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189/188화   야수가 되어 (3)

먼 타인이 악어에게 서서히 먹히며 울부짖는 장면을 본다고 해도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손톱 끝의 귀찮은 거스러미이지 타인의 비명은 아니다. 우리는 날마다 먼 곳에서 보내온 타인의 고통을 만나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일에 몰두할 뿐이다.

- 수전 손택(Susan Sontag) <타인의 고통(Regarding the Pain of Others) 中.

*

태국이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뉴스.

지난 몇 개월간 국제 투기 세력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전쟁을 벌이던 태국이 결국 완전한 백기 투항을 해 버렸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충격! 태국의 차왈릿 용차이윳 총리, IMF에 200억 달러 대의 구제금융 요청! ? 월스트리트 저널. 1997. 07. 28]

그러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놀람을 금치 못했다.

설마하니 태국이, 제법 건실한 경제 펀더멘탈을 가지고 있다 평가되던 국가가 이렇게 한순간에 국가 부도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뭐? 진짜로 구제 금융을 신청한다고? IMF한테?”

“미쳤구만. 잘못하면 영혼까지 탈탈탈탈 털릴 텐데.”

“그러게나 말이야. 나 참, 말이 좋아 구제금융이지 사실 채찍 든 주인님이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그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 것은 아니었다.

분명 IMF구제금융.

모라토리엄 직전의 선택.

해당 국가에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긴 했지만 태국 이외의 국가에 사는 이들에게는 그리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말마따나 그 이야기는 먼 나라에서 일어난 하나의 해프닝, 사건일 뿐이었으니까.

“…뭐 불쌍하긴 한데 우리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 안 그래?”

“젠장. 무슨 소리야 나는 상관있다고.”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난 태국에 1천 달러나 투자했었단 말이야.”

“하하. 바보 같기는 그러게 잘 보고 투자했었어야지. 아무데나 정신없이 투자를 하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라고.”

그리고 그런 기조는 동남아에서 한참 위로 올라와야 있는 국가, 대한민국이라고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명 대한민국 또한 태국과 같은 아시아 대륙 동안에 속해 있는 국가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아시아의 네 마리 용.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기적의 국가.

선진국 클럽이라 일컬어지는 OECD 가입을 이뤄낸 국가.

그들에게 동남아, 태국에서 일어난 사건, 문제는 자신들과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태국이 망했다고?”

“뭐 정확하게 말하면 망한 건 아니지. 망하기 직전에 빚을 내 빚을 막은 거니까.”

“염병, 그러게 TV 보니까 흥청망청 돈을 써서 그렇다던데. 하여간 동남아는 그렇다니까. 뭐 좀 조용하다 싶으면 뭔가 일이 생겨. 안 그래?”

말마따나 이 당시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정부의 뉴스에 껌뻑 죽는 순둥이들이었으니까.

“그렇지. 뭐 그쪽 사람들 성격이 원래 그런 걸 어쩌겠어.”

“쯧쯧, 우리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생각이 있다고 모두가 다 그런 순둥이들인 것은 아니었다.

바로 정보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제법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 또한 앞으로의 일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생각한 것이다.

이번 일 심상치 않다고.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때문에 그런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정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공간에서 이번 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가 자신들의 이익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말씀 드렸다시피 이번 사태는….”

“태국의 IMF구제금융 신청으로 인해….”

“국제 투기 세력 그러니까 헤지 펀드의 수좌는….”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

김귀란.

그녀 또한 대한민국의 이익집단,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들 중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일로 인한 우리의 손실이 어느 정도라고?”

고요한 목소리.

김귀란의 목소리에 그녀의 앞에 있는 사람들, 한성가의 분석팀이 고개를 숙였다.

어제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로 인해 그녀의 심경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일, 잠시 김귀란의 표정을 살피던 전진호가 빠르게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일단 직접적인 손실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동안 진행해 오던 프로젝트이 올 스탑되긴 하겠지만 이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사료됩니다.”

순간, 그녀의 눈이 전진호를 향했다.

“그래?”

그녀의 눈에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 침을 꿀꺽 삼킨 전진호, 그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저희 회사와 태국의 연관이 적은지라.”

확실한 정보, 그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쯤 되자 김귀란의 얼굴에서 굳은 기색이 많이 사라졌다.

회사에 피해가 없다.

그것만큼 그녀가 듣고 싶었던 말도 없었으니까.

“하긴, 그쪽이랑은 관계가 없으니. 쯧, 그나마 다행이로군. 좋아 그럼 다른 태국의 IMF로 인한 국내의 영향은?”

그러자 분위기가 조금 환기되었다.

한성가 내에서 그녀가 가지는 힘은 절대적이었으니까.

“네. 일단 청와대 피셜로는 거의 영향이 없을 거라는 피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 가지 않았다.

전진호의 대답을 들은 김귀란의 시선이 이내 차가워진 것이다.

“진호.”

“네 회장님.”

