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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 294화 붕괴 (4)

나스닥 지수 1300.

그 수치가 내 입에서 나온 순간, 사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1300 말씀이십니까?”

“네. 물론입니다, 1300. 저는 그 지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지수군요. 전례가 없는 행사가액입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다른 분들은 그 정도의 충격을 예상하시진 않으셨거든요.”

다들 내 입에서 이 정도의 수치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긴 그럴 만도 할 것이다.

현재 나스닥의 지수는 약 5000. 그렇다는 말은 현재의 나스닥 증시, 부풀 대로 부푼 증시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난다는 말, 그들의 헤게모니가 흔들린다는 말이었다.

그런 만큼 그들의 충격은 클 것이다.

나스닥 증시가 붕괴한다는 것은 곧 그 동안 그들의 주머玖? 채워 주었던 화수분이 마른다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기간은 언제를 보고 계십니까?”

곧 그들의 얼굴에는 욕심이 감돌았다.

나스닥 지수 1300. 그 숫자 그 자체는 놀라웠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면 그보다 더 맛좋은 먹이도 또 없었다.

만약 내가 예상한 지수,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내가 가진 돈, 사전에 이미 이야기했던 투자금액 10억 달러. 1조 원이란 돈은 고스란히 그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일단 1개월물을 기준으로 3500선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욕심을 채워 주어야지.

내가 말을 마치자 그들의 얼굴이 또다시 흔들린다.

한 달, 3500이라는 수치, 그것이 그들에 머리를 또다시 쳤다.

“한 달, 한 달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한 달 내 3500. 그것이 첫 번째 스텝입니다.”

“하….”

그러면서 우리가 준비해 온 자료를 전달했다.

그러자 내 앞에 있는 사람들, 그들이 빠르게 자료를 읽어 내린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 저희야 바라는 바지만 이대로라면 귀측의 위험이 너무 클 것 같습니다만?”

“저도 바라마지 않는 계약입니다. 귀측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빠르게 계약을 체결하고 싶군요. 뭐 원하신다면 한 번에 모든 프리미엄을 납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10억 불 전체를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큰 계약에는 큰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위험이 높다면 프리미엄의 크기 또한 커진다. 하지만 판매자 측에서 감수해야 할 위험이 작다면 프리미엄의 크기 또한 작아진다. 그런 만큼 내가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덩치 또한 커지게 마련이다. 10억 불이라는 자금은 적은 금액이 아니었으니까.

“구체적으로는 3개월물, 6개월물, 9개월물, 12개월 모든 상품을 구매하고 싶습니다. 1300이라는 수치는 아마 내후년 이맘때쯤 도달할 듯싶군요.”

“……잠시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그러자 내 앞에 있는 사람들, 데이비드 창과 임원들이 잠시 대화를 나눈다.

아무래도 작은 일, 작은 액수가 아닌만큼 조율이 필요한 듯 싶었다.

그사이 나는 슬쩍 이어진과 눈을 마주친다.

사전에 나와 대화를 나눠놓은 만큼 이어진, 이어진 그의 눈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뒤.

“좋습니다. 그렇다면 체결한 상품의 프리미엄을 일시 납부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들이 결단을 내렸다.

순간, 나는 보이지 않게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들의 욕심, 그것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규모는 어뺐??”

“10억 불이라 하셨으니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 그대로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물론 세부적인 조율은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말을 하는 데이비드 창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깃들었다. 분명 내가 말한 1300 지수라는 것에 약간의 불안도 보이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에는 10억 달러, 1조 원이라는 돈에 대한 욕심도 엿보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잃을 위험보다 딸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 게임, 그렇다면 마다할 수 없을 테니까.

“좋습니다. 그럼 바로 계약을 진행하기로 하죠.”

“바로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금이니까요.”

그러자 일순, 사람들의 얼굴에 당황이 감돈다.

아니 10억 불짜리 계약을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라는 의문이 그들의 얼굴에 엿보였다. 분명 우리와는 이목구비가 다른 백인의 얼굴, 하지만 감정은 비슷했다.

“…이거 정말 불 같은 분이로군요.”

“하하, 목적과 목적이 합치했다면 그 이상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서둘러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죠. 말하신 것처럼 저희에게 시간은 금이니까요.”

그리고 잠시 뒤, 나의 손에는….

“자 이것으로 저희 모건스탠리와 오라클의 계약이 성사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모건 스탠리. 그들의 서명이 박혀 있는 계약서가 자리해 있었다.

순간, 나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감돌았다.

모건 스탠리.

이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

“어, 어어, 어, 그래 고생했어요. 쉬어요.”

한참 동안 통화를 하던 이어진, 그가 전화를 끝는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물었다.

“어떻게 됐대요?”

그러자 슬쩍 나를 바라보던 이어진이 이내 함박웃음을 입에 물었다.

“끝났대.”

짧은 말, 그 말은 우리 계획의 성공을 담고 있었다.

“정말요?”

“그래. 도이체방크(DB), 바클리스 캐피털(BarCap), 뱅크 오브 아메리카(BAML), 씨티(Citi), 크레디트스위스(CS). 대부분의 벌지 브래킷들과 계약서를 작성했대.”

