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285 / 284화 지름길 (3)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맹수 앞에서는 등을 보이지 마라’

아무리 사람의 손을 탄 맹수라도, 유독 사람에게 친절한 맹수라도 그들은 당신의 목을 물어 뜯을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말을 새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어떠냐. 생각이 있느냐?”

지금 내 앞에 있는 맹수, 김귀란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파랗게 빛나는 눈, 마치 검불 속에 몸을 숨긴 맹수의 그것처럼 안광을 번뜩이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그녀의 주위에 감돌고 있었던, 아니 요즘들어 그녀에게서 풍기던 탈속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그래 그것은 피맛을 기억해 낸 맹수,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의 자취였다.

“……현대를 먹는다고요?”

“그래. 현대. 그 회사를 먹자. 그럼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이 보다 쉬워질 게야.”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요?”

“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렇다면 일단 위로 올라가야겠지.”

그녀가 아까 내가 했던 말을 인용해 말했다.

“…정 회장님과 제법 친한 사이 아니셨나요?”

“친한 사이?”

“네. 두 분 고향도 그렇고 제법 친한 걸로 알고 있는데….”

“친하다라… 하, 그래 굳이 말하자면 친하다고 할 수 있겠구나. 아무리 그래도 지난 수십 년간 봐 온 사이니까. 하지만 그게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먼저 약점을 보인 건 그치거든. 게다가… 이건 그네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지.”

가볍게 말을 맺은 그녀의 눈은 승부사에 그것에 닿아있었다.

“그러니까 고개만 끄덕이거라. 그러면 내가 너를 지름길로 안내하마. 지금이라면 그래 내가 너를 왕의 자리로 안내할 수 있다.”

그녀의 시선이 깊어졌다.

분명 그녀가 말했던 대로 내가 고개만 끄덕이면 금방이라도 일을 진행할 생각인 것 같았다.

“……정 회장님 측과는 이미 이야기가 다 되어 있나 보네요.”

“그래. 물론이다.”

그리고는 깔끔하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말을 이어나갔다.

“상대는 정 회장네 둘째, 그러니까 현대건설 사장의 금지옥엽이다. 정 회장이 가장 아끼는 자손이지. 알고 있느냐?”

정 회장의 막내 손녀?

알지 못한다.

그저 몇 번, 정 회장의 편에 목소리를 들은 정도다.

그것도 미국에 있을 때나 몇 번 정도? 그 이후에는 들은 적 없다.

물론 정 회장 편으로 한번 만나보라는 권유가 제법 있었지만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다.

때문에 내가 고개를 젓자 그녀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제법 연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것이냐?”

“네. 제가 그동안 좀 바빠서요.”

“으이그. 누굴 닮아서 저리 무심한지.”

그녀가 혀를 차며 내게 사진을 하나 건넸다.

사진 속에는 제법 산뜻한 외모의 젊은 여성의 모습이 자리해 있었다.

“이건…….”

“그 아이다. 아무리 그래도 얼굴은 알고 있어야지.”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제법 밝아 보였다.

따지자면 내 취향선에서 그리 빠지지 않는 외모였다.

“제법 영특한 아이다. 외모도 행실도 그리 나쁘지 않아. 너만 수락하면 바로 약혼을 진행하고 성인이 된 후 혼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바닥에 별의 별 쓰레기 같은 것들이 산재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인물도 흔치 않지.”

“글쎄요. 조금 갑작스럽네요. 일단 어머니랑 대화를….”

“너희 어미라면 이미 수락했다.”

“……네?”

예상 외의 말에 살짝 놀란 내게 김귀란의 말이 떨어져 내렸다.

“내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곳에 왔겠는냐? 이미 너만 괜찮다면, 너만 수락한다면 내가 한 말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대답을 받아 놨다.”

“……정말로요?”

“그래. 정말이고말고.”

말을 마친 그녀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그녀가 이 집에 와 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았다.

“……나름 계획이 있으셨군요?”

“꽤나 간단한 계획이었지. 자, 어쩌겠느냐. 이 계약. 한번 해 보겠느냐?”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선 내가 고개를 끄덕일 거란 확신이 담겨 있었다.

하기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 제안을 거절할 필요가 없을 거라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글쎄요. 한번 생각을 좀 해 봐야겠네요.”

나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러자 일순 그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왜지?”

그 모습은 자신의 생각이 빗나갔다는 데 대한 짜증, 분노와 겹쳐 있었다.

“무거운 일에는 그만한 고민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무거운 일?”

“네. 아무래도 혼인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그 말에 김귀란이 높소리를 높였다.

“아니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얻을 수 있는 게 이렇게 클땐 그 무엇보다 더 쉬운 길이지.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기회란 들고 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라는 걸. 설마 너도 테레비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쓸데 없는 걸 원하는 거냐?”

그렇게 점점 언성을 높여가던 그녀의 눈이 일순 파르르 떨렸다.

“아니면… 설마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냐?”

“네?”

“아니 다른 사람이 있어 망설이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그녀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뭔가 했더니.

아무래도 그녀는 내가 그녀의 말을 거절한 이유를 착각한 것 같았다.

하긴 그녀에겐 나의 어머니 그리고 나의 작은 아버지들 중 하나라는 예가 있었으니까.

“에휴, 제가 사람 만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일 할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그럼… 없어?”

“없죠. 지난 한 달간 여자라곤 회사 사람들이랑 바이어들밖에 만난 적이 없어요.”

“아니 사원들 중에도?”

