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206/205화   국가부도의 날 (1)

“그 돈은 시작에 불과해요.”

나는 내 앞에 있는 샌드위치, 참치 샌드위치 하나를 손에 든 채 말했다.

그러자 내 앞에 있는 남자, 오랜만에 오라클의 출근한 이어진이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1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네. 물론이죠.”

“준영아.”

그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입에서 다음 말이 나오기 전에 내 말을 이었다.

“알아요.”

이어진의 눈이 꿈틀거렸다.

“뭘 안다는 거야?”

“지금 한성가에 쏟아부은 자금 10억 달러, 그 돈을 그리 쓸 필요가 없는 자금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잖아요.”

순간, 이어진이 묵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한 말이 곧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 같았다.

“…잘 알고 있네. 맞아. 네 말대로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자금이었어. 이 상황이라면 머지않아 네가 원하는 회사들을 갈퀴로 쓸어 모을 수 있을 거란 말이야.”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며칠 사이 제법 바쁘게 움직였는지 약간 여윈 얼굴의 그가 걱정 어린 얼굴을 하니 그것보다 더 심한 압박이 없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아닌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나를 위해, 나를 걱정해하는 말이라 해도 들을 것과 넘길 것은 확실하게 구분해야할 테니까.

그러자 잠시 멈칫한 이어진 그가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고집이야?”

“아니요.”

“그렇다면 이상한데? 너도 알다시피 현 상황이 말해 주잖아. 우리가 아니었으면… 아니 네가 이미 지원한 5억 달러가 아니었으면 한성은 흔들렸다는 걸.”

그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분명 내 기억 속, 그러니까 과거의 한성그룹이었다면 현재 대한민국에 불어닥치고 있는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처참하게 침몰하고 마니까.

그리고 얼마 전까지의 나도 그리 생각했고 말이다.

허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나는 나를 바라보며 진지한 눈을 하고 있는 이어진, 그를 마주 보았다.

“아저씨.”

“왜?”

“우리 할머니. 그 양반, 생각보다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나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 줄 알았다 하면?”

“저도 아저씨, 아니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그렇게 생각했다는 말이죠.”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어진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가며 한마디 한마디 말을 뱉었다.

“달러를 들고 있는 자가 이긴다. 그러니까 돈을 모으자. 흔들고 쓸어모으자. 그렇게 하면 내 손에 한성이, 다른 기업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 뒤, 주먹을 꽈악- 움켜쥐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재벌이 될 수 있다.”

나는 말을 맺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나를 직시하던 이어진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리 상황이면 그게 일반적인 생각일 테고.”

“네. 그런데 저도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더라고요.”

그러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뭐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가볍게 말을 던졌다.

“현대가요.”

“현대가? 아니 여기서 현대가 왜 나와?”

그의 의문은 일견 합당해 보였다. 현대가, 현대그룹, 지금 이 상황에 나올 이유가 없는 이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무척이나 이유가 있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나와 그가 한국에 없는 몇 년 사이, 그 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저랑 아저씨가 미국에 가 있는 사이 제법 많은 대화가 오고 간 것 같더라고요. 공적으로는… 전략적 제휴관계랄까?”

“…현대가와 한성가의 제휴?”

잠시 나를 바라보던 이어진,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아무래도 과거, 나와 함께 미국에 있었던 만큼 가끔 걸려오던 정 회장의 연락을 떠올린 것 같았다.

“네. 그쪽 회장님이 꽤나 저를 마음에 들어 하셨었거든요. 아무래도 그것 때문인지 현대가 쪽과 할머니의 접촉이 잦아졌던 것 같아요.”

그러자 이어진의 표정이 잠시 묘해졌다.

뭔가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빠르게 머리를 돌리는 모습. 그 모습은 마지막은 꽤나 현실과 닿아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자금을 수혈하지 않았다면 현대가 쪽에서 한성을 도와줄 수도 있었다 그 말이야?”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요. 아마 채권, 지급보증, 혹은 우리와 비슷하게 그룹이 들고 있는 자금의 지원이었겠죠. 아시다시피 정 회장 그 양반 집착 하나는 끝내주니까.”

“아니 그건 말도 안 되는 말이야. 지금 정 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야. 지분을 쥐고 있지만 이미 실권은 없는 상태라고.”

나는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니란 말이야?”

“아저씨. 재벌이라는 사람들은 자신도 믿지 않아요. 그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자기 돈을 주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죠.”

그의 눈앞에 나는 손가락을 하나 들며 말했다.

“남을 줄 수는 없으니까.”

그러자 일순 이어진의 눈이 떨렸다.

“야, 그건 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재벌가 내에서 벌어져 왔던 싸움.

권력, 지분권 싸움.

그것은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꽤나 비일비재했던 일이었으니까.

현대, 삼성, 신세계 등 그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왕자의 난이라 일컬어지는 사건들은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 돈 좀 들고 있어요.”

