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4화 핏줄 (1)

너는 내 손자가 아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아까 그녀가 흘린 이름, 김명우. 그것은 내 아버지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혹시 내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던 건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럴 리 없다.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지만 한성을 실수를 하지 않는다. 아까전만 해도 나와 내 어머니에 대한 정보들을 모두 알고 있지 않았나. 그러니 그녀가 사람을 착각해 나에게 찾아왔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내가 의아한 낯으로 김귀란을 바라보자 그녀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무미건조한 시선.

나는 그 시선을 마주하며 천천히 입을 열어 나갔다.

"혹시 할머니가 아니신 건가요?"

"아니 맞다. 네 아비 김명우가 내 아들이지."

"그럼··· 도대체 왜···?"

내 말에 김귀란이 고요한 안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아비가 내 자식이라고 네가 내 손자일 수는 없는 법이니까."

아······.

순간,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너를 인정하지 않겠다. 너는 한성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없다.’

라고.

그녀의 정체를 파악했을 때 혹시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상상만 했었는데 실제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기분이 묘했다.

아니 이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장면이잖아?

당황스러웠다.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신의 손자가 아니라고 선언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서운한 것이냐?"

"그건······."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녀가 바로 말을 잇는다.

"서운해도 좋다. 그리고 원망해도 상관없다.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을 테니."

무척이나 이기적이고 냉혹한 말, 그것은 이해를 구하는 변명이라기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이쯤 되자 당황한 와중에도 울컥하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지난 생, 내가 했던 모든 고생들이 내 몸을 스쳐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빠르게 가라앉혔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김귀란의 말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김귀란에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만 그녀에게 내 존재를 어필, 나를 손자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을까.’

잠시 어린아이처럼 떼를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바로 폐기되어 버렸다.

다른 사람이면 혹시 모를 일이었지만 김귀란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서운하지만 원망하지는 않을게요."

그러자 잠시 나를 내려다보던 김귀란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좋다. 그럼 일단 식사를······."

"대신."

나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순간 김귀란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빠르게 입을 열었다.

"대신, 부탁, 아니 제 소원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소원?"

"네."

생각지 못한 말이었는지 김귀란이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의외로 부정적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표현한다면 호기심에 가까운 감정. 그런 감정이 김귀란에게서 느껴졌다.

"소원이라······. 꽤 재미있는 말을 하는 구나."

"안 되나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는 한 오늘 그 어떤 특별한 일도 없었다. 혹시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인가?

그러자 그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차며 천천히 입을 연다.

"오늘이 바로 네 아비 생일이다."

순간, 몸이 굳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래서······.’

그제서야 왜 하필 오늘 그녀가 나를 찾아왔는지. 어째서 나와 독대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표정을 보니 정말 모르고 있었나 보구나."

"그게······."

"상관없다. 일찍 간 놈이 잘못이지 네 잘못은 아니니까."

그리곤 직원을 불러 식사를 주문한 뒤 나를 바라본다.

"그래 니 아비 대신 네가 한번 말해 봐라. 어차피 죽은 놈은 아무것도 바라지 못할 테니. 하지만 명심하거라. 이걸로 네가 나한테 뭔가를 받는 건 끝이다."

김귀란이 선언하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내가 10살 김준영이었다면 그녀와 내가 만나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겠지.

"이해하였다면 됐다. 그래 뭘 원하느냐? 보아하니 장난감이나 이런 것은 원하는 것은 아닐 테고······. 역시나 네 어미에 대한 것이냐?"

김귀영이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부탁할 것이란 것이 그 정도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긴 그녀 또한 나와 어머니의 생활을 봤을 테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녀가 보기에 우리 모자의 삶이라는 게 눈뜨고 봐줄 수 없을 만큼 힘겨워 보일 테니까.

그러나.

"아니요."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분명 그녀에게 우리 모자의 생계를 책임져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와 어머니는 과거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 틀림없지만 그렇게 되면 나와 김귀란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다.

그녀가 나와 나의 어머니의 삶을 일정 부분 책임져 주는 것을 끝으로 그가 자식에게 가졌던 부채의식 또한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부채 의식을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눈앞으로 건물주가 된 내 모습이 아른거렸지만, 보다 더 큰 것을 참기로 했다.

"그래? 흐음··· 그렇다면 도대체 뭘 바라는 거지?"

김귀란이 의아한 낯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잠시 말을 멈춘 나는 천천히 허리를 곧게 세우며 입을 열었다.

