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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운수 좋은 날 (3)

"어쩌시겠어요? 이대로··· 프라이버시 지켜주실 거예요?"

내가 선택을 종용하자마자 화상의 시선이 이어진에게 향했다.

"이게 무슨···."

이어진이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척하면 척.

이쯤 되면 말하지 않아도 뜻이 통했다.

"말 그대롭니다. 김상교 작가가 어디 사는 지 알려 주시면 저희가 바로 사죠. 이 그림들."

"아니 왜 그렇게까지···?"

"아들이 그 작가의 작품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한 것 같거든요."

이어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순간, 화상의 표정이 빠르게 변했다.

의아, 당혹, 기대, 욕심.

아마 그의 머릿속은 복잡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생긴 선택의 순간, 자신의 입으로 말했듯 작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장기적인 이익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지금 바로 말해 주고 단기적인 이익을 택할 것인가.

어떤 것을 택해도 후회가 됐겠지.

하지만 그와 같은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지 나는 알고 있었다.

‘···욕심을 이기지 못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곳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이야기하던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까 상교가 어디 사느냐 하면···."

화상이 입이 봄날 나비처럼 가볍게 날뛰었다.

***

화방을 나온 우리는 김상교를 찾기 위해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보료는 약 300만 원 정도.

화방 한쪽 벽면에 있는 그림들을 모두 샀는데도 불구하고 그리 많은 금액이 들지 않았다.

대부분 젊은 작가들의 작품. 아직 이름값이 그리 높지 않은 작가들의 그림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뭐 운이 좋다면 이중에 유명해지는 작가의 작품이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에야 그저 보기 좋은 떡에 불과하지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당첨인 것이 확실한 복권을, 그것도 어마어마한 금액이 적혀있는 파워볼 복권을 단돈 300만 원에 샀다는 것, 그것이 중요했다.

이제 이 복권을 찾아 그것을 지키기만 하면 내 앞으로 어마어마한 수익률의 금덩어리가 굴러들어 올 테니까.

"아저씨 어디로 가야 해요? 차 타고 가야 해요?"

"어? 아니 낙원동이니까 여기서 별로 안 떨어져 있어. 걸어가면 금방이야."

"그래요? 잘 됐네요. 빨리 가죠."

나는 이어진을 재촉했다. 금덩이를 맞을 생각이 마음이 급했다.

"좋아 따라와. 이쪽으로 가야 빨라."

그런데?

막상 도착한 곳의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둑어둑한 골목.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회색의 건물.

눈이 닿는 곳마다 보이는 부서진 자국이 상흔처럼 남아 있고, 연탄보일러를 때는 집 특유의 검은 검댕들이 건물 이곳저곳 묻어있는 곳.

마치 공포 영화 속 한 장면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모습의 건물이 우리 눈앞에 자리해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 여기··· 맞아요?"

"어,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371-71번지. 화방 주인이 준 주소상으로는 아무래도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아니 이런데서 사람이 살 수 있어요?"

"뭐···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집이 있고 주소가 있겠지··· 나름 달동네랑 비슷하지 않을까?"

"에휴··· 제가 달동네 살아 봐서 아는데. 여기에 비하면 달동네는 아방궁이에요."

"그, 그런가?"

나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적어도 달동네에 살면 빛은 풍족했다.

겨울이면 얼어 있는 얼음 때문에 언덕을 오르는 것이 죽도록 힘들긴 하지만, 적어도 빛은 충분히 본다. 그런데 이곳은······.

‘마굴이잖아···.’

아까 본 광경도 그렇고 또 화방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 있어서 김상교의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건 해도 정말 너무했다.

주변에 있는 건물들의 그림자 속.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도시 속의 섬.

이곳에 살면 건강한 사람도 곧 병에 걸릴 것 같은 그런 비주얼이었다.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분위기야···.’

하지만.

들어가야만 했다.

보물을 찾기 위해선 땅을 파야 하듯, 김상교라는, 171,000배의 수익을 가져올 다이아몬드를 낳는 거위를 손에 넣기 위해선.

"···들어가죠. 371-71번지라고 했나요?"

"어, 그렇지. 그런데··· 어휴 그래 가자 가. 설마 뭐가 나오겠어?"

그렇게 우리는 두려움을 꾹 참고 화방 주인이 알려 준 집을 찾아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여기 371-17번지 있는데 여기 아니에요?"

"아니야. 여긴 371-17번지. 71번지는 좀 더 골목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여기서 더요?"

"어, 우리 생각보다 더 깊숙이 있나 봐."

그렇게 잠시 동안의 혼돈 끝에 우리는 두려운 느낌을 주는 골목에서도 제일 빛이 닿지 않는 곳, 제일 낮은 곳에 자리한 김상교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371-71번지."

"네··· 그러네요. 그런데···."

"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 이야··· 이건···이때껏 본 집들 중에서도 최악이네."

나와 이어진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만큼 김상교의 집.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371-71번지는 최악이었다.

‘여기가 낙원이면 달동네는 천국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이미 내친걸음이었다.

"···일단 노크해 볼게요."

"그··· 그래 조심하고."

에휴, 이런 일은 어른이 딱 나서서 하면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이어진은 질린 얼굴로 한 걸음 물러서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모양. 어쩔 수 없이 나는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검정색 매직으로 거칠게 ‘371-71번지’라고 쓰여 있는 녹슨 철문을 두드렸다.

쿵쿵-

하지만.

"······"

문 앞쪽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약간의 정적.

이어진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없나?"

"···다시 한번 해 볼게요."

