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243화 금 따는 콩밭 (4)
[저 김준영은 내일 이 시각,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상상하지 못할 양의 황금을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준영의 기부선언. 그것은 곧 거대한 파도가 되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뭐? 아니 진짜? 진짜로 오라클이 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그렇다니까. 내가 두 귀로 똑똑히 들었어!”
오라클.
자산가치 5조 원의 공룡 쌍호자동차와 한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4곳을 먹어치운 괴물, 그들이 상상도 못할 양의 금을 기부하겠다는 소식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나 돼? 그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해?”
“낸들 아나? 뭐 거기 회장이 아직 어리다니 이번 일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나 보지.”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 이미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한 많은 국민들은 김준영, 그의 선언에 박수를 치며 반겼다.
“뭐 그래도 나쁜 일은 아니구만 아니 오히려 칭찬할 일이지 안 그래?”
“그렇지. 따지고 보면 오라클에서 좋은 일 하자는 거잖아?”
오라클이라는 대기업을 이끄는 이로서 국가를 위해 자신이 모은 모든 기부한다는 것에 호감을 가진 것이다.
“당연하지. 아마 이번 기회에 2월 금 모금량도 꽤나 늘어날 거야. 거참 그동안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잘 됐어.”
“그러게나 말이야. 아니 오라클 덩치가 있는 만큼 한두 돈 기부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이거 잘 하면 2월에도 꽤나 많이 모이겠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김준영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김준영의 행보를 비판하며 불만을 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니 금을 기부하겠다고? 이 상황에? 도대체 왜?”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인식에 따라 극과 극으로 의견이 갈린 것이다.
“뻔하지 이 기회에 대통령한테 눈도장 찍겠다는 거 아니겠어? 이제 막 재계에 적을 올렸으니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거지.”
“아니 임기 며칠 안 남은 대통령한테?”
“미쳤어? 당연히 이제 올라올 대통령에게지. DJ 그 사람이 이번 일을 시작한 건 사실이니까.”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었으니까.
“허참, 어린놈이 욕심은, 아니 벌써부터 정치인들한테 알랑방구를 껴?”
그러나 김준영을 지지하는 이나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나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나저나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하는 거야?”
김준영. 오라클의 주인. 그가 과연 얼마만큼의 황금을 기부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뭐가 말이야?”
“아니 기부 말이야 기부. 도대체 얼마나 기부를 하길래 저렇게 대놓고 선언을 해?”
“글쎄? 아무래도 꽤나 많은 양 아니겠어? 김준영 저치가 제 입으로 말했잖아. 다들 상상하지도 못할 양이라고.”
그리고 그 결과.
그가 기부 선언을 한 지 단 하루 만에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안 되겠군. 직접 가 봐야겠어.”
“어? 직접 가 보게?”
“그럼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뒷물이나 켜게?”
“아니 아니지 이봐 같이 가자고!”
장소는 바로 한성호텔 컨벤션홀, 전날 김준영의 선언이 있던 곳이었다.
*
“어떻게 됐어요?”
호텔 방안으로 들어온 이어진, 그를 바라보며 묻자 그가 슬쩍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만원이야.”
순간,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 내렸다.
만원, 그 이야기는 곧 나의 낚시가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요?”
“어. 조X일보는 물론이고 중X, 동X, 한X, 경X 같은 메이저 신문사 일체 그리고 EBS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국 전체가 도착했어.”
“EBS는 없어요?”
“야. 아무렴 교육 방송까지 끼겠어? 그쪽은 아예 관심도 없을 텐데?”
하긴, 아무렴 교육 방송은 끼지 않겠지.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그럼 선수들은 다 모인 거네요?”
그러자 이어진 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아무래도 이제 시작할 타이밍이라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준영아.”
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내게 이어진, 그가 묵직한 목소리를 던져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그가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너. 자신 있는 거야?”
아무래도 뭔가가 걸리는 게 있는 모양.
그의 시선에는 평소와 다른 기미가 묻어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왜 그러세요? 설마 뭔가 걸리는 거라도?”
“아니 뭐 그냥 이번에 준비한 거, 그게 좀 특이하잖아. 그래서 그렇지.”
그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 뭔가 했더니.
아무래도 그는 이번에 준비한 물건, 그러니까 이번에 기부하기로 한 황금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뭐 이번에 내가 준비한 물건이 제법 특이하긴 하지.
하지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걱정해야 하는 건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되어야 할 테니까요.”
*
그 시각, 김준영의 기부가 이뤄지기로한 장소, 한성호텔 컨벤션 홀에 모인 사람들이 초조한 안색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젠장 언제 오는 거야?”
“그러게. 분명 12시에 시작한다고 했는데? 어디 다른 데선 소식 없어?”
“없어요. 아마 호텔방 어딘가에 있는 거 같은데 직원들이 대답을 안 하니 알 턱이 있나.”
다들 오늘 있을 사건, 김준영의 금 기부가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질 지 미리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였다.
“빌어먹을 그냥 돈으로 좀 알아내면 안 되나? 취재비 나온 거 좀 있잖아.”
“이미 해 봤어요. 그런데….”
“그런데?”
“경찰 부른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그냥 포기했죠.”
물론 그렇다고 정보를 선점할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임무였기 때문이었다.
