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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운수 좋은 날 (1)

장승 하나 뻗쳐 놓고 앗따 번쩍 유리 속의 골동품

버려진 저 왕릉 두러 파헤쳐 이놈 저놈 손벌린 돈딱지 쇠죽통에 꽃 담아 놓고 상석 끌어다 곁에 박아 놓고

허물어진 종가 세간살이 때 빼고 광 내어 인사동

있는 사람, 꾸민 사람 납신다 불경기에 파장들이 다 넘어가도 푸대접 신세 귀한데 가니 침 발라 기름 발라 인사동- 정태춘 <인사동>

*

서울시 종로구 법정동.

무너진 조선총독부 건물의 잔해를 지나 안국동 로터리, 종로 2가 탑골공원 쪽으로 가다 보면 종이 냄새와 오래된 먹물 냄새, 향그러운 찻잎 향기가 허공을 떠도는 고즈넉한 동네를 만나게 된다.

그곳이 바로 인사동.

조선왕조 500년 동안 서울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곳으로, 한때 한국적인 분위기의 미술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들에게 매리의 골목(Mary's Alley)라 불렸던 곳이다.

"에휴, 그러니까 여기가 그 소득으로도 안 잡히고 금액으로만 치면 주식이나 부동산이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야? 인사동이?"

"네. 맞아요."

"아니 정말로?"

"네. 정말로요."

내 말에 이어진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 부동산 투자를 끝낸 우리는 김희팔이 배추밭에 묻어 놓았던 돈과 패물을 공평하게 나누었다.

그렇게 나눈 돈은 현금 5억과 외화, 패물 약 2억 5천 정도. 땅에서 주은 돈 치고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었다.

하지만 이 돈들은 쉽게 쓸 수 없는 돈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이 돈들이 소득에 잡히지 않는 뜬돈들이기 때문이었다.

‘최후의 방법으로 은행에 신고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세율이 너무 쎄지···.’

물론 우리가 돈세탁을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면 그쪽에서 처리하면 되겠지만, 나도 그리고 이어진도 그쪽으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전생에서도 그리고 현생에서도 검은 돈을 만져 본 역사가 없는 것이다.

‘···마음 같아선 전진호 같은 사람한테 물어보고 싶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야.’

그런데 호텔 객실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을 보다보니 한 가지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전두환 미술품 경매 열기 ‘농원’ 6억6천만 원 낙찰! - 조X일보 2013. 12. 12]

[전두환 일가 미술품 분석, 데미언 허스트 작품 나와 ? 중X일보. 2013. 12. 12]

[전두환 ‘미술품 비자금’ 500억대 이른다 - 시X저널. 2013. 12. 13]

전두환 미술품 경매 완판 사건.

2013년였나 14년도였나 그 즈음 해 겨울에 전두환의 은닉자산들 중 미술품들이 높은 가격으로 팔려 나간 사건에 대한 기억이었다.

‘아 맞다 그런 일이 있었지.’

물론 그때의 나는 그저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그 사건을 넘겼었다.

우리나라의 군부독재 시즌 2를 연 장본인인 전두환이 미술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조금 의외의 일이었지만, 원래 뭘 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뒤.

[재산 은닉, 왜 미술품인가? 세금 없는 상속, 양도 가능 ? XBC뉴스. 2013. 7. 23]

[부자들의 ‘고상한 체납?’ 미술품 대거 압류 ? 프X시안, 2012. 10. 4]

[고액체납자들, 숨겨둔 현금으로 고가미술품 구입해 재테크까지 ? 조X일보 2013. 09. 27]

고액 미술품과 관련된 뉴스들이 매스컴을 잠식하면서 전두환이 왜 어울리지도 않게 미술품 수백 점을 모아 놨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 같은 서민들만 모르고 있었을 뿐, 고액자사가들 사이에서 미술품이란 원래부터 은닉자산, 체납처분 회피 수단, 재테크 수단로 각광받고 있었던 것이다.

‘100g도 안 되는 무게에 수십, 수백억 원을 숨길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때문에 나는 김희팔의 돈을 가지고 그들의 방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다른 이들이 유명작가들의 그림을 비싸게 재테크를 할 때···.

미래에 비싸질 작품을 싸게 사는 방법으로.

물론 내게 좋은 그림을 알아볼 안목은 없었지만, 어차피 내가 알고 있을 정도의 작가와 그림이라면 분명 유명하거나 혹은 앞으로 유명해질 작가, 작품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도, 확실할 테니."

"···뭐 그건 그렇지만 쯧, 그래 지금까지 틀린 적은 없으니 믿어야지."

그렇게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곧바로 인사동 골목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인사동 골목 한쪽으로 통문관, 호고당, 영창서점, 문우서림, 관훈고서방 같은 고서점들이 주르륵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옆으로는 인사동 최초의 표구사인 박당표구사와 1965년 불국사 석가탑 도굴사건 당시 도굴범들이 장물을 처리한 것으로 곤혹을 치근 고옥당.

벌써 3대째 운영을 하고 있는 전통의 금당, 호고재 같은 고미술상들이 이제 막 문을 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2020년 보았던, 엿장수와 호떡장수가 판을 치고, 이곳저곳 프랜차이즈 카페와 화장품 로드샵만 즐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인사동이었다.

과거 인사동에 왔을 때 생각보다 더 요란하고 저렴한 분위기에 다소 실망했었던 터라, 차분한 분위기의 인사동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잠시 내가 주변을 돌아보고 있던 그때, 내 옆에서 보폭을 맞추던 이어진이 슬쩍 나를 바라보았다.

