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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화 거절할 수 없는 제안 (2)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CNOOC, 엑손, 로열더치셸, 셰브런 모두에 초대장을 보냈어.”

이어진의 말. 그 말에 나는 대꾸했다.

“깨지지 않게 조심했죠?”

그러자 그가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물론이지. 완전 밀봉. 억지로 깨지 않는 한 절대로 깨지지 않게 포장을 했어. 아마 총으로 쏘지 않는 이상 안 깨질걸?”

그가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럼 이제 기다리면 되겠네요.”

“그렇지. 그런데….”

잠시 말을 아끼던 이어진,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이 올까?”

아무래도 약간 걱정되는 것 같았다.

하긴, 우리가 초대장을 보낸 이들의 면면을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했으니까.

“물론 오겠죠.”

“아니, 그런 장난 같은 초대장에?”

“에이 장난이라뇨. 증거와 초대. 기본적인 것들은 다 보여 줬는걸요.”

“그래도….”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올 거예요. 이곳에 그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CNOOC. 엑손, 로열더치셸, 셰브런.

연 매출 2,000억 불 이상의 거대 기업들.

내가 아는 그들이라면 내가 보낸 초대장을 받자마자 단박에 자리에서 일어날 것이었다.

고유가 시대.

하루 자고 일어나면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 시기. 그 시기에 매머드급 유전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꽤나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들일 텐데. 아직 땅속에 갇힌 5억 톤 정도로는 꿈쩍하지 않을 수 있어.”

“물론 평소라면 그랬겠죠. 하지만 상황이 그들의 엉덩이를 가볍게 했어요.”

나는 여전히 걱정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이어진,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배럴당 30달러. 그리고 점점 올라가는 유가. 그 상황에 발견됐다는 5억짜리 잭팟.”

“잭팟?”

“네. 기름 좀 만져 봤다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겠죠. 5억 톤이라면 배럴로 따졌을 때 40억 배럴, 우리나라 한 해 원유 소비량의 5배. 중국으로 쳐도 1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니까.”

그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중국 정부와 직접 접촉을 시도하면 될 테니까 말이에요.”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뭐 쉬운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그만큼 남는 건 더 클 거예요.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이번 경매는 단순히 시간을 사는 일일 뿐이니까요.”

그런 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건 이미 성공한 것 같네요.”

“뭐?”

“저기 보세요.”

나는 슬쩍 창가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곳에는….

수십 대의 차량들과 수 대의 헬기들.

황금평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

“50%.”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50%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던 사람들, 그들의 입이 천천히 벌어진다.

“그 말은 적정한 가격을 쳐주면 우리에게 유전을 넘기겠다는 말이오?”

입을 연 사람은 시노펙(Sinopec)의 푸청위 회장. 경매에 참석한 이들 중 최연장자였다.

“아뇨.”

“그럼?”

“유전의 지분을 나누겠다는 말입니다.”

“유전의 지분을 나눈다는 이야기는….”

나는 손을 들어 간단하게 대답했다.

“말 그대롭니다. 50%의 유전 지분을 가지고 딜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확히는 유전 건설에 필요한 시설 일체, 그리고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일까지 모두 다 포함해서.”

그러자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굳는다.

“뭐?”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무래도 다들 내가 이야기한 제안, 그것이 말도 안 된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긴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일부터 기반 시설을 만드는 일까지 그 돈과 품만 해도 꽤나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쉽게 생각해도 몇 백억 달러 혹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반응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뭐 그들에게도 제법 어려운 일일 테니까.

‘아마 일반적인 딜을 예상했겠지.’

하지만.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무려 5억 톤에 달하는 잭팟입니다. 한동안 여러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줄 물건이죠.”

나는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물건이니까.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 그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욕심이 과하군.”

“욕심이 과하다고요?”

“그래.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향하는 푸청위 회장, 그를 향해 나는 입을 열었다.

“아마 그러시지 못할 겁니다.”

“그렇지 못한다?”

“네. 이미 이곳에 여러분들이 와 계시다는 게 그 증거죠.”

그런 뒤, 고요히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다들 급하시지 않습니까?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그에 따라 산출되는 원유를 선점하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정제만 하면 돈을 버는 상황이지만 그것에 쉽지 않고, 또 그 만큼 각국 정부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겠죠.”

그리고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CNOOC 같은 경우와 같이 말입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푸 회장, 그가 고개를 저었다.

“추측일 뿐이지. 그 추측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추측이 아닙니다. 이미 자연자원부 쪽에서 압박이 상당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 그건 압박이 아니야. 그건 국가라는 조직이 으레 하는 투정이지.”

그러면서 천천히 나를 향했다.

