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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착하게 살자 (2)

사실 김희팔, 그는 이 동네 사람이었다.

물론 20년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분명 태어나면서부터 15살이 되는 해까지 그가 이 동네에서도 나고 자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15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도 그를 좋은 기억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그것은 과거 그가 동네에서 유명한 말썽쟁이, 난봉꾼, 어른들의 매타작을 맞는 골칫덩이, 집안을 망칠 반거충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희팔 엄마! 희팔이가 우리 애 때려서 우리 애 이빨 다 망가뜨렸잖아요! 어떻게 할 거예요! 어떻게!’

‘희팔이 그 자식 이번에 또 사고 쳤다며? 아니 저번에 명수 아재 송아지 팔아먹고 얼마나 지났다고 또··· 쯧쯧쯧’

‘엄마··· 희팔이 오빠 무서워 그 오빠 맨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구. 학교 하교할 때 맨날 따라오고. 정말 무서워서 못 살겠어···.’

그렇기에 몇 달 전 김희팔이 와우리에 나타났을 때 그를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련된 정장에 고급스런 자동차. 십 수 명의 건장한 수행원까지,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을 하고 있긴 했지만 과거의 그를 떠올리며 그를 경계한 것이다.

‘저노무 새끼 저거 옷만 번지르르하게 입고 있으면 뭐해. 분명 무슨 사고 치고 내려온 게 분명할 텐데.’

‘김희팔? 야야 상종도 하지만 그노무 자식 옛날에 저지른 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치가 떨려.’

‘쯧쯧. 다들 희팔이 저놈 저거 조심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놈이니까.’

하지만.

오래된 기억은 버려진 칼처럼 쉬이 무뎌지는 법인지 계속되는 김희팔의 선물공세에 사람들은 점점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어르신들. 저 기억하시죠? 저 희팔입니다. 희팔이. 아이고 예전엔 제가 너무 어려서··· 자자 그러지 마시고 다들 제가 고기랑 막걸리 좀 사 왔는데 좀 드시죠!’

‘아이고 어르신 이게 일본에서 유행하는 과잡니다. 아 여기 있는 건 스위스에서 가져 온··· 많이 가져왔으니까 집에 갈 때 가져들 가세요!’

‘하하 그동안 잘 지내셨죠? 이번에 강원도로 관광을 한번 갈까 하는데 어떠세요? 다들 시간 괜찮으세요?’

아무리 마을 사람들이 김희팔을 경계하려 해도 그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고기며 막걸리며 수입과자 같은 것들을 뿌려대는 데 장사가 없었던 것이다.

‘허허 희팔이가 예전엔 참 격한 구석이 있었는데. 어른이 되더니 어른들 공경도 할 줄 알고. 참 잘 컸어. 안 그래?’

‘그러게 말이야. 그 와우리 미친개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세상 참. 아니 희팔이가 아니면 우리가 어디서 이런 호사를 다 누려 보겠어.’

결국 채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김희팔과 끈끈한 관계가 되어 버렸다.

김희팔이 투자자들을 유치, 비싼 값에 땅을 팔아 주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대부분 단번에 고개를 끄덕일 만큼.

"하······."

노파의 말이 끝나자 이어진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노파의 말을 듣자 어째서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강경한 태도로 땅을 팔지 않겠다 말한 것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들 저희 보자마자 그런 표정을 지었군요."

"그려. 그래서 사람들이 자네들한테 그렇게 문전박대를 한 거여. 다들 희팔이에게 땅을 팔겠다 약조를 해 놨을 테니께."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강경하지 않나요? 아무리 그래도 저희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결정하는 건······."

억울하다는 듯한 이어진의 말에 노파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당연한 일 아니겠남. 희팔이가 오랫동안 떠나있었긴 하지만 그래도 동네 사람이니께. 거기다···."

"거기다요?"

"···희팔이가 그랬거든. 원래 시세보다 더 많이 쳐 준다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팔지 말라고. 그러니 뭐··· 사람들이 그랬겠제."

노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담담히 입을 여는 노파의 모습을 보니 김희팔이 부른 돈이 우리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인 것 같았다.

"···아니 도대체 얼마에 산다고 한 거예요. 웬만큼 불러선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잘 들을 리가 없을 텐데?"

이어진의 말에 노파가 웃으며 우리를 돌아보았다.

"자네들은 을메나 생각했는디?"

"저희요?"

"그래. 땅을 사러 왔을 테니 생각한 금액이 있을 거 아녀?"

노인의 말에 이어진이 슬쩍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가 대답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이어진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희는··· 15,000원까지 생각하고 왔죠."

