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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38화   빈 부대?? 채우다 (2)

잠시 뒤.

“드????.”

이서문의 앞에?? 김준영이 내린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순간, 그는 멍한 눈으로 커피잔을 잡았다.

도저히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슬쩍 옆을 돌아보자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남자, 임대두가 짙은 웃음을 보이며 익숙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눈을 마주치자 가볍게 웃는 폼이 아무래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저 녀석 회장님이 처음 오셨을 때부터 계속 붙어 다녔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때.

“입맛에는 맞으십니까?”

김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벼운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그가 고개를 들자 김준영, 그가 웃는 얼굴로 이서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 예?”

“입맛에 맞으신가 해서 말입니다. 이번 커피는 나름 야심작이라.”

김준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이서문, 그가 서둘러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그 순간, 아스라한 과일향과 스모키한 초콜릿 향, 산뜻한 바디감의 커피가 그의 입을 휘돌았다.

“하…….”

“어때요 괜찮습니까?”

“제가, 제가 마셔 본 커피 중에 최고 입니다.”

순수한 찬사였다.

그의 모습에 김준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요. 가실 때 조금 챙겨 드릴 테니까 시간 날 때 드세요.”

“감, 감사합니다 회장님.”

“하하. 감사는요 무슨. 그런데… 자료를 보니 그동안 제법 많은 곳을 돌아다니셨더군요.”

김준영의 입이 열렀다.

그러자 그 물음에 입속에 있던 커피를 빠르게 삼킨 이서문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아무래도 근무 년차가 제법 되다 보니 여러 부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정확하게는 어떤 부서들이었죠?”

“정확하게는… 기업전략, 국내영업, 사업관리, 해외영업, 국내생산 등의 부서를 거쳤습니다.”

말을 마친 이서문이 긴장어린 표정을 지었다.

회장의 앞, 자신을 부사장으로 임명한다는 공고를 본 뒤인 탓인지 그의 손이 떨렸다.

“꽤나 많은 부서들이군요.”

“송구스럽습니다.”

“송구스럽기는요. 그런데… 들어보니 이서문 씨가 쌍호차의 러시아 SUV 판매. 유럽 시장 공략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김준영이 자신 몫의 커피잔을 내리며 말했다.

일순, 이서문의 눈이 놀람으로 꿈틀거렸다.

해외 시장.

자신이 러시아 SUV 판매를 위해 움직였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것은 이미 사내에서 다른 이의 성과로 포장되어 있던 일이었다. 때문에 그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저 열심히 했을 따름입니다.”

뭐 이제 와 잘잘못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4WD(4륜 구동)를 통한 시베리아 시장 공략에 서문씨의 의견이 많이 들어갔다고 하던데요?”

김준영은 끝을 낼 생각이 없었다.

“그건…….”

쉬이 말을 잇지 못하는 이서문, 그를 바라보며 김준영이 다시 물었다.

“사실인가요?”

결국, 김준영의 계속된 추궁에 이서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입니다.”

“왜 그 의견을 개진했었죠?”

“네. 아무래도 동토인 러시아지만 라스푸티차(распу?тица). 그러니까 동토가 녹는 시기의 진창길을 갈 수 있는 차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 차 자체의 성능은 러시아 자체 브랜드들도 밀리지 않긴 하지만 아무래도 편의 기능에서 차이가 났으니까요.”

말을 마친 이서문에 눈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런 이서문의 모습을 바라보며 김준영, 그가 가볍게 웃어보였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러시아에서의 저희 차 판매율이 140% 이상 상승했었습니다. 현지에서의 평가도 좋았고요. 물론 회장, 아니 김석원 전 회장이 국내 시장에 집중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이 주춤해진데다 대우 자동차의 러시아 법인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면서 흐지부지되긴 했지만요.”

“아쉽지는 않았나요? 꽤나 들인 공이 컸던 것 같은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사실 러시아에 가서 꽤나 고생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니 참…….”

이서문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맺었다.

그의 시선은 10년 전 러시아 동토에 닿아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준영, 그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맺혔다.

“좋아요. 합격.”

일순 이서문의 눈이 커졌다.

“……네? 합격이라고요?”

김준영이 몸을 바로 하며 말했다.

“네. 사실 이건 마지막 면접 같은 거였거든요.”

“아…….”

그제서야 이서문은 알 수 있었다.

왜 그의 경력을 물었는지, 왜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해 물었는지.

아무래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했다면 이번 임용은 시작하자 마자 끝났으리라.

그렇게 이서문,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자, 김준영, 그가 천천히 그를 향해 선언했다.

“좋습니다. 이서문 씨. 오늘부터 당신을 이 회사, 쌍호자동차의 부사장으로 임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그게…….”

그때.

옆에 있던 임대두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자 퍼뜩 정신을 차린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소처럼 부려 주십시오!”

조금은 격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김준영이 일어나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거 마음만 같아서는 이 좋은 날 술이라도 한잔하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제가 아직 미성년자라.”

순간, 이서문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15살, 아니 올해로 16살이었지.

그제서야 김준영의 앳된 얼굴이 이서문의 눈에 들어왔다.

“괘, 괜찮습求?. 사실 저도 술이라고는 한 잔도 못 마시는 체질이라서요.”

“아, 그렇습니까? 하하 이거 잘 됐네요. 그럼 가끔 차나 같이 하시죠.”

