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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나의 닻 (3)

2018년 10월 8일.

모스크바의 한 카페에서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코코린(Aleksandr Aleksandrovich Kokorin)이라는 축구선수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동양인 남성을 의자로 폭행, 러시아 내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인종차별(人種差別).

동양인에 대한 백인의 조건 없는 혐오였다.

하지만 당초 언론은 물론 사람들 모두 이 사건이 유야무야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러시아 사법부의 백인 우월주의적 판결, 편파적인 판결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걸 믿고 코코린이나 그 일당들이 건방진 태도를 유지하기도 했고,’

하지만.

사건은 코코린과 그의 일당들에게 폭행을 당한 고려인의 신분이 밟혀지면서 일대의 반전이 일어난다.

폭행을 당한 고려인.

데니스 박의 신분이 공무원, 그것도 러시아 산업통상부 소속 자동차 산업 및 철도 기계국 국장이라는 어마어마한 고위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일명 ‘푸틴의 남자’코코린과 그 일당들이 보기에 볼품없어 보였던 동양인 남자가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권력의 핵심인 블라디미르 푸틴과 각별한 인사 중 하나였던 것이다.

때문에 평소였다면 별 처벌을 받지 않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코코린과 그 일당들, 그들은 엄정한, 아니 괘씸죄까지 포함된 어마어마한 처벌을 받게 된다.

사람을 건드려도 아주, 제대로 잘못 건드린 것이다.

[고려인 공무원 등 폭행 러시아 유명 축구선수들에 징역형 - 연X뉴스. 2019. 05. 08]

그런데 지금, 누가 누구를 건드렸다고?

내 어머니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뭘 당해?

나는 화를 가라앉히며 천천히 레이첼에게 정확한 사정을 물었다.

그러자 천천히, 약간은 긴장한 낯으로 레이첼이 나에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 결과, 나에게 전해진 레이첼의 말은 이랬다.

오늘 아침, 내가 어머니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근을 하고 난 뒤, 여느 때처럼 레이첼이 맨션으로 찾아와 어머니를 데리고 뉴욕 투어를 시작했다.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

‘어머 레이첼! 좋은 아침! 그런데 아침부터 너무 예쁜 거 아니야?’

요 근래 그녀와 어머니가 제법 친해진 만큼 어머니가 귀국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게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호호, 고마워요 언니. 오늘 갈 곳이 갈 곳인 만큼 나름 힘 좀 줬거든요.’

‘응? 오늘 갈 곳?’

투어의 장소는 뉴요커들의 쇼핑 스팟이자 패션 스트리트.

유니언 스퀘어, 그리니치빌리지, 그리고 소호로 이어지는 맨하탄 내의 패션 거리였다.

‘네. 언니 기억 안 나세요? 오늘 저랑 패션 스트릿 투어 하기로 한 날이잖아요.’

‘아, 맞다 오늘이 그날이었구나. 미안 레이첼 깜빡하고 있었어.’

물론 나나 이어진이었다면 굳이 가려고 하지 않을 만한 곳이었지만.

두 여자들.

어머니와 레이첼의 생각은 달랐다.

전생은 물론 현생에서까지 옷가게에서 제법 오랜 기간 일을 한 어머니는 물론, 스물 초반의 아름다운 백인 여성, 레이첼의 패션에 대한 관심 또한 남달랐던 것이다.

‘호호 괜찮아요. 요즘 제법 바쁘셨을 테니까. 그런데… 그래도 가실 거죠?’

‘물론이지. 조금만 기다려 줘 레이첼. 내가 후딱 준비하고 나올게!’

‘네. 언니 천천히 나오셔도 돼요.’

덕분에 아침부터 시작한 그들의 투어, 패션 스트리트 투어는 오후가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자라, 빅토리아 시크릿, 아메리칸 이글 등 상대적으로 젊은 브랜드들이 밀집해 있는 유니언 스퀘어 광장부터.

유니크한 개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의 샵들이 모여 있는, 좁은 가로수길이 인상적인 그리니치 빌리지.

그리고 발길 닿는 곳마다 일류 브랜드들이 가득해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소호(South of Houston)까지.

그들은 뉴욕, 맨하탄의 패션 거리를 천천히 아주 상세하게 만끽했던 것이다.

‘어머 언니 저 옷 언니한테 딱일 것 같은데? 어때요?’

‘어? 음 이쁘긴 한데 나한테 어울릴까? 난 나이도 많고….’