우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현재 와우리 땅값은 평당 약 10,000원 정도. 전에 우리가 들렀던 반송리와 비슷한 가격이었다.

그러니 15,000원 정도면 대부분의 땅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말도 제대로 꺼내 보지 못했지만.’

그런데?

우리의 대답을 들은 노인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려?"

왠지 모르게 비웃는 듯한 표정. 어림도 없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네. 이 정도면···."

"택도 읎?"

"네. 아니 그럴 리가··· 분명 평균 땅값이 10,000원 정도라는 소리를···."

노파가 명아주 지팡이로 땅을 딱- 두드리며 말했다.

"평당 3만 원."

"네?"

"평당 3만 원이여, 희팔이가 부른 금액이."

이어진의 입이 함지박마냥 크게 벌어졌다.

"네에? 정말 3만 원이라고요? 정말요?"

"그렇다니께. 그 정도니까 사람들이 저리 미쳐 있는 거여."

"허··· 이건 진짜···."

이어진이 고개를 흔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눈빛. 약간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하긴 그가 지금처럼 당황한 것도 이해가 갔다.

3만 원이라면 애초에 우리가 예상했던 땅값을 휠씬 초월하는 가격. 우리가 예상했던 금액의 3배에서 2배에 가까운 돈이었다.

‘역시 사기꾼답네. 평균가의 3배라니.’

물론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면 경우에 따라 평균 시세보다 가격을 높게 부르는 일이야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쟁이 있을 때의 이야기. 그 지역의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돈이 썩어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와우리처럼 몇 년째 땅값이 떨어지고 있는 땅을, 그것도 개발 호재는커녕 공도 공사 하나 안 되어있는 땅을 평균시세의 3배나 주고 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나처럼 미래 정보를 알고 있지 않은 이상 말이지.’

그러고 보면 조금 이상하긴 했다.

일반적으로 도시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농촌사람들이 어리숙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고, 또 어느 정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사기에 걸려들 정도의 바보들은 아니었다.

평생 땅을 밟고 땅을 만져 온 사람들.

대부분 재산이라곤 집 한 채와 땅이 전부인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다른 사람을 믿고 자기 땅을 맡길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어진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표정을 정리한 채 노파에게 묻는 모습이었다.

"···설마 그 이야기를 다들 믿은 겁니까?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그러자 노파가 슬쩍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웬걸 바보 천치들도 아니고 처음엔 다들 안 믿었제. 평당 1만 원도 안 하는 땅을 3만 원에 사겠다니 처음엔 다들 이놈이 또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으니께. 그런디···."

"그런데요?"

"그런디 알아보니께 아랫말 이장이랑 웃말 사람 몇이 희팔이한테 땅을 넘긴 모양이더라고. 3만 원에 전부."

아.

순간,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러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 농촌 지역에 유행하는 사기 방법이 있었다.

‘농촌 토지 매매 수수료 사기’

그것은 농촌에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로 토지 소유자인 ‘갑’에게 사업가로 위장한 사기꾼 ‘을’이 접근.

기존의 친분을 기본으로 갑에게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토지의 매매를 주선하겠다고 속인 뒤, 갑에게 일정부분의 수익을 안겨 주어 차후 대규모의 토지 매매를 유도.

이후 그에 대한 수수료나 토지를 챙겨 달아나는 수법의 사기다.

사실 이렇게 결과만 놓고 보면 과연 누가 속을까 싶은 간단한 트릭이지만, 원래 사기라는 게 그렇다.

눈뜨고 코 베인다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사기를 당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듯, 사기를 당한 사람들 대부분이 나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상태에서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1994년 이때는 아직 마을 사람에 대한 믿음, 이웃 간에 친분이 중요하던 시기, 집성촌 내의 관계가 끈끈하던 시기였다.

‘에이 설마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사람이 나한테 사기를 치겠어? 아니 실제 돈을 번 사람도 있다잖아? 그러니까 기회가 될 때 바로 팔아야지.’

이러한 생각이 사람들을 사기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1994년 5월 경상북도 영천시 고경면에서 한 마을 전체, 51가구에 달하는 주민들이 46,280제곱미터, 약 1만 4천 평에 달하는 토지와 4억여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보았고.

1995년 7월에는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이씨 집성촌인 송학리에서 21명 피해자와 2억 5천여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들 사기의 공통점은 두 사건 모두 기존 마을 주민에 의해 벌어진 사기라는 점이었다.

