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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착하게 살자 (4)

"자 가 봐. 위에서 놔 주라고 해서 놔 주기는 하지만 똑똑히 기억해. 니가 밥을 먹든 똥을 싸든 우리가 언제나 보고 있다는 거. 알았어?"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한 형사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김희팔은 일그러진 얼굴을 감추며 납죽 고개를 숙였다.

"예. 알겠습니다 형사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자신을 잡범 취급하는 형사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난 며칠간 조사받으며 느낀 바에 따르면 이 형사 앞에서는 약간의 싫은 티도 내선 안 됐다.

만약 들키기라도 하면 욕설은 물론, 또다시 구치소 구경을 할 수도 있었다.

"정말정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시는 두 번 다시는 이런 짓 안 하겠습니다!"

때문에 김희팔은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큰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곤 머리가 닿을 듯 허리를 숙여 주변사람이 보라는 듯 멈춰 섰다.

그러자 잠시 뭔가 트집을 잡으려는 듯 그를 내려다보던 형사가 이내 가래침을 카악 뱉으며 몸을 돌렸다.

"도대체 위에선 무슨 생각인 거야 저런 쓰레기 새끼를···."

물론 형사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며 궁시렁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김희팔은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웃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그는 상처를 입긴 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만족감이 그의 폐부에 가득 찼다.

‘병신. 니가 아무리 겁을 줘 봐라 내가 겁을 먹나.’

그렇게 잠시 마음속으로 형사를 욕하던 김희팔이 슬쩍 눈을 들어 형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곧 형사가 경찰서 안으로 완전히 들어간 것을 확인. 곧바로 몸을 펴 경찰서 밖 태양을 마주보았다.

"으아아악! X발 난 살았다!"

김희팔이 두 팔을 쫘악 펼친 채 소리쳤다.

그러자 지나가던 민원인들과 기타 경찰들이 별 미친놈을 본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 와우동에서 경찰들의 모습을 봤을 때 그는 일이 더럽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과 10범.

자잘자잘 한 것까지 다 합치면 한 전과 15범쯤 되는 몸이었기에 이번에 들어가면 빼박 징역 5년쯤은 나올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물론 그러면서도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의 스폰서. 그가 사업을 시작할 때 돈을 대주고 사람들을 빌려 준 이의 이름값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구창모.

대한민국의 검은 돈이 모두 모이는 명동 사채시장의 거두(巨頭).

한때 대한민국 부의 20%를 좌우하던 90년대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인물로 지난 30년간 암중에서 서울 사채업계를 움직인 존재.

그런 구창모 회장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약간이나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조금만 버티면 구 회장이 손을 써 줄지도 몰라.’

때문에 그는 처음엔 저산의 범행을 완강 부인했다.

마침 그가 저지른 사기라는 게 그 규모도 2억 원 남짓으로 작은데다가 아직 확실히 돈을 가지고 사기를 쳤다고 말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

말마따나 돈을 받고 실제로 땅을 팔아 주려 했다고 우긴다면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 질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그러니 담당 검사만 구창모의 힘이 닿는 사람으로 배정된다면, 어쩌면 며칠 안에 이곳을 걸어서 나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 구 회장이 나를 포기할 리 없어. 그동안 내가 닦아 준 똥만 몇 무더긴데.’

그러나.

‘안녕하세요? 이름이··· 김희팔 씨? 하하 이름 참 특이하네요.’

이번 사건을 맡은 담당검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는 자신의 행운이 모두 다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사답지 않게 친절한 인사말.

짧게 자른 머리와 싸구려 반뿔테 안경. 약간 처진 눈매와 이글거리는 눈동자.

검사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게 들고 다니는 모나미 볼펜.

결정적으로 최현철이라는 이름!

자신의 사건 담당 검사가 1988년 노태우 정권 출범 후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특수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운동권 출신의 검사.

서슬 퍼렇던 군부 독재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인척관리담당관을 겸임 중이던 정서희 치안본부 정보분실장을 횡령 및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한 미친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새끼가 여기 왜 있어!’

순간, 김희팔은 울고 싶어졌다.

최현철이 과거, 높으신 분들에게 통제할 수 없는 검사로 찍혀 지방검찰청으로 좌천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가 이곳이 그곳인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그때부터 그는 모든 희망을 버렸다.