‘에이 괜찮아요. 언니 딱 내 또래로 보인다니까요? 얼른 가서 입어 봐요 우리. 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이었다면 시간과 돈이라는 두 가지 제약이 있었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제약이 없었으니까.

‘어때요? 이쁘죠?’

‘음… 이쁘긴 한데… 너무 비싸지 않을까?’

‘하하. 괜찮아요. 그럴 줄 알고 오너가 블랙카드를 주고 가셨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이 가게를 전부 다 사 버릴 수도 있다구요.’

그런데?

그렇게 그들이 오늘 하루를 온전히 패션에 소비하고 있을 때쯤, 한 가지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레이첼과 어머니가 그리니치빌리지의 여러 샵들을 오가며 한창 쇼핑에 맛을 들이고 있을 무렵, 레이첼을 호출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응? 이 번호는 회산데. 언니! 잠시만 전화 좀 하고 와도 될까요? 업무상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아서요.’

‘아 괜찮아. 레이첼. 신경 쓰지 말고 다녀와.’

물론 여기까지였다면 별다를 일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회사에서 레이첼이 맡고 있는 일이 제법 많은 만큼, 아무리 인수인계를 하고 갔다고 하더라도 간혹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으니까.

‘네. 정말 죄송해요. 금방 전화만 마치고 올게요!’

‘응. 걱정하지 마. 난 옷 보고 있을게.’

…문제는.

‘어? 언니. 왜 샵 밖에 나와 있어요?’

‘아 레이첼… 그게…….’

레이첼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어머니가 샵에서 쫓겨났다는 거지.

“…그러니까 레이첼이 전화를 마치고 다시 샵으로 가 보니까 어머니 샵 밖으로 쫓겨나 있었다는 이야기죠?”

아무도 없는 멘션의 거실, 나는 맨하탄의 비 내리는 야경을 바라보며 레이첼을 향해 물었다.

창 밖에서 친 번개가 일순 세상을 하얗게 물들였다.

그러자 잠시 고요하던 수화기.

수화기 너머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네. 제가 전화를 마치고 바로 가 보니까 어머니께서 샵 밖으로…]

순간, 손끝이 저릿했다.

손끝에 누군가 바늘을 찌른 듯 찌릿한 격통이 손을 타고 올라와 쇄골과 경추를 지나쳤다.

그녀의 말이 뜻하는 바고 몹시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얼마나 걸린 거죠?”

[단순한 업무에 대한 이야기여서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한 5분 정도…]

“5분이라…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인종차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나요?”

[아니요. 확실해요. 제가 오너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항의하러 갔을 때 분명 그런 단어를 들었거든요.]

“무슨 단어죠?”

[그게… 아시안에 대한 조금 공격적인…]

“레이첼.”

[네. 오너.]

“굳이 순화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저는 지금 충분히 화가 나 있으니까.”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그쪽에서 분명 ‘칭키(Chinky)’라는 단어를…]

칭키(Chinky).

사전적으로는 ‘금이 간’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지만 실제로는 동아시아인 특유의 가느다란 눈 빗대어 한중일 3국 사람들을 인종차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 단어를 어머니. 내 어머니에게 썼다고?

아니 그것도 소위 디자이너라는 작자들이?

물론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 치고 한 번도 인종차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곤 하지만, 그리고 나도 가끔 슬쩍슬쩍 사소한 차별을 겪어 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문제는 그 대상이 바로 내 어머니라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한 건 둘째치고 왜 말하지 않은 겁니까? 분명 제가 레이첼에세 맡긴 업무는 어머니에 대한 케어 아니었나요?”

[그게… 어머니께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어머니가요?”

내가 묻자 수화기 너머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언니, 아, 아니 오너 어머니께서 절대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보고했었어야 했는데…]

짙은 후회 묻어 있는 레이첼의 말,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어두운 거실 안쪽,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시는 방이 내 눈에 들어왔다.

“…….”

그래. 어떤 마음일 지 알 것 같다.

아마 없었던 일로 하고 싶으셨겠지.

지금처럼, 지금까지처럼 자신만 참고 견디면 이 또한 흘러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겠지.

분명 당신의 마음속에도 상처로 남을 테지만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세상을 살아온 방식일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내가 참을 생각이 없다는 거지.’

나는 차가운 웃음을 입에 물었다.

분명 어머니의 생각은 이해한다.

일반적인 경우 동양인들이 서양인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법의 층위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 대응할 방법이 없는 법이었으니까.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럴 만한 힘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 내가 어머니의 대한 일을 모르고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이미 내가 알아 버린 이상 나는 참을 생각이 추호도 없기 때문이었다.