때문에 한동안 전국 농촌에 이러한 수수료 사기에 대한 주의보가 내려졌을 정도였는데, 한 때 이러한 농촌 토지 사기에 대한 기사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중앙일보 같은 일간지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정도였다.

그런데 김희팔은 사람들의 믿음을 사기 위해 여기에 약간의 양념을 더 한 것 같았다.

간 크게도 마을 안에서 방귀 꽤나 끼는 사람들의 땅을 제돈 주고 매입을 함으로써 사람들의 약간의 의심을 종식시킨 것이다.

"혹시 그 사람. 땅을 팔아 주는 대신 수수료를 달라고 하지 않던가요?"

나는 확인하는 심정으로 노파에게 물었다.

수수료 사기라면 어차피 가져갈 돈 최대한 땅값을 많이 부르고 수수료 비율을 높게 부르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러자 노파가 주름진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 어찌 알았나? 서울에 있는 사람들한테 파는 거니까 수고비를 좀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뭐라더라 사람을 쓰는 일이라 기름칠을 좀 해야 된다던가?"

"몇 프로나요?"

"글씨 듣기로는 30프로씩은 줘야 한다던디? 당장 돈이 없는 사람들은 땅으로 줘도 된다길래 몇 명은 땅으로 준다고 하더라고. 어차피 다들 손에 쥐고 있는 돈은 없는 치들이니까."

역시.

미래였다면 어린아이도 속지 않을 만한 사기기법. 하지만 면역이 없는 지금은 누구라도 속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왜 이 노파는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거지?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를 무시해도 됐을 텐데?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노파를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숙여 내 눈을 바라보았다.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이상허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던 노파가 이내 짚고 있던 명아주대 지팡이를 꽈악 움켜잡으며 말했다.

"나는 희팔이 그놈 믿지 않거든."

"···왜요?"

"···20년 전에 희팔이 그놈이 왜 쫓겨났는지 혹시 아나?"

쫓겨난 이유? 글쎄?

김희팔이 앞으로 저지를 일에 대해서라면 모를까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뭐 좋은 일은 아니겠지.’

내가 고개를 젓자 노파가 천천히 주름진 얼굴을 들고 말했다.

"하긴 알 리가 없제. 흐··· 간단혀. 그놈이 술 먹고 객기를 부리는 바람에 마을 아이 하나를 반병신 만들어 놨거든."

"설마···?"

"그래. 그놈이 돌로 찍어 반병신 만들어 놓은 사람이 바로 내 아들이여. 염병할 새끼. 마을 처녀가 제 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런 짓을··· 인간 같지도 않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니 노인의 말을 따르면 분명 15살 때의 일일 텐데?

"아니 아드님은 그럼 지금 어떻게···?"

이어진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묻자 노파가 내장이 녹아 가는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내 아들? 하··· 그때부로 정신이 나가서 지금까지 방구석 안에 누워 있제."

아···

나와 이어진이 잠시 입을 다문 사이. 노파가 눈가를 붉히며 말을 이어나갔다.

"세상 참 우숩지 않는가? 죄를 지어서 쫓겨났던 놈은 저렇게 뻔듯하게 살아 있고 죄 없는 내 자식은 방안에 송장마냥 누워 있는 게? 더 웃긴 게 뭔 줄 알어? 흐 희팔이 그놈을 ?아낸 놈들이 지금은 그놈한테 알랑방구를 뀌고 있다는 거여. 지 땅을 먼저 팔아달라고. 역겨운 것들."

그녀가 나와 이어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해 주느냐고 물었지?"

"네······."

"별거 읎? 그냥 아무한테라도 말하고 싶었어. 희팔이 그놈이 못 믿을 놈이라고. 그러니까 믿지 말라구. 그런디··· 흐 아무도 믿지 않는구만."

노파가 처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께 자네들도 그냥 늙은이 넋두리라 생각하고. 그냥 네가 내 아들 어렸을 때와 닮아서 그런 거니까."

그리곤 곧바로 몸을 돌려 마을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노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어진이 턱을 짚으며 중얼거렸다.

"···정황상 김희팔, 그 인간 분명 사기꾼이란 말이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어진의 낯빛이 밝아졌다.

"역시!"

"네? 뭐가 역시에요?"

"너라면 뭔가 해결책이 있을 줄 알았어."

이어진은 나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지금까지 봤을 때 이럴 때마다 넌 해결책이 있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대비책이 있는 거지? 그 사기꾼 엿 먹일 계획 말이야."

그 무한한 신뢰감이 담긴 눈빛이라니.

하지만 내 대답은 그저 짧을 뿐이다.

"아뇨? 경찰에 신고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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