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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254화   미래를 잡다 (2)

청와대 심처.

재계 인사들과의 회의를 끝낸 김대중이 천천히 붓을 들었다.

“…….”

그가 쓰고자 하는 글은 바로 견인불발(堅忍不拔). 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함이라는 의미의 사자성어였다.

그리고 그렇게 착수(着手), 그가 붓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깊은 집중.

처음 움직이기 시작한 붓은 곧 새하얀 한지 위에 글자들을 새겨 간다.

견인불발(堅忍不拔). 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한다.

매경한고(梅經寒苦).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이겨낸다.

수적선천(水滴石穿).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

곧게 이어지던 글. 힘있게 일필휘지로 만들어져 가던 글자들. 하지만 어느 순간 뚝- 그의 붓이 멎는다.

그리고는 천천히 붓을 내린 그가 숨을 토해 내며 자신의 글을 바라본다.

‘못생겼군.’

그가 다시 한숨을 토해 낸다.

글이 흔들릴 정도로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그의 속에서 깊고 뜨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후우…….”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그를 잠식했다.

‘상황이 무겁구만.’

사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처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에게는 비전이 있었다.

봉황에 자리에 올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에게는 이 위기를 극복,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희망이 있었던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물가는 오르고 실업자는 늘어날 것입니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잘못은 지도층들이 저질러 놓고 고통은 죄 없는 국민이 당한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여러분과 같이 금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 이 위기를 벗어나 이전보다 더 높고 더 무거우며 더 활발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럴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러나.

상황은 그의 예상보다 더 다급했다. 그의 예상보다 더 무거웠다. 그리고 사람들의 욕심은 그의 예상보다 더 두터웠다.

그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금모으기 운동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었던 것은 물론, 그가 자존심을 굽혀 가며 만들어 낸 자리에서조차 그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절대로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갈 같은 것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과는 달리 그들의 잘못, 그들의 과오를 지적하며 그들을 응징할 수도 없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말을 죽인다는 것은 곧 게임을 포기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현 상황, 현 경제 위기를 이겨 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렇게 도움을 받는다면 적어도 내 임기가 끝나기 전에는 이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겠지.’

문제는… 그렇게 됐을 때 더 이상 그들의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사라진다는 거지.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그의 시름이 더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기업의 입맛에 맞게 대한민국의 경제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게 문제로군.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아.’

그런데 그때.

“각하.”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머리를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무슨 일인가?”

“독대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 아니 도대체 누가?”

그것은 바로….

“오라클 김준영 회장입니다.”

오라클의 회장 김준영의 방문이었다.

*

정영주와 구현모의 초대를 거절한 나는 곧바로 익숙한 얼굴 하나를 찾아 김대중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

“요청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찾아낸 얼굴은 바로 김태원.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차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남자였다.

“아, 네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대통령 각하와 독대를 하고 싶습니다.”

“네에?”

그러자 처음엔 약간 당황한 모습을 보이던 김태원.

그가 다급한 모습으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잠시 뒤 나에게 독대가 허락됐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회장님!”

“네. 비서관님.”

“각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바로 오시라는 전갈입니다.”

아무래도 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 덧붙인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았다.

“그렇습니까?”

“네. 따르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김태원에 안내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의 관저에 도착, 간단한 몸수색을 한 뒤 곧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 이곳입니다. 들어가시죠.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풍경, 그것은 제법 담박한 모습의 실내.

수십 권의 책들과 수묵화 몇 점, 제법 많은 양의 서류들이 책상 한켠에 놓여 있는 집무실의 모습이었다.

‘이곳이….’

예전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에 와 본 적이 있긴 했지만 그때에도 상춘재와 본관을 벗어난 적은 없었기에 그 모습이 약간 생경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책상 위를 바라보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문방사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예를 하고 있었던 건가?’

그러고 보니 과거 그의 서예 실력이 꽤나 뛰어났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한때 그의 작품이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선에 거래됐었다는 이야기까지도.

‘견인불발(堅忍不拔), 매경한고(梅經寒苦), 수적선천(水滴石穿)이라 꽤나 고민이 많나 보구만.’

그때.

“김 회장.”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조금 떨어진 다탁 앞에 김대중 대통령 그가 앉아 있었다.

“각하.”

나는 나를 향해 고요한 시선을 보내는 김대중, 그를 향해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잠시 나를 보고 있던 그가 이내 가볍게 웃으며 내게 자리를 권했다.

“자 이쪽으로 앉아요. 차를 내려놨는데 맛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얼굴만 봐서는 굉장히 우호적인 태도였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그가 권한 차를 한 모금 입에 담았다.

선이 굵은 얼굴.

작지만 흑백이 선명한 눈동자.