‘한번 얕보이면 그대로 약점이 되는 게 이 바닥이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있는 대로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것은 하?. 순간의 화에 눈이 멀어 주책없이 달려드는 것은 미련한 일이었다.

본디 이빨이란 상대의 목을 물어뜯기 직전에만 드러내는 게 상수이니까.

그렇다면?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레이첼.”

내가 수화기를 들어 레이첼을 호명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깜짝 놀란 기색이 느껴졌다.

[네, 넵. 오너.]

“간단히 말하자면 레이첼에게 실망한 것도 사실이에요. 아무리 어머니의 부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중요한 일은 저한테 보고를 했었어야 하니까.”

그러자 잠시 말이 없는 레이첼, 수화기 너머에서 긴장어린 숨소리가 느껴졌다.

허나 나는 분노의 미쳐 이빨을 들이댈 곳을 착각한 그런 짐승이 아니었다.

나는 레이첼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살길을 열어 주었다.

“하지만 잘못을 만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순간, 그녀가 빠르게 내 말을 잡았다.

[그게 뭐죠?]

나는 기대 어린 목소리. 레이첼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를 쫓아낸 그 샵, 그 샵에 소속된 디자이너. 그리고 샵의 주인, 그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다 낱낱이 정리해서 내일 아침 내 앞에 가져다 놓는 거예요.”

***

다음날.

아침 일찍 멘션으로 찾아온 레이첼이 내게 두툼한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여기 말씀하신 자룝니다.”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을 보니 아마 밤새도록 자료를 취합, 내게 가져온 것 같았다.

“…고생하셨어요. 이만 들어가서 쉬셔도 좋아요.”

“아닙니다. 기다리겠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해 하실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를 위해 커피를 내려 그녀에게 권했다.

그리고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천천히 柳析? 조사해 온 자료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

엠마뉴엘 베티아르(Emmanuel Betiar)라는 24살의 젊은 디자이너가 런칭한.

세? 4대 패션위크(Fashion Week) 중 밀란 패? 위크와 런던 패션위크 2곳에서 주목할 만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은, 시가총액 1천만 달러 정도의 젊은 브랜드에 대한 세세한 정보 내 눈에 들어왔다.

“엠마뉴엘 베티아르라고요?”

내가 내 몫의 커피를 마시며 묻자, 레이첼,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개?. 엠마뉴엘 베티아?. 에콜 듀페르 캡?(Ecole Duperre Paris)에서 패션을 전공?, 요즘 핫한 디자이너 중 한 명입니다. 요즘엔 ‘Liberte aux etres humains’라는 패션 트렌드를 밀고 있다고 하더군요.”

“Liberte aux etres humains? 그게 무슨 말이죠?”

“영어로는… ‘인간에게 자유를’이라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패션이 인간을 억압하는 패션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기존 패션을 뛰어넘는 패션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나는 차가운 미소를 입에 물었다.

그렇게 인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양반이 인종차별을 저질렀다는 게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하긴 서유럽권, 그중에서도 나름 자신들이 이성적이라 자부하는 이들이 모인 프랑스나 벨기에, 네덜란드 인들의 인종차별은 내가 살던 2020년에도 유명했다.

입으로는 인간의 이성이니 뭐니 씨부리던 작자들이 뒤로는 자신들을 제외한 인종들을 비하하는 것에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았었으니까.

“이 사람이 저희 어머니를 모독한 사람이 확실한가요?”

내가 묻자 레이첼이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자료에 나온 사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합니다. 그때 저도 그 안에서 그 사람을 봤었으니까요.”

그렇다면 타겟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건데… 물론 시가총액 1천만 달러 정도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그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해.’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나의 복수. 나의 분노에 대한 대가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어머니가 겪은 치욕의 대가는 되지 못한다.

사건과 사건의 연관관계.

그것을 확실하게 주지시켜야만 행위에 대한 확실한 응징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그런데 그때.

“어머 레이첼! 아침부터 웬일이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잠에서 깨어난 어머니가 반가움이 가득한 안색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레이첼을 바라보자, 레이첼이 약간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순간, 내 머릿속에 재미있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

옷가게.

브랜드.

세 가지 키워드가 모이자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 생각난 것이다.

“엄마.”

“응? 왜 아들?”

“혹시…….”

나는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브랜드 하나 만들어 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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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1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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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1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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