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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충격요법 (1)

학교가 파한 오후, 나는 1990년대 우리나라의 카페의 대표격인 '카페 라리'에 도착했다.

딸랑-

문을 열자 보이는 풍경, 그것은 1990년대 카페의 전형적인 모습.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나 ‘눈 내리는 밤’을 복제한 그림들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카페 벽 군데군데 ‘그랑블루’나 ‘보디가드’ 같은 외국 영화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분명 내가 기억하는 카페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 흔히 ‘별다방’으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모던한 분위기와는 다른, 왠지 정감이 가는 모습의 분위기였다.

‘이 당시 카페는 이런 모습이구나.’

나는 낯설지만 왠지 마음에 드는 카페의 모습을 확인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카페 안쪽, 익숙한 모습의 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이 배우는···."

그것은 ‘그대 안의 블루’라는 제목의 영화 포스터.

과거, 그러자 그곳에는 분명 회귀하기 전 유명했던 노년의 배우가 청년의 얼굴로 웃고 있는 모습의 포스터였다.

그걸 보니 새삼 내가 과거로 오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가 기억하는 그의 얼굴에는 지금의 포스터에서는 볼 수 없는 잔주름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도 이땐 젊었네.’

그러고 보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은 이것뿐 만이 아니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 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고요한 실내에 흐르는 김광석의 노래.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수십, 수백 번을 넘게 들었던 김광석의 목소리에 나는 오스스 소름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분명 내 나이 서른 즈음에 들었던 노래. 그때 잘린 팔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그 노래가 1993년 지금 이 순간 내 귓속으로 들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

그러자 잠시 과거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이분도 아직 살아계시겠네. 어머니도 이분 노래 참 좋아하셨었는데.’

하지만 마냥 좋은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코끝을 찌르는 자욱한 담배연기.

가만히 주변을 바라보면 테이블 사이사이에서 하얀 실지렁이 같은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하긴 이 시대에는 극장이나 박물관,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 아직 담배의 유해성이 널리 알려지기 전의 시대였다.

‘카페 안에서 담배라니··· 2019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네.’

하지만 그 외에는 2019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정장을 입은 서버들의 태도는 정중했고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들은 어느 시대에나 뜨거웠다.

······커피 향기가 좋은 것도.

그렇게 나는 이 시대의 카페의 모습을 확인하며 천천히 카체 안으로 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러자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잠깐씩 나를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 당시의 카페란 어른들의 전유물, 그것도 제법 여유가 있는 이들의 공간인 만큼 나 같은 어린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카페에 들어온 것이 제법 놀라운 것 같았다.

"어린애 혼자 왔잖아?"

"어? 그러게? 부모님이랑 같이 왔나?"

"그렇겠지. 아무렴 애 혼자 왔겠어? 애가 무슨 커피 맛을 안다고."

알아요 아저씨.

나는 나를 바라보며 수근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슬쩍 쓴웃음을 새기며 카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창가 쪽 자리에 앉은 뒤 문을 받으러온 아르바이트생에게 커피를 주문, 커피를 기다렸다.

"어? 부모님은 언제 오시니?"

"···저 혼자 왔는데요?"

"어, 어? 그, 그래? 그럼 주문은 뭘로······?"

"혹시 콜드브류 있나요?"

"콜드브류? 그게 뭐야? 음료수?"

"······그냥 커피 주세요. 원두는 에티오피아로요."

뭐 주문을 받은 직원이 제법 당황한 것 같긴 하지만 아무렴 어때.

회귀 전 제법 커피를 좋아했지만 지난 몇 달간 커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커피에 대한 욕구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어머니께서 어린아이가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내가 커피에 눈독 들이는 것을 원천 봉쇄하셨기 때문이었다.

‘엄마 나도 커피 한입만······.’

‘뭐어? 커피이? 안 돼! 어린애가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진단 말이야! 엄마가 우유 데워 줄 테니까 그거 마시자. 응?’

‘······하아···.’

아니 어린애가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니. 선풍기를 켜 놓고 자면 질식사할 수도 있다는 도시전설급의 선입견이었다.

잠시 뒤.

"정말 마실 거야?"

직원이 신기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불편하게 떨리는 그녀의 입 꼬리를 보니 ‘설마 내가 마시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잘 마실게요."

나는 천천히 커피잔을 들어 커피를 마실 뿐이다.

꿀꺽-

순간, 오랜만에 맛보는 커피의 맛과 향이 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아······."

