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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천지개벽 (1)

결국 정보료는 받지 못했다.

내가 정보료를 요구하자마자 김귀란 회장이 웃음을 터뜨리며 내게 단서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그래 잘했다. 장사꾼이 물건을 팔았으면 돈을 받아야지. 하지만.’

‘하지만요?’

‘너도 알다시피 나도 장사꾼이다. 그러니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 값을 치를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느냐. 그러니 물건에 대한 값은 물건을 확인한 다음에 치르도록 하마. 어떠냐?’

뭐 금융실명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나가리가 날 만한 단서조항이었지만 굳이 반대를 한다든가 하지는 않았다.

‘좋아요. 그럼 그 다음에 제가 원하는 걸 들어주실 거죠?’

어차피 늦어도 일주일 뒤면 결과가 나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내 약속하마.’

그리고 그 뒤로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일단 김귀란과의 딜을 통해 정보를 팔긴 했지만 지금 당장 내 손에 들어오는 이익은 없는 만큼,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돈을 최대한 불리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저씨. 평온물산 주 매매 완료했어요?"

"아아직. 1만 주 정도 남았어. 어차피 잡주라서 금방 정리될 테니까 좀만 기다려."

"다음이디엠은요?"

"그건··· 1,500원에서 갑자기 발목이 잡혀서 좀 더 기다려야겠는데?"

"아, 얼마나요?"

"글쎄? 한 하루 이틀 정도? 스윙할 때엔 이 정돈 흔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내일이나 모레 정도면 정리될 테니까."

단타 투자.

주식 보유시간을 통상적으로 짧게는 2~3분 단위, 길게는 하루 단위로 짧게 잡은 뒤 하루에도 몇 번씩 연달아, 수십 번에서 수백 번 씩 거래를 하며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일명 ‘스캘핑(scalping)’과 ‘스윙(swing)’.

물론 갑작스런 초단타 투자에 이어진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짓긴 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금융실명제를 파도를 타기 위해선 최대한 큰 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에휴··· 그러지 말고 가격 좀 낮춰서 대놓는 건 어때요? 한 1400 정도?"

"뭐? 아니 언젠 가격 낮추는 건 절대 안 된다더니? 왜 그래?"

"그게······."

"어? 야! 준영아! 다음이디엠 팔렸다."

"진짜요? 어떻게···?"

"하하 글쎄? 누가 몰빵 했나 봐. 잡주다 보니 이런 일도 벌어지네."

"···그럼 평온 물산만 정리되면 끝이죠?"

"아마도."

"오케이 그럼 평온 물량 터는 데로 무포 유지할게요. 총알 쟁여 두세요."

그리고 며칠 뒤.

1993년 8월 12일 목요일.

드디어 운명의 날이 도래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후 7시 45분이 되자 텔레비전 전 채널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담화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저는 이 순간 엄숙한 마음으로 헌법 제76조 1항의 규정에 의거하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표합니다.

아울러, 헌법 제70··· 아! 제47조 3항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심의, 승인하기 위한 임시국회 소집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

대통령 명령에 의한 금융실명제의 전격적인 실시!

내가 아는 모습보다 훨씬 더 젊고 날카로워 보이는 모습의 대통령.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어마어마한 폭풍이 되었다.

‘대박이다...’

발표 당일까지 철저히 비밀로 지켜졌던 개혁제도의 정체가 비로소 밝혀지자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거나 혹은 점진적으로 시작될 것이라 생각하던 사람들, 그러니까 지난 수십 년간 국가제도의 미비를 빌미로 우리나라의 돈줄을 꽈악 움켜잡고 있던 이들 모두가 패닉에 빠진 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한국 경제 다 말아 먹을라고 작정했나!"

"어떻게 자기 본명으로만 통장을 만들어! 그래서 어떻게 살라고!"

"실무진이 누구래? 뭐 KDI랑 경제기획원? 그거 말고 대가리가 있을 거 아니야? 대가리? 그게 누구냐니까?"

"김영삼이를 털어 보자고 뭐라도 나올 거 아니야? 그 보니까 아들놈들이 말썽이라며?"

"형님. 아시는 분들 좀 동원해서 흔들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왜 전 정권 분들 많이 아시잖아요?"

다들 그동안 만들어 왔던 학연, 지연, 혈연을 모두 동원하면 어렵더라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벼려져 왔던 YS의 칼을 너무 무디게 본 처사이다.

"박 처장. 나는, 나는 좀 봐줄 수 있지? 응? 대통령 명령? 아니 그래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을 거 아니야! 야! 야! 아 이 새끼 끊었어!"

"처남. 자네 혹시 아시는 분들 중에 힘 좀 쓸 수 있는 분들 없나? 뭐 허허 다들 몸 사리고 있다고? 아니 그래도 방법이 있을 거 아니야!"

"도무지 방법이 없어? 하아···진짜 미치겠네. 칼을 빼도 단단히 뺐구만 그래 아주."

아무리 그들이 날고 기어도 김영삼 정부가 지난 6개월간 준비, 7월 한 달간 안가 생활을 하면서 만든 대통령의 명령을 이길 재간은 없었다.

그들의 권력을 유지해 주던 더러운 동기(同期)들.

그들과 배가 맞은 사람들마저 혼란에 빠져 제 살기 바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보게 최 차장··· 그간의 정리를 봐서 내 사정 좀 봐주게. 아니 내가 그동안 자네한테 어떻게 했는데···."

"은행장님. 그러니까 비밀금고 빈 곳 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거기에 제 돈을 좀···네? 은행 금고의 표준 사이즈가 너무 작다고요? 아휴, 좀 큰 금고로 들여 놓지. 액수 큰 화폐를 좀 더 만들든가! 5만 원권이나 10만 원권 같은 거!"

