북 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슬로건은 분명 아름답고 또 필요한 것이었지만 그만큼 변수가 많은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김영삼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감,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직접 나서 김영삼을 설득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김영삼과 정 회장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정 회장이 나서서 김영삼을 설득한다 하더라도 김영삼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내가 끼어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나는 슬쩍 웃으며 정 회장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할 타이밍이 왔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회장님.”

그러자 정 회장이 잔뜩 굳언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나?”

“만약 저한테 김영삼 대통령과 회장님이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잠시 눈을 깜빡거리던 정 회장. 그가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다.

“···김영삼이랑 내가?”

“네. 두 분이요.”

그러자 정 회장이 그가 신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분명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곧바로 불호령이 터져 나왔겠지만 말을 한 사람이 나라는 것이 그의 인내를 키운 것 같았다.

······.

그리고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입에 천천히 열렸다.

“김영삼이랑 화해라··· 그렇게만 된다면 작은 선생. 내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무조건 들어주지.”

“정말이요?”

“그래. 정말이고 말고. 자네가 진짜 김영삼이와 내 관계를 회복시켜 준다면. 그래서 경옥이를 내가 만나게 해 줄 수만 있다면 내 자네에게 손가락이라도 잘라 줄 수 있어.”

그리고는 천천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진짜 그 방법이 있는 건가?”

“못 믿으시겠어요?”

“아니 믿지. 내가 작은 선생 아니면 누굴 믿어. 그런데··· 후, 김영삼이 그 양반 고집이 쇠심줄 같으니 그러니. 나도 이날 이때까지 어디 가서 고집 없다 소리를 못 듣던 사람인데 그 양반은 정말··· 아니 그래도 금뱃지 달고 다닐 때는 그럭저럭 듣는 척이라도 하던 사람이 봉황자리에 앉더니 아주 벽창호가 됐어.”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김영삼 대통령이 손을 내밀지 않고는 못 배길 만한 카드가 있으니까요.”

나는 정 회장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회장님. 혹시 성수대교 가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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