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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카모플라쥬 (1)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교육은··· 앞으로 2년 뒤. 그러니까 1995년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 그런 교육이에요."

내가 말을 마친 순간, 김귀란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원래의 신색을 회복한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욕심이 많은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룰 수 없는 것에까지 욕심을 부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 짓은 해 봤자 남는 것이 없어."

아무래도 내가 말한 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일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겠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이라는 과정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니까.

하지만.

"만약, 방법이 있다면요?"

나는 그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뭐?"

"2년 안에 대학에 갈 방법이 있다면요?"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김귀란에게 내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2004년.

헌정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이 업무 정지 상태에 빠진 해에 만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국내 최고 대학 중 한곳인 한국대학교에 입학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유송근.

IQ 187의 천재 소년으로.

5살에 일본어, 중국어, 영어 회화 가능.

6살에 정보처리기능사 자격 취득.

7살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이해 및 강독.

8살에 한국대학교 천체물리학과 입학이라는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긴 소년이었다.

그런데 유송근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 과정을 보면 제법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먼저 국민학교로 가서 학업능력 자체 평가 테스트를 받은 뒤에 6학년으로 월반해요. 그런 뒤에 바로 졸업을 한 다음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그 해 치러지는 수능, 아니 학력고사를 보는 거죠."

"그러니까 네 말대로만 되면 2년 안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게냐?"

"그렇죠. 사실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자격 요건이 널널해서 별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는 국민학교예요. 만 12세 미만은 검정고시 응시가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자율성이 보장되는 사립국민학교로 가서 자체 평가를 통해 6학년으로 월반을 한 뒤 졸업을 하는 거죠."

다행히 올해 1월 국중고 우수학생의 월반을 허용하는 '속진제'를 도입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학간 곳이 공립이었다면 힘든 일이었겠지만... 이번에 전학가기로 한 한국국민학교는 사립이니까. 가능하겠지.’

그렇게 한참동안 내가 유송근의 대학 입학 과정을 벤치마킹한 대학입학 계획을 설명하자 설명을 다 들은 김귀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내 나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좋다. 그럼 네 말대로 2년 안에 대학에 갈 수 있다 치자.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 어차피 한국대학교에 갈 실력이 있다면 그냥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서 가도 될 텐데?"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보겠다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녀의 매서운 눈빛을 바라보며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어요."

"어째서?"

"사람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숫자가 다르니까요."

순간, 김귀란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그랬다.

천재(天才)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관심과 기대 그리고 믿음은 때론 이성을 초월, 무분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왜 사람들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여긴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12살의 대학입학이라는 네임밸류는 나에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이름 앞에 천재 누구누구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가지는 신뢰도와 믿음은 수직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내게 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겠지.’

물론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긴 하지만.

대신 천재처럼 보이게 위장할 자신은 있었다.

천재들이 흔히 보여 주는 것과 같은, 앉은 자리에서 100자릿대 숫자를 계산하는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는 없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미래정보와 피나는 노력, 그리고 김귀란이 가지고 있는 재력과 권력이 있다면 그에 준하는 결과를 보여 줄 수는 있는 것이다.

진짜 천재들이 보여 주는 퍼포먼스 대신 그것을 흉내 낸 위업.

그래. 예를 들어 12살에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같은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면 사람들을 나를 천재,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로 여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나중에 미래 정보를 이용,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두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원래 인간이란 본질보다 그것을 싸고 있는 껍데기를 더 중요시 여기는 법이니까.

‘다들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천재니까 가능하다, 라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한성에게도 도움이 된다.

12살에 대학에 입학한 천재가 한성의 혈육 중 하나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입에 한성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릴 테고 그럴수록 한성의 주가는 올라갈 테니 말이다.

‘김귀란도 그걸 알고 있을 거야.’

나는 김귀란을 바라보았다.

"대답이 됐나요?"

그러자 김귀란이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다행이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진 말거라. 일단 가능한지 아닌지 알아보고 난 뒤에 결정을 내릴 테니까."

김귀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녀석. 쯧, 그런데··· 정말 자신은 있느냐?"

"···뭐가요?"

"시험 말이다. 자체평가에 검정고시에 학력고사까지. 2년 만에 가능하겠냐는 말이다."

아. 난 또 뭐라고.

나는 슬쩍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야 당연히······."

"당연히?"

"없죠."

순간, 김귀란의 표정이 일변했다.

"뭣?"

아무래도 내가 자신 없다는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이 녀석 지금···!"

하지만.

한국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김귀란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떨어질 자신이 없어요. 회장님께서 그렇게 만들어 주실 거잖아요."

***

며칠 뒤.

"다들 집중!"

"집중!"

