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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중요한 거래 (1)

"저곳입니다."

전진호의 목소리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평창동 한가운데 북한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거대한 저택.

건평 221평, 대지 1539평, 임야 2209평, 전체 3748평.

높은 벽과 울창한 숲으로 감싸인, 집이라기 보단 성에 가까운 거대한 저택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저곳이 김귀란의 저택. 정보로만 알고 있던 김귀란의 본거지인 것 같았다.

‘세상에. 언덕 하나 전체가 집이네.’

다소 긴장했지만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러자 곧 TV 드라마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거대한 성 앞으로 나와 전진호를 태운 차가 다가가고, 스르륵- 대문의 문이 열리며 높은 성을 향해 차가 나아갔다.

잠시 뒤.

저택의 둘레를 가득 매운 높은 키의 조경수와 제법 잘 관리된 잔디밭, 그리고 저택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주차장에 자리한 수 십 대의 차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랜저 LX.

벤츠 W140.

BMW E32.

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운 고급 세단들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 이 저택에 찾아온 것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이쪽입니다."

차에서 내린 나는 전진호를 따라 저택을 가로질렀다.

그러자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모습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저곳이 김귀란이 있는 곳, 이 저택의 본관인 것 같았다.

"들어가시죠."

나는 전진호의 말에 따라 본관 안쪽으로 들어갔다.

순간 약간 초조해졌다.

새하얀 대리석을 깎아 만든 거대한 공간 안쪽으로 들어서고 보니 김귀란이 이곳에 나를 부른 이유가 궁금해진 것이다.

도대체 김귀란은 왜 나를 이곳, 평창동 사저로 부른 것일까?

김귀란의 혈육이라 할지라도 김귀란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발을 디딜 수 없다는 이곳에 왜 갑자기 나를 부른 것일까?

혹시 나를 자손으로 인정 그룹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표시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 기회만을 준다는 신호인 걸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귀란의 심처에 내가 자리해 있다는 것.

이 기회가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었다.

‘기회가 온다면 잡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전진호의 뒤를 따라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본관 안에 있던 사용인들이 나와 전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마치 근세 귀족가의 그것처럼 주인가의 일에 일절 관심을 표하지 않겠다는 듯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비서실장님."

사용인들 중 한 사람이 전진호를 불렀다.

중후한 멋이 풍기는 장년의 사내였다.

"네. 집사님."

집사?

하긴 재벌가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바라보자 집사라 불린 사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 곧 고개를 돌린 그가 전진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도착하시는 대로 바로 회의실로 올라오시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바로라면···?"

전진호가 슬쩍 나를 바라보며 묻자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도련님도 함께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올라가시면 될 겁니다"

도련님이라. 그렇다는 말은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한성가의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말이었다.

흐음, 그렇다면 좀 더 기대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집사의 말에 전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본관 중앙 석조계단을 오르기 시작, 곧 2층에 자리한 거대한 문 앞에 섰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말을 마친 전진호가 슬쩍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곧 문 안 쪽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

찰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법 많은 사람들이 회의실 안에 있었다.

넓은 크기의 회의실.

32평형 아파트 크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회의실 안에 한성그룹 계열사의 사장이나 그에 준하는 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주르륵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들.

사람들의 시선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감정이 내 얼굴을 콕콕 찔렀다.

무척 부담스러운 시선들이었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상석에 앉아 있는 김귀란의 시선 때문이었다.

"왔느냐?"

김귀란이 나를 보며 말했다.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 감정이라는 것이 담겨 있지 않는 눈빛이다.

하지만 이 공간의 주인은 엄연히 그녀. 나는 공손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네. 안녕하세요."

그러자 김귀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상석에 앉은 김귀란의 좌우에 앉아 있는 마흔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들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큰아버지들.

한 사람은 한성그룹의 부회장이자 김귀란 회장의 장남인 김명석.

다른 한 사람은 한성건설의 사장이자 김귀란 회장의 차남인 김명현.

두 사람 모두 IMF때 워낙 신문에 많이 나오던 사람들이라 낯이 익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사람들 말고도 삼남인 김명준까지 이 회의실에 있어야 하겠지만 어쩐지 보이지 않았다.

인사를 마친 나는 이 공간의 주인인 김귀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귀란이 고개를 돌려 테이블 한쪽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아직 안 끝났으니 좀 기다리고 있거라."

그리곤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계속 하도록 해."

아무래도 내가 오기 전 브리핑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회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제일 어려 보이는 남자직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회의실 한쪽에 내려와 있는 스크린을 가리키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럼 계속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6월 5일과 6일에 ‘롯데’와 ‘금성’이 그룹개편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7월과 8월에도 ‘순웅’, ‘동아’, ‘금아’ 등 5곳이 넘는 곳이 그룹 개편에 착수했거나 착수 준비 중입니다."

김귀란이 직원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다 아는 건 그냥 넘어가고.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그놈들이 갑자기 개편에 들어간 이유는? 소문대로 큰집 쪽에서 이야기가 나온 거야?"

큰집이라면 청와대. 나아가 대통령이라는 말이었다.

김귀란의 날카로운 말에 살짝 당황한 직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 확실합니다. 현재로선 정부쪽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따라 재계서열 상위의 그룹들이 개편에 착수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당황을 수습한 직원이 스크린을 넘기며 말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정부의 각료들과 롯데 금성의 임원들이 접촉한 날짜가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4월 25일 롯데유통 사장 이XX. YS차남 김현재과 만남]

[4월 30일 금성전자 부사장 최XX. YS장남 김은성과 만남]

.

.

그것을 본 김귀란이 눈살을 찌푸렸다.

"거 참, 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아들들이··· 그래. 그래서 큰집의 의사는?"

