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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233화   단두대 (3)

잠시 뒤.

“앗! 뜨거!”

임대두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바라보자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가 타 손을 지진 것 같았다.

그 바람에 빠르게 손을 흔들던 임대두, 그가 곧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정말 오라클… 아니 그러니까 회장님이십니까?”

“네. 설마 처음 보는 건가요? 나름 신문에 많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아, 그게… 회장님의 어릴 적 사진은 한번 본 적이 있지만 워낙 다르게 변하셔서….”

“그래요?”

“네. 훨씬 더 잘생긴….”

그때.

잔뜩 찡그런 얼굴로 손을 털며 대답을 하던 임대두, 그가 갑자기 자세를 바로했다.

그리고는 마치 군기 잡힌 이등병과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저는 쌍호자동차 사업관리본부 소속 임대두 과장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제서야 내가 누구인지 확실히 인지된 것 같았다.

“손은 괜찮으신가요?”

“괘, 괜찮습니다.”

“익은 것 같은데….”

“원래 피부가 붉은 편입니다.”

내가 말하자 엄청나게 붉어진 얼굴로 말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피식 웃어보였다.

방금 전까지 시니컬한 태도를 견지하던 그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지나치게 완고한 태도와 결벽적인 성격으로 인해 상사와 잦은 트러블을 만들었다고?

이해가 안 가는데?

하지만 뭐 시니컬 한 것보다는 낫겠지.

“좋아요. 그럼 묻죠.”

“네?”

“여기 왜 나와 계신 겁니까?”

순간, 임대두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빠르게 오가는 시선, 그의 시선을 보니 아무래도 유야무야 넘기려는 기색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나는 빠르게 그의 변명을 잘라버렸다.

“사실대로.”

그러자 그 순간, 딱 걸린 표정을 짓는 임대두, 그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명령입니다.”

잠시 뭔가 고민을 하던 그가 이내 질끈 눈을 감다가 떴다.

“정말 듣고 싶으십니까?”

“네.”

“정말 이런 곳에서 말입니까?”

그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주변은 건물의 옥상, 평소라면 휴식시간을 맞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곳이었지만 오늘은 회사의 일이 있기 때문인지 텅 비어 있는 곳이었다.

“왜요? 이런 곳이니까 좋지 않나요? 아무도 없는 곳. 하늘 아래 이곳보다 더 자유로운 곳은 없잖습니까.”

“그건…….”

그렇게 잠시 한숨을 내쉬던 임대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말을 꺼낸 그, 그가 슬쩍 내 눈치를 보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가볍게 말을 이었다.

“구체적으로.”

“구체적으로요?”

“네. 최대한 구체적으로요.”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아끼던 그가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니까 그게… 네. 현 상황. 모든 것이 문제입니다.”

“모든 것이 문제라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회장님께서도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회사, 그러니까 쌍호자동차는 총제척 난국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쌍호자동차. 회장님께서 인수하신 기업은 산산조각 날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은 약간의 강한 어조,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쌍호차가 산산조각 난다라… 꽤나 극단적인 생각이네요.”

내가 말하자 임대두 그가 조금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주제넘은 말씀인 건 압니다. 하지만 꼭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회사에 남아 있는 건… 대부분 버러지들뿐이거든요.”

“버러지요?”

“네. 날지 못하는 버러지들. 회사라는 나무에 기생해 단물을 빠는 벌레들. 쓸 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사라지고 오직 그들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회사를 이끌어가야 할 임원진들은 권력 싸움에 눈이 멀었고 직원들은 눈치만 보며 하루를 살며 노동자들은 제 욕심을 차리기에 급급하거든요. 게다가….”

말을 하는 도중, 그의 어조가 강해졌다.

처음에는 떨떠름한 기색이 역력하던 그의 말이었지만 문장이 계속될수록 그의 어조에는 힘이 실렸다.

“계속해 보세요.”

“…게다가 회사 외부적으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그동안 괜찮은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을 쪽쪽 빨아대던 덕분에 이번에 괜찮은 하청들이 이미 다 무너진 상태입니다. 1차 밴더든 2차 밴더든 대부분 휘청거리는 것은 물론 저희와의 계약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희가 아니라도 계약할 곳은 있으니까요.”

그의 눈이 번뜩였다.

그 눈에는 현 상황에 대한 울분이 갇혀 있었다.

그가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미래는 없이 오늘만 살겠다는 듯 하루하루 버티는 꼴입니다. 그런 주제에 꿈만 크니 적자가 심해질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회사에 돈을 쏟아 부어도 변화가 없을 겁니다. 모든 것이 썩어 있으니까요.”

한참 동안 빠르게 말을 내뱉은 그, 그가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 썩은 자들에게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짙은 자조가 담겨 있었다.

“임대두 씨가요?”