"금고 사 와! 얼마가 들어도 모르니까 금고! 제일 큰 거로!"

덕분에 수십 년간 명동과 강남 일대를 주름잡던 사채업자들은 가게 문을 꽁꽁 닫고 종전에 몇 배가 되는 추징과세에 전전긍긍.

사채시장이나 탈세와 비리의 용도로 과열되었던 고액 골동품이나 미술품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었고.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뱅크런을 일으키며 금을 사재기. 8월 13일 오전 한 돈에 4만 1천 원쯤 하던 금 가격을 그날 오후 4만 3천 원으로 올려놓았으며.

갑자기 활성화된 도둑경기에 금조차 불안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국내에 있는 금고란 금고를 모두 사들여 돈을 보관. 종국에는 금고에 들어가지 않은 현금을 집 안 정원에 묻는 등 별의 별 방법을 죄다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부터 다들 1억 원씩 책임지고 묻어! 알았어? 적어도 1미터는 파서 다른 놈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란 말이야!"

"아빠 그러지 말고 그냥 사람들 쓰면 안 돼?"

"이 년이 미쳤어? 아니 다른 놈들 쓰면 그놈들이 후딱 다 가져가 버릴 수도 있잖아! 저번에 박 차장 돈 누가 싹 훔쳐다가 옥상에서 뿌린 거 뉴스 못 봤어? 그게 3억이었다고 3억!"

혼돈. 파괴. 망각.

뒤가 구린 자들에게는 가히 악몽과 같은 날이 바로 1993년 8월 12일 그리고 그 다음날인 13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폭풍이 몰아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었다.

실명제 실시 후 첫 날인 93년 8월 13일.

평소보다 늦은 시간인 오후 2시 10분, 시장이 열리자마자 매수는 자취를 감추었고 전 종목에서 매매체결이 이뤄지지 않은 기세하한가 종목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21,500▼1,440]

[평온물산 3,200▼214]

[포항제철 23,000▼1,541]

[현대자동차 33,020▼2,200]

[다음이디엔 1,410▼100]

.

.

그러자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분위기에 휩싸였다.

주가지수가 700을 겨우 넘던 시절. 불과 하루 만에 주가가 3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는 말은 곧 이 폭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왜 장 시작하자마자 다 퍼런 색이야!"

"김 대리! 내꺼도 좀 팔아! 가격이 어때도 좋으니까 정리해!"

"미쳤어! 다들 미쳤다고!"

물론 개중에는 이성을 유지, 곧 이 폭풍과도 같은 상황이 수습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37년 만의 최악의 폭락사태.

미친 듯이 떨어지는 폭락장의 모습에 사람들은 완전히 경도되어 버렸다.

"팔아. 무조건. 팔라고!"

"뭐야? 괜찮을 거라며? 코쟁이들도 팔기 시작하잖아? 어떻게 된 거야!"

"기관은? 기관놈들은 어쩌고 있어? 뭐? 유보? 아니 우리가 두고만 보겠다는 거야?"

뭐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검은 돈은 약 3%정도의 작은 규모였지만.

뇌동매매(雷同賣買).

매도주문 8,394만 주에 매수주문 30만 주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가 그들의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고객님! 지금 조정기간이니까 이번 주말까지만 종목 유지하시는 게··· 고객님! 고객님! 아··· 망했다···."

"박 대리! 너 때문에 또 잃었잖아! 어떻게 책임 질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휴··· 얼마 손해라고요? 350원이요? 하··· 지금이라도 팝시다. 네··· 뭐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 다 파는 추센데."

그러나.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는 이 아비규환 속, 홀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누구냐고?

바로···

나다.

나는 공포에 질려 쫓기듯 투매를 하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마치 모두가 도망갈 때 불길을 향해 역으로 걸어가는 소방관처럼 말이다.

‘이제부터 뷔페다.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먹어 볼까?’

그동안 비축해놨던 45억 원의 총알을 모조리 쏟아내어 내 계좌에 장착, 그간 눈독 들이고 있던 주식들을 향해 미친 듯이 격발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시작해요!"

"오케이! 알았어! 맡겨둬! 여보세요. 어 우리 매수 주문. 일단······."

먼저 1995년 당시 2조 5천억이라는, 우리나라 전체 상장기업이익의 37%에 해당하는 순이익을 혼자서 벌어들인 삼성전자.

[삼성전자 21,500▼1,440 보유수량 23,255]

그리고 1993년 타결되었던 우루과이 라운드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1993년 2900억에서 1995년 8300억으로 순이익이 급증한, 1993년 2만 원하던 주식이 1994년에는 10만 원까지 치솟은 포항제철.

[포항제철 23,000▼1,541 보유수량 21,739]

90년대 블루칩 중 마지막으로, 미국 수출 시작 이후 10년간 무려 30배가 넘는 주가 상승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대표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19,020▼1,800 보유수량 26,288]

거기다 근 시일 내에 주가가 폭등할 주식들.

[세풍 26,700 → 91,700 상승률 3.4배]

[삼표제작소 5800 → 82,000 상승률 9.5배]

[봉신 10,500 → 67,000 상승률 6.7배]

[미래와 사람 4,070 → 35,000 8.5배]

그리고 이 파티의 마지막.

한성 그룹의 순환출자 체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한성유통까지.

[한성유통 9500▼636 보유수량 210,526]

모든 쇼핑이 끝나고 나자 내 이름 옆으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종목들이 가득 차 있었다.

‘좋아 이제 남은 것은······.’

이 재료들을 어떻게 요리하느냐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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