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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216화   총알을 든 자 (3)

“회장님게 팔 게 있어서요.”

내가 말을 마친 순간.

정영주.

대한민국 재계서열 1위. 57개의 계열사. 자산총액 57조원에 달하는 그룹 현대의 총수, 그의 시선이 명확히 나를 향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팔 게 있다고?”

“네. 회장님.”

“하하 오랜만에 와서 하는 이야기치고는 꽤나 본격적이구만.”

정영주가 고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기본적으로 호감이 깔려있는 말, 나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시간은 금이니까요.”

그러자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정영주, 그가 이내 빙그레 웃음을 보였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내게 연락을 해 왔던 사람인 만큼 오랜만이라는 기간이 중요치는 않았다.

“그래. 우리네 같은 사람들은 그런 게 필요하지. 허례 따위는 장식이니까. 뭐 간혹 그걸 중요하게 여기는 치들도 있긴 하지만.”

정영주, 그가 청년 같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 시선은 명정한 장사꾼의 눈, 오랜만에 보는 지인의 눈이 아닌 거래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나저나 나에게 팔게 있다라… 좋아. 비싼 건가?”

“싸다고 하면 한없이 싸고 비싸다고 하면 한없이 비싼 거죠.”

내 말에 정영주가 재미있다는 듯 눈썹을 움직였다.

“싸다고 하면 한없이 싸고 비싸다고 하면 한없이 비싼 거라… 큰일 났군 이거 어쩌지 나 요즘 돈이 없는데?”

“알아요. 회장님 돈 없으신 거, 빅딜을 앞두고 계시잖아요.”

내 말에 정영주, 그가 몸을 움찔했다.

아무래도 내 말에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 듯 약간 당혹스러운 기색,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기아차 인수 준비 중이실 테니까요.”

순간, 정영주 그의 눈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내가 한 말이 당혹스러운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1997년 7월,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에 투자를 중단,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러 대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 결국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 2위 기아마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무려 6조 6500억 원.

계열사를 절반으로 줄이고, 4천3백여 명의 인원 감축,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 일시불로 차를 구입하면 30%를 할인하는 프로모션까지 감행하는 와중에 쌓인 적자가 대기업 기아를 무너뜨린 것이다.

‘아무도 기아가 무너질 줄은 예상치 못했지.’

하지만 그 상황, 자동차 업계 2위가 속절없이 무너져 버리는 사건은 한 인물에 의해 일대 반전을 겪게 된다.

바로 정영주, 현재 내 앞에 있는 인물에 의해 기아차는 기사회생, 현대-기아차라는 절대 강자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여간 품이 큰 양반이야. 다른 사람들은 요즘 같은 때 비명을 지르기 바쁠 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런 만큼 현재 내 말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이 상황, 기아차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 자체가 비밀일 테니까.

‘그런 만큼 효력이 클 수밖에 없겠지.’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던 정영주가 약간 놀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선생. 거참. 그래. 요즘 쌍호를 건드리고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이쪽까지 귀가 닿았나?”

떨떠름한 기색, 내가 설마 그런 화제를 입에 올릴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가벼운 미소를 입에 물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곧 판돈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사냥감만 보는 사냥꾼은 3류. 주변을 살피는 건 2류라고 하잖아요.”

“자네 스스로 2류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뇨. 저는 1류죠. 이렇게 회장님을 찾아왔으니까요.”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던 정영주. 그가 내 속내를 떠보겠다는 듯 고요히 나를 직시하다가 이내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하, 그래. 내가 이래서 작은 선생을 좋아하지. 그나저나 진짜 어떻게 안 건가? 나름 보안을 확실하게 했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려놓은 모양, 더 이상의 회피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간단해요. 저라면 그렇게 할 테니까요.”

“…자네라면 그렇게 했을 거라고?”

약간의 이채를 띈 표정, 그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냥꾼 둘이 작은 고깃덩이에 정신이 팔렸으니 그사이 큰 고기를 먹어치워야죠.”

“흐음, 정말 그뿐인가?”

“그리고… 뭐 그동안 자금 흐름을 추적했죠. 그러니까 보이더라고요. 현대가 움직이겠구나 하는 것이요.”

일순, 정영주의 시선이 멈췄다.

그리고는 다닥다닥- 다탁을 두드리던 그, 그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좋아. 들어나 보지. 그래 나에게 팔겠다는 게 뭔가?”

나는 보이지 않게 짙은 미소를 지었다.

전초에서 승리했으니 이제 쐐기를 박을 때였다.

“회장님.”

“그래. 작은 선생.”

“조만간 기아차를 인수하기 위해 움직이실 거예요. 아마 본격적인 입찰은 내년쯤이 되겠죠.”

내 말에 정영주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겠지. 덩치가 있는 만큼 그동안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

“네. 그때 입찰가액을 좀 더 높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입찰가액을 높이라고? 아니 우리가 얼마를 쓸 줄 알고.”

나는 의아한 듯 찌푸려진 정영주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7조 5천억 원쯤 생각하신 것 아닌가요?”

