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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광대의 대모험 (4)

유량은 천천히 앞서 걸었다. 광대가 조심스럽게 그를 따라갔다.

“왜 유청이랑 유월한테 알리지 않았어? 너와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훨씬 좋아했을 텐데.”

“으. 느으.”

[전달할 수 없었어.]

광대는 마치 상태창이 뜨는 것처럼 유량의 말을 번역했다.

“스으으.”

[나도 지금까지는 성좌가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줄 몰랐거든.]

광대가 흘깃 유량을 올려다보았다.

번태는 절대로 성좌인 모습을 들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유량에게는 오히려 숨겨야 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도대체 몇 년간을 제대로 소통하지도 못한 채 지내온 걸까?

유량은 걸을 때마다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고 자주 비틀거렸다. 하지만 성좌인 자신을 통해 번역되어오는 말 만큼은 또렷했다.

[가족들도 내가 말을 알아듣는다는 건 어렴풋이 눈치챘을지도 몰라. 하지만 멀쩡한 정신으로 이 몸에 갇혀있다는 걸 알면 분명히 슬퍼할 테니까.]

유량의 눈동자가 짙어졌다.

[일부러 퇴화한 척 한 거야.]

광대도 유난히 천진난만하던 유량의 모습을 기억했다.

만약 그가 멀쩡했더라면 지금쯤 사춘기를 맞이했어야 할 나이였으니, 얼마나 어울리지 않았던 짓이었나.

괴물과 뒤섞인 육체로 맞이하는 성장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했다.

광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라도 유청이나 유월의 성좌한테 부탁하면 통역해주지 않을까?”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유량이 고개를 저었다.

[성좌들은 인간에게 관심 없어. 특히 1차 각성자들의 성좌들은 자기 일만으로도 바빠. 왜 성좌들이 미션을 주겠어. 그게 끝날 때까지 자기한테 말도 걸지 말라는 거지.]

유량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동안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한을 풀려는 것 같았다.

시니컬한 말투에 광대의 눈이 동그래지자 유량이 잠깐 멈칫했다.

[내 말에 기분 나빴어?]

“으응, 아니.”

광대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가족끼리 되게 닮은 것 같아서.”

딱 부러지는 말투나 굳이 생각을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유청과 유월과 비슷했다.

유량은 잠깐 놀라워하더니 씁쓸한 미소 비슷한 걸 지었다.

[다행이네. 그래도 아직 닮은 부분이 남아있어서.]

가슴이 짠했다.

광대가 열심히 덧붙였다.

“음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는 것도 똑같아! 너도 힘들 텐데 괴로울까봐 아무것도 모르는 척 했잖아.”

유청이나 유월도 가족 일이라면 눈이 돌아가서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이었으니. 정말 똑같았다.

유량은 애써 기운을 차리려는 듯 어깨 털을 으쓱거렸다.

[나도 같이 각성했잖아. 어리광을 부릴 나이도 지났는걸.]

“응! 맞아맞아.”

실내정원을 가로지른 유량이 한쪽 발로 문을 밀었다. 많이 드나들어 익숙한 솜씨였다.

[그런데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온 거야?]

“아, 음… 그게….”

광대가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유월한테 궁금한 게 생겨서.”

[어떤 거?]

“나중에 유월이 나랑 계약한 사람을 싫어하게 될까 봐 겁나.”

유량이 빤히 광대를 바라보았다.

[성좌면서 싸우는 걸 싫어하는 거야?]

“단순히 싸움이라면 나도 겁 안 내.”

광대가 욱하듯 아이샤가 말한 예언에서 적이 된다는 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오히려 난 승지랑 유월이랑 엄청 사이가 좋아질 줄 알았는걸. 그런데 미래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가족 일만 아니면 우린 다 괜찮아. 많이 화내지 않을걸.]

“으음.”

광대는 난감해졌다.

이미 유청 때문에 승지가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얘기를 해야 하나?

…하지 말자.

왜냐하면 알러트 문제 때문에 승지가 죽을뻔했다고 하면, 알러트를 만든 다나우 얘기도 튀어나올 테니까.

광대는 아직 그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무튼 가족 문제만 건드리지 않으면 유월이 돌이킬 수 없이 누굴 미워하진 않는다는 거네?”