"···아빠를 보고 싶어요."

순간, 김귀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빠를 보고 싶다.’

그것은 김귀란이 가지고 있는 부채의식을 자극하는 말, 내가 그녀에게 하는 요구이면서도 요구가 아닌 말이었다.

그래 이것이라면 그녀의 머릿속에 나를 선명히 각인시킬 수 있겠지. 어쨌든 간에 나는 그녀 자식의 혈육, 사람이란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것에 약해지는 법이니까.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의 입에선 아무런 대답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

결국, 그날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

그 뒤로 화려한 식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긴 했지만······.

같이 식사를 해야 할 김귀란이 무서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밥이 입으로 널어가는 지 코로 넘어가는 지 모를 지경이었다.

덕분에······.

"우에에에에엑!"

김귀란이 보내 준 차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먹었던 음식을 모두다 게워내야만 했다.

"으이그 도대체 뭘 먹고 왔길래 이래!"

"그··· 그게··· 우에엑!"

어머니의 매운 손맛, 어마어마한 등짝 스매싱에 나는 아침에 먹었던 미역국까지 전부다 게워내며 고통에 떨었다.

팡-

팡-

파앙-

"윽, 어머니 좀만 살살······."

"응? 준영아 뭐라고 너무 약하다고? 알았어, 엄마가 힘낼게!"

"아니 엄마 아아악!"

아오 등짝이야.

아무튼 불타는 등짝을 가지게 된 대신 울렁거리던 속은 거의 다 가라앉았다.

"준영아 여기 물."

"으··· 못 마시겠는데."

"안 돼! 토 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목 상한단 말이야!"

분명 어머니는 알고 계실 것이다.

우리 모자가 사는 단칸방 주인집 촉새, 내 어렸을 적 동무인 은솔이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쳤을 테니까.

‘하여간 그 기집애··· 으이구.’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그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내 등을 쓰다듬으며 내게 당부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이상한 거 막 먹고 다니지 마. 알았지? 우리 준영이 아프면 엄마가 너무 슬프잖아. 응?"

"···죄송해요."

그 뒤, 나는 김귀란의 연락을 기다렸다.

마지막 순간, 그녀가 생각이 많은 얼굴로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기에 금방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끼를 물어야 할 텐데.’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봄방학이 다 지나도록 김귀란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빌어먹을, 아무래도 내 도박이 실패한 모양이었다.

‘에휴, 차라리 그냥 좀 챙겨 준다고 했을 때 받을 걸······.’

물론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김귀란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얼마 뒤 방학이 끝나면 학교에 가야 할 테고 그러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을 테니까.

때문에 나는 그때부터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 자료들을 수집,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로 신문이나 뉴스를 기본으로.

다행히 어린 몸으로 돌아오며 기억력도 좋아진 것인지 어머니에게 받은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신문을 사서 읽을 때마다, 또 뉴스를 볼 때마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머릿속에 떠올랐다.

‘···1993년 1월에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2월 25일에는 김영삼이 당선. 흐음 이때 무슨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아 맞다. 하나회. 그게 3월에 그게 있었지. 어휴 좀만 일찍 일어났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할 수 있는 게 더 많았을 거 아니야.’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이라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방학이 끝나기 전에 기억들을 모두 다 떠올릴 수 있었다.

[1993년 6월 상록수부대를 소말리아 평화유지군으로 파병]

[1993년 7월 럭키금성 그룹개편계획안 발표]

[1993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NT 3.1>을 미국에 출시]

[1993년 8월 대전 엑스포 개막식 개최]

[1993년 8월 김영삼 대통령···]

.

.

그래 이것들만 알고 있다면 적어도 과거와 같은 삶을 살지는 않겠지.

정확하고 결정적인 증거만 있다면 사막에서도 굶어죽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 정보들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내 나이는 10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뚜렷한데다가 일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종자돈 또한 부족했다.

‘에휴··· 이렇게 된 거 그냥 신내림 받았다고 하고 점쟁이 흉내나 낼까?’

아쉽지만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며칠 뒤.

똑똑-

김귀란이 내게 찾아왔을 때.

나는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하고 있는 것이냐. 빨리 준비하지 않고."

"네?"

"네 아비. 네가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왜냐하면 내 아버지의 묘소가 있는 곳 그곳은 바로.

판교.

정확히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년 뒤, 지나다니는 개새끼도 금덩이를 물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게 되는 천금(千金)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4화
[5 / 총381]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4화

연재 총 3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