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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 287화 왕의 방법 (3)

한성과 오라클.

재계서열 7위와 3위권의 대기업.

그 둘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두 기업은 긴밀한 관계라고.

사실 하나나 진배없다고.

왜냐하면 두 기업의 총수들이 한 혈족, 한 가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 두 기업은 엄연히 다른 기업에 속한다.

총수는 물론 그 밑에 있는 임원진, 그리고 체계, 지분비율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마치 훗날 대한민국의 재계를 집어삼키는 범현대가나 범삼성가처럼.

그런 만큼 두 기업의 역량은 분산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두 기업 모두 전혀 관계없는 기업의 그것보다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같은 그룹 안에 속해 있는 기업과 같은 긴밀한 연결성은 부족했던 것이다.

‘뭐 중간에 한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몇을 합병하긴 했지만 그건 예외지.’

하지만.

만약 두 기업이 하나가 된다면?

두 기업이 지금처럼 서로 나눠진 기업 아닌 하나의 머리를 가진 기업이 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그렇다면 단박에 덩치만으로는 재계서열 2위, 아니 어쩌면 1위의 자리를 노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버릴 정도지.

물론 힘이라는 것, 현대 사회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단순히 덩치만으로 판별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곧 권력이니까.

그런 만큼 내가 입을 열었을 때. 그러니까 오라클과 한성의 합병에 대한 정보를 입에 물었을 때,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라고?”

그것은 그들이 상정하고 있지 않을 옵션일 테니까.

“왜요? 놀라셨나요?”

나는 나를 향해 놀란 눈을 보이는 노인. 정영주, 그를 향해 가볍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빠르게 수십 번의 변화를 겪는다.

처음에는 당혹,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경악,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의혹, 여러 감정이 그의 시선에 자리 잡더니 결국.

“거짓말.”

불신으로 귀결되었다.

“거짓말.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말게. 궁지에 몰린다고 그런 허풍을 떠는 건가? 이거 실망이구만. 실망이야.”

…아무래도 그는 나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뭐 그럴 만하긴 했다.

아무리 나와 김귀란이 조손 간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의 합병을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할 테니까.

그러나.

“제가 뭣 때문에 거짓말을 하겠어요. 어차피 내일이면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그거야 아무런 준비도 없을 때의 이야기. 그동안 한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만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은 아니었다.

그간 한성의 인수를 대비해 여러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였으니까.

‘뭐 할머니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건 좀 의외였지만.’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상황이 달라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 정 회장, 그에게는 일정 정도의 여유, 내가 흔들리더라도 자신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여유가 있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여유는 비싼 언어가 되어 버렸다.

그만큼 내가 이번 싸움에 이번 전쟁에 진지하다는 것을 그 또한 알아차린 것이다.

‘설마 합병이라는 강수까지 둘 줄은 몰랐겠지.’

그리고 싸움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 내가 총력으로 전투에 임하겠다는 것은 또한 그가 상처를 받을 확률이 올라간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그의 생각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금처럼.

“…….”

고요한 낯빛, 그의 시선이 깊어진다.

그의 눈동자가 미동 없이 한점을 향하고 손이 절로 그러쥐어진다.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던 그의 얼굴이 일순 나를 향했다.

“…정말이라는 건가?”

고개를 든 그는 다시 한번 나에게 물었다.

마치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줘’ 라고 묻는 듯한 표정 그런 시선, 그 시선을 바라보며 나는 희망을 깨부쉈다.

“정말이죠. 정말이고 말고요. 이미 준비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 할머니가 오시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죠.”

“아니 무슨 기업 합병을 이렇게 단박에….”

“이전부터 생각해 오던 일, 미뤄 오던 일을 이 기회에 처리하는 것이죠.”

나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적이 생겼으니까요.”

시선은 고정, 그러자 일순 움찔한 정 회장이 눈썹을 일그러뜨린다.

“적이라….”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네.”

나는 정 회장을 향해 한가지 카드를 내밀었다.

“LG전자 구 회장님께서 저희 쪽에 약혼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시더군요.”

그러자 일순 정 회장이 움찔하더니 이내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선택을 하라는 거군.”

조금은 씁쓸히 말을 이은 그, 정영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구 회장, 그 양반은 언제나 그랬지. 아주 조용히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을 처리했어. 그래 해 놓고도 아무도 모르게. 어느 순간 보면 이뤄져 있었지. 그런데… 후… 이렇게 외통수가 되어 오는구만.”

그가 시선을 들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이게 뭐라고.”

약간은 격정적인 그의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말했다.

“물론 크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죠.”

그리고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믿음이 없이는 시작할 수 없은 아무것도 없잖습니까.”

그런 뒤 손을 털며 손에 잡았던 공기를 놓아주었다.

“더군다나 혼약은 말이죠.”

그러자 잠시 나를 바라보던 정영주 그가 혀를 차며 말했다.

