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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과거의 내가 아니다 (1)

서울시 성북구 미아동 달동네.

나는 등교 준비를 마친 뒤 집을 나섰다.

"그럼 엄마 다녀올게요!"

"도시락 가지고 가는 거지?"

"당연히 챙겼죠."

어머니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오자 정말이지 손에 잡힐 듯 맑은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2019년도의 매캐한 공기, 중국발 미세먼지에 찌든 더러운 공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맑은 공기였다.

"준영아! 엄마가 카레 끓여 놓을 테니까 학교 갔다가 와서 꼭 먹어!"

"네! 알았어요!"

나는 문밖으로 흘러나온 어머니의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날 듯이 달동네 골목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어 준영아 벌써 학교 가는 거야? 엄마는? 아직 출근 전이야?"

우리 어머니와 베프인 씽씽 슈퍼 아줌마.

"야 인마 좀 천천히 다녀 그러다 넘어질라."

자전거의 달인 명보쌀집 아저씨

"허허 준영아 요즘엔 어째 발길이 좀 뜸한 것 같다? 할아버지가 돈 안 받을 테니까 뽑기 하러 와 응?"

항상 아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어렸을 때부터 나를 귀여워해 주시던 청와문방구 할아버지.

골목을 지나치며 만난 모두가 나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대부분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오던 사람들.

모두가 처음 만나면 밥은 먹었냐며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들이었다.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골목을 내려가자 서서히 등교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 곧 학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아국민학교]

현생은 물론 전생에서도 내가 다닌 학교, 하지만 과거에는 차마 찾아가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어 준영이! 안녕!"

학교에 들어서자 그동안 낯이 익은 학년 친구들 몇이 내게 알은 체를 해 왔다.

아무리 아직 어린아이들이라고 하더라도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에 되도록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번 시험 잘 봤어?"

"어? 하하 뭐 그럭저럭?"

그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나는 3학년 1반 교실에 들어섰다.

드륵-

그러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의자들과 한쪽에 붙어 있는 시간표.

칠판 위에 적혀 있는 당번들의 이름.

교실 한쪽에 세워 놓은 기름걸레들과 새하얀 분필가루가 묻어 있는 지우개 털이의 모습.

그리고 그 뒤쪽으로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쉴 새 없이 펜을 움직이고 있는 김자영의 모습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평소 나보다 일찍 학교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하지만 뭐 별다를 것은 없었기에 가볍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오늘은 일찍 왔네?"

"응."

그러나 그 외에 다른 대화는 없었다.

녀석은 나와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문제지를 풀 뿐이었다.

‘거 참. 국민학교 3학년인 애가 대단하네.’

다른 애들은 문제지는커녕 시험지도 보기 싫어하는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천천히 가방을 열어 매일경제, 한국경제, 중앙일보 이렇게 세 부의 신문을 꺼내 천천히 읽기 시작, 특징적인 사건이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일에 체크를 해 나갔다.

‘······5월 5일.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정에 따라 4급 이하 공직자 대상 재산등록이 일제히 실시되었다. 이번 시행령은 지난 김영삼 대통령 반부패 정책의 일환으로서······.’

‘···샤를그룹은 33개 계열사를 29개로 축소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룹을 정비 내수 유통시장을 타겟으로 한 새로운 유통 구조를······.’

요즘 들어 시간이 날 때면 신문이나 기타 경제 잡지 같은 것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과거 내가 알고 있던 세상에 대한 지식이란 정말 약소한 것이었기 때문에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주식,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계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더더욱.

물론 처음엔 깨알 같이 빽빽한 글씨와 각종 한자어 외래어들 때문에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았지만, 한두 달 정도 이런 생활이 계속되자 이것도 점점 적응이 되는지 요즘 들어선 신문을 읽는 것이 나름 재미가 붙고 있었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아직은 즐길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냥 알기 위해 힘겹게 배움을 갈구하는 정도는 벗어난 것 같았다.

잠시 뒤.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실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아침의 고요함은 어디론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왁자지껄한 소란이 대신 차지했다.

"야! 김태경! 딱지 가져와! 이번엔 내가 너 무조건 뽕빨낸다!"

"뽕빨은 무슨. 덤벼! 내가 오늘 아주 끝장 내 줄 테니까!"

"저기 재진아 오늘 너네 집에 게임보이 하러 가도 돼?"

"어? 안 돼 오늘 또 재철이 온다 그랬단 말이야."

"선생님 오기 전까지 레슬링 하자! 나는 헐크 호건!"

"그럼 나는 랜디 세비지!"

"나는 얼티밋 워리어!"

이쯤 되자 여기가 학교인지 놀이동산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준영아. 뭐해?"

누군가 조심스럽게 내 어깨를 두드렸다.

신문을 내려놓으며 슬쩍 돌아보자 새하얀 얼굴에 제법 이쁘장한 여자아이 하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아영. 이쁘장한 외모에 집도 잘 살아 이 당시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제법 유명했던 아이였다.

뭐 듣기로는 나중에 스튜디어스가 됐다던가?

아무튼 평소에는 나와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은 사이라 약간 의아했다.

"어? 그냥 신문 좀 보고 있어. 왜?"