“돈이라면… 원화는 아니겠고. 달러 말이야?”

“네. 잊으셨어요? 오라클의 초기 투자자가 바로 정 회장 그 양반이었잖아요.”

그러자 이어진이 ‘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 정 회장과 할머니가 움직였다면 아저씨가 생각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아마 휘청거리기는 했어도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것 또한 네 추측일 뿐이야.”

“그렇죠. 하지만 가능성이 높은 추측이었죠.”

나는 말을 맺었다.

“할머니가 아직 살아 있으니까.”

“…….”

“그러니 그 방법이 우선이었어요. 덕분에 저는 한성의 핵심계열사 세 곳의 지분을 손에 쥘 수 있었죠. 10억 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말이에요.”

이쯤 되자 이어진도 약간씩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하긴, 이미 쌀이 익어 밥이 된 상태, 이제 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뭐 그건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어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 너무 아까워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솔직히 10억 불 자체로 손에 쥘 수 있는 원화는 조금 탐이 나긴 하지만 이미 그것 이외에도 들어온 돈도, 그리고 들어올 돈도 많으니까요. 사실 갈가리 찢긴 채 쓰러진 한성은 그리 먹음직스런 먹이는 아니잖아요.”

그러자 이어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에휴, 그래 우리 도련님 고집을 누가 말려.”

“하하, 에이 제가 고집이 세진 않죠.”

“퍽이나. 하지만 준영아. 아쉬운 것도 사실이야. 아니 10억 달러. 그 돈이면, 그래 운만 좋으면 한성을 통째로 삼켰을 수도 있다고.”

그가 아쉬운 듯, 말했다.

나는 그의 짙은 아쉬움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아쉬우세요?”

“그래.”

“그럼 삼키면 되죠.”

“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할머니에게 받은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내 말에 잠시 말이 없던 이어진, 그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흔들리지 않는 사과가 떨어지기라도 할 거란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어.”

“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없어요. 특히나…  커다란 폭풍이 불 때는요.”

“폭풍이라면,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일을 말하는 거야?”

“아뇨. 지금 일어나는 폭풍보다 더 큰 폭풍을 말하는 거죠.”

나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뭐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만한 사람이니까.

아니나 다를까지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너 설마….”

“네. 앞으로 2주일 뒤, 뭐 날짜로는 11월 19일에서 20일 전후쯤이 되겠네요. 그날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으로 치달을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마도 오게 되겠지.”

“네. 맞아요.”

나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사태. 국가 부도의 날. 그 날이 올 거예요.”

내 말에 이어진, 그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미 이 상황의 끝을 이야기해 둔 만큼 내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을 테지만, 그 상황이 언제 도래할지는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하.”

“그러니까 아저씨 너무 걱정 마세요. 게다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쥔, 그리고 쥘 지분은 시작일 뿐이니까요.”

나는 천천히 말을 맺었다.

“한성 이상의 것을 먹고 소화 시킬 테니까요.”

*

며칠 뒤.

정확하게는 1997년 11월 19일.

대한민국을 강타한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에 책임을 지고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경제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를 대신해 새로 이 경제부총리 자리에 오른 임창열 통상산업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습격한 초유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IMF는 없다.’

‘IMF에는 가지 않는다.’

‘IMF에 가지 않고서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

국운을 걸고 현 상황을 타개하겠다 천명한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범의 아가리 속에 대가리를 집어넣을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1997년 11월 20일]

종합주가지수 480포인트.

원달러 환율 1056원.

외환보유고 65억 달러.

[1997년 11월 20일]

종합주가지수 460포인트.

원달러 환율 1076원.

외환보유고 51억 달러.

[1997년 11월 21일]

종합주가지수 415포인트.

원달러 환율 1103원.

외환보유고 35억 달러.

한번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를 막을 수 없듯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현실, 이미 박살난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 또한 치유할 수 없었다.

회생불가의 상태의 환자.

그것이 이 당시 대한민국인 것이다.

결국 취임 2일 만인 1997년 11월 21일, 임창열 신임 경제부총리는 마침 방한 중이었던 IMF의 스탠리 피셔 부총재와 티모시 게이디너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의 접촉.

이후 김영삼 대통령과 3당 대통령 후보와의 청와대 만찬에 참석해 IMF 구제 금융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뒤, 그날 밤 10시 IMF구제금융 요청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임창열 : IMF가 도울 용의가 있으니까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구를 하면 빠른 시일 내에 돕도록 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남기고 갔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더 늦기 전에…]

1970년대 ‘한강의 기적’에서 시작하여 1980~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고도 경제성장이 사실상 종료.

IMF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바람, 새로운 바람에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그게 누구냐고?

“다들 간밤에 안녕들하셨습니까?”

바로 나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05화
[206 / 총381]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05화

연재 총 3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