순식간에 내 몸 안으로 파고드는 커피의 향과 맛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동안 어떻게 이 맛을 잊고 살았나 싶을 정도였다.

‘어머니만 아니었으면 매일 마셨을 텐데.’

그런데 그때.

딸랑-

맑은 종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 카페의 입구 쪽을 살펴보자,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커피숍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어진.

그가 바로 내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였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이어진을 향해 살짝 손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내 모습을 확인한 이어진이 만면에 미소를 띠우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야아아아아! 준영아! 오랜만이다! 진짜 반가워!"

조금 격하고 빠르게, 내가 있는 곳에 다가온 이어진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곤 내 손을 잡고 위 아래로 붕붕 흔들기 시작했다.

"야이! 좀 놀러 오라니까. 그동안 한 번도 안 오고. 얼굴 잊어버리겠다. 왜 그동안 한 번도 객장에 안 왔어!"

누가 보면 정말 오랫동안 만난 사람인 줄 알겠다.

하긴, 그로서는 4월 한 달 동안 아파트 한 채 값이 넘는 돈을 번 것이었으니 이런 모션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갔다.

내가 아니었다면, 나라는 변수가 아니었다면 그가 자신의 자서전에 써 놓았던 대로 주식을 사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이어진에게 적당히 대답하며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이어진의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쏠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앉아서 이야기 하죠."

그러자 잠시 주변을 돌아본 그가 아차 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더이며 자리에 앉았다.

"아, 미안미안 너 얼굴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그만..."

"됐어요. 뭐 드실래요?"

"아 난 그냥 커피. 후우 뛰어왔더니 땀이 다 난다."

나는 슬쩍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그리곤 아이스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이어진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어진이 고맙다는 말을 하며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 내리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너······ 진짜 어떻게 안 거야?"

나는 슬쩍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대꾸했다.

"만우제강이요?"

"어. 그거 어떻게 딱 7배가 나올 줄 알았어? 너 설마···?"

말을 흐린 이어진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뻔했기에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만우제강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으시는 거라면. 아니에요."

"아니 그럼 어떻게 안 거야? 이번에 나온 와이어로프(W/R) 사출 공법은 만우제강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기밀이었는데."

"그건······."

나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 오늘 그를 부른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그것은 이어진. 훗날 을지로 천리안이라 불리는 주식 투자의 귀재. 그를 온전히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라면 현재의 내가 가진 한계, 10살이라는 나이 때문에 내가 직접 처리할 수 없는 것들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현 시대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들, 투자의 디테일한 부분이나 내가 개입함으로써 천천히 바뀌어 갈 시대의 흐름들에 적절히 대처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뭐 문제는···.

‘10살짜리 꼬맹이의 말을 따를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지.’

뭐 과거, 신하와 군주의 관계가 일반적이었던 시대였다면 쉬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1993년, 신분이라는 제도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된 상황이었다.

그러니 섣불리 이어진에게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간신히 만들어놓은 그와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날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십중팔구는 그럴 테지. 현재 그의 입장에서 나는 그저 조금 특이한 어린 아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도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궁금한 사람 정도일 테니까.’

하지만 원래 모든 계획과 행동에는 위험과 대가가 따르는 법. 나태하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데 따르는 장기간의 위험과 대가에 비하면 그 위험과 대가는 훨씬 더 작았다.

‘두렵다고 해서 이 기회를 놓칠 순 없겠지.’

그러나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가 나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 10살짜리 꼬맹이라는 편견을 부수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천천히 설득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겠지만, 사람이 설득으로 편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듯이 설득으로 편견을 부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조금 다른 방법으로 그의 편견을 없애야겠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천천히 이어진을 바라보았다.

"정말 알고 싶으세요?"

그러자 이어진이 두 눈 가득 호기심을 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혹시 나한테 말 못할 만한 사정이 있는 거야? 그런 거라면 뭐···."

"아뇨. 말씀드릴게요. 단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라는 걸 미리 알아 두세요."

"아니 도대체 뭐길래 이리 무게를 잡아?"

이어진이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갑자기 무거운 분위기를 잡자 약간 불편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의도한 분위기.

나는 미묘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는 이어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시면서 들으세요."

"듣고 있어."

"사실······."

"······."

"전 한성가 사람이에요."

순간.

푸하학-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그것이 유전이나 가스 배관 같은 것은 아니다.

터진 것은 이어진의 입 속 가득히 들어 있던 커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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