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 290화 울타리 너머로 (3)
오라클과 현대그룹의 결합!
그 소식이 퍼지자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렸다.
[오라클 김준영, 현대그룹의 정영주와 일가(一家)가 되다! 28? 약혼식 올려! - 한성일보. 1999. 10. 29]
그 전까지 알음알음 약혼 소식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일반 국민들까지 모두 다 그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라클과 현대의 결합이라… 하, 이건…”
그만큼 충격이었다.
오라클과 현대그룹의 결합, 그 말은 곧 우리나라에 슈퍼 파워가 생긴다는 말이었으니까.
“아니 오라클이 현대랑 사돈지간이 되駭? 말이야?”
“……그러게. 아니 저번에 코스피가 오른다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아, 그거 어쩐지 오라클이랑 현대 쪽 주식이 꽤나 오른다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구만.”
그러자 경제계는 물론 사회, 정치, 문화계 전반에 걸친 변화가 시작됐다.
일단 가장 먼저 경제.
이전부터 조금씩 흔들리던 솟아오르? 오라클과 현대그룹의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치솟기 시작하더니 곧 한성, LG같은 회사들에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
[오라클유통 15300▲920]
[현대자동차 45020▲1950
[한성케미칼 11030▲403]
[LG화학 8500▲250]
그러자 신문지상에서는 물론 뉴스, 인터넷 상에서까지 그들의 결합이 연일 이슈가 되더니 오라클, 정확하게는 김준영에 관련된 내용의 기사,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나이면 나이, 외모면 외모, 학벌이면 학벌, 직업이면 직업, 그만큼 방송으로 만들기 적합한 사람도 또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공시대 13화 김준영 편 ‘17세의 나이에 대기업을 만들다’ - KBS 2TV]
[김준영 회장과의 대담 그에게 ‘성공의 비결’이란? - MBC]
[특별기획, 오라클 그들의 성공 스토리 - SBS]
게다가.
[오라클TV][시청자 여러분 저 약혼합니다! 실황 중계하니까 다들 와서 축하해 주세요!]
[조회수180,390][추천7028]
그가 젊은 세대와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Y2K : 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갑자기 약혼이라고?]
[딸기공듀 : ㅋㅋㅋㅋㅋ 이 양반 내 관종이란 걸 알아봤지 아니 무슨 재벌이 이렇게 오픈을 해! 신비주의 뭐 이런 거 없어?]
[nayo241 : 그런 건 없다! 그저 달풍선으로 말할 뿐! 여러분 다들 달풍선들 쏩시다 축의금도 못 내는데 그거라도 내야지!]
[E-어진 : E-어진 님이 ‘달풍선 100,000,000개’를 뿌리셨습니다]
[nayo241 : 오우야… 지금 달풍선이 도대체 몇 개나 뜬 거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소통이 가능한 젊은 경영자라는 사실이 결합되자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JAE-DRAGON :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상 불쾌하네요. 아니 이런 영상을 올리는 저의가 뭐죠? 당장 내려주세요]
[야신F4 : ㅋㅋㅋㅋㅋ 재미있기만 하구만 뭔 소리야? 혹시 님 쏠로임?]
[딸기공듀 : 그러게 쟤는 맨날 저러더라. 어 그런데 저기 LG전자 구 회장 아니야? 와 저쪽 저 사람은 조지 소로스 같은데?]
[Y2K : 미친 ㅋㅋㅋㅋ 아니 왜 저 사람들이 인터넷 방송에 나와 ㅋㅋㅋ]
말마따나 사람들이란 나에게 가까운 것,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기 마련이니까.
[딸기공듀 : 아 안 되겠다 이렇게 된 거 달풍선은 못 사도 휴대폰은 사야지. 안 그래도 하나 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nayo241 : ㅋㅋㅋㅋ 그럼 난 엄마 TV나 하나 바꿔드릴까? 회장님! 이렇게 축의금 내는 것도 괜찮죠?]
그러자 자연스레 오라클 계열사들의 판매실적 또한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연일 고점을 찍기에 이르렀다.
[오라클(Oracle) : 사랑합니다 고객님]
그동안 만들어 낸 이미지, 신뢰의 힘이었다.
[딸기공듀 : 아니 ㅋㅋㅋㅋ 보고 있었냐고!]
[nayo241 : ㅋㅋㅋㅋ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사는 수밖에 없다! 지금 긁으러 갑니다]
하지만.
천명의 사람이 있다면 천 개의 의견이 있다고 오라클과 현대의 결합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오라클과 현대의 결합으로 인해 그동안 오라클을 만들어 왔던 힘, 끝없는 약진이 이제 주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 오라클 또한 단순한 대기업으로 자신들의 아성을 지키는 것에 몰두하지 않겠냐 추측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긴 그들이 보기에 이제 오라클이 갈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을 테니까.
“…이렇게 된 이상 한동안은 잠잠하겠구만.”
“그건 그렇지. 아무래도 이렇게 된 이상 한동안 내부도 다지고 현대 쪽이랑 관계도 정리하겠지. 아무래도 그게 일반적이니까.”
“젠장 아쉬워 그동안 오라클 덕분에 쏠쏠했는데 말이야.”