아무리 구창모의 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전임 대통령의 권력도 통하지 않는 또라이 검사에게까지 그 영향력 발휘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모든 희망을 버린 채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려던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한번 문 사냥감은 절대 놓지 않는 다는 도사견.

최현철 검사가 자신에게 한 가지 딜을 걸어온 것이다.

‘김희팔 씨? 어때요. 이대로 그냥 들어가면 못해도 5년, 내가 최대한 힘쓰면 그 이상도 나올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우리 거래 하나 하는 게?’

그 말을 듣자마자 김희팔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검사님.’

들리는 소문에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아무래도 좌천된 동안 그의 심정에 어떠한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아니 들어보지도 않고요? 내가 희팔 씨한테 무슨 제안을 할 줄 알고?’

‘어떤 제안을 하셔도 좋습니다. 검사님이 제 목숨 줄을 잡고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하겠습니다. 이번에 들어가면 꼬박 몇 년은 박혀 있어야 할 텐데··· 부탁드립니다. 하겠습니다. 하게 해 주십시오.’

비굴하기까지 한 모습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사는 놈이 강한 것이다. 일단 살아야 욕도 먹을 수 있었다.

‘···사기꾼이라서 그런지 눈치가 빠르네. 좋아요 그럼. 일단 저한테 정보를 좀 제공해 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잡고 싶은 건 희팔 씨 같은 잔챙이가 아니라 구창모. 그 새끼거든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아 최현철 이 양반 구창모를 치려고 하는구나. 이번 일을 빌미로 구창모를 몰아넣으려는 거구나. 그래. 구창모 정도의 대어를 잡아 넣으면 화려하게 컴백할 수 있을 테니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약간 갈등이 되었다.

최현철가 말한 것이 만약 다른 일이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을 테지만, 타겟이 구창모라면 약간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동안 구창모 밑에서 일을 해 오며 그의 악랄함과 조금이나마 경험해 봤기 때문이었다.

‘구창모 손에 갈려나간 사람만 해도 수십이 넘는다는데··· X발 이러다가 나도 닭모이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5년, 아니 만약 자신의 최현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괘씸죄까지 합쳐서 그 이상 사회의 빛을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겠습니다. 검사님.’

그렇게 그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최현철에게 고해 바치고 자신의 죄를 사함 받았다.

자신이 저지른 모든 죄를 자신을 돕던 식구들과 구창모가 사주한 것으로 처리. 구창모와 전혀 관계가 없는 단순 운전기사로 신분을 세탁한 것이다.

‘자 처리는 다 끝났어요. 그런데 희팔 씨 아시죠? 이 일 어디 가서 함부로 떠들면 곤란하다는 거? 하긴 뭐 희팔 씨가 제일 잘 알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한국을 떠야만 했다.

자칫 구창모가 자신이 한 일을 알아차리기하도 한다면···

‘닭모이···.’

자신의 시체마저 건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X발 그럴 수는 없지.’

그가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경찰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최현철 저 미친개와 구창모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결단이 나든, 일단 이 나라를 떠나는 것이 급선무.

그렇다면 그 전에 서둘러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

김희팔의 사건 이후 우리는 와우동 땅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다소 의심스런 모습으로 바라보던 마을사람들이었지만.

내가 근처 마을, 그러니까 반송리에서 데려온 복덕방 할아버지를 통해 천천히 거래를 시도하자 우리를 향해 넌지시 거래 의사를 보이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놓았던 땅. 사기까지 당하고 보니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아··· 그래 자네는 얼마나 줄 수 있나?"

"평당 1만 5천 원까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1만 5천 원?"

물론 마음만 같아서는 우리를 문전박대한 이들의 땅값을 좀 더 깎고 싶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간신히 열린 그들의 마음이 다시 닫힐 가능성이 높았다.

"네. 원래는 1만 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겪으신 일도 있고 해서 좀 더 쓰기로 했습니다. 어떠신가요? 이대로 계약 진행하실 건가요?"

그러자 처음엔 긴가민가 고민을 하던 사람들도 결국 우리와 거래를 하기로 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언제 거래가 있을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1만 5천 원 정도면 후한 금액이지. 내가 희팔이 그놈의 말 때문에 정신이 나갔었나 보구만. 미안하네. 계약··· 하도록 하지."