“이상은 없다고 해요?”

“대부분, 아마 다들 한 달 사이에 나스닥 거품이 빠질 일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더라고. 뭐 우리가 예상한 1300이라는 지수는 말도 안 되는 수치라 생각했겠지.”

나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약간의 긴장, 그것이 탁 풀어지며 온몸이 자르르 떨렸다.

이어진의 말 그 말은 곧 미국의 경제, 그것의 몰락이 나의 상승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불과 150억 달러라는 돈으로.

그렇게 생각하자 일순 먹지 않았는데고 배가 가득찬 느낌이 들었다.

포만감과 고양감, 그것이 나를 감쌌다.

지금 이 순간, 청명한 뉴욕의 하늘이 그 어느 곳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데?

일순, 내가 빼먹은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들려야 할 이름 하나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회사 이름은 없네요?”

내가 묻자 의아한 듯 바라보는 이어진,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디?”

“골드만삭스, 그곳의 이름이 없잖아요.”

순간, 그가 아차한 표정을 지었다.

“아, 거기….”

그가 곧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는 체결 실패했어. 나스닥 지수를 대상으로 한 풋옵션 취급을 올스탑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요?”

“어. 아무래도 그쪽에선 눈치 챈 것 같아.”

그가 슬쩍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너처럼 말이야.”

하긴 그곳이라면 그럴만했다.

골드만삭스.

미국의 투자은행들 중 최강이자 전세계 금융시장의 최강자.

전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며 각종 음모론의 중심이 되는 곳.

그런 곳인 만큼 다른 곳과는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곳이라면 다른 은행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을 수도 있으니까.

“아쉽네요. 골드만삭스 같은 대어는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뭐 거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들에서 충분히 소화했으니 다행이지.”

“하긴 그렇죠.”

그런데 그렇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이어진 그의 얼굴이 일순 묵직해졌다.

“그런데 준영아.”

약간은 무거운 표정의 그, 그를 향해 나는 입을 열었다.

“왜요.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아니… 그게… 이번 일 잘 되겠지?”

“왜요? 새삼 걱정 되세요?”

“어, 다른 일이면 모르는데 이번 일은 좀 무섭다.”

“그 정도예요?”

“아무래도 그렇지. 약간만 삐끗해도 어마어마한 돈이 날아가 버리는 거니까.”

이어진, 그가 약간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그의 생각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내가 예상한 대로 나스닥 시장이 폭락한다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었다.

내가 말했던 100조 원, 그것을 뛰어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예상한 폭락, 나스닥 증시 붕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15조 원이라는 돈, 나스닥 주식을 정리한 돈 모두가 허공으로, 아니 은행들의 뱃속으로 집어넣은 격이 되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정말?”

왜냐하면 미래가 나에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네. 뭐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괜찮아요. 저 아직 18살이에요.”

“그런….”

“농담이에요. 그저 이 정도에 고꾸라지지 않는다는 거죠. 거기다 골드만삭스도 옵션을 접었다면서요. 그렇다면 확실하죠.”

그런 뒤, 나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게다가 오늘 일로 한층 더 가속화될 거에요.”

“가속화…?”

“네. 150억 불, 그 돈이 미끼가 될 테니까요.”

150억 불, 분명 미국 경제 그 안에서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돈이 단 하루 만에 그것도 풋옵션을 통해 소모되었다면 그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그리고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

며칠 뒤, 우리는 본격적으로 주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체크해 둔 회사의 주식을 제외한 모든 주식, 나스닥에 산재한 주식 일체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프리미엄을 결제할 거에요.”

“기한을 얼마나 됩니까?”

“3일. 그 안에 정리할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정리해 주세요.”

이제 D-day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제 슬슬 준비를 시작할 때였기 때문이었다.

“모두 말입니까?”

“네. 모두요. 물론 완급은 조절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정리할 때까지는 장이 버텨 줘야 할 테니까.”

물론 우리가 들고 있는 주식의 양이 제법 크긴 했지만, 소화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뭐 아직까지 나스닥은 활황의 가면을 쓰고 있는 상태, 시장에 물량을 내놓는 족족 사람들이 우리의 물량을 가져갔으니까.

“AOL 10만 주 매도 완료했습니다.”

“텍티컬닷컴 5만 주 매도 완료했습니다.”

“일렉트릭아이덴티티 전량 매도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불과 3일 만에 우리가 들고 있는 모든 물량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드림캐쳐 25만 주. 정리 끝났습니다.”

“나머지 주식들은 어떻게 됐죠?”

“드림캐쳐가 마지막입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량이 없어요.”

나스닥이라는 시한폭탄 위에서 엉덩이를 뺀 것이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오늘은 푹 쉬세요. 원하시는 게 있으면 뭐든 말씀하십시오. 모두 다 공수해 드릴 테니까.”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 그것도 됩니까?”

“물론이죠.”

“지, 진짜요?”

“여러분은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모든 물량을 정리, 은행들과의 계약을 마무리 지은 그때.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보스!”

“무슨 일이죠?”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제너럴일렉트릭 등의 회사들이 곧 주식을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입니다.”

지각변동의 소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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