“믿음, 그런 건 내가 만들어 줄 수 있어. 지금까지 수많은 놈들이 나에게 믿음을 이야기했지.”

“그건 믿음이 아닙니다. 그건 구걸일 뿐이죠.”

“어쨌든! 그따위 것이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네. 중요합니다.”

나는 단언했다.

“저에게는 말이죠.”

일순, 마주선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기운과 그의 표정 그것들은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아니 어째서!”

그가 당황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고.

그런 그의 격정을 바라보며 나는 선선히 입을 열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삶을 살아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숨을 몰아 내쉬며 날을 바라보았다.

“……내가 알던 자네의 삶과 조금 다른 말이구만.”

“알려고 한다고 다 알지 못하는 게 사내 아니겠습니까.”

“사내라… 하, 그래 언제 이렇게 컸는지….”

“시간이 많이 흘렀죠.”

그렇게 나와 정영주 그의 짧은 대화가 끝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사방은 침묵, 멀리서 이 대화가 끝나綬?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은 현대가의 사람들, 이날 이 순간의 대화의 결과를 기다리며 기회를 잡으려 눈을 번뜩이는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의 시선을 확인하며 나는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어쩌시겠습니까? 정말 이렇게 시작하실 겁니까?”

그러자 일순, 정 회장과 나의 눈이 마주친다.

그의 흑백이 명확한 눈동자가 떨림 없이 나를 향해 묻고, 나는 또 대답한다.

‘포기하라고.’

하지만 그 또한 왕, 두 손을 가지고 지금의 대제국을 만들어 낸 존재, 그런 만큼 쉬이 물러서지 않는다.

본디 왕이란 이겨야 하는 존재.

영토를 앗아야 하는 존재.

그런 만큼 걸어오는 싸움에 물러설 수 없고 전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왕좌를 보는 자들, 등을 보는 자들이 따를 테니까.

‘물러섬은 없다. 그랬다가는 죽는다. 그것이 그들의 삶이니.’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미룰 수 없는 한계, 피할 수 없는 변화다.

그런 만큼 그의 전쟁, 그의 열정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고래로 나이든 패왕(?王)의 평화는 흔한 법이었으니까.

게다가….

‘그에게는 욕심이 있지.’

현대라는 인질, 현대의 미래라는 공주가 내 손에 있는 이상, 그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그의 생각, 그의 세계가 무너질 테니까.

‘손안에 들어왔던 새라 생각할 것이다. 그동안 공들인 새, 그 새가 날아가 자신을 공격할 상황을 그 누구도 바라지 않겠지.’

그리고 결국, 그는 결정을 내렸다.

“후… 바라는 게 뭐지?”

물러서기로.

늙은 현왕(玄王)의 결정이었다.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내가 묻자 정 회장, 그가 씁쓸함이 가득 묻은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예전이었다면 거절하지 않았겠지. 싸움이란… 큰 기회니까.”

그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저택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 늙었어. 이젠… 몸뚱이가 움직이지 않는구만.”

그리고는 천천히 나를 마주본 그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이겼네.”

그 말은 작지만 또 커다란 소리였다.

마치 우레처럼 그 소리가 웅웅 내 귀에 닿았다.

순간, 손끝이 찌르르- 떨렸다.

“…결정을 내리셨군요.”

“그래. 결정을 내렸지. 자네가 이겼어. 그러니….”

그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바라는 걸 말해 보게. 현대건설의 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것으로, 내 자네가 바라는 걸 이뤄 주지.”

그가 뭔가 떨어뜨린 낯으로 하지만 약간은 홀가분해진 모습으로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결정을 내리고 보니 일부분 무거운 짐을 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회장님.”

“그래.”

“제가 바라는 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일순 흔들리는 그의 시선,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짧게 말했다.

“저 돈 뭬틸?.”

“그럼…….”

“제가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나는 약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사과.”

“사과?”

“네. 그리고 인정. 두 가집니다.”

그러자 일순, 그의 표정이 깊어진다.

그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리고 시선은 가라앉는다.

분명 방금전과는 전혀 다른 표정, 전혀 다른 분위기다.

방금 전에 그의 모습이 불길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희나리와 같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꿍꿍이라뇨.”

“아니 이런 사단을 만들어 놓고 겨우 그거면 된다고?”

“물론입니다.”

그가 짜증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보게. 자네 바라는 게 뭔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걸 믿으라고? 사과와 인정이라는 그런 허망한 걸 바란다는 걸?”

“믿으십시오.”

나는 천천히 그의 눈을 직시했다.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회장님의 자식들처럼 저를 대해 주신다는 약속. 그것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 현대가의 사람들과 그들이 자리한 저택, 그리고 나의 약혼자가 될 사람이 있을 그곳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그걸로 족합니다. 처조부님.”

왜냐하면….

“저는 먼 곳을 보니까요.”

2년 뒤, 현대는 찢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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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회귀 재벌 - 1993 회귀 재벌-2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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