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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한성가 (2)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이는 풍경.

그것은 거대한 알현실(謁見室).

한성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낸 여제 김귀란과 그녀의 자리를 계승하려는 왕자, 공주들.

그리고 그들의 핏줄을 이어받은 자들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왔느냐?"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이닝룸의 가장 끝 쪽, 거대한 사각의 테이블 가장 상석에 오연히 앉아 있는 김귀란의 모습이 보였다.

수십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확연히 빛나는 존재감. 아니 오히려 수십 명의 사람들을 짓누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됐다. 뭐 네가 운전을 해서 온 것도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지."

말을 마친 김귀란이 슬쩍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이쪽으로 오거라."

아무래도 오늘 내 자리는 바로 저곳이 될 것 같았다.

‘휴 하필이면.’

나는 빠르게 김귀란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잠시 내가 자리에 앉는 것을 막은 김귀란이 식기를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잔을 두드렸다.

"집중."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자. 인사하거라."

마치 나를 시험하는 듯한 눈빛, 내 값어치를 재단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김귀란의 눈빛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호기심에 가득한 눈동자들. 내가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듯한 눈동자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분명 평범한 눈빛들에 불과했지만, 도합 스물을 헤아리는 시선이 한꺼번에 나를 향하니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이 됐다.

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약한 짐승은 잡아먹힌다.

잡아 먹혀 강한 짐승의 피와 살이 된다.

그것이 내가 배운 사회의 진리였다.

그렇다면···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김준영이라고 합니다."

최대한 공손하게, 하지만 비굴하지는 않은 태도로 허리를 숙일 뿐이다.

적어도 내가 손쉬운 먹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줘야 할 테니까.

그렇게 내가 인사를 마친 뒤 천천히 허리를 펴자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김귀란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끝났으면 거기 앉거라."

그리고는 천천히 가족들을 돌아보며 하나하나 소개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중후한 인상의 남자. 현재 한성그룹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훗날 김귀란의 사후 한성그룹을 물려받는 장남 김명석.

그 다음으로 김귀란의 사후 벌어진 한성가의 내전에서 패배, 결국 배임횡령으로 5년여의 징역을 살게 되는 한성가의 차남 김명현.

세간에는 집안 말아먹을 망나니라 소문나 있는, 때문에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나 IMF 이후 한성그룹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삼남 김명준.

김명준과 그의 아내 옆,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한성가의 유일한 공주. 김성아.

마지막으로 김명석의 아들이자 한성가의 장손자 김홍래와 차남 김명현의 딸인 김민지까지.

순식간에 한성가의 주요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끝났다.

물론 그 이외에도 10명이 넘는 혈육들이 남아 있었지만, 김귀란의 입에서 그들의 이름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중요하다 생각되는 사람은 딱 거기까진 것 같았다.

‘거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냉정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다들 그러려니 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 한 명,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는 삼남 김명준을 제외하곤.

"모두들 이 녀석이 누군가 싶을 거다."

가족 소개를 마친 김귀란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생전 처음 보는 나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김귀란이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명우 기억하지?"

"어머님 설마."

장남인 김명석이 제일 먼저 눈치를 챘는지 김귀란을 불렀다.

그러자 김귀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놈. 명우 애다."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여러 가지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명우? 명우가 누구야?"

"왜 있잖아. 그 넷째 삼촌."

"아 그 사고 치고 집 나갔다는 그 사람?"

나이가 어린 혈육들은 아버지의 정체를 묻고, 제법 연배가 되는 사람들은 침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들 10년 전 김귀란의 손으로 쫓아낸 혈육의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 중 내게 온건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있다고 하면··· 그저 고요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 삼남 김명준 정도?

나머지의 친척들의 얼굴에는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놀람과 당황 그리고 약간 짜증이 묻어 있을 뿐이었다.

"진심이십니까?"

가장 처음 입을 연 것은 장남인 김명석이었다.

조금 날카로운 장남의 말에 김귀란이 고요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에 내가 데려오기로 했다."

"그··· 제수씨는요?"

김명석의 말에 김귀란의 표정이 일변했다.

"제수는 무슨! 내 핏줄은 이놈 하나로 끝이야."

그러자 조금 굳어 있던 김명석의 얼굴이 스르륵 풀어졌다.

"그래요?"

"그래. 다시는 제수씨니 뭐니 그런 말 입에 올리지도 마라. 이 녀석 어미를 이 안에 들이는 일은 없을 테니까."

김귀란의 단호한 말에 김명석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부모의 비호가 없는 이상 걱정할 거리가 안 된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거 참. 그래도 당사자가 듣고 있는데 남의 어머니 갔다가 이래라 저래라 하다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내려놓는다.

지금은 참을 타이밍. 능력과 야심을 감추고 웅거할 때였다.

"그렇다면야··· 흠. 알겠습니다."

내가 위협요소가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김명석이 슬쩍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선심을 쓰듯 자신의 아들에게 나를 돌봐줄 것을 명령했다.

"홍래야."

"네 아버지."

"네가 큰 형이니까 준영이 좀 잘 챙겨 줘라 알았지?"

아버지의 명에 김홍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준영아. 들었지? 무슨 일 있으면 형한테 말해. 형이 도와줄 테니까."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 않을 만한 아이.

끈 떨어진 연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면 차후 자신이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것을.