[응. 금방 화를 내도 그만큼 빨리 식는걸.]

“그럼 됐어!”

광대가 안심했다.

승지가 진심으로 유월의 가족을 해치려고 할 리가 없으니까.

[있잖아.]

“응?”

유량이 주저할 때마다 바깥으로 튀어나온 핏줄이 쿵쿵 뛰었다.

[혹시 네가 내 성좌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앗, 성좌끼리는 알아볼 수 없는데.”

[하지만 내 성좌도 너처럼 되었다면.]

“…아!”

그제야 알아차린 광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만약에 나 같은 성좌를 만나게 되면 꼭 유량을 아냐고 물어볼게!”

[고마워.]

유량이 인사하려는 듯 손을 맞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어?”

광대의 몸이 유량과 닿자 한순간이지만 광대의 몸이 빨려들 듯이 사라져버렸다.

[이게 무슨…?!]

동시에 놀란 광대와 유량이 서로 손을 뗐다.

이상하다. 이 느낌은 분명히 내가 승지의 성좌가 되었을 때랑 비슷한데.

유량도 같은 감각을 공유했는지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 봤을 때처럼 순진하지도, 아까처럼 침착하지도 않았다.

욕망이 서린 눈동자였다.

“난, 난 그만 가봐야겠어!”

광대가 불쑥 소리쳤다.

“승지가 걱정할 거야.”

[잠깐만.]

광대가 허둥지둥 물러났다.

“만나서 반가웠어!”

그를 향해 뻗어가던 유량의 손이 허공을 스쳤다. 광대가 다급하게 인벤토리 속으로 몸을 숨긴 것이다.

혼자 남겨진 유량이 뻣뻣하게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광대는 쿵쾅대는 심장을 억눌렀다. 유량과 떨어지자 사라졌던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방금 나 유량의 성좌가 될 뻔한 거 맞지…?”

광대의 질문에 케로베로스야는 할짝대는 것으로 대답했다.

* * *

광대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이라도 승지가 아닌 사람의 성좌가 될 뻔했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바보! 알러트가 성좌를 훔쳐서 다른 사람한테 줄 수 있다면 당연히 가능한 일이었잖아!

잠깐만. 그럼 지금 성좌가 없는 유량은 다른 성좌를 받아도 되는 거야?

“어어어?”

광대는 더욱 괴상한 신음을 흘렸다.

…그럼 이미 성좌가 있는 각성자는?

삐리릭!

현관 앞에 도착한 광대가 흠칫했다. 아직 그가 문에 손도 대기 전에 열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어딜 다녀오냐.”

“승지야…!”

“어쭈, 개까지 데리고 나갔었냐?”

문가에 비스듬히 선 승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당황한 광대가 입만 뻥긋거리는 사이 그가 한쪽으로 몸을 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개들이 헥헥대며 들어갔다. 그동안 광대는 폭풍 전의 고요같은 승지의 표정을 보며 진땀을 흘렸다.

“저기, 내가 왜 밖에 나갔냐면….”

“누구한테 들키진 않았냐?”

승지의 말투는 여전히 침착했다. 거의 상냥하게 들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광대의 등은 더욱 축축해졌다.

바로 전까지 유량한테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앙, 차라리 뭐라고 화를 내!

차마 거짓말도 할 수 없던 광대가 눈만 디룩디룩 굴리고 있자 승지가 한숨을 쉬었다.

“누구한테 들킨 건데?”

“그게, 유량을 만나고 왔어.”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이름에 승지의 눈썹이 올라갔다.

“설명하시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광대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아이샤와 있었던 일도 물론 포함되었다.

다만 마왕에 관한 이야기만큼은 뺐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마왕이 될 뻔했다는 건 승지도 이미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건 감추는 게 아니야.

따끔따끔한 양심을 잊듯 광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승지 생각만큼 위험하진 않았어! 나랑 우리 케로베로스야가 활약해서 스켈레톤도 무찌르고…!”

자연스레 광대의 몸짓이 연극처럼 커졌다. 상황을 모면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모험담을 풀어놓는 것처럼 변했다.

승지는 여전히 자다 깬 몰골이었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들었다.

