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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최고(最高) (4)

“엄마가 저 녀석 명의로 주식 넘겨준다는 데?”

순간 폭탄이 터진 것마냥 사람들의 얼굴이 멍하게 굳어졌다.

주식.

주주가 주식회사에 출자한 일정한 지분 또는 이를 나타내는 증권. 일반적으로 재벌이 기업을 지배하는 수단.

지주회사, 순환출자 등의 방법을 통해 재벌이 수십 개의 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드는, 재벌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 안에 꽉 잡고 있으려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왜냐.

그것이 곧 돈, 자신의 힘, 그리고 생명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김귀란.

재계 서열 12위의 한성, 다음 재계 서열 조사를 하면 1, 2 단계쯤 더 올라가 있을 것이 분명한 그룹 한성의 창업자이자 총수.

그 나이 또래의 창업 1세대들이 은퇴다 뭐다 하면 명예 회장이 되거나 완전히 그룹 일선에서 물러난 것에 비해 악착같이 그룹을 잡고 통제하고 있는 여장부인 그녀가 자신의 핏물이나 다름없는 주식을 넘기겠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장자인 부회장 김명석과 한성전자의 사장 자리에 앉아 있는 차남 김명현도 수십 년을 고생고생하면서 겨우 받은 그것을 이제 11살 먹은 핏덩이가?

사람들의 시선이 서둘러 주위를 훑는다.

김귀란이 모습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한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임원들, 그리고 김귀란의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꿩 대신 닭. 자연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찌를 듯한 시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그 사람들에게 소문을 전해 들었는지 지금껏 하하호호깔깔 떠들던 김명석, 김홍래, 그리고 한창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김명현 일순 표정을 바꾼 채 나를 바라본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김명준이 이 사태를 초래한 눈치 없는 주둥이. 김성아를 향했다.

“그럴 리가. 니가 잘못 안 거 아니야? 아니 어머니가 그러실 리 없잖아.”

그러자 주변 사람들도 작게 고개들을 끄덕이며 동감을 표한다.

그들 또한 김귀란이 설마 그런 일을, 자신의 몸속 핏물과 같은 주식을 나누는 일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김성아가 코웃음을 팽 내질렀다.

“잘못 알기는. 내가 뭐 오빠 같은 바보야? 보니까 저 녀석 시험 본 다음날부터 그룹 지분 정리 들어갔다더만. 그것도 큰 오빠나 작은 오빠도 모르게. 아주 비밀리에.”

“지분 정리하는 거야 늘상 해 오던 거잖아. 뭘 새삼스럽게.”

“엄마가 증여 알아보라고 했는데도 말이야?”

“······뭐?”

“그것도 국민학생을 대상으로 말이야.”

“······.”

빼박이다.

만약 증여에 대한 정보만 있었다면 김홍래, 혹은 다른 이들에 대한 기회일 수도 있겠지만 그 와중에 ‘국딩’이라는 키워드가 붙은 이상 타겟은 하나뿐이다.

‘바로 나겠지.’

도대체 지금 타이밍에 왜? 라는 생각이 일순 들었지만, 곧바로 흩어 버렸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김귀란이 나에게 주식을 넘긴다는 것 그것 자체지.’

그것이야 말로 나를 향한 그녀의 관심과 기대를 의미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쯤 되자 사람들이 시선이 묘한 분위기를 띄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한성가 ‘혈육A’를 바라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젠 한성가 혈육 ‘김준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변했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한성가 혈육들의 시선에는 경계와 적개가 +5 정도씩 상향된 느낌이었다.

설마 김성아 이 양반 이걸 노리고?

내가 김성아를 바라보자 그녀가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준영아.”

“네. 고모.”

“그래. 앞으로 고모네 좀 자주 놀러오고 그래. 우리 같은 사람들끼리 뭉쳐야지 어쩌겠니.”

···우리 같은 사람들?

의미를 알 수 없는 김성아의 말에 내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서늘한 시선으로 김명석과 김명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 우리 같이 밀려난 사람들.”

그것은 출가외인. 언제나 밀려날 수밖에 없는 자의 감정이었다.

“야. 너 애를 두고 그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옆에 있던 김명준이 김성아를 향해 뭐라 말을 꺼내는 것이 보였지만, 그녀는 크게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코웃음을 치며 어느새 근처로 온 김명석과 김명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

그런데 그때.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은 느낌이 들었다.

뭐?

주변을 돌아보자 사람들이 다이너스티홀의 한쪽, 그러니까 정확하게 내 등 뒤를 바라보며 굳어 있는 게 보였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에는 이야기의 당사자, 김귀란이 자리해 있었다.

***

한성호텔의 최상층.

저 멀리 남산타워의 불빛과 인왕산의 그림자가 보이는 곳.

그곳에는 한성 그룹의 회장을 위해 언제나 비워져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아방궁.

한성가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 한성가의 주인인 김귀란에 대한 경애와 두려움이 묻어 있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곳에 올라와 있었다.

“앉거라.”