참나. 내심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은 내가 한성가에 안에 들어온 첫날. 지금은 그저 조용히 한성가 내부의 분위기를 파악할 때였다.

"네. 고마워요 형."

"하하 고맙기는 무슨 가족 좋다는 게 뭐냐. 그러니까 넌 형만 믿고 따라오면 돼."

말을 마친 김홍래가 슬쩍 차남의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너희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듯했다.

"자 인사들 다 했으면 들자."

그렇게 한성가의 가족 식사가 시작됐다.

처음엔 재벌가의 식사라고 해서 어마어마한 메뉴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나오는 음식들을 보니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평범한 음식들뿐이었다.

‘이북 출신이라더니 입맛도 그쪽 스타일인 것 같네.’

그나마 특이한 음식이라고 치면 소복하게 담은 흰쌀밥 위에 녹두지짐, 삶은 닭고기, 표고 등을 올린 평양온반 정도?

대부분 간이 심심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보니 김귀란의 취향에 맞는 음식들인 것 같았다.

나는 분위기에 맞춰 식사를 하면서 테이블에 앚?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장남인 김명석과 차남인 김명현.

장손인 김홍래와 차남 딸인 김민지 정도가 요주의 인물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막내딸인 김성아의 자식들 또한 김홍래와 김민지 정도의 나잇대이긴 했지만.

출가외인.

한성그룹을 끔찍이 아끼는 김귀란이 다른 성씨를 그룹 안으로 끌어들일 리 없었다.

뭐 자식이 없는 삼남이야 두말할 나위 없고.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것이 있었다.

내가 전에 들었던 소문에 의하면 삼남인 김명준은 그룹에서도 내놓은 망나니. 그룹의 지배권 끼어들지도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본 김명준은 망나니는커녕, 오히려 굉장히 조심스러운, 마치 초식동물과 같은 사람이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가끔씩 그가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아니 도대체 왜 이런 사람이 망나니 소리를 듣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사람도 뭔가 있어.’

그런데 그때.

"그래 준영아. 너 학교는 어디 다니냐?"

김명석이 내게 물었다.

그래도 조카라고 나름 궁금한 것 같았다.

나는 공손한 모습을 유지하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지금까진 미아국민학교 다녔어요."

"미아국민학교? 혹시 너 미아동에 살았어?"

김명석의 얼굴이 슬쩍 찌푸려진다.

이 당시 내가 살던 미아동의 소문이 좋지 않은 만큼 내가 그곳에 살았다는 소리를 듣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 같았다.

아직 이 집안에 적을 만들 필요는 없었기에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네. 그런데 이번에 전학 가기로 했어요."

"어디로?"

나는 슬쩍 김귀란을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한국국민학교요"

한국국민학교.

이번에 내가 전학을 가기로 한 학교로 국내의 대표적인 사립국민학교로 한 학기 학비만 무려 2,355,000원. 학비는 기본이고 일 년에 들어가는 돈만 대략 1천만 원 정도가 들어가는 학교다.

물론 그만큼 시설이나 학업 수준은 굉장히 높은 학교였는데. 이 당시 일반화되지 않은 영어 교육은 물론 원어민 교육까지 이뤄지는 곳이었다.

"그래애? 우리 홍래도 거기 나왔는데. 가만 보자 홍래야. 거기 민지도 나오지 않았나?"

김명석의 말에 김홍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맞을걸요?"

"하하 이거 다들 동문이구만. 준영아 그럼 모르는 게 있으면 홍래 형한테 물어봐. 거기 선생님들도 잘 알고 그럴 테니까. 아니다. 선생들 알기는 민지가 더 잘 알려나? 왜 맨날 사고 치고 불려 다녔잖아?"

순간, 김민지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리고는 제법 예쁘장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짙은 불쾌감이 스친다. 만약 이 자리가 김귀란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면 한 소리가 나왔으리라.

그때.

"아니 왜 가만히 있는 애는 건드리고 그래. 형 자식이나 잘 간수해. 남의 딸 건드리지 말고."

김명현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러자 김명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뭐? 허 참. 둘이 평소엔 못 잡아먹어 안달이더니 이럴 땐 뭐 부모다 이거냐?"

"그게 아니라 형이 계속 가만히 있는 애를 건드리니까···."

장남과 차남의 싸움이다.

분명 처음 보는 거지만 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알겠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셋째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막내딸은 재미있다는, 혹은 혹시 그 둘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듯 의뭉스런 눈으로 지켜보았다.

"야 내가 뭐 없는 말 해? 민지가 쟤가 지금까지 사고 쳐서 들어간 돈만 몇 천이다 몇 천. 내가 없는 소리 한 건 아니잖아. 거기다 뭐 준영이 쟤한테 좀 신경 좀 써 달라는 건데 내가 뭘···."

원래도 좋지 않은 식사 분위기가 살얼음판 같이 변해 버렸다.

그렇게 또다시 부회장이 차남의 신경을 건드리려는 그 순간.

쾅-

김귀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랄들 하지 말고 밥들 먹어. 애가 원 겁이나 나서 밥이나 들어가겠어?"

그제서야 장남과 차남의 다툼이 끝났다.

하지만 김귀란은 그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적당히 싸움을 중재하며 어느 한쪽에 무게추가 기울지 않게 할 뿐이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집안, 안에서 보니 생각 외로 물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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