“네. 저 또한 썩어 있습니다. 뭐 말씀하신 대로 그동안 싸우니 뭐니 했지만 결국 쉽게 말해 권력에서 밀린 낙오자, 패배한 뒤에 밥벌이에 급급한 비겁자죠.”

말을 마친 그가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죄송합니다. 회장님. 회장님께서 무엇을 바라시고 이곳에 아니 저에게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는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저 또한 비겁자니까요.”

말을 마친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음이 편하다는 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동안 제법 쌓인 것이 많았던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합격.”

그러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임대두, 그가 곧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합격, 이라고요?”

“네. 합격입니다.”

“아니 무엇에…?”

나는 그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제가 만드는 쌍호 자동차 그 최종 면접에 합격하셨다는 말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상관없습니다. 사실 알고 있어요. 당신이 말하는 당신의 비겁이 뭔지, 아주 잘 알고 있죠.”

말을 마친 나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가락 하나를 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분노죠.”

일순 그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분노요?”

“네. 분노.”

그런 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높은 건물, 쌍호자동차 본사의 건물, 지상 20층 지하 5층의 거대한 건물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오늘 이곳에 와 몇 시간을 살펴보았습니다. 모두들 두려워하고있더군요.”

내가 난간 쪽으로 다가가자 그가 내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조금 걱정이 되는 모습,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어 제지한 나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뭐 이해할 만하기는 하죠. 흔들리는 회사. 망할 뻔했던 회사. 거기다 오라클이라는 낯선 모기업, 쓰러지는 밴더들. 흔들리는 공장들. 이 모든 것들이 두려울 테니까요.”

“…그건.”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그 안에서 오직 당신만이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이 거대한 기업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에. 그리고 변함이 없는 것에.”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난간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는 임대두 그의 앞에 섰다.

“때문에 저는 당신을 높이 평가합니다. 분노만큼 솔직한 감정이 없거든요. 그리고… 지금 면접에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죠.”

의아함이 감도는 임대두의 눈빛, 그를 바라보며 나는 웃었다.

“이 사람 야망이 있구나. 뭐 회장 앞에서 하는 프레젠테이션치곤 조금 약한 감이 있긴 했지만요.”

순간, 임대두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

살짝 벌어진 입, 그의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닙니까?”

“회장님 저는…….”

뭔가 다급하게 말을 하려는 임대두, 그를 바라보며 나는 치고 나갔다.

“임대두 씨.”

“…네. 회장님.”

약간 붉어진 얼굴, 당황이 스민 임대두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과거 흥행했었던 영화의 명대사 하나를 던졌다.

“저랑 일 하나 같이 할까요?”

*

잠시 뒤.

“어, 과장님 오셨어요?”

“그래.”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표정을 한 임대두가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곧장 자신의 자리에서 뭔가를 작성하더니 이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장, 자신을 눈엣가시 취급하던 부장에게 다가갔다.

“부장님.”

그러자 얼굴을 찌푸린 부장, 그가 임대두를 향했다.

평소 쓸데없는 짓, 회사나 직원들에게는 좋은 의견이겠지만 자신의 보신에는 그리 좋지 않은 의견들을 내곤 하는 임대두였기 때문이었다.

“뭔데 그래?”

“사표입니다.”

순간, 사무실 내에 있는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사표(辭表).

직책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적어 내는 문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일 생각하고 때 몇 번 적어 보기도 하지만 결코 제출하고 싶지 않은 것.

그것이 임대두의 손에 들려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순 멍한 표정을 짓은 부장, 그가 이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응? 아니 임 과장 그게 무슨 말이야?”

“수리해 주십시오.”

“아니 임 과장. 왜 그래? 미쳤어?”

“미치다뇨. 지금처럼 머리가 맑았던 적이 없는걸요.”

이쯤 되자 부장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평소 임과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부서의 일 대부분을 임과장에게 미뤄오고 있었던 만큼 그가 나가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거 왜 그래. 혹시 저번에 내가 뭐라 그런 것 때문에 그래?”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저번 프로젝트 때문에? 아니 그 일은 잊기로 했잖아. 응?”

“그 일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빌어먹을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때.

임대두 그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죽는 법이니까요(士爲知己者死 사위지기지사).”

“뭐?”

“이제야 제 주인을 찾았다는 말입니다.”

순간, 부장은 알아차렸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임부장을 말릴 수 없음을.

자신이 어떤 달콤한 말을 하더라도 현재의 임대두, 그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그의 눈이 줄곧 한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갑자기 무슨…….’

결국, 한숨을 내쉰 부장, 그는 손에 잡히는 데로 서류철을 내던지며 외쳤다.

“……빌어먹을 가라 가. 요즘 같은 때에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것도 감지덕지할 일이지. 뭐?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죽어? 허이고 그러다가 밥 한번 굶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꺼져! 당장 짐 싸라고!”

약간의 악담도 섞어서.

하지만 부장은 몰랐다.

그에게서 몸을 돌린 임대두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감돌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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