“후, 그래도 일단은 계속 캐 봐. 대략적인 것만 알아도 충분해. 킬로그램 단위인지 아니면 톤 단위인지 그것만 알아내라고.”
“알았어요. 일단 한번 다시 알아볼게요.”
“오케이 부탁해.”
그런데 그때.
그때까지 가만히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던 직원들.
건장한 체구의 직원들이 빠르게 대열을 정비하더니 이내 단상, 기자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단상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움직여!”
“넷! 알겠습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기자들이 서서히 단상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응? 뭐야? 쟤들 왜 움직여?”
다년간의 경험상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파티의 주최자가 나올 것이란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보면 몰라. 쟤들 보스가 나올 거니까 그렇지.”
그리고 잠시 뒤, 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이 공간의 주인, 이 파티의 주최자가 나타났다.
쿵-
컨벤션 홀의 한쪽에 있는 거대한 문이 빠르게 열리더니 이내 그곳에서 일단의 사람들, 김준영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 사람들이…?”
“그래. 오라클 사람들이야.”
숨죽여 사진기를 드는 기자들, 그들이 빠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빨리 찍어! 빨리! 그리고 김 기자는 송고 준비해. 필름 내줄 테니까 빨리 가져가.”
한시라도 빠르게 사진을, 그리고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서였다.
“헤드라인은 뭘로 뽑아요?”
“최대한 간단하게 일단 금 기부량만 빼고 간단하게 뽑아 놔.”
그리고 그렇게 간단한 혼란이 지나간 뒤, 사람들이 조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후 끝났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기부하려고 이 짓을 하는 거야?”
“글쎄? 아마 규모가 규모인 만큼 꽤나 많지 않을까요?”
“많다라. 그게 얼마큼인데?”
“음… 적어도 100킬로그램은 될 것 같지 않아요?”
“100킬로그램?”
“아무래도 그 정도는 되어야 어제 그렇게 큰소리를 친 게 이해가 갈 테니까요.”
그때였다.
빠르게 컨벤션 센터의 중앙 단상, 그곳으로 올라간 김준영이 기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환영합니다.”
그러자 기자들의 시선이 단상으로 향하고 그들의 카메라가 김준영을 향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김준영이 씨익 웃어 보였다.
“환영합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이곳에 모여 주셨군요.”
사람들의 시선, 그것을 맞으며 마치 프레젠테이션을 하듯 천천히 걷던 김준영, 그가 자리에 멈춰섰다.
“다들 한 가지 궁금증 때문에 이곳에 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사람들을 향했다.
“바로 제가 얼마나 많은 금을 기부할 것인가 하는 것이겠죠.”
그때.
“모두가 놀랄 만한 양이라는 게 사실입니까?”
기자들 사이에서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슬쩍 돌아보자 제법 어려 보이는 여기자 하나가 당돌한 표정으로 김준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김준영이 씨익 웃어 보였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곳 어디에도 금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글쎄요. 금이라는 게 꼭 뿌리를 박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김준영이 기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사람들을 향했다.
“금이란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그러자 질문을 던진 여기자가 무안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김준영, 그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보여드리도록 하죠.”
순간.
탁-
김준영이 손가락을 부딪쳤다.
그러자 그 순간.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단상의 한쪽이 열리더니 이내 그곳에서 커다란 수레 하나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건?”
낮은 기계음과 함께 나타난 물건, 그것은 김준영의 허리께 정도까지 올라오는 크기의 커다란 수레였다.
그러자 사람들, 다소 당황스런 표정으로 김준영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수레를 향해 쏠렸다.
“수레?”
갑자기 나타난 수레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곧 사람들의 시선에 기대가 서리기 시작했다.
“가만, 설마?”
황금을 기부하겠다는 김준영.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수레. 그 두 가지 요소가 의미하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저기에 금이 실려 있다!’
그러자 일순 공간 안에 훈풍이 돌기 시작했다.
거대한 크기의 수레. 그 안에 들어가 있을 금의 양을 헤아리던 사람들이 곧 기대 어린 눈으로 그 수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 하하 저 정도는 되어야지. 저 정도는 되어야 큰소리를 치지. 암.”
“어떻게 해요. 저거 100킬로는 족히 넘겠죠?”
“에라이, 100킬로가 뭐야. 저거 반의반만 해도 그건 넘겠다.”
“그럼 얼마나 될 것 같아요?”
“글쎄? 잘 하면 한 1톤은 넘겠는데?”
“1톤이요?”
순간,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1톤.
현재 시세로 약 380억 원, 어마어마한 양의 금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바빠졌다.
“빨리 헤드라인 다시 뽑아!”
“어떻게요?”
“충격적인 양! 오라클 김준영 회장. 황금 1톤 기부! 이런 식으로 일단 뽑아놔!”
하지만 잠시 뒤,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자 그럼 공개하겠습니다.”
얼마 뒤 김준영, 그가 공개한 금의 양이 꽤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오늘 기부할 금의 양은.”
기자들이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수레를 덮은 천을 잡아끄는 김준영.
그가 천을 다 잡아 챘을 때. 그 안에서 나온 것은…….
[KOREAN BANK. FIND GOLD 999.9 1KG]
한국은행의 이름이 선명히 박혀있는 1킬로그램짜리 금괴, 달랑 하나였다.
“금괴 하나입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아니 모두가 놀랄 양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