분명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었지만 굳건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내 앞에 있었다.

“어떻습니까?”

“차향이 깊군요.”

“하하, 태원이 그 친구 차에 제법 조예가 깊어서 말입니다. 가끔 이런 귀한 차를 선물해 주곤 한답니다. 덕분에 늘그막이 입이 호강을 하는 중이죠.”

그리고 그렇게 잠시 뒤. 한 순 배가 돌 시간이 지날 즈음 김대중 대통령이 찻잔을 내리며 내게 말했다.

“김 회장.”

“네. 각하.”

“일전의 일은 고마웠어요. 덕분에 정부가 면이 섰습니다.”

“일전의 일이라면 어떤?”

“금괴. 그것들을 제때에 찾아주지 않았습니까.”

아, 아무래도 일전에 있었던 금모으기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하긴 내가 아니었으면 200여 톤에 달하는 금은 모두다 외국으로 반출되고 재벌들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고개를 들렸을 테니까.

나는 나를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보내는 김대중,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가 이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하하 그게 어려운 것이죠. 해야할 일을 하는 것. 사실 사업하시는 분들한테 그런 것을 바라긴 힘든 일이니까.”

“과찬이십니다.”

“허허 과찬이 아니에요.”

그리고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김대중 대통령, 그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이내 천천히 나를 향했다.

“그런데… 태원군한테 듣기로는 회장님이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그와 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약간은 의문 어린, 호기심과 의아함이 상존하는 그의 눈빛을 마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허허, 할 말이라. 그런 게 있었다면 아까 회의에서 했으면 됐을 텐데?”

“글쎄요. 중요한 말은 그에 맞는 장소가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다.”

순간, 무거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그래요?”

젊을 시절부터 날렸던 연설꾼,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그렇습니다.”

“흐음, 좋습니다. 그럼 그 중요한 이야기라는 걸 한번 들어보기로 할까요?”

나는 가벼운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여는 김대중 대통령, 그의 눈을 직시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와 나의 미래 그리고 이 나瓚? 미래와 밀접한 관련을 두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각하.”

“네. 김 회장. 말씀하세요.”

“적어도 5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5년이요?”

“네.”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김대중 대통령, 그를 향해 무겁게 말을 맺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경우 현 상황이 마무리되는 시점 말입니다.”

그러자 그 순간, 김대중, 그가 들고 있던 찻잔을 탁-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빠르게 그의 얼굴이 굳혔다.

“……아니 5년이라니. 김 회장 지금 나를 도발하는 겁니까?”

그가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IMF의 졸업.

그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현 정부의 당면과제, 그에게 주어진 가장 첫 번째 숙제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 해결하지 못하면 끝나고 마는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아니요. 이건 도발도 조롱도 아닙니다.”

나는 담담히 그의 말을 부정할 뿐이었다.

왜냐하면.

“지극한 현실이죠.”

그것이 바로 현실이었으니까.

그러자 잠시 안개 같은 침묵이 공간에 감돈다.

고요한 분위기.

시계추의 째깍거리는 소리가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그의 시선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

“…….”

그리고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굳게 닫혀 있던 입이 열렸다.

“……그래서였군. 아까 김 회장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게.”

“아무래도 회의 장소에서 하기엔 다소 자극적인 말이죠.”

“자극적이라… 그렇다기엔 너무나 아픈 말이군.”

그때 그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이제 와 이 이야기를 내게 한다는 건 내게 제안할 것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지.”

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들자 곧 그의 시선이 찌를 듯 나를 향했다.

“맞소?”

그의 시선에는 나를 향한 요구가 담겨 있었다.

만약 없다면 무척이나 화가 날 것 같다는 의미의.

그런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절반.”

“절반?”

“네. 햇수로는 앞으로 3년. 3년 안에 IMF를 벗어날 수 있는 투자처를 알고 있습니다.”

“투자처라… 그런 곳이 있단 말이요? 195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상환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노다지가?”

“물론입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대중, 그의 시선이 진지하게 변했다.

“그곳이 어디오? 어딘지 확실히 알려 주기만 한다면 내 김 회장께 섭섭지 않게 사례하지.”

“정말이십니까?”

“그래요.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소.”

진중한 얼굴 속 약간의 조급함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말씀드리기로 하죠.”

그의 시선이 기대와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3년 안에 이 사태를 끝낼 만한 투자처는 바로….”

“바로…?”

나는 말을 맺었다.

“접니다.”

순간, 당황으로 물드는 김대중의 얼굴,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앞으로 1년간 10조 원. 그 돈을 저에게 투자하십시오.”

그런 뒤 천천히 그를 향해 단언했다.

“그러면 3년, 그 안에 제가 이 사태를 끝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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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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