“성좌가 각성자랑 합쳐졌다고?”

“응! 끔찍하지!”

“마왕도 모자라서 웬 괴물 같은 것들까지 자꾸 튀어나오냐.”

꺼림칙하지만 어쨌든 그가 범윤오의 위치만 찾아준다면 상관없었다.

오히려 광대가 더 아이샤를 싫어하는 편이었다.

“가능하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그건 힘들지.”

승지가 덥석 광대의 뒷덜미를 집었다. 덜컥 덜미를 잡힌 광대가 비로소 잔뜩 열받은 승지의 시선에 부딪쳤다.

“범윤오 위치를 알아내는 즉시 누구보다는 빨리 만나야 되는데?”

“아, 하하.”

광대가 어색하게 웃었다.

“나만 먼저 보러 가서 화났구나?”

“안 나게 생겼냐?”

승지가 광대의 볼을 콱 눌렀다.

“눈 떠보니까 무기에 개까지 싹 쓸어다가 가출하는 녀석이 어딨냐!”

“꺄으으으! 그출이 으는데!”

“뭐라는 거야.”

승지가 쩌렁쩌렁하게 화냈다.

“이럴 거면 당장 성좌로 돌아와!”

“우으!”

광대가 머리를 마구 흔들며 아픈 손가락에서 빠져나왔다.

“푸헥! 나도 돌아가고 싶은걸! 그리고 승지를 더 강해지게 만들려고 했을 뿐이라고!”

“시끄러. 누가 허락도 없이 강해지래.”

승지가 오만하게 눈을 부릅떴다.

“내가 결정한 게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거든?”

“우… 우와.”

“감탄할 때냐.”

광대를 혼낸 승지가 코웃음을 치며 광대를 떨어트렸다.

“아무튼 너부터 성좌로 되돌려야겠다. 이 기회에 따로 좀 살아보려고 했더니, 쯧.”

“아잉. 말은 그렇게 해도 역시 나랑은 오래 떨어져 있을 수 없을 만큼 끈끈해진 거지?”

“어디 가서 뒤질까 봐 그런다. 쟤네가 널 잡아먹을 지도 모르는데 무슨 정신으로 저길 타냐?”

승지가 케로베로스야를 가리켰다. 개들이 혀를 쭉 내밀자 길게 자라난 이빨이 턱 밑까지 보였다.

“왜! 우리 친해! 내가 먹이도 많이 줬는걸.”

“쪼끄만 게 겁도 없이. …근데 쟤네가 원래 저렇게 생겼었나?”

승지가 갸웃거렸다. 그의 눈에도 개들이 좀 달라 보였던 것이다.

그게 사실 마왕에 가까워진 자신이 준 영향이라는 걸 말할 수 없었던 광대가 황급히 둘러댔다.

“예전보다 훨씬 더 늠름해지고 멋있어진 거? 주인 닮아서 그런 거잖아! 역시 승지야!”

“그럴 리가 있냐고.”

승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광대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참, 여기 챙겨갔던 무기도 반납할게! 승지랑 완전 잘 어울리는 뿅망치!”

“…….”

승지가 빤히 광대를 내려다보았다.

으앙, 으앙. 승지한테 거짓말하는 거 너무 싫고 어려워!

엄밀히 말하면 거짓말은 아니지만!

광대는 자신이 가진 마왕적인 부분들은 최대한 감추고 싶었다. 게다가 마왕이 되어서 강해지는 것도 싫다고 방금 승지의 입으로 들어버렸으니까.

괜히 이상한 생각 하지 않는 거야.

승지가 결정하지 않은 일은 안 해.

광대가 콩닥거리며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마치 아는 듯 승지가 천천히 성좌의 손에서 무기를 가져갔다.

“떨어져 있을 땐 내 생각 못 읽냐?”

“……어?”

광대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 알고 있었어?”

“방금 확인 사살 받았다.”

승지가 무심하게 무기를 인벤토리로 던져넣었다.

“페널티 끝나기 전까진 성좌로 돌려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니까 얌전히 있어.”

승지의 손이 친근하게 푹 모자 위를 덮었지만 광대는 오히려 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네가 한 일과 감춘 일은 모두 승지에게 들켰다는 신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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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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