“영광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서문을 바라보던 김준영, 커피를 마신 그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거 이대로 끝내기엔 좀 섭한데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사람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무리 그래도 이날 이때껏 회사를 위해 일해 주신 분한테 부사장 직함 ?주고 끝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올릴 수 있는 직급은 없고… 흐음….”

그 모습에 이서문이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회장님. 괜찮습니다. 저는 지금의 만족….”

이 이상 바라는 건 과유불급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때.

“아 하나 있었군요.”

생각을 정리한 김준영이 손뼉을 딱- 치며 말했다.

“네?”

“이서문 씨한테 드릴 만한 게 생각났거든요.”

“……그게 무슨…?”

김준영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돈.”

“네? 돈이요?”

“그렇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죠.”

그리고는 짙은 미소를 보이던 김준영, 그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레이첼을 불렀다.

“레이첼.”

“예. 보스.”

“이서문씨의 현 급여가 얼마죠?”

그 물음에 잠시 기억을 헤아린 레이첼, 그녀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저번 달을 기준으로했을 때 150만 원 정도입니다.”

“150만원이요? 25년을 근무했는데?”

“그게…….”

뭔가 말을 흐리는 레이첼, 그녀의 모습에 김준영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이유 따윈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저은 그, 그가 단호히 말을 맺었다.

“1,000%”

“…1,000%요?”

“네. 지금 당장 1,000% 맞춰서 지급하세요. 그동안의 성과급으로.”

그 말에 일순, 주변이 얼어붙었다.

“아니 지, 지금 당장 말입니까?”

“왜요? 적어서 그러세요?”

김준영의 말에 이서문이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1,000%라니 그 돈이면 이서문, 자신의 거의 1년치 급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김준영, 그가 맑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이 돈으로 가족들끼리 식사도 좀 하시고 생색도 좀 내세요. 뭐 선물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잖아요? 그리고….”

조금은 잦아든 김준영의 목소리,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머니 병원 옮겨 드리세요. 좋은 곳으로.”

그러자 그 순간.

쿵-

이서문이 머리에 포탄을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뭐 방법이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이서문이 당황스런 눈빛으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

“저…….”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레이첼?”

“그게… 저 보스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병원까지 알아보는 건 무리가 아닐지….”

“무리라고요?”

“네. 급여의 1000%라고 해 봐야 1,500만 원입니다. 물론 큰돈이긴 하지만 이 돈으로 장기 간병까지는….”

그러자 잠시 피식- 웃음을 보인 김준영 그가 손을 들며 말했다.

“아, 무슨 오해가 있었나 보군요. 제가 말한 건 월급 기준이 아니에요. 연봉 기준이지.”

“네에?”

크게 떠진 사람들의 눈, 그것을 바라보며 김준영이 말했다.

“현재 이서문씨가 받고 있는 연봉의 1,000%. 지금 당장 지급하세요.”

이서문의 얼굴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이 정도는 되어야지.

*

잠시 뒤, 이서문과 임대두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괜찮을까요?”

갑자기 내 옆에서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요?”

슬쩍 물으며 옆을 바라보자 레이첼, 그녀가 조금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내게 물었다.

“그게… 너무 파격岵? 인사가 아닌가 해서요.”

그녀의 걱정 어린 시선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이서문을 부사장직에 올린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하지만.

“그것도 괜찮지 않아요?”

나는 그 물음을 긍정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레이첼, 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요. 아무래도 그는… 빼앗기기만 한 사람이니까요.”

레이첼이 제법 강고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나의 선택이 가져올 미래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상관 없어요.”

“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레이첼이 우려하는 바가 뭔진 알아요.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거겠죠.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그는 지난 25년간 버티기만 한 사람이니까.”

그런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이 나간 곳을 향했다.

“하지만 그를 통해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도 남는 장사 아닐까요?”

“그게 무슨…?”

“사람들은 언제고 이번 일을 생각할 거예요. 나도 할 수 있다라고. 그렇게 되면 이 기업, 내가 가지고 있는 기업의 활력 또한 보다 커지겠죠.”

나는 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레이첼, 그녀가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가정일 뿐입니다. 수치화되지 않는.”

“그렇죠. 하지만… 그렇게 보면 레이첼의 걱정 또한 수치화되지 않는 걱정이에요.”

“그건…….”

나는 뭔가 말을 꺼내려는 레이첼을 향해 말했다.

“레이첼.”

“네. 보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말을 마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있는 한 레이첼이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자 잠시 묵묵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 그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군요. 사과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쓸데 없는 말을 했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손을 내저었다.

“에이. 사과는요 무슨, 뭐 그리고 한 번 믿어 보세요. 일단 기본적인 능력은 있는 사람들이니까 혹시 알아요. 그들이 레이첼이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뤄낼지?”

“그랬으면 좋겠군요.”

“분명히 그럴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잠시 뒤.

“좋아요. 그럼 이제 새 술도 부었으니 이제 움직이죠.”

쌍호차의 남은 인사를 마무리한 나는 짝-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내 앞에 있던 레이첼, 그녀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그게 무슨?”

“잊으셨어요?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를?”

“아…….”

“네. 맞아요.”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들을 처리했으니 이제 세워야죠.”

그리고는 창가로 다가가 서울시, 그 전경을 바라보았다.

“천 년을 갈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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