“허허 뭐 어쩌겠어. 사람들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아니 아무리 잘 뛴다고 해도 언제까지 뛰려고 하는 말은 없는 법이잖아.”
그러나.
그들의 예측은 빗나가 버렸다.
아니 그들의 예측은 어이 없는 망상이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어? 이게 뭐야?”
“뭔데? 뭔데 그래?”
그들은 결고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것 봐봐. 이건…”
[오라클 전자! 제품 양산규모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 검토! 연간 1억 대 규모의 생산시설 목표! - 매X일보. 1999. 11. 05]
[김준영 회장! ‘미래는 바다에 있다’ 조선해양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수주 계획 스타트! - 한성일보. 1999. 11. 06]
[오라클 차세대 인터넷 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3G 산업 기술 개발 선언! - 한X일보. 1999. 11. 10]
[김준영 회장, 오라클 자동차(구 쌍호자동차)의 새로운 모델 ‘파란을 일으킬 것’ ? 경X일보. 1999. 11. 13]
미래를 향한 전진이었다.
*
“오라클 자동차의 새 모델 ‘오라클S’의 콘셉트 디자인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3G 상용화 기술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곧 3G기술 상용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공업의 경우 현재 대동조선과 범양상선을 인수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수비용은 약 3에서 4조원 가량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목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들었다.
“오라클S의 디자인이 벌써 마무리되었다는 말입니까?”
“네. 회장님께서 만들어 주신 디자인 콘셉트를 기본으로 사내 디자이너들을 총동원해 콘셉트 디자인을 완성시켰습니다. 아마 조만간 목업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모두 다 오라클의 새로운 사업,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사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양산모델은 언제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까?”
“양산이라면… 아무래도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프로토 타입을 뽑고 오류를 잡아가야 할 테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콘셉트카를 뽑고 양산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죠. 그리고 3G 상용화 기술 또한 마찬가집니다. 시장을 선점과 안정성,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손에 쥐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분명 우리가 빠른 기간 어마어마한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새로운 천 년, 그 천 년은 가만히 앉아서 이겨 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신 사장님.”
“네. 회장님.”
“조선에서 대동과 범양을 인수 하는 데 총 4조원 가량이 소모된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아무래도 규모가 규모인 만큼 그 정도의 자금은, 최소 4조는 필요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네. 그래도 대동과 범양의 원래 가치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입니다. 본디 조선 업계에서는 체급이 왕도니까요.”
그리고 그 결과, 나는, 아니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제법 많은 일들을 이룩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추진해야겠죠. 앞으로 에너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겁니다. 지금은 배럴당 10달러 15달러에 불과한 유가가 앞으로 배럴당 100달러. 150달러에 육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가스, 그것을 운반할 수 있는 첨단 운반선의 중요성 또한 커지게 되겠지요.”
통신, 전자, 자동차, 유통, 해운, 에너지를 계통을 막론하고 꽤나 많은 종류의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아니 하지만 현재 유가를 생각해 봤을 때 그건 너무나 차이가 나는 가격입니다.”
“저도 지금 당장 이뤄지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곧 이뤄질 겁니다. 원유가 나오는 땅. 검은 사막은 언제나 위험한 곳 아닙니까. 그러니 준비를 해 두어야겠죠.”
앞으로의 기술개발, 그리고 경제가 어떤 방향을 취하고 있을지 알고 있었으니까.
“아시다시피 닥친 다음에는 늦는 법이니까요.”
“그런….”
“아 그리고 경준혁 사장님?”
“네. 회장님.”
“현재 휴대폰 생산시설 확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 연간 1억 대 생산을 목표로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라클 전자의 사장, 경준혁이 표정을 흐렸다.
“그런데요?”
“…생산시설이 확충된 뒤가 문제입니다. 솔직한 말로 현재 한국 내의 저희 제품 판매는 이미 한계 해외수출에도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연간 1억 대 생산시설이라면 아무래도….”
그가 말하는 바는 뻔했다.
“판로가 문제다 이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가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했다.
지난 몇 개월간 우리 오라클은 대한민국 통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4천만 명이라는 대한민국 시장의 상당수를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크기, 체급이었다.
아무리 국내에서 지배적 파워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한계는 명확했으니까.
‘우리나라의 경제 인구는 겨우 2700만 정도다. 클 수 있는 땅의 크기가 작다는 말이지.’
허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경 사장님.”
“예. 회장님.”
“판로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수요는 얼마든지 남아 있을 테니까요.”
이미 나에게는 거대한 시장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경준혁, 그가 의아한 눈을 만들었다.
“……아직 수요가 남아 있는 곳이 있단 말입니까?”
“네. 물론이죠. 수요가 남아 있다 못해 아주 기아에 허덕이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어딥니까?”
“주위를 둘러보세요.”
그러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경준혁,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아무래도 이제서야 내가 한 말을 알아챈 것 같았다.
“네. 맞습니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뭐 생각의 전환이란 간단하지만 어려운 법이니까.
“붉은 바다. 중국입니다.”
순간, 사람들의 얼굴이 놀람이 퍼져나갔다.
“물론 그 전에 다녀올 곳이 있긴 하지만요.”
도착지는 중국, 그리고 경유지는 나스닥이었다.
울타리 너머로 항해를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