"우와 그래? 준영이 너 신문도 봐?"

"어. 이번에 엄마가 넣어 주셨어."

사실은 이어진이 넣어 준 거지만.

"그래? 대단하다. 난 글자만 보면 맨날 졸리던데."

"뭐 계속 보다 보면 재미있어.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이고··· 그나저나 왜? 무슨 일 있어?"

내가 묻자 박아영이 그 큰 눈을 깜박거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준영아. 너 내일 내 생일에 올 수 있니?"

"어? 생일?"

"응. 미아 삼거리에 있는 베니건스 있잖아 거기서 할 건데··· 올 수 있으면···."

박아영이 말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봐도 내일 자기 생일에 와 달라는 것 같다.

‘흐음······.’

안 그래도 종전에 전교 1등을 한 것 때문인지 이런 요청들이 자주 들어오고 있었다.

특히나 같은 반 친구들보다 그 녀석들의 학부모들이 더욱 극성이다.

물론 37살의 정신으로 어린 아이들의 생일파티에 참여해 노는 것도 고역이라 되도록 거절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우관계를 완전히 포기하고 살수도 없는 형편이라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나 나중에 크게 성공하게 될 친구들의 생일파티에는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박아영이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박아영은 약간 의외였다.

평소 나와 그리 친하지 않은 것은 물론, 나 같은 달동네 학생들과는 약간 거리감을 두고 있던 부촌 아이들 중 한 명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미안. 요즘 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초대를 거절했다.

그러자 박아영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내가 자신의 초대를 거절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저, 정말 안 돼? 너까지 이미 예약 다 해 놨는데."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보자 약간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며칠 뒤에 있을 큰 사냥을 준비해야 할 때.

수십억이 넘는 돈이 걸려 있는 판국에 그런 곳에 쓸 정신은 없었다.

"나중에 갈 수 있으면 갈게. 생일 축하해."

그러자 박아영이 잠시 당황, 얼굴을 붉히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들뜬 표정으로 ‘고마워’라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꼭 다른 애들과 파티할 때가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시간되면 언제든 와 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다시 신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법 미안하긴 하지만 며칠 뒤 큰 사냥을 시작하기 위해선 적어도 오늘 밤 안에 사냥에 필요한 주식들을 정리해 놔야만 했다.

물론 투자의 세부적인 사항들은 이번에 포섭한 이어진이 짤 것이지만 기본적인 얼개, 이어진이 알 수 없는 미래 정보들을 통한 틀은 내가 만들어 두어야만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삼성화재, 신세계, 제일제당. 이 지주회사 3인방은 무조건 매수해야 할 회사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 회사들에만 돈을 집어넣을 순 없지. 그렇다면······.’

그렇게 오늘 하루가 무난히 지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에너지가 점점 사그라져 가던 4교시 쯤.

음악실로 아이들을 부른 노처녀 음악 교사의 입에서 충격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나의 평온한 일상은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

"이번 음악 수행평가는 악기 실습이야."

순간, 미아국민학교 3학년 1반 학생들 대부분이 패닉에 빠져 버렸다.

"네? 악기 실습이요?"

"그래. 이번엔 다른 때처럼 대충대충 안 보고 확실하게 볼 테니까 다들 준비해."

아니 서울 변두리 미아동에 자리한 국민학교, 이제 막 학교 적응을 마친 3학년 학생들이 악기를 다뤄봐야 얼마나 다루겠는가.

그나마 다룰 줄 아는 것이라곤 리코더나 멜로디언뿐인데 그런 애들을 데리고 연습도 안 시키고 실습을 수행평가로 시키겠다고?

뭐 그나마 공평하게 같은 악기 같은 노래로 한다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선생님!"

"어? 왜 자영아?"

"피아노 쳐도 되나요?"

그나마 있는 집 자식들은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것이다.

"물론 되지. 할 수 있으면 하프를 가져와도 돼."

음악 교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학생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악기나 곡에 따른 차이는 없으니까 다들 안심해. 너희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나 선생님은 그것만 볼 거야."

염병 퍽이나 그러겠다.

아마 대놓고 편파적으로 주기 뭐하니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거겠지.

그러고 보니 과거 저 선생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피아노나 다른 악기들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 대부분이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 반해 피아노나 다른 악기들을 다룰 줄 아는 아이들은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배알이 꼴렸다.

하지만 뭐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 시대엔 저런 교사들이 비일비재. 내가 저 교사와 싸워서 얻을 것이 없었다.

뭐 음악 수행평가 정도야 내가 1등을 차지하는데 별 영향도 미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내가 막 리코더와 멜로디언 중 어떤 악기를 할까 고민하고 있던 그때.

"김준영."

갑자기 음악이 나를 불렀다.

"네?"

"집중 안 해? 아무리 전교 1등이라도 수행평가 못 보면 성적 떨어질 수 있어. 선생님은 전교 1등이라고 봐주고 뭐 그런 거 없어. 알지?"

순간, 나는 보았다.

음악의 입가에 붙어 있는 비틀린 미소를.

그러고 보니 과거, 저 선생은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전부터 나를 싫어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한테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 거야?

하······.

나는 나를 바라보는 음악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잠깐 과거의 내가 아니라는 걸 보여 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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