“그치들이야 언제나 괜찮다고 하지.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놈들이 아니야.”

가볍게 전진호를 바라본 김귀란이 손가락을 쪽 편 채 입을 열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1, 2, 3등의 피셜이지.”

순간, 전진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1, 2, 3등의 피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삼두마차 현대, 삼성, 대우. 그들의 현재 대응이었다.

그러자 전진호가 표정을 굳힌 채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충복으로서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을 실수라 생각한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괜찮아.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김귀란 그녀가 말을 덧붙였다.

“두 번만 안 한다면 말이야.”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전진호, 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일단 정회장님 댁에서는 특별한 뉴스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대북 사업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거랑 자동차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시고 계시다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대우 김우중 회장님이야 아시다시피 매일 같이 미주로 러시아로 다니시느라 바쁜 상태이십니다. 요즘 들어 자금사정이 조금 경색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리 큰 영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워낙 정력적인 분이시니까요. 다만….”

전진호의 말, 그 말에 김귀란이 슬쩍 시선을 던졌다.

“뭔가 이상한가?”

“아무래도… 삼성 이 회장님 쪽 사람들이 요즘 좀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소문입니다.”

전진호의 말에 김귀란의 몸이 앞으로 향했다.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요즘 들어 그쪽 전략 기획실 인원들이 회장님 댁으로 불려가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또 그쪽 부서 인물들의 해외 출타도 그 빈도가 늘어났다고 했고요.”

그러자 잠시 고개를 끄덕인 김귀란 그녀가 이내 전진호를 바라보았다.

이 회장 댁의 이상한 행동, 그 행동에 일정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디테일한 사항은 입수한 게 없나?”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쪽으로는 워낙 선이 가늘어서… 만들어둔 선도 정리 당한 상태라 디테일은 입수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긴 그 집안은 예전부터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었지. 좋아 계속 지켜봐. 만약 일이 일어난다면 세 집안들 중 한곳에선 분명히 티가 날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성가의 회의.

측근들만을 데리고 이뤄진 비공식 보고가 끝이 났다.

그리고 그렇게 간략한 보고를 마치려던 그때.

다른 이들이 빠져나간 걸 확인한 전진호가 고요히 김귀란에게 다가왔다.

“…회장님.”

“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전진호의 모습. 그 모습에 김귀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그러자 전진호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입수한 정보입니다만 아무래도 이번 일에 준영 도련님께서 끼어 계신 것 같습니다.”

순간, 김귀란의 포커페이스가 흔들렸다.

김준영.

자신의 막내 손자이자 자신의 목숨을 살린 녀석. 그 녀석이 이번 일에 끼어들어 있다고?

요즘 들어 제법 두문불출한다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기야 약간 당혹스러웠다.

“뭐? 그 녀석이 이번 일에?”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거야?”

“혹시 저번에 조지 소로스 그자가 입국했었던 것 기억하십니까?”

“소로스? 기억하지. 그때 그치가 평창동 쪽으로 왔다고 청와대 쪽에서 연락이 와서….”

기억을 헤아리던 김귀란의 시선이 움찔 거렸다.

“…설마 그때 그 녀석이?”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그때 소로스와 준영 도련님이 비밀리에 접견, 이번 일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못 말릴 녀석이로군. 이 할미한테는 일구일언도 없이. 그래 그놈 그럼 소로스 쪽에 붙은 건가?”

“그렇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구만. 그래 성과는 어떻고?”

김귀란의 표정에 일순 호기심이 들었다.

이번 일의 크기가 크기인 이상 그 성과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직까지 정확한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만 생각보다 좋은 성과는 거두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전진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부정적이었다.

일순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헤지펀드 놈들이 이긴 것 아니었나?”

“그게 아무래도 포장지를 열어 보기 전엔 모르는 일이라.”

“하긴 헤지펀드 놈들이 얼마를 벌었는지는 저기 미국 나랏님도 모르는 법이니까.”

그녀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불편한 기색.

그 기색을 확인한 전진호가 슬쩍 입을 열었다.

“명하신다면 알아보겠습니다.”

평소 그녀가 김준영을 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됐어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그녀를 거절할 뿐이었다.

“연락 한번 넣어 봐. 내가 좀 보자고 말이야.”

그렇게 대화를 마친 김귀란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때문에 전진호가 깊이 고개를 숙인 뒤 회의실을 빠져나가려던 그때.

“그나저나 진호.”

김귀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회장님.”

“…현재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지?”

순간 전진호의 표정이 의아한 기색을 띄었다.

“…네?”

그러자 잠시 표정을 굳힌 김귀란 그녀가 이내 ‘아차’힌 표정을 짓더니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됐어. 전화나 해 보게. 내가 좀 보자고 한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전진호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잠시 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이 평소라면 그녀의 입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을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녀석 돈을 메워 주려면 등골 꽤나 휘겠군.”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188화
[189 / 총381]

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188화

연재 총 3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