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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03화   저울추 (2)

“일단 한성 계열사 중 세 군데. 어떠세요?”

내가 말을 마친 순간, 회의실 내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뭐?”

나는 빠르게 변화하는 분위기의 중심,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귀란을 향해 가볍게 입을 열었다.

“들으신 그대로예요. 한성계열사 3군데.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그러자 순간, 회의실 내에 감돌던 약간의 온기가 빠르게 사라졌다.

“허….”

“그런….”

모두가 방금 전 내가 던진 그 말에 놀람을 금치 못한 것 같았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한성가라면 그래도 재계서열 9위의 대기업, 15조 원의 시가총액 자랑하는 거대 기업 중 하나다.

그런 거대 기업의 근본인 계열사를 하나도 아니도 세 개나 달라니, 일반적인 사람이었으면 말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상황인 것이다.

‘뭐 우리가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그때.

쿵-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청동처럼 서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 김귀란, 그녀가 테이블 위에 손을 올린 채 고요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외환 5천억 원을 융통하는 대가로 한성의 계열사 3군데를 달라는 게냐?”

아무래도 방금 전 내가 한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 그녀의 표정을 보니 금방이라도 내 목줄을 물어뜯기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일순 움찔했다.

오랜만에 보이는 그녀의 날카로운 기세가 사람들을 내리누른 것이다.

그동안은 제법 유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내가 기억하던 김귀란의 모습, 측천이라 불리는 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렇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뭐 애초에 이 정도에 쫄 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을 테니까.

그러자 잠시 이채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가 다시 표정을 굳힌 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한번 쿵- 테이블을 두드리며 외쳤다.

“이 날강도 같은 놈! 그럼 내가 손해지 않느냐!”

뭐?

순간, 나는 흔들릴 뻔했다.

아니 뭔가 화내는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네?”

때문에 내가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래 세상 다시 없을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녀석아. 계열사 3개의 가격으로 5천억은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니 그럼 얼마를…?”

그녀가 단언하듯 말했다.

“1조.”

“…1조 원이요?”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무게가 맞을 거다. 내 소유의 지분에 우호지분을 끌어들이기까지 하면 사실 그 정도도 모자라.”

“…할머니 진심이세요?”

“그럼 넌 진심이 아니었던 거냐?”

한 차례 혀를 찬 김귀란이 손을 들어 테이블을 두드렸다.

“오랜만에 만난 손자놈이 돈 가지고 할미를 겁박하는 데 이 와중에 돈이라도 잘 받아야지. 파는 것도 아니고 단지 융통만 하는 것으로 회사를 달라니 그런 날강도가 어디 있어!”

“아니…….”

“왜 이제와 꼬리를 뺄 생각이냐? 어림도 없다 이놈. 내 생떼 같은 회사들을 입에 올렸으니 1조, 그 돈을 내 꼭 받아내야겠다.”

거참 이 양반 전개 참 빠르네.

내가 입에 담은 계열사는 이미 잘라내기로 했으니 두말하지 말라는 듯한 태도, 과연 네가 따라올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었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서는 몸통만 남겨 놓으면 언제나 권토중래 할 수 있다 생각하겠지.

그녀는 창업 1세대, 시간과 기회만 된다면 회사를 키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생각할 만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아뇨. 그런 말은 아니었어요.”

내가 놀란 포인트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럼?”

내가 놀란 포인트는 바로….

“그냥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고요.”

“뭐?”

그녀가 부른 가격이 생각보다 더 싸다는 데 있었으니까.

“사실 2조까지는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순간,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뭐 2조?”

“네. 2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2조가 있단 말이냐? 20억 달러가?”

“정확하게는 20억 달러가 넘죠.”

“아니 그게 무슨….”

그때.

말을 잇던 김귀란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는 곧 크게 떠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녀석 설마!”

아무래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은 것 같았다.

나는 짙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말한 3군데 계열사에는 금융과 전자, 그리고 패션이 들어갈 거에요.”

그랬다.

현재 한성그룹을 이루는 그룹의 계열사는 그룹의 근본이 되는 광업 이외에 유통, 화학, 생명, 호텔, 패션, 식품, 금융까지 총 23군데.

재계 서열 9위의 그룹치고는 조금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내실은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알맹이가 있다면 껍질도 있고 속이 꽉찬 열매가 있다면 쭉정이도 있는 법.

개 중에는 연간 수천, 수조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있는가 하면 매년 수백억대의 적자를 보는 기업 또한 존재했다.

물론 그룹 계열사의 의미를 매출로만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알토란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큰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알맹이.

그룹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기업이자 차세대 동력원.

이제 오지 않을 미래에 국내 1위 기업이 되는 전자 회사에 팔려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기업, 그것이 바로 한성전자였다.

한성의 엑기스가 바로 그 회사인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받을 충격 또한 클 것이다.