"아마 정부쪽에서 고삐를 당기는 것인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삐?"

김귀란이 묻자 직원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네. 아무래도 이번 정부쪽에서 기업 내에 남아 있는 군부 쪽 인사들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랬다.

32년간의 군부통치가 끝나고 처음으로 도래한 문민통치의 시대.

노태우의 당선, 삼당합당 같은 부침을 겪고 정말 간신히 정권을 쥔 김영삼에게는 지난 시기의 적폐들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가 말한 대로 고삐를 쥐려는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국제그룹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대기업치고 지난 세월 군부와 깊게 얽혀 있지 않은 곳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김영삼이가 전 정권들 냄새를 지우려고 기업들 고삐를 꽉 조이고 있다? 회사에 전 정권이랑 배 맞은 놈 있으면 알아서 정리하라고?"

날것에 가까운 김귀란의 말에 직원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은··· 그리고 이번 정부의 입맛에 따라 경제계를 개편하려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그래? 흐음, 부회장 하고 김 사장. 이거 어떻게 생각해?"

김귀란이 슬쩍 시선을 돌려 자신의 아들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후계자들의 생각을 들어보려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을 하는 후계자들.

먼저 입을 연 것은 장남인 김명석 부회장이었다.

"이 모든 게 그냥 우연에 불과할 가능성은?"

지금 일어난 사건들이 그저 단순한 착각일 가능성은 없냐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직원이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럴 경우 현재의 상황이 말이 안 됩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재계서열 10위권 안쪽에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가 불과 3개월 동안 그룹 개편을 하는 것은 좀···."

"하긴 그렇겠구만. 그럼 왜 우리한테는 압박이 안 들어왔지?"

"그건······."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아마 우리까지 압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나 보지."

김명현 사장의 말에 김명석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한성이 어디가 어때서?"

"어떻긴.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놈들이 보기엔 재계서열 12위가 눈에나 차겠어? 10위나 11위도 아닌 12위한테."

말을 마친 김명현이 김명석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을 만회하겠다는 듯 김귀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생각하기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들리는 소문도 그렇게 지금 돌아가는 판이 정부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요."

"그래? 부회장도 그렇게 생각하나?"

김귀란의 물음에 김명석이 김명현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현재로선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형제들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왕자들의 분쟁에 신하들이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김귀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좋아. 그래서 그 다음은?"

"네?"

"그 다음은 어떻게 된다는 거야? 여기서 압박이 끝날 거라는 거야? 아니면 더 심해질 거라는 거야?"

김귀란의 말에 직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나갔다.

"아··· 아무래도 압박은 이제 그만 끝날 것이라 판단됩니다. 정부 출범 첫 해인 만큼 하나회 청산이나 공직자윤리법 제정 같은 보여 주기식 정책도 슬슬 마무리 되어 가고 경제계 쪽에 고삐도 채워 놨으니 그쪽에서도 이제 더 무리할 필요가 없는······."

직원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그동안 김영삼 정부의 모습에는 조금 과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 만큼 이제 곧 김영삼 정부의 무리한 정책 러쉬가 끝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뭐 내 입장에서 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이 당시 사람들에겐 이게 상식적인 생각이었다.

그들에게는 나처럼 미래를 본 경험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쿵-

김귀란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부회장."

돌아보니 김귀란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예. 회장님."

"저거, 누가 들였어?"

순간, 김명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거 누가 들였어.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김명석이 얼굴에 살짝 낭패의 감정의 흘렀다.

"죄송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김명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갑작스런 사태에 파랗게 질린 직원에게 슬쩍 눈짓을 던졌다.

그러자 잠시 멈칫하던 직원이 이내 허둥지둥 고개를 숙이며 회의실 나갔다.

방금 전까지 자신감 있게 의견을 피력하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허무한 퇴장이었다.

아마 저 남자가 다시 이 자리에 서는 일은 없겠지.

남자가 회의실 밖으로 빠져나가자마자 김귀란이 냉엄한 눈으로 사장들을 내려다보았다.

"다들 정신 똑바로들 차려. 지금 32년 만에 군사 정권이 끝난 거야. 알아? 32년이라고. 그걸 김영삼 저 양반이 해낸 거란 말이야. 그런데 그런 양반이, 배신자란 오명까지 뒤집어쓰며 삼당합당까지 감내했던 저 양반이 이쯤에서 그만둘 것 같아?"

그리곤 한 차례 사람들의 얼굴을 횡咀릿? 김귀란이 쾅- 하고 다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분명 여기서 끝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게 뭔지 당장 찾아와. 못하겠으면 알 만한 놈을 털어. 못 털겠으면 털 만한 놈을 찾아. 찾아서 아가리에 황금을 박아 처넣어도 좋으니까 무조건 알아 와."

사장들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김귀란이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부회장. 그리고 김 사장."

두 형제가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네. 회장님."

"예. 회장님."

"지켜보겠어. 내 말··· 무슨 말이지 알지?"

"···알고 있습니다."

"네.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김귀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번쯤 기회를 주겠다는 듯한 표정이다.

"좋아. 그럼 진호만 남고 다들 나가 봐. 아까 브리핑 한 놈 두 번 다시 내 눈앞에 띄지 않게 하고."

내 아버지 또래의 남자들 수십 명이 김귀란에 말 한 마디에 아무런 소리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쳐 회의실을 벗어났다.

이것이 바로 회장의 힘.

한성이라는 이름을 소유한 자의 권력이다.

나는 부러움에 가득한 시선으로 김귀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잠시 고개를 젓던 김귀란이 슬쩍 나를 바라보았다.

"이리로 오너라."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나는 눈치껏 다가가 김귀란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이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돈은 많이 벌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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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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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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