"준영아. 너 혹시 화방 거리 쪽으로 가는 거야?"

"어? 어떻게 알았어요?"

"일단은 나도 한국대학교 학생이었으니까."

한국대학교 학생? 그게 뭐···

아 그러고 보니 이어진이 나온 한국대학교가 이 근처에 있었다.

위치는 종로구 명륜동, 정확하게는 홍익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와 사이였나?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한국대학교 학생이라면 이쪽 동네는 자주 다녔을 테니까.

"맞아요. 화방골목 쪽으로 가려는 거예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어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런데··· 너 혹시 그림에 투자하려는 건 아니지?"

그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내게 물었다.

그 또한 눈치가 있는 이상 어렴풋이 눈치를 챈 것 같았다.

하지만.

"어? 맞는데요?"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순간, 이어진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어? 야. 그거 잘못하면 진짜 손해만 보고 아무것도 못 건질 수 있어."

"걱정하지 마세요.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나저나 아저씨 한국대학교 학생이셨으면 여기 자주와 보셨겠네요?"

내가 슬쩍 묻자 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자주는 아니고··· 학교 다닐 때는 저쪽 피맛골에서 가끔 마셨어. 그런데 너 진짜···."

나는 빠르게 말을 돌렸다.

"아니 한국대학교 학생들은 공부만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자 이어진이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나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뭐 대학은 다 똑같으니까."

아무튼 덕분에 길을 잃을 걱정은 덜었다.

안 그래도 전생에 인사동에 몇 번 와 보지 않아 이 길이 맞나 긴가민가했는데 뜻하지 않게 인간 네비게이션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럼 길은 잘 알겠네요?"

"알기야 잘 알지 그런데··· 에휴 그래 가자 가. 어차피 지금까지 틀린 적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맞겠지. 이쪽이야. 이쪽으로 가야 빨라."

그리고 잠시 뒤.

우리는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인사동 골목길을 지나, 경인미술관 쪽 화랑 골목으로 들어섰다.

"도착했어."

"벌써요?"

"그래. 이쪽부터 저쪽까지가 화랑 골목이야. 웬만한 화랑들은 죄다 이쪽에 모여 있으니까. 아마 네가 찾는 작가도 여기 있을 거야."

주변을 돌아보자 제법 조용한 분위기. 이곳저곳 [OO화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크고 작은 화랑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가 좋을까요?"

"글쎄··· 아무래도 제일 큰 곳이 낫지 않을까?"

이어진이 화랑들 중 가장 큰 건물을 가리켰다.

‘현대화랑’이라는 이름의 붉은 벽돌로 만든 직사각형 모양의 사층 건물이었다.

"일단 들어가 보죠."

하지만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을 다시 나와야만 했다.

분명 안에 있는 그림들도 많고 또 내가 알 만한 화가들의 작품들도 왕왕 존재하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어느 정도였냐하면 A4용지 하나짜리 그림 하나에 1천에서 5천만 원 정도?

개중 비싼 그림의 경우 1억까지 하는 것도 있었다.

"야 준영아. 이거 내가 그림은 잘 모르지만 너무 비싼 거 아니냐? 아니 무슨 어린애 낙서한 것 같은 그림 한 장에 1,000만 원이야."

"에이 뭐 그래도 볼 만한 작품들도 몇 있던데요?"

"그렇긴 한데··· 어휴 난 잘 모르겠다. 아니 뭐 이런 그림들에 돈을 들일 필요가 있나 싶어."

아무래도 금융실명제 이후 지하자금들이 상당부분 이쪽 동네로 넘어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 블록만 더 옆으로 가자 그전 보다 화랑의 규모도 또 그림의 가격도 쭉 떨어졌다.

[김용근 <오후의 풍경5> 가격 : 10만 원]

뭐 그에 반해 퀄리티는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야··· 이건··· 나도 그리겠는데? 아니 이런 걸 10만 원이나 주고 판다고? 양심 진짜···."

"하하 그 말 아까 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요?"

"아까 그거는 가격에 비해서 못 그린 거지만 이건··· 그냥 못 그린 거야."

그런데 그렇게 한참동안 팔자에도 없는 화랑 투어를 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이어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영아 빨리 와 봐!"

지금까지 뚱한 표정으로 그림들을 보고 있던 그였기에 빠르게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뭔데요?"

"아. 준영아. 이거 봐봐. 잘은 모르겠는데. 이거 그림이 좀 소름끼친다."

이어진이 어울리지 않게 살짝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지?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그가 가리킨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웃었다.

이 양반 모른다고 하더니 감은 좀 있네.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김상교 <귀화(鬼火)>]

그림이라기엔 너무나 메마른, 그리고 너무나 거친 느낌의 그림.

어두운 캔버스 위 날카롭게 표현되어 있는 파란색과 붉은 색의 불꽃. 그리고 작품 한쪽에 떠 있는 창백한 빛의 달과 그 달의 아래 무릎 꿇고 서 있는 인간의 그림자.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뒤 폐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비운의 천재화가 김상교의 그림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때? 느낌 있지? 조금 러프하긴 하지만··· 느낌은 확실한데."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림이 아니었다.

진정 놀라운 것은 그 가격이었다.

내가 알기로 김상교의 <귀화(鬼火)>의 판매금액은 2018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85억 5천만 원.

그 당시 한국 그림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고 뉴스에 대서특필 되었기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김상교의 그림에 붙어 있는 가격은···.

[김상교 <귀화(鬼火)> 가격 : 5만 원]

정말 껌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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