순간, 정영주의 눈이 흔들렸다.

나는 불식간에 나온 그의 표정을 확인하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과거, 그러니까 내가 기억하는 미래 현대는 기아자동차 채권단으로부터 기아차를 인수한다.

인수 조건은 바로 기아차 3조 2800억 원, 아시아자동차 채권 1조 5800억 원의 부채를 탕감, 이후 2조 5200억 원을 출자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이부영에게 보낸 정보로 인해 기존의 계획은 위험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이부영에게 건넨 자료. 그건 분명히 삼성 위쪽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되면 입찰가 또한 올라가게 되겠지.’

그러니 그들이 기아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삼성이 제시할 자금보다 더 큰 돈이.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던 그. 정영주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혹 들은 바가 있는 건가?”

“그럴 리가요.”

“그렇다면?”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저라면 아마 그럴 것 같다고요.”

나는 가볍게 말을 이었다.

일순 정영주 그가 나를 직시했다.

“…자네 내게 바라는 게 뭐지?”

중간이 생략된 말.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간단해요.”

“간단하다?”

“네. 회장님께서 하려는 일. 기아차 인수. 그걸 서둘러 주세요.”

그런 뒤 뭔가 말을 떠내려는 정영주를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그러면 회장님의 손에 기아차를 얹어 드리죠.”

삼성과 현대의 싸움이 치열해지는 만큼 내 손에 올라올 이익 또한 커질 테니까.

*

이부영.

그는 자신 앞으로 전달된 소포.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합병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보고서]

그것을 확인한 후, 미친 듯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차 인수.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그것은 바로… 현대가 더 이상 건드리지 못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것.

2강 2중 1약.

현재의 대한민국 완성차 업계의 구도가 완전히 뒤바뀐다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건 대박이다.’

그러니 그의 입장에선 이 문서는 제법 위험한 문서였다.

만약 이 문서에 적힌 내용이 현실이 된다면 삼성은, 아니 삼성자동차는 천천히 고사해 나가고 만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아니 서서히 고사해 나가는 게 문제가 아니지 이대로라면 삼성은 자동차 사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부영, 그는 그 안에서 희망을 엿보았다.

분명 그 내용, 그것은 위험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 자료를 잘 이용만 한다면 현재의 상황, 그룹 내 권력 승계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뒤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이 자료를 잘 활용한다면 이재영, 그를 완전히 물먹일 수 있을 테니까.

‘이 자료가 사실이라면 현재 쌍호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짓은 멍청한 짓이 된다. 아무리 쌍호차를 먹는다 하더라도 기아가 넘어가면 말짱 도루묵일 테니.’

뭐 문제가 있다면.

“이 모든 것이 거짓일 수 있다는 거지.”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자료를 보고 생각했다.

분명 이 자료가 가지는 가치는 분명했다.

만약 이대로 현대가 대우를 먹기 위해 움직인다면 그리고 사전이 이 자료를 가지고 그 위험을 대비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아버지 또한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볼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자료는 위험한 것이기도 했다.

만약 이 자료의 내용이 거짓이라면, 진실처럼 포장된 달콤한 독이라면 그는 완전히 나락으로 빠져 버리고 말 테니까.

‘만약 이 자료를 형님, 아니 이재영이 그 인간이 보낸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보다 더 비참한 건 없겠지.’

그러나.

그는 그 자료를 외면하지 못했다.

그 자신에 손에 들린 자료, 그것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변이 아니라면 서서히 고사해 갈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절대로 그럴 수 없지.”

때문에 그는 스스로 타협하기로 했다.

일단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혹시라도 일이 벌어졌을 때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대응할 준비를 하면서.

“집사!”

“네. 이사님.”

“회사 사람들 좀 불러 놔.”

“회사 사람들이라 하심은….”

“손이 닿는 사람들 있잖아. 형님한테 붙지 않은 사람들로.”

“사람들을 모으실 생각이십니까?”

뭐 일이 벌어진 이후 빠르게 움직이면 이재영이 그 양반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는가.”

“…알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기적이 일어났다.

“이사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삼성과 대우의 이파전이 본격화, 서로 쌍호를 집어 삼키기 위해 칼을 높이 쳐들고 있던 그때.

보고서의 예상대로 현대, 업계의 거인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가, 현대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업계 1위 현대 자동차 덩치 불리기? 기아차 매각에 관심 표명 ? 매X경제. 1997. 12, 05]

[기아차 채권단, 기아 김선홍 회장을 배제한 매각 과정이 될 것 ? 조X일보. 1997. 12. 06]

[기아자동차 채권단 매각협의회 구성, 기아차 매각 절차 본격화 ? 대X일보. 1997. 12. 06]

그 순간, 이부영 그는 깨달았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음을.

드디어 만년 둘째. 이인자의 꼬리표를 뗄 때가 도래했음을.

“집사! 차 대기 시켜!”

그가 빠르게 움직였다.

“네? 어디로 가시려고…?”

“아버지에게 간다.”

자신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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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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