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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39화   빈 부대를 채우다 (3)

며칠 뒤.

우리는 빠르게 쌍호자동차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었다.

“최대한 빨리 쌍호차에서의 일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쌍호차는 거대 기업, 그 안에서 해야 할 일이 제법 많긴 했지만, 언제까지 이곳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나에게는 쌍호 말고도 확인해야 할 회사들, 체계를 잡아야 할 회사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쌍호차의 1차, 2차 밴더에 자금지원을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이하 하청 업체들에도 지원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네? 1차 2차 밴더들 모두 말인가요? 하지만 회장님. 그렇게 되면 손해가 극심할 겁니다. 그러지 마시고 1차 밴더들 한정으로만 처리하면…….”

“이 문제에 대해선 이견은 듣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보다 넓고 길게 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미 있는 회사들을 두고 다른 회사들을 찾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리고요?”

“앞으로 10년간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 예산의 1,000% 확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기술력을 축적하는 동시에 디자인 능력 인재 확충에도 예산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의 트렌드는 기술과 감성 그 두 가지를 모두 잡는 것이니까요.”

“네에?”

그리고 그 결과.

1월 초순을 조금 넘긴 시점, 우리는 쌍호자동차에서의 일을 모두 마친 채 쌍호자동차의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쌍호자동차를 떠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자동차 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게 될 겁니다. 단순히 설비투자를 하고 기술을 사 와서 버틸 수 있는 그런 시장이 아니란 말입니다. 우리의 경쟁자들은 국내 기업들만이 아니라 해외 기업들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을 언제나 생각해 두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물론 마음만 같아서는 지난 며칠간 고생한 사람들에게 휴가라도 주고 싶었지만.

지난 몇 달간 우리 손에 들어온 서른 개의 회사들. 그 회사들을 확인, 오라클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시간은, 타이밍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우리가 쌍호차 임원들과 인사를 마친 뒤, 쌍호차를 떠나 오라클로 향하고 있을 때쯤,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자 그럼 이제 그만 가 보도록 할까요?”

“네. 일단 오라클 본사로 모시겠습니다.”

내가 막 차에 탄 채 쌍호차의 주차장을 벗어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커다란 소리, 천지를 뒤흔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와아-

순간, 차에 탄 사람들, 오가는 시간을 줄여가며 다음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죠?”

“글쎄요? 설마 데모라도 하는 건가요?”

다들 갑작스런 소리에 당황한 것 같았다.

“에이 요즘에 데모가 어디 있어요? 박통 때나 전통 때도 아니고.”

“모르는 소리 마세요. 요즘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한데. 요즘엔 대학생들이 문제가 아니라고요.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는 중이니까.”

“아, 듣고 보니 그럴 만하네요. 하긴 들어보니 기아차에선 또 파업이 일어났다는데….”

그런데 그때.

“어? 어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직원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창밖을 가리켰다.

“아 회, 회장님. 저기 쌍호자동차 쪽에….”

“무슨 일이죠?”

“저기 쌍호차 쪽을 한번 보십시오.”

그곳에는.

[회장님! 사랑합니다! 또 오세요! - 쌍호자동차 국내영업부 일동]

[우윳빛깔 김준영! 사랑합니다 회장님! - 쌍호자동차 경영지원부 일동]

[충성충성충성! 꼭 기대에 부응하는 쌍호가 되겠습니다! - 전략기획실 차장 임대두]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들고 있는 화려한 빛깔의 플래카드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게 뭐죠?”

그들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아무래도 사원들이… 회장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혹시 임원들이 시킨 일은 아니겠죠?”

“미치지 않고서야 그러지 않을 겁니다. 회장님께서 그런 걸 싫어한다는 걸 계속 이야기했었으니까요.”

그래?

흐음… 그렇다는 말은 온전히 사원들의 생각이라는 건데.

거참, 아무리 나라도 이쯤 되자 조금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직원 친화적인 방법들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직원복지다 뭐다 해서 돈을 제법 많이 풀긴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흔치 않은 일이니만큼 이 정도의 반향이 돌아온 것 같았다.

“잠시 차 좀 세워 줘요.”

때문에 나는 달리고 있는 차를 세웠다.

이렇게 된 거 약간의 서비스는 필요할 것 같았다.

“네? 아니 회장님. 다음 일정이….”

“괜찮아요. 얼마 걸리지 않을 테니까.”

나는 사람들의 만류를 뒤로한 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천천히 쌍호차가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뒤따란 내린 사람들이 나의 뒤를 따르고 사람들의 환호성 또한 커졌다.

“회, 회장님이다!”

“회장님이 이쪽을 보셨어!”

“무슨 소리야! 날 보신 거지!”

그 소란에 주변을 돌아보자 오가던 사람들은 물론, 주변 회사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가 있는 쪽을 향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쌍호차 사람들, 그들을 향해 천천히 손을 위로 들어 가볍게 원을 그렸다.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살짝 찌그러진 원을.

그러자 그 순간.

와아아아아-

쌍호차 사람들의 소리가 더욱 커졌다.

몸이 떨릴 정도의 소리였다.

*

다음날.

“아주 난리가 났는데?”

이어진이 출근하자마자 내게 다가와 말했다.

“뭐가요?”

내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묻자 그가 내게 신문 몇 개를 내밀었다.

“이거 말이야 이거.”

슬쩍 바라보자 그곳에는 어제 있었던 일.

