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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95화   대한민국 (3)

은행은 뭘 하는 곳인가?

바로 남의 돈으로 돈을 버는 곳이다.

- 금융사학자 존 스틸 고든(John Steele Gordon).

*

1950년대 중반 일제가 남긴 대표적인 ‘적산(敵産)’이었던 은행의 소유권은 미군정의 손을 거쳐 이승만 정부에게, 그리고 이승만 정부의 손을 거쳐 재벌들에게 헐값에 불하되었다.

바로 ‘금융 민주화’ 정책 하에.

그리고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4대 시중 은행 중 한곳이었던 조흥은행은 당시 조선맥주의 사장이었던 민덕기에게.

상업은행은 대한제분 사장인 이한원에게, 제일은행(한국저축은행)은 삼호방직의 사장이었던 정재호에게, 한일은행(한국흥업은행)은 삼성물산의 사장이었던 이병철에게 넘어갔다.

지금 가치로 수십조 원의 가치를 지닌 은행들이 술 몇 잔, 금붙이 몇 덩이에 속절없이 자본가들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 당시엔 당연한 일이었다.

그 당시는 산업의 융성, 민족의 부흥이라는 당면한 과제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 1959년.

대한양회의 사장이었던 이정림이 타이밍은 이때다라는 생각으로 대한민국 서울에 서울은행이라는 은행을 창립함으로써 195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이후 40년간 우리나라 금융업을 쥐락펴락 하는 빅5 은행들, ‘조, 상, 제, 한, 서’가 완성되었다.

조.

상.

제.

한.

서.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을 뜻하는 말.

광복을 전후해 설립된 5개의 상업 은행들을 설립연도 순대로 나열해 만든 말로, 당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수많은 기업들의 돈을 주무르면서 승승장구한 다섯 개의 은행들을 일컫는 단어다.

물론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거대화되고 수출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의 5개 은행을 제외한 여러 은행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빅5. 다섯 은행의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마따나 정권의 비호는 물론이거니와 그 선점효과 또한 어마어마했으니까.

게다가.

1961년.

“부정하게 매각한 은행 주식 등은 국고로 환수한다.”

- 1961년 6월 14일 국가재건최고회의 명령.

5.16 군사정변이후 ‘민간의 금융 독점을 배제하고 공익성을 보장하는 체제를 갖춘다’는 명분하에 시중 은행의 벽이 높아지면서, 원래도 어마어마하게 높았던 빅5 은행들의 이름은 가일층  높아졌다.

그게 어느 정도였는지 1980년대 민주화 바람 이후 시중 은행이 16개 정도로 늘어난 이후로도 여전히 시중 은행 중 대표 은행들을 자처하며 한국의 JP모건을 꿈꿀 정도였던 것이다.

[제일은행, 전 현직 임원들 최소 20억 원어치의 ‘돈방석’ - 매X경제. 1995. 12. 11]

[조흥은행, 내년도 순익 목표는 5000억 원 ‘달성 가능하다!’ - 파X낸셜타임즈. 1996. 01. 12]

[상업은행, 2000년도까지 세계 100대 은행 목표! - 조X경제. 1996. 04. 12]

뭐 그 이름도 이제는 흔들리고 있었지만.

나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풍경.

그것은 드넓은 서울의 하늘 아래 늘어서 있는 거대한 건물들의 열주(列柱).

내리쬐는 햇빛에 비춰 번쩍거리는 외관의 건물들이 위압적 모습으로 대로를 내려다보며 마치 자신들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듯 뽐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흥은행]

[상업은행]

[제일은행]

그 모습을 보자 괜스레 실소가 새어나왔다.

지금 이 순간, 저 휘황찬란한 모습이 얼마나 가치 없는 것인지, 눈앞에 보이는 유리 궁전들이 어떻게 썩어 가고 있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웃기는 일이지. 다른 사람의 돈으로 저렇게 기분을 낸다는 게. 뭐 이 바닥만큼 보여지는 게 중요한 바닥도 없긴 하지만.’

하지만 그만큼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만약 그 은행들이 건강했다면 내가 쥘 수 있는 돈이 적었을 테니까.

그때.

“저 은행들 모두가 부실 은행들이라니 믿기지가 않네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그곳에는 짙푸른 눈동자를 가진 여자. 레이첼이 두 눈 가득 의문을 띄운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 아닌 만큼 이렇게 많은 은행들, 그 은행들 모두가 썩어 가고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그녀가 태어나 자란 곳은 바로 미국, 전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전 세계 모든 경제인들의 목표인 곳이다.

그런 만큼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것 같은 위기는 그녀에게 낯설 수밖에 없었다.

국가의 경제 대부분을 쥐고 있는 은행의 대다수가 무분별하게 자금을 운용, 어마어마한 적자를 보고 또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진 그래도 됐으니까요.”

“…그래도 됐다고요?”

“네. 아무도 말리지 않았으니까.”

그것 또한 현실이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 또한 진실인 것이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레이첼, 그녀가 이내 쓰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무서운 이야기네요.”

“그런가요?”

“네. 아무도 말리지 않아 이 상황이 됐다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정말로 아무도 그게 잘못된 거라 말하지 않은 건가요?”