주변을 돌아보자 거대한 테이블, 호텔에 있는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크고 넓은 테이블 위에 이리저리 널려져 있는 서류들과 찻잔들의 모습이 보였다.

찻잔의 숫자를 보니 아까 전 김귀란과 함께 사라졌던 사람들의 숫자와 얼추 비슷해 보였다.

아, 이곳이구나. 이곳에서 그들은 그룹을 움직일 이야기를 나눴구나.

발아래 깔린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그러고 보면 참 대단한 사람, 욕심 많은 사람이다.

아니 그룹의 부회장과 한성전자의 사장. 그 두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빼놓고 이렇게 은밀한 회합이라니.

김성아의 난장 맞을 말이 아니었다면 그녀와 그 측근들이 사라진 것을 몇 사람 눈치 채지 못했었겠지.

그런데 내가 막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고 있던 그때.

“들었느냐?”

김귀란의 목소리, 바닥에 깔린 안개처럼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었느냐라. 아마 정황상 주식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까 사람들 앞에서 탈탈탈탈 영혼까지 털리던 김성아의 모습을 보아 김귀란도 김성아가 나불거리던 말을 들은 것이 확실했으니까.

“···주식 이야기요?”

“그래.”

역시나.

내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고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 그녀가 차게 식은 찻잔을 두드리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선물이었다.”

“선물이요?”

“그래. 네가 나와의 약속을 지켰으니. 그에 대한 합당한 선물이 필요하다 생각했었지.”

김귀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뭔 주식을 선물로 준다냐······.

뭐 나야 좋긴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과거형. 그렇다는 말은 곧 그녀의 생각에 이상이 생겼다는 말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뭐 때문에?’

하지만 여기서 말을 이어 나가는 것은 명백한 하수.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김귀란이 먼저 나에게 말을 꺼냈다는 것은 그녀가 내게 할 말이 남아있다는 말일 테니까.

‘뭐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추측할 수는 있겠지.’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귀란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 하나만 물으마.”

“···어떤 거를요?”

“간단하다. 그때, 그러니까 정 회장이랑 통화할 때 도대체 왜 한국대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것이냐.”

아······.

순간 머릿속으로 아까 있었던 일, 김귀란의 저택에서 정 회장과 통화를 할 때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그때 분명 정 회장과의 통화에서 그런 말을 했었지. 그리고 내 뒤에 있던 김귀란이 그 말을 들었었고.

그런데··· 설마 이 양반 그때 그 이야기 때문에 나한테 주식을 증여하겠다는 생각을 과거형으로 바꾼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고개를 들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귀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두 눈 가득 담겨 있는 못마땅한 기색을 보니 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는 것 같다.

‘거참. 진짜 그것 때문이라고?’

일순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그건······.”

나는 슬쩍 말을 흐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내려다보던 김귀란, 그녀가 곧 엄정한 판관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치기라면 용서해 주마. 그래 정 회장에게 건네는 농담이었다고 해도 받아 주마. 뭐 그 늙은이야 너한테 푹 빠진 모양이니까 그 정도는 이해하겠지. 하지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그리고는 슬쩍 말을 흐리며 서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차게 식은 눈빛.

처음 김귀란을 보았을 때와 비슷해 보이는 표정.

내 입으로 한국대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말을 번복하지 않는다면 재미없을 줄 알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거참 노인네 눈빛 하고는.’

하지만 내겐 이유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매우, 몹시 합당한.

그렇다면, 굳이 내가 꿀릴 이유는 없지.

“제가 왜 그랬냐고요?”

내가 고개를 들어 담담히 대꾸하자 묵묵한 표정으로 나를 압박하던 김귀란, 그녀의 눈에 슬쩍 이채가 스쳤다.

“그래.”

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슬쩍 웃어 보였다.

“간단해요. 누군가와 약속을 했거든요.”

“약속? 누구와? 대한민국 어느 누가 한국대학교를 마다하라고 가르치더란 말이냐? 설마··· 네 어미랑 한 약속이냐?”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그럼? 누구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보겠다는 듯 우묵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귀란, 그녀를 향해 나는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할머니랑요.”

일순 김귀란의 몸이 굳었다.

“······뭐?”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눈을 보니 내 대답이 제법 예상외였던 것 같다.

“잊으셨어요? 전에 약속하셨잖아요.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해 주신다고. 그러면 저도 성과를 내겠다고.”

나는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은 과거, 그러니까 내가 금융실명제에 대한 정보로 그녀와 교육에 대한 딜을 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랬지. 그런데··· 그게 어떻게 한국대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약속이 된단 말이냐?”

약간 불편한 듯한 김귀란의 대답. 나는 그 대답을 향해 슬쩍 송곳을 찔러 넣었다.

“당연하죠. 제 기준에서 봤을 때 한국대학교는 최고의 대학교가 아니거든요.”

그러자 김귀란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어디선가 쓸데없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구만. 네가 어디서 무슨 말을 들은 건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제일의 학교는 한국대학교다. 다른 학교를 트럭으로 가져와도 절대로 그 학교에 비길 순 없어.”

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겠죠.”

그리고는 천천히 김귀란을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대한민국 안에서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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