쌍호자동차의 사람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나, 내가 팔로 커다란 하트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오라클의 쌍호자동차 인수는 성공적? 쌍호차 직원들 회장을 향한 세레나데! - 한성일보. 1998. 01. 13]

[임원들에게는 저승사자!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우리 회장님! 오라클 김준영 회장의 두 얼굴 ? 경X일보. 1998. 01. 13]

[김준영 회장의 두 팔 하트에 쌍호자동차 사람들 모두 깜짝 ‘지지도 상승!’ - 데X리 매일. 1998. 01. 13]

아무래도 그때 지켜보던 사람들 중 기자들이 있었던 것 같았다.

“…이걸 또 어떻게 찍었대요?”

“기자들이 좋아 죽더라. 이 시국에 이런 뉴스 줘서 절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눈치더라고.”

“그래요?”

“그래. 말마따나 전례가 없잖아. 아니 회사 회장이 사원들한테 손으로 하트를 그리다니. 거참 다들 놀라더라고.”

그런가?

하긴 내가 있던 2020년에도 드물던 일, 그런 만큼 이 당시 사람들에겐 더 드문 일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고고하기만 한 존재, 저 하늘에 사는 존재일 것 같은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하지만.

“뭐 어때요. 얼굴 한번 팔려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죠.”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알려질 것 얼굴 한번 팔려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으니까.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키는 일보다야 이런 게 훨씬 낫지.’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이어진, 그가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 와중에 그것까지 생각한 거야?”

“뭐 겸사겸사랄까요?”

“거참, 그래도 준영아 조금 진중해질 필요는 있어. 넌 이제 회장이잖아.”

“하하 아저씨. 그리고 제 나이에 진중한 척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예요. 오히려 무게 잡으면 무게 잡는다는 말이 나올걸요.”

“그런가?”

“높은 확률로요.”

그렇게 말을 마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내 앞에 앉는 이어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됐어요?”

“뭐가?”

“쌍호차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이요. 제가 없는 동안 제법 바쁘셨다면서요.”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이어진,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후, 그랬지. 덕분에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왔어. 맘 놓고 잠을 자 본 적이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그래요?”

“그래.”

그가 자신의 눈가를 보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게 생색을 내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잘됐네요. 적어도 연봉은 아깝지 않을 테니.”

“뭐어?”

일순, 그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농담이고. 고생하셨어요.”

“에휴,”

“그런데 어때요? 이번에 받아들인 회사들 상태는요?”

그러자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이어진, 그가 이내 천천히 차트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일단 전체적으로 괜찮아. 우리가 그동안 추린 회사들 중에서도 순위권에 있는 회사들만 인수했으니까. 뭐 상당수의 회사들에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걸리긴 하지만 자금지원으로 목줄을 채워 놓은 데다가 채권으로 발찌까지 채워 놓은 만큼 문제는 없을 거야.”

나는 그가 내민 차트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그동안 내가 인수한 회사들, 그 회사들의 자금과 인사, 그리고 손익 같은 것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요?”

“그래.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은 이 사태만 지나가면 이익이 날 만한 회사들이라는 거지.”

이어진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슬쩍 웃어보였다.

“좋아요. 그럼 지분비율은요?”

“대부분 과반 이상. 뭐 처음엔 과반 이상 비율을 가져가 놓고 모조리 다 쳐내려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 선에서 잘 처리했어. 아무래도 그게 망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한성 쪽에선 별 말 없던가요?”

“한성?”

“네. 한성 쪽에서 가져온 계열사들이요.”

“그게…….”

잠시 말을 아끼는 이어진, 그의 표정이 뭔가 애매했다.

“왜요? 혹시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깨끗해.”

“너무 깨끗하다고요?”

“어. 문제가 없다는 게 유일한 문제야.”

이어진이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건 좀 이상한데요?”

“그래. 마치 그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깨끗해. 인사도 뭐 나름 합리적이고 임원진도 다들 내부에서 승진한 인사들이라 따로 건드릴 건 없을 것 같아.”

“그렇다는 말은….”

“그래.”

고개를 끄덕인 이어진,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너희 할머니가 손을 써 놨다는 이야기지.”

그가 오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할머니.

그렇게 노발대발하더니만 아무래도 나름 신경을 써 준 것 같았다.

순간, 화를 내던 김귀란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뭐 깨끗해서 나쁠 건 없죠. 좋아요. 그럼 지금 드러난 문제점은 없다는 말이네요?”

“그렇지. 이대로 그룹 체제를 구축해도 무방할 거야.”

말을 마친 이어진이 슬쩍 허리를 폈다.

그리고는 기대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때? 이대로 진행할까?”

“주어가 없는데요?”

“없기는. 지금 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이어진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재벌이 되는 거지.”

그의 눈은 먼 곳을, 보다 높은 곳에 닿아 있었다.

이 양반 나보다 더 설레어하는 것 같다.

하긴 이제 그와 나는 일심동체, 공동운명체다. 그런 만큼 그가 저리 설레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상승이 곧 그의 상승일 테니까.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아니라고?”

나는 의아한 모습을 보이는 이어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 국가가 서기 위해선 필요한 게 뭔가 있을까요?”

“뭔 뜬금없는 이야기야? 또 삼국지 이야기야?”

“아뇨. 이건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에요.”

잠시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옛날부터 영웅이 국가를 만들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죠.”

그리고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힘 그리고 전설.”

“……힘과 전설?”

“네. 그것들이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사람들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니까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천 년이 가도 말이에요.”

묵묵한 이어진의 모습, 그것을 보며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우리는 전설을 만들 거예요.”

“…어떻게?”

의문어린 이어진의 표정,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는 지역 신문 한 부를 이어진 앞에 내려놓았다.

“바로 이것으로요.”

그것은 바로…….

[새마을부녀회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 결과 금 2445돈, 은 133돈 모금! - 경X일보. 1997. 12. 08]

속칭 금모으기 운동.

IMF시기 우리 민족의 자긍, 그리고 상처가 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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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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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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