쿵쿵-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없는 건가?

내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서자 이어진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이 사람 설마 주소 잘못 알려 준 거 아니야?"

아무래도 화방주인이 잘못된 주소를 알려 준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 지금까지 고생을 한 것 모두가 소급되어 분노로 치환된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어요? 우리가 돌아가면 돈을 게워내야 할 걸 뻔히 알 텐데."

"아니야 그 사람. 얼굴에 욕심이 덕지덕지 묻어 있어서···."

그런데 그때.

철컥-

짙은 정적을 뚫고 격철이 마주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끼이익-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순간, 나와 이어진의 시선이 열린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누··· 누구세요?"

겁에 질린 모습의 김상교였다.

***

"죄, 죄송합니다. 전 또 집 주인이 밀린 월세를 내놓으라고 하는 줄 알고···죄송합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김상교가 허둥지둥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까 전부터 지금까지 거듭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두 번이나 우리의 노크를 무시한 것이 내심 미안한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저희 잘못이죠. 그런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아, 예 예. 괜찮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이어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김상교가 방 안쪽으로 우리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이젤 옆에 자리한 두 개의 나무 의자.

불편했지만 작은 방안에서 앉을 것이라곤 그것뿐이었다.

그때.

"저 차는 어떤 걸로···?"

김상교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집에 온 손님. 나름 접대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내가 슬쩍 이어진을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능숙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흐음··· 차는 뭐가 있죠?"

"저, 그게 사실은 보리차 밖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입에 붙은 사람이네.

다시금 고개를 숙이는 김상교를 향해 이어진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습니다. 역시 겨울엔 시원한 보리차죠. 준영아 안 그래?"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보리차 좋아해요."

그러자 어색하게 굳어 있던 김상교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아, 그,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더니 허둥지둥 방 한쪽에 있는 싱크대로 가 컵을 씻더니, 렌지 위에 있던 주전자에서 보리라를 따르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냉장고도 없는 모양이었다.

뭐 겨울이니 보리차가 상했을 리는 없지만···.

‘생각보다 더 열악한데?’

그사이, 나는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의 방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희미한 형광등 하나에 의지해 있는 작은 방.

많이 쳐 줘 봐야 5평 남짓해 보이는 방 한쪽에는 성인 하나가 누우면 가득 찰 듯한 작은 간의 침대 하나가 놓여있고, 그 옆으로 손때가 가득 묻은 이젤, 스케치가 그려져 있는 캔버스 자리해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이런저런 유화물감들이 묻어 있는 팔레트와 수십 개가 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통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유화용 시너(thinner)통들과 내가 산 <귀화(鬼火)>와 비슷한 구도, 비슷한 색감의 그림들 십 수 개가 자리해 있었다.

수십, 수억 원짜리 그림들을 바로 옆에 두고도 이런 집에 산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어쩔 수 없지. 그가 유명해지는 것은 그가 요절한 지 한참이나 지난 뒤에 일이니···.’

그런데 그때.

쿨럭- 쿨럭-

보리차를 준비하던 김상교가 갑자기 몸을 움츠린 채 거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마른기침이 아닌, 폐 속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젖은 기침이었다.

"저, 작가님 괜찮으세요?"

그 모습을 본 이어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김상교가 약간은 파리해진 얼굴로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쿨럭··· 아 네네. 죄송합니다. 요즘 감기가 조금···."

감기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이어진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슬쩍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김상교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그 또한 알아차린 것 같았다.

‘이거 최대한 빨리 병원 데려가 봐야겠어.’

그런데 그렇게 내가 한시라도 빨리 그를 데리고 병원에 갈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자 드시죠. 대접이 변변치 않아 부끄럽습니다."

김상교가 보리차 세 잔을 쟁반에 담아 가져왔다.

"아닙니다. 갑자기 찾아왔는데 이정도 대접이면 감사할 따름이죠."

그렇게 우리는 김상교가 내온 보리차를 마셨다.

그리고 잠시 뒤.

탁-

반쯤 남은 컵을 내려놓은 이어진이 천천히 오늘 우리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작가님. 오늘 저희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작가님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자신 몫의 보리차를 마시던 김상교가 컵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시고···?"

의문 섞인 김상교의 물음에 이어진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귀화 아시죠?"

"아 네. 물론이죠. 혹시···"

그의 말에 이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그림 저희가 샀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냥 그 그림 하나로만 만족할 수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화랑 주인 분한테 여쭤보고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죠."

김상교가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네. 그만큼 작가님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씨익 웃으며 말하는 이어진의 모습, 그 모습에 김상교가 고개를 푹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을 들어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한동안 이런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긴 한 달에 그림 두 점 파는 무명화가, 그에게 이런 칭찬을 해 주는 사람은 없었겠지.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네. 작가님.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작가님."

"네···?

"저희는 작가님을 후원하고 싶습니다. 어떠신가요?"

이어진의 말에 김상교의 눈을 크게 떴다.

"네에?"

그리곤 커진 눈으로 나와 이어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그러니까 지금··· 저, 저를 후원하시고 싶다고요? 그냥 그림을 사러 오신 게 아니라요?"

"네. 저희는 김상교 작가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원하려고 합니다. 대신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우선권을 저희가 가진다는 전제하에요."

이어진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 달 그림 2장 팔기도 어려운 화가. 생각이 있다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순간,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다이아몬드를 낳는 거위가 우리에게 날아오는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

김상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말이었다.

"아··· 이거 어쩌죠··· 저 이제 그림 못 그리는데···."

아니 이건 또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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