설마하니 내가 전자를 달라고 할 줄은 몰랐겠지.

아무리 그래도 설마 전자를 건드리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테니까.

‘맛있는 건 먼저 먹는 게 좋은 법이지.’

나는 놀란 기색이 역력한 김귀란,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떠세요?”

그러자 잠시 묵묵한 눈, 이제까지의 여유가 사라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이 이내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안 된다.”

그녀의 모습은 생사의 대적.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에 닿아 있었다.

“안 된다고요?”

“그래. 과유불급이다. 욕심이야.”

그녀가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알겠어요. 그럼 뭐 5천억 아니 1조 원에 해당하는 달러도 없는 거죠.”

뭐 이제 와 달라질 건 없었다.

어차피 나에겐 옵션이 많았으니까.

“이놈이!”

“힘드시겠네요. 들어보니 요즘 누가 달러를 많이 매입해서 시장에 달러가 바짝 말랐다는데.”

“정녕 나와 피를 봐야겠다는 게냐?”

“원하는 게 있을 때 놓치지 말라던 것은 할머니 아니셨나요?”

“차라리 4개를 주마. 하지만 전자는 안돼.”

“그럼 계약도 없는 거죠.”

그때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던 김귀란이 갑자기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후우….”

순간, 과거의 기억, 얼마 전 그녀가 심근경색으로 병석에 앉았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이거 설마?’

나는 빠르게 김귀란 쪽으로 몸을 숙였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약간의 미안함이 순간 가슴을 탁- 쳤다.

그러자 거친 숨을 몰아 내쉬던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이 녀석… 지금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됐다. 놈. 네놈이 예삿놈이 아닌 건 알고 있었다만 이쯤 되니 독하기 그지 없구나.”

그녀가 찡그린 얼굴을 바로 한 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식품, 패션, 화학에 이율 10%를 맞춰 주마.”

…아니 이 와중에 사업 이야기를 해?

거참, 어떤 의미론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주변을 돌아보자 다른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진심이세요?”

“그래. 이 정도면 네 녀석도 만족하겠지? 이런 조건이면 전자를 먹는 것보다 어떤 의미로는 나을 수도 있다. 식품, 패션, 화학이라면 전자에 뒤지지 않을 테니까.”

그녀가 슬쩍 찡그리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식품, 패션, 화학이라면 매출 자체는 전자에 뒤지지 않는다.

말마따나 식품, 패션, 화학이라면 전자 이외에 한성의 매출을 이끌어가는 군마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뇨. 사양할게요.”

나는 또다시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니 이것도 싫다고?”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건 좀 더 크고 넓으면서 깊은 것이었으니까.

“네. 제가 원하는 건 단순한 돈이 아니니까요.”

순간, 그녀의 시선이 깊어졌다.

돈이 목적이 아니다.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는 눈빛이었다.

“…그럼?”

나는 묵묵히 가라앉은 그녀의 분위기를 헤아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돈을 다른 데서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손에 쥐고 싶은 건….”

“…쥐고 싶은 건?”

“한성, 그리고 그 한성의 이름과 역사 그리고 미래예요.”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김귀란과 눈을 맞췄다.

그러자.

“…….”

묵묵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귀란, 그녀와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정녕 그룹의 기둥뿌리까지 뽑을 셈이냐?”

아무래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단박에 알아들은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는 대들보를 뽑아 새로운 대들보로 바꾸려는 거죠.”

그런 뒤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대목(大木)으로 말이에요.”

집을 지을 때 집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집안의 기둥, 대들보다.

그 대들보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옹골찬지, 얼마나 곧고 얼마나 향기로운지에 따라 집의 크기, 집의 높이, 집의 분위기, 집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방금 전 내가 한 말은 곧 내가 한성이라는 집의 중심이 되겠다는 말. 내가 한성이라는 왕국의 왕위를 잡겠다는 의사 표명이었다.

이른바 ‘왕위 계승’ 그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가 쓴웃음을 입에 물었다.

“재미있구만. 그러니까 네가 대목이 되겠다는 말이지?”

“네. 제가 천년을 갈 집을 지어 드리죠.”

“말은… 자칫 잘못하면 지금 있는 집 전체가 무너질 텐데도?”

“하하, 안 무너지게 잘 해야죠.”

나는 그녀, 김귀란을 직시하며 말을 맺었다.

“기존에 있던 대들보를 잘 이용해서.”

그러자 잠시 주변이 고요해졌다.

이 공간, 회의실 안에 들어와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 대화의 함의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만큼 다들 숨 쉬는 소리조차 조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

“…원래 있던 나무가 인정한다더냐?”

김귀란의, 그녀의 입이 열렸다.

그녀의 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인정할 거예요.”

“어째서?”

“대들보의 입장에서는 집이 더 커지는 걸, 더 융성하게 변하는 걸 반길 테니까요.”

그리고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렇지 않나요?”

그 뒤,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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