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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선물 (1)

그 후로 며칠간 우리는 매일 인사동으로 향했다.

그동안은 나와 이어진이 맨땅에 헤딩을 하듯 화랑들을 돌아다니며 내 눈에 띄는 작품들을 찾는데 전력했지만, 이젠 전문가.

오랫동안 인사동에 살며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기 위해 밥까지 굶어 가며 그림을 공부하던, 그리고 현재 실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가 우리를 안내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인사동에 있는 화랑들 중에 제일 유명한 곳은 두 곳입니다. 현대화랑이랑 명동화랑. 그런데 어떤 작품들을 주로 보고 싶으신 거죠?"

"왜요? 무슨 차이가 있나요?"

"아 그게 화랑들마다 추구하는 그림 스타일이 조금씩 다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그림들을 보고 싶으신지에 따라 가야할 곳이 좀 달라지죠."

"흐음··· 그럼··· 일단 지금은 저평가 되어 있는 작가. 하지만 그 능력이나 잠재력만은 뛰어난 작가. 지속적인 관심만 있으면 대성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보고 싶습니다."

"그런 작가들이라면··· 좋습니다. 그럼 일단은 명동화랑 쪽으로 가는 게 좋겠네요. 아무래도 현대화랑 쪽은 네임밸류가 있는 작가들이 주로 전시되니까요. 따라 오시죠. 명동화랑 쪽 사람들과는 나름 안면이 있는 편이라서요."

덕분에 나와 이어진은 전보다 한결 수월하게 나중에 뜰만한 작품들, 포텐셜은 충분하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일단 여기 있는 작가들 대부분이 아직 이름이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입니다. 여기 이 작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어? 김정현 작가? 이 작가 그림이 이 가격에 나왔어? 이 작가 그림 빨리 사야 합니다.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작가의 그림은 인물을 누드로 표현한 후 서양의 콜라쥬와 동양의 수묵담채 기법을 합일, 독특한 대비성을 주는 그림이거든요. 한마디로 유니크하다는 말이죠."

"이운보 이 작가··· 그 사람 그림은 안 보는 게 좋습니다. 스킬 자체는 괜찮은데 작품 안에 담고 있는 주제의식이 습자지처럼 얇거든요. 뭐 눈속임은 잘하는지라 가격은 그럭저럭 나오는 모양이지만··· 아마 얼마 못 갈 겁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심한 화가 그 자체였던 김상교는 자신의 주 분야가 나오자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를 띄며 청산유수, 어디에 감추고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의 달변으로 그림들을 설명해 주었다.

"이쪽에 보이시는 강영구 작가의 그림을 보시면 붓 자국 없는 사진 같은 사실주의를 연출하려고 에어 스프레이를 쓴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쪽을 보시면 최여진 작가의···."

뭐 아는 것이 없는 나와 이어진이야 그저 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끄덕할 뿐이고.

덕분에 많고 많은 그림들 중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점점 이름값이 높아지고 있는 작가.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 대성할 만한 작가.

그리고 지금은 이름이 좀 있지만 거품이 심하게 끼어 있는 작가들을 매우 수월하게 골라낼 수 있었다.

‘···이거 나랑 이어진 둘만 왔으면 그냥 멍하니 있다가 갔겠는데? 어휴 그러고 보면 <귀화(鬼火)> 하나 찾은 것도 진짜 운이 좋은 거였어.’

물론 처음엔 예술가의 시야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작가와 작품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김상교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작품들 중 내가 이름을 알고 있을 만한 작가, 전생에 몇 번인가 스쳐지나가며 보았던 작품을 그를 통해 또다시 확인하면서 김상교의 식견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김한기 작가 그림이랑 이우한, 이상진 작가 그림은 무조건 사야 합니다. 김한기 작가 그림 같은 경우엔 벌써 10년째 똑같은 주제의 그림을 연마해 오고 있는 중인데 아마 제가 보기에 조만간 대박을 칠겁니다. 푸른색의 사용 하나만큼은 정말 입신의 경지에 오른 분이거든요. 그리고···."

더군다나 그가 추천한 작가들. 꼭 사야만 한다고 목 놓아 부르짖던 그림들의 대부분이 그들의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매우, 몹시, 정말 싼 가격이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얼마 전에 샀던 <귀화(鬼火)>보다 싸거나 아니면 조금 더 비싼 정도?

대부분은 내가 들고 온 현금 하에서 결제가 될 정도였다.

좋은 그림들을 터무니없는 헐값에 살 수 있어서 기쁜 것도 잠시, 어쩐지 약간은 서글픈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좋아요. 살게요."

"응? 아 김한기 작가님 그림?"

"아니요."

"그러면··· 혹시 이우한 작가님 그림?"

"아니요."

"어? 그럼?"

"지금까지 말씀하신 작품들 모두 다요. 전부 다 살게요."

"뭐어?"

어차피 오를 그림이라면, 그리고 그 가격이 놀랄 만큼 싸다면 닥치는 대로 사 놓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비록 지금은 높지 않은 가격대의 그림들이었지만, 존버하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다.

떨어질 팀은 떨어지고 오를 그림은 오른다.

이 간단한 명제가 바로 내 투자 모토가 된 것이다.

"전부 다 해서 얼마죠?"

"아··· 그게··· 처··· 천만 원 정도?"

"생각보다 더 저렴하네요."

"아니아니··· 좀 더 안 둘러보고?"

"어차피 살 건데요 뭐. 그냥 결제하러 가죠."

내 패기로운 말에 이제는 나의 피고용인이 되어버린 김상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결과.