그러고는 이내 결심했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김 회장. 분명 자네가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인정하네. 하지만… 한 가지 실수한 게 있군.”

“실수요?”

“그래.”

“그게 뭐죠?”

“세상 모든 일이 다 자네 마음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거.”

그러고는 가볍게 웃어 보인 푸 회장, 그가 가볍게 허리를 뒤로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하지. 그래. 지금 자네가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 목줄. 그거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우린 자네 생각처럼 그렇게 배고픈 사람들이 아니니까.”

“…그 말은 유전이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까?”

“물론 필요하지. 하지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일세.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우리 손에 들어올 거니까.”

그 말은 의외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때문에 내가 묻자, 그가 피식 가벼운 웃음을 입에 물었다.

“자네가 정보가 있듯 우리에게도 정보가 있지.”

“정보요?”

“그래. 이미 자네가 요령에 사 놓은 땅에 대해서 알고 있네. 그러니 사실 약점을 잡혀 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자네라는 말이지.”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나의 약점을 잡았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자 나와 눈을 마주친 사람들 대부분이 푸 회장과 비슷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미 모두들 다 알고 계신 모양입니다?”

“그렇지. 사실 우리들은 모두 다 친구들이거든.”

그가 슬쩍 두 팔을 펴 보이며 말했다.

“그러니 제안하지.”

“제안이요?”

“그래. 제안. 아주 관대한 제안이지.”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일에서 손을 떼게. 그럼 우리가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 자네에게 주지. 어차피 들어간 돈이라고 해 봐야 얼마 되지 않을 거 아닌가?”

그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말은 마지막 기회라는 듯 단호했다.

“제가 만약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그가 씨익 웃음을 보였다.

“자네의 땅은 국가에 귀속되겠지. 아는지 모르지만 우리 당은 그런 것에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네. 뭐 개인적으로는 자네가 받아들이길 바라고 있지만.”

말을 마친 푸 회장, 그가 슬쩍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어떻게 하겠나. 이대로 우리와 친구가 될 텐가. 아니면… 거절하고 자네 것을 잃을 텐가.”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 시선은 나에 대한 비웃음과 자신들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내가 자신들의 제안, 역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누가 봐도 그들이 유리하다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어째 예상을 벗어나지를 않냐.’

뭐 어차피 이 정도는 예상했던 바였다.

한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이들 모두를 이번 일에 끌어들였을 때 이 정도 일이 벌어질 줄은 알고 있었으니까.

“친구라. 참으로 허망한 말이군요.”

“하, 친구가 없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말이지.”

“그렇습니까?”

“그렇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푸 회장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물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까?”

“그렇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들의 그의 말 속에는 현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좋습니다. 그럼 한번 시험해 보도록 하죠.”

“시험?”

“네.”

푸 회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을 시험한다는 거지?”

아무래도 나의 갑작스러운 말에 잠시 당황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뭐긴요. 여러분이 그렇게 자랑하시는 우정이죠.”

“우정?”

“네. 여러분의 우정. 그 우정이 얼마나 갈지 한번 시험해 보죠.”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 쪽으로 다가갔다.

“방금 말씀하셨죠? 5억 톤짜리 유전이 별것 아니다?”

“그랬지.”

“좋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손가락을 탁- 쳤다.

그러자 지이잉- 스크린이 내려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전 세계의 지도가 화면에 떴다.

“…경매 물품을 좀 더 늘려 보도록 하죠.”

분명 정보는 돈이 된다.

하지만 그 말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이는 드물다.

진실로 돈이 되는 정보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정보가 아주 많았다.

그것도…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정보가.

스크린이 다 내려온 다음 스크린에 뜬 세계 전도. 그 위에 가볍게 박혀 있는 점들.

그것을 본 사람들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다.

“이게 뭐지?”

“뭔지 모르시겠습니까?”

“아니 이게 도대체 뭐…?”

순간, 푸 회장, 그의 얼굴이 굳었다.

“혹시…….”

아무래도 지도에 찍힌 점들이 뭘 의미하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네. 아무래도 제가 5억 톤짜리 유전 하나에 목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말도 안 돼! 이건….”

“왜 말이 안 되죠?”

나는 그들을 향해 준비한 자료들을 보였다.

“이렇게 존재하는데.”

나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5억 톤짜리 유전 하나. 그리고 중국과 동유럽과 미국 중부에 자리한 1~3억 톤 급의 유전 10개. 거기에 15곳에 이르는 희토류 광산. 그 모든 것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자. 이 기회를 포기하고 우정을 지킬 의리 있는 분 계십니까?”

일순 꿈틀거리는 사람들의 눈동자. 그 눈을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어디 있으면 어디 손 한 번만 들어 주시죠.”

사람들 사이,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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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3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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