그 결과, 우리는 보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김희팔 일행이 사기 치려던 농지들 이상의 땅을 모두 매수할 수 있었다.

총 3만 5천 평.

2,159평의 국제규격 축구 경기장 15개.

15,248평의 부산 사직운동장 2개.

대지면적 4,446평인 63빌딩이 7개가량 세워질 수 있을 만한 거대한 면적.

이 면적의 농지를 구매하는 데 들어간 자금만 내가 부동산 구입을 위해 준비한 총알 45억 원의 8분의 1.

5억 3천만 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제 몇 년 뒤, 1기 신도시의 부작용들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

토지공개념 3법과 준농림지법이 폐지된 이후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된다면, 지금 내가 들인 돈은 휴지조각처럼 보일만한 어마어마한 돈이 내 손에 들어올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당 690만 원.

1994년 현재 기준 15,000원에 불과한 토지가 2020년 기준 2,415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으로 변하는 것이다.

‘거기다 다른 곳들의 토지도 있으니··· 아마 장난 아니겠지.’

생각만 해도 온몸이 떨리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 덕분에 한동안 자금부족을 겪어야 하겠지만.

그런데 우리가 막 와우동 토지 매수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려던 그때,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야. 준영아. 야야 저거 저놈. 그놈 아니야?"

"누구요?"

"저기 저 신호 걸려 있는 차 안에 있는 거. 김희팔 맞지?"

이어진이 교차로 신호에 걸려 있는 김희팔을 발견한 것이다.

"···맞는 거 같은데요?"

"그렇지?"

"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분명 며칠 전 그가 경찰에게 잡혀 가는 모습을 보였기에 약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도망친 거 같지는 않은데··· 혹시 그냥 풀려난 건가?"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요?"

"한번 따라가 볼까?"

이어진이 김희팔이 탄 낡은 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따라간다고요?"

"그래. 우리가 잡지는 못하더라도 김희팔 저놈이 어디로 가는지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긴 그럴 만도 했다.

김희팔이 어떻게 경찰서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1994년. 휴대폰도 CCTV도 뭣도 없는 시대였다.

그러니 나중에라도 그를 잡기 위해서는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안 들키고 갈 수 있겠어요?"

"내가 말 했냐? 나 운전병 출신이야."

그렇게 우리는 김희팔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물론 차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찰서로 갔을 테지만, 다행히 차 안에 있는 것은 초조한 안색을 하고 있는 김희팔 하나뿐이었다.

"저거 분명 렌트카지?"

"네. 허로 시작하는 거니까 그런 거 같은데요?"

"거 참. 아니 경찰들은 도대체 뭘 하길래···"

그런데 한참 동안 농지도로를 달려가던 김희팔이 갑자기 산길 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하지? 더 따라가야 하나?"

"아저씨 라이트 안 켜고 따라갈 수 있겠어요?"

"어. 아직은 햇빛이 좀 있으니까 조심해서 따라가면 가능은 할 거야."

"그러면 일단 따라가는 데까지 가 보고 중간에 빠져서 차 숨기고 걸어가죠."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

그곳은 농사를 지은 지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배추밭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아니 도대체 여긴 왜 온 거야?"

"허억··· 모르죠··· 일단. 좀 지켜보죠."

중간에 차를 숨겨놓고 걸어서 올라왔기에 숨이 벅찼다.

하지만 천천히 숨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빠르게 가빴던 숨이 가라앉았다.

"후우··· 일단 좀 지켜보도록 하죠."

"그래."

그렇게 우리는 김희팔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차에서 내린 뒤 이리저리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김희팔이 차 트렁크에서 삽 하나를 꺼내 배추밭을 파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뭐하는 거지?"

"글쎄요? 설마 무슨 시체라도 묻어 놓은 건가?"

그렇게 한참동안 배추밭을 파던 그가 이내 뭔가를 발견한 듯 삽을 내팽개치더니 이내 후욱,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바로 파헤친 땅을 덮더니 그대로 트렁크에 삽을 싣고 왔던 길을 돌아 내려가 버렸다.

"······."

순간, 나와 이어진의 눈이 마주쳤다.

"어떻게 할 거야?"

"그야 당연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확인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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