[김한기 <푸른색 전면 점화, 3-II-72 #220>]

[이우한 <조응 : Dialogue 13>]

[이상진 <해안 속의 아픔 2-12>]

[강영구 <고흐 초상 2>]

[김정현 <폼생폼사 : 순정남>]

.

.

예전이었으면 꿈도 꾸지 못한 작품들.

100여점이 넘는,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림들이 김귀란의 저택에 있는 내 방 이곳저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제법 넓은 방. 아니 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30평대 아파트 크기만 한 공간 안에 수십 점이 넘는 그림들이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보면 그림 못 봐서 환장한 사람의 방처럼 보이는 모습.

그림에 한이 맺힌 사람의 집착을 보여주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일단 방 안에 있는 작은 방들에는 꽉 차 있고 침대에 있는 것만 해도··· 한 스무 점쯤 되네.’

벌써 어지간한 갤러리 한 채를 통째로 옮겨온 듯한 광경.

하지만 문제는 여기 있는 그림들이 내가 산 그림들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곳 말고 잠실에 있는 어머니 집에도 이미 한 트럭이 넘는 그림들을 쟁여 놓았다.

저택에 있는 방이 크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그림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크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뭐 중요한 그림들은 죄다 여기 모아두었지만 말이야.’

물론 내가 산 그림의 수량이 수량인 만큼 처음엔 다소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니 도련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 집사님. 보시다시피 오랜만에 쇼핑을 좀 했어요.’

‘···아니 이 그림들 전부를 말입니까? 옷 같은 게 아니라요?’

‘네. 옷이야 뭐 안 그래도 많은데요. 아 맞다 그리고 좀 있다가 그림 실은 트럭 한 대 더 올 테니까 오면 말씀 좀 해 주세요. 아셨죠?’

‘네? 도련님? 도련님?’

하지만.

지난 며칠간 내가 지속적으로, 수십 점이 넘는 그림들을 저택으로 가지고 오자 이젠 다들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었다.

‘도련님. 오늘 또 인사동에 다녀오신 건가요?’

‘네. 오늘까지만 가고 한동안은 안 갈 것 같아요.’

‘아 그러셨군요. 그럼 오늘은 그림을 안 사오신 건가요?’

‘아뇨. 사긴 샀죠. 그런데 꽤 적어요. 한 스무 점 정도?’

‘아, 그, 그러시군요. 고생하셨겠습니다.’

재벌 3세.

술, 마약, 여자 등등 일반적인 재벌 3세들이 저지르는 충격적인 행위들에 비하면 그림 좀, 아니 조금 많이 사 모으는 행위 정도는 이해 가능하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마 철없는 어린아이의 낭비 정도로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들 중 단 한사람이라도 내가 가진 그림들의 진정한 가치를 안다면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저 그림들 중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작품들의 가치만 해도···

[김한기 <푸른색 전면 점화, 3-II-72 #220> 2016. 홍콩소더비옥션에서 63억 2천만 원에 낙찰]

[이우한 <조응 : Dialogue 13> 2017. 서울옥션에서 45억 원에 낙찰]

[이상진 <해안 속의 아픔 2-12> 2017. 도쿄중앙옥션에서 21억 원 낙찰]

.

.

[김상교 <귀화(鬼火)> 2018. 홍콩크리스티옥션 85억 5천만 원에 낙찰]

한화 가치로 무려 500억 원.

내가 그림들을 구매한데에 들어간 돈이 5,000만 원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약 1000배의 수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그림들의 가치가 그만치 뛰려면 다른 그림들이 적당히 시장에 풀려 있긴 해야겠지?’

그래서 일부러 한 화가의 작품을 독점하지는 않았다.

해당 작가가 시장에서 자력으로 유명해질 기회는 줘야 하기 때문, 그래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것과 나라는 인물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 주는 것 정도?

‘한 작가 당 제일 유명한 그림으로 두세 점씩, 그 이상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야 나비효과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뭐 아무튼, 이렇게 해서 내가 쟁여놓은 그림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은 감히 견줄 수도 없는 엄청난 잠재 수익률을 자랑하게 되었다.

설사 나비효과 때문에 이 그림들이 예상만큼 가격이 뛰지 않는다고 해도 워낙에 투자한 자금이 소액이니만큼 내게는 피해볼 것이 없다.

그리고 만약 원래 유명해졌어야 할 그림이 유명해지지 않는다면 내 자본력으로 유명해지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니 애꿎은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앞으로의 계획을 잘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 금액이 책정되지 않은 그림들까지 포함하면··· 기대 수익이 훨씬 더 많아지겠지.’

거기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이 그림들 모두가 다 세금 걱정 없는 재산.

백두산 청정수만큼 맑은 50g짜리 마법 금고라는 것이다.

‘···뭐 액자 무게까지 생각하면 실제 무게는 그보다 더 무거울 테지만.’

괜히 재벌들이나 부패 정치인들이 예술품으로 자금 세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좁은 공간 안에 들어찬 그림들만 해도 어지간한 중소기업 십 수 개는 인수 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이제 남은 것은 이 그림들을 보관한 장소를 찾아 이 그림들을 전부 다 보관하는 것이었다.

원래 그림이란 열이나 습기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품.

미래의 가치를 위해 그 정도의 투자는 필수였다.

‘창고 하나를 빌려 개조해야 하나···?’

그런데 그렇게 내가 그림의 보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철컥-

하는 문소리와 함께.

"······이게 웬 난장판이냐?"

늙은 여왕의 목소리.

지난 한달 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던 김귀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나는 손에 든 귀화(鬼火)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풀어졌던 긴장이 바짝 조여진다.

이제 이 저택의 주인을 맞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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