그녀가 묵묵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우리와 같은 역사의 부침을 겪지 못한 나라의 국민이 가질 법한 의문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다들 그게 맞는 거라 믿었거든요. 그래야만 나라가 잘 산다고.”

“……나라요?”

“네. 나라. 물론 그 믿음을 받은 자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요.”

그리고는 창밖으로 보이는 금융사들의 모습을 노려보며 말을 맺었다.

“안타깝게도 말이죠.”

그랬다.

내가 알기로 1997년 현재 대한민국의 시중 은행들은 우물 안 개구리.

국가의 비호로 벌어들인 돈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혈안이 된 작자들이었다.

능력도 인성도 부족한 자들.

온갖 부조리의 세례를 받고 그 자리에 선 자들이 자신의 손에 들린 자금의 무게를 생각지도 않고 그 자금을 낭비하고 있는 현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이었다.

국민들의 피땀으로 일군 자금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허술한 규정과 방만한 운영으로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원래부터 그래왔었다는 듯이.

때문에 나는 처음 이번 일을 계획했을 때 이들 은행에 대한 처우에 대해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만 할까? 과연 그들을 데리고 가야만 할까?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데로 가만히 내버려두어야 하나?’

물론 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이 이상, 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받았던 만큼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사실 IMF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정말 엄청나게 달랐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 나는 결정을 내렸다.

‘내가 뽑아 먹지 뭐.’

그동안 다른 이들의 돈으로 축제를 즐겼으니 이제 그 책임을 질 때니까.

‘그 책임이 조금 무겁긴 하겠지만 말이야.’

누군가는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썬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때.

끼익-

가벼운 떨림과 함께 차가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보스.”

순간, 나와 레이첼의 눈이 마주쳤다.

드디어 때가 도래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네. 도착한 것 같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한때 국내 시중은행 중 수신고 1위를 자랑했던 은행.

그러나 1997년 IMF 사태 이후 전국구 시중은행들 중 뒤에서 2등 떨어진 은행.

그리고 1998년 12월 31일, 결국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 브리지 캐피털’에 단돈 5,000억 원에 팔려 버린 은행.

‘제일 은행’이 자리해 있었다.

*

제일은행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은행 가장 안쪽으로 안내되었다.

“…오라클 분들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사전에 미리 우리의 정체를 밝히고 만남을 요청한 만큼 제일 은행 측에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저, 실례지만 어느 분이 대표….”

“접니다.”

물론 과거 우리가 아직 신생 벤처 투자였을 시기였다면 어름도 없었을 일이었지만.

그 동안 있었던 일들, 동남아 공략으로 인해 알음알음 금융가에 퍼진 우리의 인지도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아, 죄, 죄송합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어디로 가는 겁니까?”

말마따나 현실을 읽어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그리고 그것을 과감하게 이뤄낼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능력이었으니까.

“…이 건물의 최상층. 부행장이 계신 곳입니다.”

그리고 잠시 뒤.

우리는 제일은행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서 제일은행의 부행장으로 판단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똑똑-

“부행장님. 오라클 분들이 오셨습니다.”

“모시도록 해.”

우리를 안내한 직원의 뒤를 따라 커다란 회의실 안으로 순간, 웃는 낯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다 멈칫하는 장년의 남자.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후덕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

그가 바로 오늘 내가 만나려 했던 사람, 제일은행의 부행장인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굳어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나와 례이첼의 모습을 보고 살짝 당황한 것 같았다.

하긴 그 또한 우리 이름은 알았더라도 내 정체는 몰랐을 테니까.

“…….”

뭐 그동안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오며 이런 일은 비일비재 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가볍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제가 바로 오라클의 김준영입니다.”

그러자 잠시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남자.

그 남자가 떨떠름한 기색으로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아, 반갑습니다. 제일은행의 부행장을 맡고 있는 김덕형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네의 눈빛에선 많은 생각들이 묻어났다.

‘이 꼬맹이는 누구지?’

‘분명 오라클이라고 했었는데?’

‘설마 이놈들이 잘못 데려온 건가?’

이런 생각들이 묻어났다.

분명 한 은행의 부행장쯤 되는 인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진솔한 표정. 무척이나 미숙한 태도였다.

‘하긴 이 정도의 인물들이겠지. 이 당시 사람들은.’

좋아 그렇다면.

‘어디 흔들어 볼까?’

나는 나를 향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남자.

슬쩍 주변에 있는 은행 직원들을 바라보며 질책어린 눈빛을 보내는 남자.

그 남자를 향해 빠르게 선제 타격을 넣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아니 그러지 마시고 차라도 한 잔 하시면서.”

시간은 금(金).

더군다나 이 정도의 인물인 바에야 속전속결로 흔들고 빠지는 것이 최고였으니까.

“아닙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좋습니다. 들어보기나 하죠. 어떤?”

“외환을 빌리고 싶습니다.”

“……외환이요?”

“네.”

순간, 당황으로 흔들리는 부행장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도장을 찍듯 말을 맺었다.

“저희 오라클은 제일은행 측에서 10억 달러를 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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