“네. 사원들이야 뭐 가족같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러자 잠시 묵묵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가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 녀석 순 맹탕이구만.”

“네?”

“아니 대기업 총수라는 놈이, 그것도 한창 때의 녀석이 이날 이때껏 여자 하나 안 후리고 뭘 한 것이냐?”

……아니 이 양반이.

뭔가 화내는 핀트가 어긋난 것 같은데?

내가 잠시 어이가 없는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표정을 풀며 입을 열었다.

“홍래 이 자식은 이곳저곳에서 여자 문제를 만들고 다녀 문제인데 한 녀석은 너무 조용해서 또 문제로군. 그래 지금껏 한 사람도 안 만나본 것이냐?”

“말씀 드렸잖아요. 시간이 없었다고.”

“그 맨날 붙어 다니던 서양 처자는? 그 처자도 아무 관계 아닌 거냐?”

“그 사람은 임자가 있어요.”

“하여간… 그럼 저번에 그 여기자, 그 기자가 눈에서 아주 꿀이 떨어지던데 잡지 그랬냐?”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그러자 그녀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너 뭐 여자 말고 다른 걸 좋아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할머니!”

“쯧, 아니면 말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느냐.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잘 됐구나. 어차피 임자 없는 몸 비싼 값에 팔 수 있겠어.”

……아무래도 방금 전 나의 거절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모양이었다.

“오늘따라 꽤나 단도직입적이시네요.”

“그만큼 필요한 일이니까.”

“그런데 이 계약. 이 사람 생각은 수락한 건가요?”

“누구? 정 회장네 손녀? 하 말해 무엇해서 우리 손자가 만나주면 감지덕지하겠지.”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말을 꺼낸 건 저쪽 아이거든.”

“아…….”

“그러니까 결정 말거라. 네가 오케이 싸인만 하면 바로 진행할 테니. 네 수락 하나면 네가 이 나라의 왕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5년짜리 단임제 임금,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왕보다 더 크고 더 무서운 왕이 말이지.”

말을 마친 그녀의 눈은 보다 더 높은 곳을 보고 있었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서는 품어 봄직한 생각이었다.

현대그룹, 그 기업의 장인 정영주가 나에 대해 품고 있는 기대는 꽤나 큰 것이었으니까.

‘제일 아끼는 손녀를 통해서라도 이루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그녀의 생각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글쎄요. 막내 손녀라면 그룹 내 지분이 그리 크지 않을 텐데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 그것이었다.

아무리 정영주 회장에 나에 대해 기대를 품고 있더라도, 욕심을 내고 있더라도 자신의 것을 거저 줄 사람은 아니니까.

‘아마 나를 손에 뒤고 싶은 생각이겠지. 그라는 사람은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사람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까지만 내어주고 언제든 입을 씻을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지. 막내 손녀라… 일반적인 경우 왕좌를 노리기는커녕 떨어지는 것을 주워 먹는 것에도 눈치가 보이는 자리야.”

“그럼 별 필요 없는 자리 아닌가요? 지금으로도 충분히….”

“하지만.”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라면 가능할 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왜냐하면… 네 녀석은 그런 것에 익숙한 녀석이니까.”

그리고선 씨익- 짙은 웃음을 보인 김귀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느냐.”

그녀의 두 눈에는 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가득했다.

“기다릴 가치가 있는 일이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올 수 있는 결과가 커.”

“시간이 그리 경제적이지는 않을지도 모르는데요?”

“물론 네 말대로 일단은 기다려야 한다. 정 회장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닐 테고 또 그 집안 식구들도 만만치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번엔 그 양반 욕심이 너무 과했지.”

“과했다고요?”

“그래. 욕심이 과했는지 평소라면 보이지 않을 틈을 보였으니까.”

그리고선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지분을 준다더구나.”

“뭐 그거야….”

“건설의 지분이었지.”

순간,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말인가요?”

건설. 현대건설. 그 이름은 현대그룹의 간판기업이자 범현대그룹의 시작, 우리나라 건설업체 도급순위 1위.

한강 인도교, 경인고속도로, 소양강댐, 고리 원자력 발전소, 경부고속도로 등을 수주, 완공한 것은 물론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로 9억 3000만 미국달러, 당시 대한민국 정부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벌어들인 기업. 우리나라의 발전과 흐름을 같이해 온 기업이었다.

아니 그런데 그 기업의 지분을 주겠다고?

분명 전에도 그가 그런 비슷한 제안을 던진 적이 있긴 했지만 정식적으로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기업의 지분이란 사실 정 회장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그래. 정 회장이 던졌다. 그만큼 너를 깊게 본 거지.”

“확실한 거예요?”

“확인까지 다 했다. 약혼 즉시 보유 지분의 10% 그리고 결혼 시 20%, 파혼 시에는 말짱 게워내는 조건으로.”

김귀란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떠냐, 이 정도면 구미가 당기지 않느냐? 빗장이 열리는 거다. 그렇게 되면 지름길을 갈 수 있겠지. 현대라는 마차를 우리 것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이야기는 혼인이라는 제도 하나에 수조 원의 회사지분이 움직인다는 이야기. 현대라는 가문 의 색깔을 바꾸는 일에 대한 말이었다.

“분명 큰일이긴 하네요.”

“그렇지?”

“네. 하지만 일단 제 대답은 ‘노(NO)’에요.”

순간, 김귀란의 표정이 굳었다.

“뭐? 아니 왜?”

“그거야…….”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제안에는 함정이 숨어 있으니까요.”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84화
[285 / 총381]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84화

연재 총 3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