미아국민학교에 마지막으로 등교한 날, 담임교사가 나를 교탁 옆으로 부른 뒤 아이들과 작별할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준영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다. 그 동안 함께했던 친구가 전학 가는 거니까 다들 마지막으로 준영이한테 인사들 하고. 한 사람당 한 장씩 준영이한테 편지 써 주기로 하자."

"선생님 진짜요? 진짜 준영이 전학 가요?"

"그래. 아마 강남 쪽으로 간다는 거 같은데? 준영아 맞지?"

"네. 대치동 쪽에 있는 한국국민학교로 갈 것 같아요."

그러자 처음엔 설마설마 하던 아이들이 하나둘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담임교사마저 아쉬운 듯 눈시울을 붉히기에 이르렀다.

"어휴 준영아. 그동안 너 덕분에 선생님 면이 좀 섰는데. 이거 아쉬워서 어쩌냐."

"죄송해요. 사정이 생겨서···."

"아니야. 죄송은 무슨 그냥 아쉬워서 그러지. 아무튼 그동안 고생 많았다. 선생님은 계속 여기 있으니까. 시간되면 놀러오고."

생각보다 내 이미지가 미아국민학교 사람들에게 좋았던 것 같다.

그랬으니 제법 커다란 가방 가득 아이들의 편지가 가득 찼지.

‘물론 그렇다고 이곳에 계속 다닐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미아국민학교를 떠난 뒤, 나는 한국국민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리고 곧 평창동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2층에 방 하나를 비워 두라 지시했으니 그 방을 쓰면 될 거다. 그밖에 다른 궁금한 게 있으면 김 집사한테 물어보고."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월반 시험을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에 대한 김귀란의 믿음이 아직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학교 측에 월반하겠다는 말은 해 놨다. 하지만 일은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그러니까 일단 테스트를 한번 받아 보도록 하거라."

"테스트요?"

"그래. 한성의 이름을 걸고 신청한 것이니만큼 괜히 떨어져서 망신을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 그러니까 학교에서 시험을 보기 전에 네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을 좀 해 봐야겠다."

김귀란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전례가 없는 일이니만큼 만약 내가 한국국민학교의 자체 테스트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김귀란, 나아가 한성그룹이 입을 피해는 제법 컸기 때문이었다.

"알겠어요."

"···자신만만하구나. 좋다. 준비하거라. 만약 떨어지면 혼 좀 날 테니까. 기대하고."

그 결과.

"12시 00분 시험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한 시간은 2시간 문제 수는 120문항입니다. 저를 포함한 강사 세 명이 도련님을 지켜볼 테니 컨닝은 안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나는 한성에서 초빙한 강사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테스트를 마주하게 되었다.

***

철컥-

전진호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김귀란이 전진호를 향해 물었다.

"어떻게 됐나? 테스트 결과는?"

전진호가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실력을 보니 국민학교 졸업은 물론 중학교. 잘하면 중학교 3학년 수준까진 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김귀란의 표정이 일순 밝아졌다.

"그래?"

"네. 보아하니 테스트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강사들이 틀리라고 낸 문제까지 모두 다 맞히신 걸 보니 애초부터 자신감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김귀란의 눈이 살짝 커졌다.

"허허 틀리라고 낸 문제도 다 맞혔다고?"

"네. 만점입니다."

순간, 김귀란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만점.

대치동에서 제법 잘나간다 하는 강사들을 웃돈을 얹어 데려와 만든 문제를 단순히 통과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점을 맞다니.

아무리 냉정한 성격의 김귀란이라도 이번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녀석. 이런 황당한 짓을 저지를만한 실력은 있었던 모양이야."

김귀란의 차가운 얼굴이 일순 흐려졌다.

그러자 전진호 빠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축드립니다, 회장님."

"감축은 무슨. 그놈이 시험 잘 본 걸 왜 내가 축하받나."

"도련님의 성적이 곧 한성의 성적 아니겠습니까."

김귀란의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 참. 그래 그건 그렇고 내가 지시한 건 확인해 봤나?"

전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귀란이 지시한 것 그것은 김준영의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어떤가?"

"그게··· 아마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

김귀란의 물음에 진진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일단 도련님이 현재 다니시는 한국국민학교가 사립 국민학교인 만큼 국민학교 내에서의 월반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나마 걱정이 되는 게 있다면 현행 교육법상 교육부에서 도련님의 조기 졸업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다행히 현재 교육부 차관 쪽이랑 면이 닿아 있는지라 그 문제는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잠시 뭔가 고민하던 김귀란이 천천히 전진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좋아. 진호. 한국국민학교 이사장한테 연락해."

"바로 진행하실 겁니까?"

김귀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왕 하는 것 확실하고 빠르게 처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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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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